유학생활은 힘들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멋있어 보인다.


인스타에는 벚꽃, 여행 사진, 일본 카페, 야경, 교환학생 파티.

“해외에서 잘 지내네”, “부럽다”, “인생 즐기네” 같은 말들.


하지만 사진을 찍고 방으로 돌아오는 순간,

그 모든 장면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남는 건 불 꺼진 원룸과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뿐이다.


생각보다 유학생활은 ‘생활’이 아니라 ‘생존’에 가깝다.



후배 중에 항상 밝던 애가 있었다.

성격도 좋고, 공부도 잘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늘 웃던 애.


조기졸업까지 하고 미국으로 갔던 아이였다.


어느 날 술자리에서 웃으면서 말했다.


“언니… 저 일본 와서 1년 동안 거의 매일 울었어요.”


농담처럼 말했는데, 눈이 전혀 안 웃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유학생들 웃음은 대부분 연기라는 걸.



처음 일본으로 오던 날,

비행기 안에서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새로운 인생이다.’


그 설렘은 일주일도 못 갔다.


짐 풀고, 기숙사 들어가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자고.

사람은 많은데 나랑 말할 사람은 없다.


도시는 시끄러운데

내 하루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조용해서, 더 외로웠다.



한국에서는 혼자 있고 싶다고 그렇게 투덜댔는데

막상 진짜 혼자가 되니까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는 게 이렇게 무서울 줄 몰랐다.


아침에 일어나도

“일어났니?” 하는 사람 없고,


밥을 안 먹어도

“밥 먹어라” 하는 사람 없고,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하고 살아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것 같은 기분.


그 감각이 제일 무서웠다.



당시엔 카카오톡도 없었다.

전화카드로 20분 통화하려고 만 원을 썼다.


통화 시간 줄어드는 ‘삐-’ 소리가

숨 줄어드는 소리 같았다.


“엄마 나 잘 지내.”


거짓말.


“밥 잘 먹어.”


거짓말.


“친구 많아.”


다 거짓말이었다.


끊고 나면 더 울고 싶어졌다.


괜히 전화했나 싶었다.


목소리 들으면 더 집에 가고 싶어지니까.



밤이 제일 힘들었다.


형광등 하나 켜진 6평 원룸.

전자레인지 ‘띵’ 소리.

편의점 도시락 냄새.


그게 하루의 끝.


누워서 천장 보고 있으면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지’

그 생각만 계속 맴돈다.


울다가 잠들고

눈 붓고 학교 가고

웃는 척하고

다시 돌아와서 울고.


그게 1년이었다.



더 무서운 건

나만 힘든 줄 알았다는 거다.


다들 잘 지내는 것 같았다.


SNS에는 여행, 술자리, 웃는 사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