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처음 도착한 날, 많은 유학생들이 비슷한 말을 한다.
“공기가 다르다.”
“한국과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낯선 환경이 주는 해방감과 기대감 때문이다.
마치 새로운 나라에 온 것만으로 삶이 달라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과거의 실패나 불안도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라 믿게 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학생회에 가입한다.
이유는 대개 비슷하다.
“정보를 얻고 싶다.”
“인맥이 중요하니까 사람들을 많이 알아두고 싶다.”
분명 합리적인 목적이다.
유학생활에서 네트워크는 실제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조금 다르다.
유학생회의 일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술자리,
사소한 뒷담화,
서로의 학점과 스펙 비교,
누가 어디에 합격했는지에 대한 서열 매기기,
그리고 누군가의 실패담을 소비하는 대화들.
정보 교류나 실질적인 도움보다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분위기가 더 강하게 형성된다.
결국 공동체라기보다
작은 경쟁 사회에 가깝다.
시험 기간이 되면 이 모습은 더욱 뚜렷해진다.
카페에 공부하자고 하지만
실제 공부 시간은 길지 않다.
대신 취업 걱정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대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본 취업이 생각보다 어렵다.”
“연봉이 낮다.”
“한국이 더 나은 선택 아닐까.”
그리고 마지막에는 늘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그래도 한국보다는 낫지 않겠느냐.”
현실적인 판단이라기보다
스스로의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한 위안에 가깝다.
문제는 환경이 아니다.
본인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장소만 바뀐다고 삶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한국에서 하던 고민과 습관, 태도가 그대로라면
결과 역시 크게 달라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해외’라는 공간 자체가 인생을 바꿔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환경 변화는 기회일 뿐, 해답은 아니다.
준비와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유학은 성장의 과정이 아니라 단순한 회피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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