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덥고 집에 있기 답답해서 혼자 카페왔는데 유튜브 보다가 심심해서 작년에 미국에서 체포당한 썰 풀어봄.
나는 아버지 MBA 하실 때 미국에서 태어나고 (태어나고 7개월 있다가 한국옴) 주재원 자녀로 다른 영미권 나라에서 살다가 한국 들어와서 국제학교 다니다가 미국으로 유학 간 케이스임. 당연히 대학 가기 전까지 미국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고 코로나 1년 제외하면 나머지 3년 미국 믿웨스트 쪽에서 대학 생활했음. 군대 어떻게 할지 계속 고민하다가 이번에 결정하고 군대 가려고 현재 학점 채운 상태로 공식적으로 졸업은 안한 상태임.
때는 22년도 10월 말 여느때에 똑같이 친구 생일이라고 친구 아파트가서 친구들이랑 술마시고 놀았음. 내 기억에 목요일이었고 그 다음날 우리 다 공강 아니면 수업 안가도 되서 보드카를 미친듯이 마심. 나는 체구가 작은 편인데 그거에 비해 버티면서 술은 어느 정도 마시는데다가 취하면 끝까지 마시려는 개같은 버릇이 있어서 해가 뜰랑말랑 할 때 애들이랑 헤어짐.
다른 친구 둘은 집 가고 내가 사는 아파트는 친구 집에서 두블락 거린데 도저히 걸어서 갈 수가 없다는 그지같은 판단 하에 리프트 (우버 비슷한 거)를 부르기로 결정함. 친구 아파트는 신식이라 한국 주상복합마냥 1층에 편의점이 있었는데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음. 10월 말이었는데 이미 날씨는 초겨울 날씨고 새벽에서 아침 넘어가는 시간대라 상당히 추웠음.
리프트 차량이 오고 탑승을 했는데 누가봐도 술 취한 사람인걸로 보이니까 기사가 안받겠다고 함 (리프트 기사 얼굴이나 이런건 취해서 하나도 기억 안나고 정확하게 뭐라 한지도 기억 안나는데 어째튼 내리라 함). 나중에 알고보니 우버든 리프트든 기사들은 이유가 뭐가 됐든 자기가 손님 안 받고 싶으면 라이드 취소 시키고 안 받을 권리가 있음. 이건 나도 맞다고 생각하는게 워낙 안전 문제도 많고 취해서 토하고 일 벌리는 애들 많으니까 이렇게라도 안 하면 드라이버들도 스트레스 오지게 받을 거 같음.
여튼 이러고 기사랑 말다툼을 하다가 욕설을 주고 받은 상태였는데 술 마시고 제정신이 아니여서 지금 나 인종차별 하냐고 개같은 소리를 내가 시전하기 시작함. 드라이버 입장에서 말도 안되는 소리니까 걍 빨리 쳐 내리라고 함. 그와중에 나는 대쉬캠 까보라고 역정내다가 결국 내림.
근데 이때부터가 문젠데, 그냥 곱게 집을 걸어가거나 리프트를 하나 더 부르거나 하면 되는데 괜히 오기가 생겨서 리프트 번호판 사진을 찍고 경찰을 부르는 판단미스를 함. 애초에 사진 찍을 필요도 없는게 너네도 알다시피 우버든 리프트든 앱에 번호판이랑 기사 first name 다 볼 수 있고 심지어 수년 전 라이드 기록, 결제 방법, 금액 다 기록됨. 이게 백스토리를 좀 설명하자면 이맘 때 내가 유튜브랑 틱톡에 있는 경찰 바디캠 영상을 오지게 볼 때였음. 대표적으로 code blue cam이나 law and crime network 뭐 이런게 있는데 미국은 워낙 또라이들도 많고 경찰 체포 거부하면서 총 꺼내다가 벌집 되는 친구들이 많아서 한번 보기 시작하니까 너무 재밌었음.
째튼 그래서 경찰을 부르고 상황을 설명하면서 억울하다는걸 어필함. 경찰 입장에서는 술 꼴은 대학생이 이른 아침부터 지들 귀찮게 하는걸로 밖에 안보였겠지. 나한테 술 마셨냐고 물어보고 내가 마셨다 하니까 걸어서 집 가라는 말을 두번 함. 당연히 나는 이미 맛이 간 상태라 안가고 정식으로 신고하겠다는 소리만 함. 그러더니 경찰이 음주 측정기를 차에서 꺼내오더니 불라고 하더라고. 난 그걸 보고 내가 운전도 안했고 차도 없는데 왜 불라하냐고 물어봤는데 닥치고 불라는 식으로 말함. 그래서 남아있는 힘을 다해 열심히 불었더니 0.250이 찍힘. 난 한국에서도 면허만 있고 운전도 안해서 혈중 알코올 농도 기준 이런 것도 이날까지 몰랐는데 이게 미국 기준인 0.08의 3배 이상인데 그걸 떠나서 좀만 더 높으면 내가 쓰러질 수도 있을 정도로 높은 농도인걸 알게됨. 과학적으로 잘 모르지만 내가 키도 170 초반에 마른 편이라 같은 양을 마셔도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올 수 밖에 없지 않나 싶음.
알코올농도 찍히는거 보자마자 경찰이 차 앞에 양손 올리라고 하더니 몸에 무기나 자기가 찔릴 수 있는 물건 있냐고 묻고 그 다음에 공항 검색대 요원이 몸 검사 하듯이 가볍게 수색함. 이때까지만해도 만취해서 속으로 에효 경찰서 가나보다 이 생각만 함. 나는 왜 체포 당하냐고 계속 물으니까 public intoxication으로 detain하는거라는 말만 반복함. 그러고 니들이 많이 봤을 법한 체포를 진행함. 수갑 채우더니 무슨 키 같은걸로 한번 쪼인 다음에 차 뒤쪽에 태움.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라하더니 자기가 벨트를 매줬음. 기억나는건 경찰차 뒷자석이 겁나 쇤지 플라스틱인지 여튼 쿠션이라고는 없고 딱딱해서 굉장히 불편했음. 그 상태로 경찰서로 차를 몰고 가는데 그날 오후에 집 갈 때 알고보니 친구 아파트에서 엄청 가까운 거리에 경찰서가 있었음.
경찰서를 들어가고 술이 조금씩 깨니까 슬슬 ㅈ됐다는걸 실감함. 가자마자 주머니에 있던 것들 걷어가서 어디 사물함에 넣더니 후드티도 벗으라 함. 밑에 얇은 나이키 기능성 티 같은 걸 입어서 추워 죽는줄 알았는데 후드티 못입게 함. 그 전에도 신분증을 달라했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수갑을 풀어준 다음에 어디 방에 앉게 한 다음에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내 지갑을 열어서 신분증을 꺼내감. 난 미국에서 운전을 안해서 지갑에 한국 면허증 밖에 없었는데 그걸 꺼내다가 면허증 뒤에 있는 한국 이름 영문 표기를 이름으로 적음. 이게 웃긴게 나는 미국 여권 이름은 따로 있어서 한국 이름을 공식적으로 쓴 적이 없음. 출입국 기록, 은행, 학교에 등록되어있는 이름 모두 그 한국 면허증에 있는 이름이 아니었음. 난 이게 또 나중에 문제될까봐 경찰한테 이 이름 여기서 안쓴다고 말했는데 경찰이 술 취한 애 상대하기 귀찮은건지 뭔지 상관없고 그건 나중에 가서 해명해라 함.
그 상태로 나를 어디 방에다가 가두고 술 깨면 꺼내준다고 말함. 이 방을 설명하자면 오른쪽 구석에 세면대 겸 식수대와 변기가 있었고 안쪽에 길게 쇠로 된 의자 비슷한게 있었는데 여기서 잠을 자야되는거였음 (궁금하면 구글에 jail drunk tank 검색해보셈). 후드티는 못입게 하고 담요 필요하냐고 물어봐서 달라고 했더니 회색 담요를 하나주는데 이건 새거 같았음. 그렇게 나는 그걸 덮고 불도 안꺼지는 방에서 잠깐 눈을 붙임. 그 불편한 의자 같지도 않은 의자에서 자려니 당연히 계속 깨고 술을 많이 마셨더니 불이 켜서 식수대에서 계속 물을 마심. 정오 쯤이였나 되니까 경찰 한명이 음주측정기 들고와서 또 불게 만들더니 0.08밑으로 가거나 8시간이 지나야 내보내줄 수 있다고 함. 잠도 제대로 못잤고 시간도 몇시간 안지났으니 이때까지도 당연히 0.10이 넘어갔음. 그대로 문 다시 닫아버리고 나한테 이따가 간식 주겠다 함. 그러고 한 두어번 더 검사를 하러 왔는데 계속 0.08 이상 찍혔음. 이때 진짜 시간이 뒤지게 안 가는걸 느낌. 두번째 왔을 때였나 불게 하기 전에 옆에 방으로 데려가더니 사과랑 편의점 샌드위치를 주는데 샌드위치는 딱 봐도 맛대가리 없어보이고 갈증만 나서 사과만 반 쯤 먹고 버림. 이때 경찰한테 (이 경찰이 나를 체포한 두명의 경찰 중 한명인지 아닌지는 취해있어서 모름) 내가 취해서 쌉소리 했으면 미안하다고 말함. 그러고 다시 불었는데 여전히 높아서 다시 갇힘.
잠도 안오고 그냥 기다리다가 그 다음에 또 경찰 와서 부니까 그제서야 0.08 밑으로 찍히고 다시 아까 있던 방으로 데려가더니 misdemeanor citation을 받음. 이때 진짜 실감 났음. 내가 미국 땅에서 범죄자가 됐구나 이 생각을 하니까 부모님 생각부터 나고 20대 초반에 인생 조졌구나라는 생각하기 시작함. 경찰 입장에서는 위로를 하려는건지 뭔지 나한테 몇 살 이하 초범에 한해 주에서 제공하는 한국으로 치면 조건부 기소유예(?) 같은 것도 있고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디 주인지 알거 같아서 정확한 이름은 못말하겠음) 나중에 취업에 영향 없을 거라는 식으로 말함 (나중에 변호사한테 들어보니 당연히 개소리고 background check하면 유예든 아니든 기록 하나하나 다 뜸). 근데 난 그런건 하나도 귀에 안들어오고 그냥 ㅈ됐다는 생각만 함.
사물함에 보관해놨던 짐 돌려주더니 집 어떻게 가는지 아냐고 물어봐서 모른다하고 집 street name 주니까 길 알려줌. 그 상태로 오후 서너시 쯤 집 걸어가는데 진짜 죽고 싶다는 생각을 살면서 처음 해봄. 집 가자마자 컴퓨터 켜서 근처 public intoxication 사례 있다고 광고하는 변호사 사무실 대여섯개 검색하고 전화했는데 처음에 통화한 애는 2500불 주면 아까 경찰이 말했던 그 초범 프로그램으로 자기가 해주겠다고 하고 이메일로 계약서를 보내줌. 근데 나도 생활비 받아서 쓰고 나한테는 큰돈인데다 아직 부모님한테 말하기 무서워서 전화를 딴데 몇개 돌림. 그중 반 이상은 보이스메일로 넘어가다가 연결된 애 중 한명은 내 상황 설명하니까 내가 내 학교 재학생이면 자기 로펌 통해서 하지말고 학교 legal office 통해서 자기를 찾으라 함. 알고보니 학교 통한 변호사로도 일하고 있는 애였고 내가 그렇게 진행하면 변호사비를 전혀 부담하지 않아도 됐음. 그래서 그 당일 날 legal office가 닫기 전에 찾아가서 그 변호사 이름을 대고 zoom appointment를 잡음. 나중에 알고보니 이런 비용들이 다 학비에 포함되어 있었음.
***내가 필력도 안 좋고 디시 눈팅만 하다가 글 처음 써보는데다 넘 길어서 재미는 별로 없을거 같은데 그래도 반응 괜찮으면 그 이후 어떻게 됐는지 또 쓰겠음***
지금이야 좋게 끝나서 추억으로 생각하고 쓰는 일인데 분명히 내가 잘못한거고 비록 지금은 한국에 있지만 미국에서 술 마시고 정말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된지라 이걸 읽은 유학생들 중 한명이라도 나 같이 술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도움 되었으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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