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이제 미국온지 13년째되고 영주권도 받고 미국인 아내랑 결혼도 하고 집도 사고 다 settle한 서른살 아재인데 나같은 처지의 사람들 중 유학고민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텐데 뭔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대충 글 써봅니당.
음 일단 전 유학생들 중 특이한 케이스이긴 한데...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직업 (여행사) 때문에 해외 이민을 와서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살았어요 (동남아/동유럽/등등)
해외유학온 사람들 대부분 집이 좀 사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집은 그렇게 잘 살지 못했음 - 딱 중/중하위 서민계층? 서울에 작은 아파트 있고 (2000년대 후반-2010년초임, 지금은 서울에 집있으면 몇십억이지만 당시엔 안그랬어요..) 그렇다고 엄청 가난한 집은 또 아니었죠. 빈말로라도 여유롭진 않았어도 나름 할건 다 하고 산?
다행히 공부머리는 좀 좋게 태어나서 영어 금방 배우고 환경이 환경이라 관광지에서만 살아서 학원 이런거 다닐데도 없었지만 국제학교 장학금 풀로받고 미국 대학들 여러곳 합격했어요. 뭔깡인지 모르겠는데 랭킹 15위 이내 아니면 안간다는 생각으로 safety school 하나도 없이 지원했는데 한곳은 Financial Aid 오퍼도 받았구요.
당연히 정신나간 학비 못 낼거 같아서 카이스트나 서울대 아니면 full ride 받은 HKUST 갈까 생각중이었는데 부모님이 뭔가 두분다 대학 못나오시고 공부에 한이 맺히셔서 집을 팔아서라도 미국 대학 보내시겠다고 꾸역꾸역 우기셔서 형편에도 안맞는 미국 학부유학을 왔죠 ㅠㅠ 전공은 마음 안 정한 상태로 공대 Applied math나 CS 쪽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어차피 여긴 과 바꾸는건 쉬우니까요.
당연히 공대라 학부생활은 지옥 그 잡채.. 당연히 부모님은 Financial Aid제외한 학비도 내기 힘드셨는데 Room & Board만 일년에 만달러 넘게 나오니까 그것도 감안하면 저는 1학년때부터 파트타임을 뛰어야했습니다 ㅠㅠ 학기 내에는 유학생도 학교내에서 일하는건 합법이라 IT부서에서 문과 교수들 컴퓨터 안켜진다고 전화거는거 가서 전원버튼 눌러서 켜주고 이딴 일 하면서 시급 10불받고 얼어죽겠는데 새벽부터 걸어서 캠퍼스를 누비고 다녔습니다 ㅠㅠ
학비가 너무 비싸니까 조기졸업 노려보려고 coursework도 overload해서 들었는데 진심 죽을뻔했는데 과장이 아니라 하루에 3시간 이상 잠을 자보지도 못하고 몸무게는 엄청 빠져서 50키로 초반까지 빠졌는데 따뜻한 나라에 있다가 추운 겨울을 처음 맞고 homesickness를 제대로 맞아버림... 그래서 다 포기하고 한국 다시 돌아갈까 생각도 했는데... 아버지께서 집까지 팔고 공부시키는데 정신차리고 공부하라고 하셔서 엄청 서운했던 기억이 있네요.
다행히 TA해주던 대학원 형님이 잘 봐주시고 취업예정인 스타트업의 CTO한테 절 소개해주셔서 1학년 여름방학부터 paid internship을 할 수 있게 됐고 그걸로 한달에 4천불씩 벌면서 일해보는 경험을 했는데 그 테크업계 특유의 캐주얼한 분위기에 코딩도 성향에 잘 맞고해서 CS전공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미친듯이 2학년때부터 CS수업을 들었습니다. 3년안에 졸업 가능할 수 있는 속도로 계속 coursework도 overload를 했고 리서치도 시작해서 나름 티어높은 conference paper도 내보고 할 수 있는건 뭐든지 다 해보기로 했습니다. 2학년 여름방학때는 같은 스타트업에서 일을 했고 3학년 여름방학때는 당시 가장 핫했던 pre-IPO 스타트업중 한곳에서 인턴하면서 월급으로 10k 넘게 처음으로 받아봤습니다. 물론 받은 돈은 다 학비에 보태서 남는건 한푼도 없었지만 내가 그만큼의 일을 해낼수있단 것에 자신감을 갖게 해준 좋은 경험이었죠.
3학년 여름에 인턴이 끝나고 바로 취업할 수 있게 리턴오퍼가 나왔는데... 문제는 교수님 두분이서 엄청 좋게 봐주셔서 걍 1년동안 Thesis쓰고 master까지 받는건 어떻겠냐고 제안주셔서 뭔가 정신이 나가있었던 제가 대학원에 등록을 하게 됩니다. 어차피 여름인턴 리턴오퍼는 그 다음해 여름에 조인해도 되게 나와서 H1B lottery도 좀 쉽게 받을 수 있겠지 생각해서 대학원까지 가게 됩니다. 4학년때는 나름 교수님들이 신경을 써주셔서 Graduate Student Financial Aid도 나오고 TA/RA 둘다하니까 학비/생활비 다 지원받고 졸업했습니다.
리턴오퍼를 받은 스타트업을 가냐 아니면 FAANG 빅텍을 갈거냐 정할 시기였는데 일하고 싶은 쪽이 대기업에서만 연구/개발 가능한 분야라서 (컴파일러/언어쪽) 빅텍으로 옮겼어요.
당시 초봉이 다 합치면 195k였나..? 그정도 됐던 거 같은데 문제는 이쯤 되서 아버지/어머니가 완전히 실직하시고 돈을 한푼도 못 버셔서 한국에 매년 30k-35k 정도 돈을 보내게 됐습니다 ㅠㅠ 그래서 195k 받아도 세금떼고 생활비내고 한국에 돈 부치고 나면 남는돈이 거의 없어서 제가 쓸 돈은 거의 없었어요... 그래도 학부때보단 생활환경도 훨씬 나아지고 맨날 잠도 3시간씩만 자다가 5시간씩만 자면서 일해도 매니저가 너무 열심히 살지 말고 대충대충 하라고 할정도로 생활 환경이 나아져서 뭔가 체감가능한 생활은 엄청 좋았던? 그리고 매니저가 유럽계 이민자 출신이라 그린카드 스폰서도 바로 알아봐줘서 졸업한지 1년만에 영주권을 받았습니다 ㅠㅠ 24세 전이어서 영주권 나오니까 병무청에서 38살까지 군대도 연기해줘서 안가게 됐는데 같은 한국인으로써 정말 죄송합니다.... 항상 군필자들분께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변명아닌 변명을 하자면 제가 회사다니다 입대를 했으면 가족이 다 정말 굶어죽었을거에요.
음 일단 테크업계 얘기를 좀 해보자면 여긴 무조건 능력빨입니다 - 연차 쌓여야 승진하고 이런것보다 비즈니스 임팩트 내고 윗사람들 agreement만 있으면 초고속 승진이 가능해요. 다행히 운좋게 매니저/디렉터들이 좋게 봐줘서 2년에 한번씩 승진을 해서 연봉도 계속 뛰었어요. 대강 1년차-200k , 3년차 - 300k, 5년차 - 450k, 7년차 - 700k, 지금 - 1.05M.
부모님한테도 집/차 사드리고 매달 4k정도 보내드리는데 첨엔 엄청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보내고 나서도 여유가 있어서 저도 집 두 채정도 있고 net worth 지난주에 계산해보니 2.5M 정도 모았네요... 부자형들에 비하면 소소한 금액이지만.. 특히 주변에 비슷한 직급 사람들 얘기해보면 물론 나이는 저보다 훨씬 많지만 10M, 15M쯤 다들 우습게 갖고있고 여름마다 별장가서 지내는거 보면 부럽기도 한데 시작점이 다른데 여기까지 온거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죠 ㅎㅅㅎ 저도 그분들 나이쯤 되면 그 정도 자산 모을 수 있다는 희망 가지고 열심히 투자하고 있습니다.
어 뭔가 길게 쓰기 싫어서 대충대충 줄여쓰긴 했는데 그래도 글이 길어진 느낌이네요.
뭐 결론만 말하자면 금수저/은수저가 아니어도 유학와서 나름 성공할수 있다? 얘기해주고 싶었어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인터넷 너무 많이 안 하고? 바쁘게 살면 커뮤나 SNS 할 시간도 없어서 부정적인 말이나 뉴스 그런거 하나도 안 듣고 나 혼자서 할수있다고 뭔 깡인진 모르겠지만 그렇게 계속 스스로 마음 다지면서 공부하고 일했더니 감사하게도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겠는데 어... 그럼이만!!
후기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혹시 공부방법 좀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도 cs 학부생인데 길을 못잡겠네요 ㅜㅜㅜ
@유갤러1(172.58) 음 제가 학부일때랑 이젠 너무 달라서.. AI때문에 공부환경이 더 좋아지기도 했지만 안좋아지기도 했으니까요.
@글쓴 유갤러(73.97) 뭐가 많겠지만 한가지만 말씀드리면 공부라고 생각할수록 뭔가 더 재미도 없고 하기 싫어지는데.. CS도 계속 파다보면 뭔가 이곳저곳에서 배운게 다 하나로 합쳐지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될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data structure에서 배운 내용이 OS나 DB수업들을때 paging system이나 RB tree 따위의 형태로 나타난다던가... 알고리즘에서 배웠던 dynamic programming같은게 garbage collector나 compiler 등에서 뜬다거나.. 엔지니어는 아는만큼 보이고 아는만큼 무기가 되니까 꼭 교과서를 제대로 읽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세요.
@글쓴 유갤러(73.97) 감사합니다!
테크도 물론 당연히 학벌 좋을수록 기회나 인맥만들 기회는 많지만 그렇다고 학벌 안좋은 사람 컷하는 게 컨설팅이나 finance보단 훨씬 덜해요. 학벌은 딱 네트워킹/첫 채용 정도에 쓸모있고 그 이후로는 무조건 실력이 학벌보다 훨씬 중요해요. 제가 뽑아서 키우고 있는 팀내 에이스도 Pitt 출신이고 제가 1년차때부터 멘토링받았던 분도 Florida Tech 출신이셨는데 지금 VP급까지 올라가셨어요.
이건 그냥 머리가 개좋은거같은데? 부럽 나도 cs석사중인데
머리가 나쁜건 아닌데 항상 저보다 머리좋은 사람은 있었어요! 대학원때 approximation algorithm 수업 들었다가 피봤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수업 따라가던 친구는 지금 T20 대학교 교수라던가... 2만줄짜리 C코드가 들어있는 파일을 노트패드로 까서 모든 코드가 몇번째 줄에 있었는지 기억하면서 ctrl + L 만 가지고 코딩하던 제 첫 팀의 테크리드라던가... ㅋㅋㅋ
해유갤답지 않게 매우 영양가 있는 글이라 잘 읽었슴다 열심히 사셨네요
감사합니다! 여기가 어딘지 잘 모르고 글부터 썻다가 다른 글 보니까 유학생보다 뭔가 분탕글? 같은게 많은 거 같아서 올릴지 말지 고민했는데 그래도 혹시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오진 않을까 싶어서 올려봤습니다
한국학부 나왔어도 거기 갔을거같은데
실력 ㄷ
@유갤러3(219.255) 말그대로 what if라 그럴수도 그렇지 못했을수도 있죠 ㅋㅋ 안해본거에 대해선 노코멘트 할게요 ㅎㅎ
잘하셨습니다 합법적으로 안가신건데요 뭐 나중에 미국시민권 따셔서 한국계 미국인이 되시더라도 한국에서 돈도 많이 쓰시고 이런 글처럼 한국 후배들한테 도움되는 일을 많이 해주세요 굳이 군대뺐다 이런건 언급하지마시고요
네 귀화는 곧 할 예정인데 (와이프도 미국인이고 태어날 아이들도 한국계 미국인으로 클 테니까요...) 한국계로서 한국인 분들 많이 도와드리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NYU MSCS 재학 중이고, 석사부터 미국 생활을 시작해서 연고가 없는 상태입니다. 혹시 빅테크 입사하실 때 레퍼런스를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레퍼런스를 어떻게 요청하면 좋은지 팁이 있다면 공유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레퍼런스라면 리퍼럴 말씀하시는건가요? 저는 받지 않았는데 캠퍼스 리크루팅으로 인터뷰 진행하고 오퍼를 받았습니다. NYU 재학중이시면 NYU 나오신 분들이 꽤 계시는데 LinkedIn으로라도 메시지를 보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한국분들이 체면이나 눈치를 많이 보시는데 미국은 그럴수록 손해에요 ㅠㅠ 그냥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같은 동문이거나 그냥 같은 한국사람이면 커피챗이나 간단히 인사 건내면서 네트워킹 시도해보시는걸 조심스럽게 추천드립니다!
@글쓴 유갤러(73.97) 네네 리퍼럴이요. 글쓰신 분을 롤모델 삼아 2년 동안 열심히 해봐야겠어요. 답변 정말 감사드립니다.
미국인 어케 만나셨어요?? 꿀팁좀요 - dc App
꿀팁이랄건 없고 그냥 학부 1학년때 교양수업듣다 만나서 첫눈에 반해서 바쁜 와중에 같이 공부하고 점심 먹으면서 친해져서 사귀게 되고.. 10년 연애하고 결혼까지 했습니다.. ㅋㅋ
유학하고 미국에서 사는게 부럽기도 하면서도 저는 절대 그렇게 3시간씩 자면서 공부하는거 못할거 같네요...ㅋㅋ 대단하십니다
존경합니다 멀티버스 얘기를 보는거 같아요. 저도 똑같이 cs 탑스쿨 vs 서울대 카이스트 선택지가 있었는데 한국 대학을 선택했었어요. 만약 그때 고생 뒤지게 하겠지만 빚내고라도 유학갈 용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상상을 많이 하곤 했는데, 그걸 실현한 분의 이야기를 보니 신기하네요. 저는 도저히 부모님한테 손을 못 빌리겠더라고요. 고생 끝에 행복한 삶을 이루신거 축하드립니다. 저는 늦게라도 미국에 도전을 해보려고요.
서울대 선택하셧나여?? 지금은 대기업 다니고 계신가요?
잘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