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서 영국을 언급했으니, 영국 런던에서 살다가 온 내 경험을 적어보자면..이방인으로서 다른 나라에 정착해 사는 것은 물론 매우 힘들다.
하지만 선진국이 가지는 사회 제도적 메리트는 분명히 있다. 그런고로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이 나라에 정착해 사는게 훨씬 행복할 사람들도 있겠구나..라고 느꼈음

무슨 말인고 하니, 일단 이민 비자를 받을 만큼 최소한의 재정과 직업적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는 상태라면,
생각보다 나라에서 돌아오는 혜택이 많다는 거.
임신, 출산, 육아를 하는데 있어서 돈을 안 들이고자하면 거의 공짜라는 거.

사설병원말고 공립 의료 기관으로 가면 입원비 안내고 그냥 애 낳고 의사들이 건강상태 체크해주고
애기 낳은 첫 날부터 각종 필수품(기저귀, 각종 애기 옷 살 수 있는 바우처 등등) 들은 선물 주머니가 일인당 하나씩 필수로 지급되거든.
그리고 매달 육아보조비가 나왕.
정확한 액수는 모르는데 10대 미혼모 애들이 그 보조비 노리고 애 둘셋씩 낳아놓고
쪼리에 핫팬츠 입고 껌 씹으면서 유모차 끌고 돌아다니는게 또 흔한 영국 풍경 중 하나임.

그리고 전체적인 삶의 속도가 확실히 한국보다 훨씬 느림.
이건 때때로 여유롭기도 하고 때때로 답답하기도 한데 살다보면 이런 여유로움이 사실 진짜 선진국이 가지는 저력이라고 느껴지게 됨.
아무리 일이 살인적이라 해도, 심지어 억대 연봉 받는 IB뱅커라도 웬만하면 퇴근시간 심각하게 오버되는 일 잘 없어.
야근하더라도 금요일 밤, 주말은 정말 풀로 쉬고 놀러나가는게 매우 지극히 당연한 정서이고,
그러다보니 거리마다 동네마다 주말 마켓 자주 서고,
아이들이 아빠와 엄마와 함께 다같이 산책 나가는게 보편적으로 매우 쉽게 일어나.

삶을 누리면서 산다는 느낌을 모두 인식하고 산다는 인상을 받고, 거기다 영국은 문화예술의 선두주자이니 문화적 혜택이야 두말할 필요없고.
바비칸센터, 빅토리아앨버트뮤지엄, 로얄알버트홀, 사우스뱅크센터, 세익스피어극장, 테이트 갤러리, 기타 등등등등
숨쉬는것처럼 자연스럽게 문화를 향유하면서 살아갈수 있어.


그런데 이런 삶의 전제 조건은 일단 본인의 위치가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과 교양을 갖춘, 전문성을 가진 직업을 가지고 가정을 꾸렸을 때
큰 문제없이 생활 할 수 있는 어떤 중산층 이상?..의 사람이 이민가서 살 때인 거.
석박사, 포닥 이상까지 공부하거나 전문직종으로 직업 얻어서 살거나, 부자이고 상류층인 영국인 배우자를 만나거나..
하면 진짜 삶의 질이 우리나라의 그것보다 수십배 이상 올라가더라.

비슷한 능력이랑 조건들로 훨씬 삶을 즐기면서 살수 있거든.
실제로 인도계 영국 이민자 2,3세들이 의대나 공대쪽으로 많이 가서 전문직 자리를 휩쓸고 있는데,
이게 역설적으로 영국 현지 브리티쉬들이 나라에서 주는 혜택 받으면 그냥 평생 굶어죽진 않고 사니까..
일종의 지나치게 열심히 살 필요가 없는데서 오는 공백을 인도계 애들이 많이 가져간 거래.

하지만 근본적으로 영국은 미국이나 호주같은 이민국가가 아니고, 역사적 정체성이 매우 강해서 다른 문화에 근본적으로는 배타적이고,
어쨌든 미국과 더불어 대처리즘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를 한때 강력히 밀어붙인 나라인만큼 일정 마지노선 아래로 추락하면 살아가기가 진짜..빡빡해짐.
그리고 그런 밑바닥에는 이미 중동계 및 동유럽 이미자들이 몇 안되는 파이를 가지고 피 터지게 경쟁하고 있고...

진지하게 영국으로 이민을 고려한다면 최소한 회계 분야(숫자 다루는 직업도 아시안들을 선호함. 꼼꼼하고 똑똑하다고..물론 잔돈 계산하는 마트 캐셔말고 정규직을 의미),
선생님..같은 전문성이 보장되는 직업을 우선 염두에 두고 갈 때 가더라도 정착 자금 정도를 충분히 모아두는게 좋아.

살다보면 어느 나라나 똑같고 외국인으로서 사는 고충 서럽고 힘들지만..
우리나라는 그냥 보편적으로 봤을 때도 삶의 양상이 많이 터프하고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현명하게 잘 계획을 세운다면 이민 가서도 후회없이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어디까지나 내가 한 얘기들은 내가 직접 겪고 보고 들은 경험이니 또 다른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어딜가나 동전의 양면같은 장단점은 다 있어.
다만 원하는 게 좀 더 여유롭고 느린 삶이라면 영국이 하나의 대안의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요즘 전세계가 불황인지라 이민가기도 쉽지 않은것 알고 있을테고....
내가 미국에 시민권자로써 살고 있다보니 미국에 이민온 사람들이라던지 호주, 영국으로 이민가거나 취업비자로 길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아는데,

전반적인 인상은 이거임

한국에서 어느정도 실력있고 성실해서 좋은 직장 다니며 열심히 살고 있던 사람들이라면,
어느 나라를 가든 본인의 실력을 100프로 이상 인정받고 한국보다 더 여유있게 살아간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내가 말하는 실력은 조금 허들이 높은, 전문성을 가진 직업적 능력을 말하는거니까..일단은 무얼하든 열심히 사는게 좋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