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을 무조건 가해자 혹은 침략자로 보는 시각이 언제부터 보편화 된지는 모르겠지만 유럽은 역사적으로 오히려 자주 침략을 당해온 대륙이지 침략을 해온 대륙이 아니다.

근 대 이전까지만 해도 유럽인들은 이슬람 강대국들과 훈족, 몽골 등 중앙아시아 유목민족 들한테 수도 없이 침략을 당하고 문명이 파괴되는 비극을 겪었던 불쌍한 민족이었고 심지어 20세기 직전까지 유럽은 오스만제국의 팽창을 저지하느라 엄청난 애를 먹었다.

한때는 아프리카 무어인들도 남유럽 스페인을 침략하고 큰 피해를 끼쳤을 정도인데 인류역사 내내 유럽이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를 괴롭히는 구도였다고 생각하는 놈들은 심각하게 왜곡된 역사관을 보유하고 있는것이다.

웃긴건 무슬림이나 동양인들에게 위와 같은 역사적 사례를 언급하면 자신들이 과거에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 부끄러워하기는 커녕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니 잠깐, 자기들이 유럽을 침략하여 학살을 저질른것은 자랑스러운 정복의 역사고 유럽이 똑같은 짓을 하면 윤리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수치스러운 역사인가??

유럽의 제국주의는 욕하면서 왜 몽골 징기스칸이 중동이나 동유럽에서 저지른 대량학살이나 오스만제국의 아르메니아인 집단 학살을 비난하지 않는건가?

이런 어이없는 이중잣대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 사람들이 이해 못하는 부분이 소위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략하고 정복하는 행위가 도덕적으로 나쁘다는 여론이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게 된건 지극히 최근의 일이라는것이다. UN 같은 국제기구가 설립되고 명분이 없는 무력사용을 금지하는 국제연합헌장 조약에 주요국들이 서명을 한것은 세계 2차대전이 종식된 이후 20세기 중반의 일이다. 국제사회가 그런 ‘합의’를 맺은지 겨우 70여년 밖에 안됐다는 것이다.

그 이전까지는 소위 국제법이란 개념도 없었으며 보편적 인권이란 개념도 존재하지 않았고 한마디로 ‘약육강식’ 이 국가들간의 관계를 정의하는 지배적인 원칙이었다. (참고로 국제법이나 인권이 유럽 계몽주의 시대 산물이라는것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 유럽 지식인들이 아니었으면 저런 개념들이 세계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지도 못했을것이란 말이다. 노예제도만 해도 고대시대부터 전세계적으로 존재했던 악습이지만 이 노예제에 영원히 종지부를 찍은것이 바로 유럽인들이고 여기엔 ‘인권’ 이란 계몽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개념이 큰 역할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침략을 당한 나라들도 무슨 고귀한 윤리적인 가치에 입각해서 가만히 있었던게 아니라 단순히 힘이 없어서 당한거 뿐이다.

기 회만 됐으면, 피해국이 가해국이 될수도 있고 가해국이 피해국이 될수도 있었을거란 말이다. 유럽이 착해서 몽골이나 이슬람한테 침략을 당한게 아니고 중국과 한국이 착해서 일본한테 침략을 당한게 아니란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점을 인정하는데 있어 큰 어려움을 겪는듯 하다.


단적인 예로, 최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저질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 학살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수천년에 걸쳐 탄압 당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고 나치 독일 정권하에서 벌어진 인종혐오 범죄와 집단학살의 피해자였던 유태인들이 저럴수 있느냐고 경악을 하지만 내눈엔 전혀 이상할것이 없다.

유태인들이 역사적으로 그런 수모를 당한 이유는 그들이 도덕적으로 우월해서가 아니라 유럽내 세력대결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유태인들이 힘과 권력을 가지게 되는순간 나치처럼 행동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는것이고 우리는 현재 그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는것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지나치게 냉소적인 세계관이라 할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냉소를 위한 냉소가 아니다. 최대한 현실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하다보니 도달하게 되는 깨달음인 것이다.


결론은 이것이다.

과거엔 현재와 전혀 다른 논리에 기반하여 국가들간 관계가 정의되고 맺어졌다. 그것은 피도 눈물도 없은 약육강식, 적자생존 원칙이었다.

이는 단순히 한 국가, 민족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닌 만국공통, 인류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사상이었다.

작 게는 부족단위에서 크게는 국가와 민족단위까지, 강자가 약자를 정복하고 그들이 살던 영토를 빼앗고 지배자 집단이 피지배자 집단을 몰아내거나 흡수하던것이 바로 인류역사 그 자체다. (중국이 처음부터 그런 광활한 영토를 보유했을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왕조가 바뀌면서 중국의 영토는 2배 이상 확장되었고 그런 과정에서 수도 없는 유목민족들이 학살 당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중국은 미국의 건국과정에 대해서 딴지 걸 자격이 전혀 없는 것이다.)

물론 21세기 현재, 대부분 국가들이 적어도 겉으로는 저런 노골적인 침략행위를 비난하고 도덕적으로 용납하지 않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자 인류가 진보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하지만 과거 사람들의 행동을 현 인류의 도덕적인 감성에 맞추어 재단하고 비판하는것은 합리적인 행위가 아니다.

수백년전에 벌어진 역사적 사건들은 당시 시대상황과 문맥에 따라 해석하고 평가해야 옮은 관점으로 현재를 바라볼 수가 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