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처럼 일단 올려놓고 차근차근 수정 하는 부분들 있을 수 있음,
원래 이번 편 부터 성애묘사 들어가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길어져서 다음 편으로 미뤄지게 됐다.
재밌게 봐줘서 고마워. 사랑한다 에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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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슨은 밴에서 내려 기지개를 폈다.
- 여기가 맞아?
- 재단에서 준 지도에 따르면 여기가 맞아요. 음… 실제로도 그렇게 보이네요. 산불로 인해 산림이 파괴되었다고 하지만...
메디슨은 턱 밑을 쓰다듬으며 쓴 웃음을 지었다. 눈 앞에 있는 것은 분명 검은 숲이었다. 하지만 화재로 인해 잿더미가 된 것이 아닌, 무언가에 오염되어 검게 변해 있었다. 마치 지하실 벽면에 퍼진 검은곰팡이 같았다.
- 아무래도 평범한 산불은 아닌가보네~ 그치 테디?
에즈라가 호흡기를 끼었다. 투명한 호흡기 안에서 에즈라의 붉은 입술이 더욱 반짝였다.
-밴에 들어가 계세요. 균류들은 포자로 생식하니까 들이마시면 위험해요.
-지금까지 하루 종일 차에서 운전만 하고 왔는데 또 차 안으로 들어가라고? 사양하겠어 시어도어 박사님~
메디슨이 차 문을 거칠게 닫았다.
-그리고 뭐 여차하면 에즈라가 처치해주겠지~ 균사체가 내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직접 보는 것도 재밌지 않겠어? 내 신체는 이미 임상실험에 익숙하니까~
틀린말은 아니었다. 한 명은 라플라스 연구소의 최고의 의학자이고, 다른 한 명은 균류 연구의 일인자. 아마 무슨 일이 벌어져도 대처 할 수 있을 터였다.
에즈라가 한숨을 쉬었다. 호흡기 안에 에즈라의 뜨거운 숨결이 퍼져 물방울로 맺혔다.
-그럼 정정할게요. 메디슨 씨가 아니라 샘플들이 오염 될 까봐 그래요.
-매정하구만.
메디슨은 싱글싱글 웃으며 주머니에서 구겨진 수술 마스크를 꺼내 썼다.
***
- 나무들도 모두 잎이 없고 줄기만 있을 뿐이네~
메디슨을 팔짱을 끼고 주변을 심드렁히 둘러다보았다.
- 하지만 주변엔 나무들 뿐 버섯은 보이지 않는데..?
- 어떤 버섯들은 매우 작아서 눈에 띄지 않는 걸수도 있어요.
에즈라는 허리를 숙여 혹시나 나무 밑둥에 있을 버섯을 찾았다. 메디슨이 튀어나온 에즈라의 엉덩이를 때리자 찰싹 소리가 숲에 펴졌다.
- 아팟…! 무슨 짓이에요 닥터 메디슨포켓!
- 아니 찰져보여서 무심코…
- 현장 조사를 방해 할 거라면 당장 돌아가줘요!
에즈라가 무서운 눈빛으로 메디슨을 쏘아보았다. 하지만 눈가에 맺힌 눈물방울. 엉덩이를 쓰다듬는 에즈라의 행동이 너무나 귀여웠다. 메디슨은 마스크 아래로 피어오르는 미소를 숨겼다.
- 미안미안. 이제 나도 열심히 찾을게. 한 번만 봐줘.
- 정말이지... 당신 같은 사람이 어떻게 재단 최고의 의학자인지 모르겠어요.
- 나도 너같은 꼬마애가 어떻게 지구상 최고의 버섯학자인지 모르겠어.
그냥 엉덩이를 맞고 아파하는 꼬마애 일 뿐인데. 괜찮을까. 싱글싱글 웃는 메디슨의 표정 아래에 작은 불신이 싹텄다.
***
- 하아~
땀으로 젖은 두 사람이 바닥에 걸터 앉았다. 몇 시간을 걸쳐 폭풍우와 관련 될 만한 버섯을 찾고자 했지만 단 하나의 샘플도 찾지 못했다.
- 아무리 찾아봐도 특이한 버섯은 없고... 주변엔 죽은 나무 뿐…
- 이대로 빈 손으로 돌아가면 Z랑 콘스탄틴이 뭐라고 할 까 궁금하네~
- X씨도 엄청 놀리겠죠...
- '처음부터 버틴을 보냈어야 했나...' 할 지도 모르지.
- 버틴 씨를 본 적이 있으세요?
버틴. 재단 내에서 유일하게 독립적인 팀을 가지고 있는 타임키퍼. 휘하에 있는 팀원들 또한 자세한 사안은 기밀이지만, 한 때 재단을 상대로 전쟁까지도 벌였을 정도의 실력자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있다면 얼마나 영광일까.
- 가끔 탕약사탕을 받으러 와. 나도 가끔 파견해서 함께하기도 하고.
- 어떤 사람이에요? 현장에선 어때요? 좋아하는 버섯이 있대요?
에즈라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 버틴이 어떤 사람이나고...?
메디슨이 턱에 손을 괸 채 에즈라를 한동안 길게 바라보았다.
- 왜...왜요?
- 음~ 아니다. 넌 남자라서 괜찮겠지... 아마도...
에즈라는 메디슨의 말 뜻을 '아직은' 이해 할 수 없었다.
- 돌아가자 테디. 이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보고가 늦게 돼. 그러면 우리 둘 다 징계감이고. 아무것도 찾지 못해 유감이네.
- 하지만...
에즈라가 고개를 푹 숙였다. 분명 아무런 버섯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본능 어딘가에서, 버섯이 있다고 속삭이고 있었다.
그런데 왜 찾지 못하는 걸까?
이 숲에는 오직 식물의 잔해와 가지가 없는 거대한 나무들 뿐.
- …
순간 에즈라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에즈라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주변의 나무들을 올려다보았다.
- 설마...
- 왜 그래 테디?
에즈라의 목소리가 공포로 인해 떨리는 것을 들은 메디슨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주사기총에 손을 뻗었다.
-프로토...텍사이트...?
프로토텍사이트. 약 4억년 전 고생대 데본기에 번성했던 거대한 곰팡이. 최대 8미터까지 성장하는 버섯. 아직 많은 것들이 수수께끼인 균류. 4억년 전의 고대 거대 버섯이. 에즈라에 눈 앞에 있었다. 아니, 숲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모든 곳에 있었다. 단지 그것이 '버섯'인지 몰랐을 뿐.
순간, 에즈라의 옆에서 메디슨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방금까지만 해도 송곳니를 반짝거리며 싱글거리던 모습은 사라지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메디슨 씨! 왜 그래요?
-모… 모르겠어... 몸이...
메디슨은 소매를 올렸다. 그의 팔에 무언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에즈라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균사임을. 그리고 메디슨의 몸을 잠식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프로토텍사이트의 포자가 몸을 잠식하고 있어요!
에즈라는 현재 지구상에 있는 모든 곰팡이와 버섯에 대해 처치 할 수 있다. 그러니까 '현재'라면 말이다. 4억년 전, 육상 척추동물이 등장 하기도 전의 곰팡이에 대해선 알 수 없었다.
메디슨도 마찬가지였다. 포유류는 커녕, 최초의 육상척추동물이 등장하기도 전의 생물에 대해 어떻게 처치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둘은 눈 앞의 풍경을 이해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이해하든 말든, 포자는 메디슨의 몸을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었다.
-긴급 구호팀을 부를게요!
-호주의 황무지 속에 처박혀있는 밀림 한 가운데에서? 내년 추수감사절에나 도착하겠네.
-그, 그럼 닥터 투스페어리나 X씨에게 연락 해 볼게요. 혹시…
통신기를 잡고 있는 에즈라의 손이 떨렸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누가 도와 줄 수 있을까. 어떻게하면 좋지? 사람이 눈앞에서 4억년 전의 버섯에게 잠식 당하고 있어. 어쩌면 좋지? 에즈라의 눈가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순간 메디슨이 떨리는 팔을 뻗어 에즈라의 멱살을 붙잡았다.
-네가 못 하면 누구도 못해 에즈라 시어도어!
에즈라의 눈이 번쩍 떠졌다. 눈물에 흐려져 있던 시야가 순간 밝아졌다. 에즈라 시어도어. 현재 이 행성에 있는 최고의 버섯학자.
그리고 내 눈앞에는 버섯이 있다. 에즈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즉시 자신의 연구기구와 포터블 테라리움을 내려놓고 메디슨의 벨트에서 메스를 집어들었다.
-잠시 실례 좀 할게요.
-아아 뇌 조각을 뜯어가도 돼.
아직 농담이 나온다는 건 의식은 멀쩡하다는 거니까 다행이네. 에즈라는 숨을 몰아쉬고 버섯이 퍼지고 있는 메디슨의 피부를 조금 도려내었다.
여긴 실험실이 아니다. 오토클레이브에서 멸균처리한 깨끗한 도구를 쓰는 것도, 원심분기리에서 추출한 제대로 된 샘플을 쓰는 것도 불가능하다. 밤을 새며 데이터를 대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에즈라가 어릴 적 처음 버섯을 발견하고 그것에 흥미를 가졌을 때, 그것을 맨 손으로 뽑아내어 흙을 털어내고 눈을 반짝이며 관찰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분석에 방해가 되어, 소중하게 쥐고 있던 재단의 현장조사원 목걸이를 거칠게 뜯어 멀리 던져버렸다. 샬레에 샘플을 옮기자마자 에즈라는 능숙하게 분석을 시작했다.
-완전 딴 사람이네...
메디슨이 신음을 짓누르며 에즈라를 바라보았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더 이상 테디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어리숙하고 앳된 작은 소년이 아니었다. 시어도어 박사의 눈과 손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연구기구를 조작했다.
-대조군이 필요해.
에즈라는 메스로 자신의 팔뚝살을 빠르게 도려내고 샬레에 올려놓았다. 엉덩이를 맞아 눈물을 글썽이던 아이는 지금 이 숲에 없었다.
이 꼬맹이... 점점 마음에 드네.. 살아남는다면 저녁에... 버섯.. 메디슨의 머릿속이 점점 흐릿해져 갔다. 상상 속 에즈라의 머리에 거대한 버섯이 퐁- 하고 솟아올랐다.
( 이어서 계속 )
참고로 이게 프로토택사이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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