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말하자면 여성징병제 찬성하는 사람들도 여성징병제가 실제로 이뤄질 거라고 진지하게 믿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걸 듣고 "뭐야? 실현 안 될 거라 생각하면서 왜 계속 그런 주장을 하는 거임? 앞뒤가 안 맞는 거 아님?"이라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사실 그 말이 정답이다
애초에 여성징병제 논쟁 자체가 논리가 결여된 소모성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럼 대체 왜 다들 실현도 안 될 정책을 두고 싸움질을 하는 것일까?
심지어 그 정책을 옹호하는 세력조차도 정책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는데도 말이다
그 본질적인 이유는 바로 내면에 쌓인 분노와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이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여성징병제 논쟁은 병력 수가 줄어드는 현실 때문에 논의되는 진지한 담론이 아니었던 것인가?
맞다
애초에 이 논쟁 자체가 진지한 담론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에게 불행이 닥쳤을 때 그것에 대처하는 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 여러 사람들 중에서 자신의 불행을 누군가 특정한 세력 때문이라고 여기고 그들을 공격대상으로 삼는 부류가 있다
그런 부류가 모여 발생한 것이 바로 현재 한국사회를 괴롭히는 남녀갈등이다
남녀갈등의 본질은 청년들이 불만해소를 위해 가상의 적을 만들고 그 적을 향해 분노를 퍼붓는 것이다
남성을 혐오하는 여성들은 여성의 인권이 낮은 것이 한국남자들이 여성을 차별하고 이용해먹으려고만 해서 그렇다고 주장한다
여성을 혐오하는 남성들은 남성이 불이익을 받는 이유가 한국여자들이 남자를 이용해먹으며 꿀만 빨려 하기 때문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저런 주장을 대놓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남녀가 사이좋게 지내거나 자신의 인생에만 신경쓰느라 타인에게 무관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터넷에서 그렇게 박터지게 싸우던 수많은 남녀는 현실에선 그 수가 굉장히 줄어들어있다
그 많던 남녀갈등의 당사자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이들은 현실에선 정작 자신들의 사상을 제대로 설파하지 못하고 주변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산다
그럼 이들은 왜 스스로도 자신 없어하는 주장을 인터넷에서 그렇게 해대는 걸까?
이들의 혐오 섞인 주장 뒤에는 사회에서 느낀 박탈감과 분노가 도사리고 있다
입시경쟁, 취업경쟁, 연애시장에서 도태되고, 직장에서 갑질당하고,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등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을 누리지 못했단 좌절감이 존재한다
이미 자존감이 박살날 대로 박살나서 체제에 저항할 의지조차 잃어버린 혹은 사회구조의 문제점을 눈치채지 못한 그들은 더 손쉽게 화풀이할 수 있는 눈앞의 대상을 찾는다
이 대상이 특정 인종이 되면 kkk 같은 백인우월주의자가 되고, 특정 종교가 되면 이슬람 사원 테러리스트 같은 사람이 된다
그리고 한국에선 그 대상이 타 성별이 되었고, 그 결과 남녀갈등이 발생했다
그래서 한국의 남녀갈등은 서로가 속에 쌓인 불만과 분노를 퍼부을 대상이 필요할 뿐인 소모성 싸움에 불과하다
그 결과, 타 성별을 혐오하는 양측의 논리는 현실성도 결여돼 있고, 무엇보다도 그 당사자들조차 자신들이 내세우는 표면적인 주장을 진지하게 믿지 않는다
애초에 화풀이 용도로 오락성 투기장을 여는 것이기 때문에 철학자들의 토론처럼 진지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
그런 맥락에서 여성징병제 논쟁도 마찬가지로 소모성 화풀이용 투기장에 불과하다
인터넷의 여성징병제 찬성자들은 군 문제 얘기만 나오면 여성징병제는 왜 안 하냐고 화를 낸다
하지만 한편으론 한국이 여성만 편애해서 절대 여성징병제를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냉소적인 주장도 같이 한다
굉장히 모순적이지 않은가?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인터넷에선 그렇게 많던 여성징병제 찬성자들이 컴퓨터를 끄고 현실로 나가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있는 그 수많은 인원이면 현실에서 여성징병제 관련 시위라도 대규모로 벌일 수 있을 법한데 그런 일은 여태 없었다
인터넷에선 그렇게 강력하고 필사적으로 주장했던 여성징병제를 왜 그들은 현실에서도 당당하게 외치지 못하는 걸까?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보면 여성징병제 담론은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단 걸 알 수 있다
정말로 국방이 걱정돼서 진지하게 논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분노를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샌드백이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계속 여성징병제를 주장하는 이유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속에 쌓인 분노를 마음놓고 표출할 샌드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여성징병제가 현실성이 있고없고는 그들에게 상관없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분노의 주먹을 마음껏 갈길 수 있는 적이 필요한 것뿐이다
그리고 이 분노에 찬 남자와 그 반대편에 서 있는 분노에 찬 여자들을 권력층은 굉장히 유용하게 이용해먹는다
그들이 서로를 적으로 여기고 자신들끼리 싸워대야 그들의 분노의 화살이 권력층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력층은 언론을 사주해서 뉴스를 통해 끊임없이 남녀갈등의 소재를 제공하고 있다
남녀갈등의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세상의 진실을 알고 있는 깨어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권력층에게 이용당하는 꼭두각시 행세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남녀갈등의 당사자들이 현실을 못 본다고 비판하기만 해선 아무 해결이 나지 않는다
현재 한국청년들이 겪고 있는 수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남녀갈등도 사그라든다
이 문제들이 해결되려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고 사회차원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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