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흑금사 로브를 입은 선불자의 심장이 철렁했다. 선불자는 언제나처럼 미쳐가는 솔라를 살리기 위해 서른의 인간성을 가지고 거미굴에 들어왔다. 여기는 악취를 풍기는 썩은 알집과 눈 먼 벙어리인 혼돈의 딸밖에 없어야 할 터였다. 벙어리인 혼돈의 딸.


 "왜 그래?"


 선불자는 보았다. 역겨운 거미 머리 위로 솟아오른 아름다운 여성의 상체를. 그 벙어리의 작은 입에서 열심히 굴러다니는 혓바닥을. 그 가녀리고 애처로운 미성은 선불자의 썩은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문뜩 이상한 인형을 가지러 수용소로 갔을 때 주운 반지 하나가 떠올랐다. 저도 모르게 손가락에 집어넣은 그 반지를 말이다.


 "난 괜찮아. 많이 아프진 않아."


 순간 그의 몸에서 인간성 하나가 분출되었다. 뒤에서 알을 짊어진 썩은 자가 무어라 소리쳤다. 선불자는 쿠라그의 마검으로 그를 태워죽였다.


 "언니?"


 거미 위의 여체가 선불자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순백의 머리칼이 휘날리며 그 속에 감추어둔 매끈매끈한 돌이 드러났다. 선불자는 그의 인간성으로 끈적하게 더럽혀진 흑금사 로브를 벗어던졌다. 부러진 직검같던 그의 인간 조각상이 곧 그레이트 클럽만큼 거대해졌다. 아픈 거미의 몸이 위축됐다. 선불자는 거미 머리를 짓밟고 올라가 양손으로 봉긋하게 솟아오른 두 봉우리를 잡곤 그의 그레이트 클럽을 계곡에 집어넣었다. 


팥, 팥, 팥, 팥, 팥.


 "언니, 왜 그래?"


 선불자의 둔기만큼이나 커다란 그의 탈리스만이 그녀의 배꼽을 때리며 야릇한 파열음이 울렸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꽉 잡은 두 손이 봉우리를 떼놓을 것처럼 격렬하게 쥐어뜯었다. 그러나 고통을 달고 사는 혼돈의 딸에게 가슴을 쥐어뜯기는 정도는 큰 아픔이 아니었다. 다만 그녀는 쿠라그의 화염과는 다른 뜨끈하고 축축한 촉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 속에 오랜 시간 잊혀졌던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 그녀는 당황한 나머지 뒷걸음을 치려 했지만 오랜 세월 병자의 마을에서 알머리 병자들의 질병을 빨아들이던 거미의 몸은 이미 사력을 다한 지 오래였다. 선불자의 카라미트는 깊숙한 계곡 사이를 쉬지 않고 왕복했다. 그녀는 입을 막았지만.


 "읍... 흐으... 아, 하아, 하아, 아..."


 참으려 했던 신음이 새어나왔다. 선불자의 공격속도가 빨라졌다.


팥, 팥, 팥, 팥, 팥, 팥, 팥, 팥, 팥, 팥. 푸슉.


 선불자의 허리가 꺾일 듯 휘었다. 탈리스만으로부터 나온 인간성이 혼돈의 딸을 향해 뿜어져 나왔다. 생명력을 최대로 찍어서 그런지 그의 인간성은 십초 동안 멈추지 않고 쏟아졌다. 달아오르는 열기와 함께 쉰 냄새가 진동했다. 인간성을 뒤집어 쓴 혼돈의 딸은 무의식적으로 입 안으로 들어온 무언가를 삼켰다. 순간 그녀는 아팠던 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을 쿠라그가 병을 낫게 하기 위한 약을 주고 있는 것이라 이해했다.


 "언니, 난 괜찮아. 아프지 않아."


 선불자의 대룡아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는 생각했다. 스물 여덟 번. 자신에게 남은 인간성의 개수다. 이미 문을 열기엔 부족했다. 만약 이 인간성을 모두 그의 앞에 있는 욕망에 분출한다면 저 밖에 있는 알을 짊어진 망자처럼 본인도 썩어버릴 것이었다. 그러나 눈 앞에 있는 이 거대한 상자가 미믹일지라도, 그는 이 상자를 열기로 결정했다. 거미 머리를 짓밟고 그녀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마른 목소리와 반대로 그 입술은 생기가 넘쳤다. 비단뱀의 가죽보다 반짝였고 프리실라의 꼬리보다 부드러워 보였다. 빳빳해져가는 그의 조각상이 이제 시작임을 보여주었다.


 선불자는 칠색석처럼 빛나는 그 작은 입술에 손을 쑤셔넣어 억지로 쫙 벌렸다. 거미줄처럼 끈끈한 타액이 상자 안을 요염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아랫도리에 있어야할 화방녀의 색기가 이곳에 있었다. 선불자는 강공격으로 화방녀의 혼이 들어있을 장소에 긴 장대를 쑤셔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