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레이스, 이쯤에서 쉬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산 제물의 길을 걷던 두 사람, 앙리와 호레이스는
식인 괴물이자 장작의 왕인, 신을 먹는 자, 엘드리치의 손아귀에서 탈출한 두 아이였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들과 함께였던, 그러나 지금은 엘드리치에 의해 사라져 버린 아이들을 위해서,
엘드리치를 쓰러트리겠다는 일념으로 그를 찾고 있었다.

호레이스는 심한 망자화로 말을 할 수 없는 처지였지만,
쉬고 가자는 앙리의 제안에 낮은 으르렁 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잠시 동안만 산 제물의 길 중간에서 쉬고 가기로 했다.

무너진 건물 더미 위에서 몸을 기대고 있던 앙리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아! 저기 우리 말고도 다른 사람이 있네요!"
낯선 사람을 반기는 앙리와는 다르게 호레이스는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르르르릉...."
호레이스는 그를 경계하며 작은 소리를 나지막히 내고 있었다.


계단을 따라 내려온 것은 한 남자였다.
어깨에 대검을 메고, 중갑을 입은 억세 보이는 기사이기도 했다.
"아아, 당신은,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아스토라의 앙리. 아마도 당신과 마찬가지인 불 꺼진 재랍니다."
앙리는 그를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제 옆의 남자는 호레이스. 함께 여행 중인 제 친구입니다."
곧바로 이어서 호레이스에 대해 소개했다.
기사는 호레이스를 잠시 동안 쳐다봤다.
"당신도 장작의 왕을 찾고 계신 거겠죠? 이곳은 산 제물의 길 중간, 여기를 내려가면 책형의 숲입니다..."
앙리는 기사와 잠시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는 대부분 앙리의 일방적인 말하기였고 남자는 짧은 끄덕임으로 대답했다. 결코 말하는 법이 없었다.
그 순간에도 호레이스는 기사를 경계하고 있었다.

앙리와의 이야기가 끝난 후, 기사는 호레이스 쪽을 향했다.
호레이스는 다만 그르릉거리는 소리를 낼 뿐이었다.
그것이 그가 침묵의 기사라 불리는 이유였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기사는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아, 그리고 제 친구 말입니다만... 호레이스는 굉장히 말이 없는 사내랍니다."
"그러니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그는 정의롭고 상냥한 사람. 사명을 함께하기에 부족함 없는 기사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형인의 옷을 입은 호레이스를 좋게 보는 일이 없었다.

사내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호레이스는 그에게 청의 수호자의 서약을 내밀었다.
침입당한 다른 사람들을 돕는 계약, 청의 수호자의 계약을 기꺼이 받는다면
기사 또한 로자리아의 손가락들 같은 사람과는 다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호레이스를 바라보고 있던 기사는 호레이스의 손 위에 놓인 계약의 작은 증표를 받아들었다.
호레이스는 잠깐이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앙리와 호레이스는 깊은 곳의 성당에서 기사와 만났다.
백령으로써 소환된 그들은 기사와 함께 엘드리치를 섬기는 깊은 곳의 주교들을 쓰러트렸다.
지역 최후의 전투를 마친 기사는 어떤 감흥도 없어 보였다.
앙리는 그들의 세계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기사에게 물어보았다.
"저기, 이렇게 함께 싸운 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름이 무엇인가요?"
기사는 앙리 쪽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앙리는 기사의 이름을 끝까지 알 수 없었다.



앙리와 호레이스는 불 꺼진 재들의 집인 불의 계승의 제사장으로 돌아왔다.
시녀에게서 이것 저것 물건을 구입한 후, 화방녀와도 대화했다.
언제나 제사장 한 구석에 앉아있는 남자, 호크우드는 여전했다.
그렇게 제사장에서 머무르고 있던 둘은 화톳불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짐을 보았다.
다른 사람이 화톳불을 통해 전송해 오는 것이었다.
호레이스는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화톳불 전송을 통해 제사장으로 들어온 사람은 다름이 아닌 기사였다.
"아아, 또 만났네요."
앙리는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이전에 산 제물의 길을 지나는 도중에 만났던 아스토라의 앙리입니다. 당신도 무사해 보이시니 다행이네요..."
앙리는 기사와 다시 만나 반가운 듯 했다.
망자화가 더 심해지고 있는 호레이스는 침묵했다.
그리고 기사로부터 전해져 오는, 이전보다도 더한 불안감 때문인지, 기사의 장비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평범한 기사의 장비들, 그리고 왼손에 들린 작은 방패... 여기 까지 호레이스는 별 다른 특이점은 찾지 못 했다.
그리고 오른손에 들린 대검으로 눈을 옮겼다. 이전과는 다른, 좀 더 새로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전에는 분명히 클레이모어를 들고 있었다. 호레이스는 기억했다.
그러나 지금 들고 있는 그 대검은, 가죽으로 보강된 크로스가드를 지닌 삼각형 모양의 날을 가지고 있었다.
망자 사냥꾼의 대검, 그 이름은 호레이스도 잘 알고 있었다.
호레이스는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말이 없던 기사는 앙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할 정도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의 행동에 섬뜩함을 느꼈는지, 앙리는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 했다.
마치 망자처럼... 기사는 앙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투구를 써서 알 수 없지만, 호레이스는 그 안이 훤히 보이는 듯 했다.
마치 꿰뚫는 듯 한 시선이 투구 안에서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공포감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호레이스는 몸이 굳어 그를 경계하기도 어려웠다.

굳어 있던 기사는 한참 만에 몸을 움직였다. 마치 오래된 석상이 움직이는 듯 했다. 기사는 들고 있던 대검을 양손으로 굳세게 잡았다.
그리고, 호레이스는 그의 재빠른 공격에 대처하지 못했다.
어스름의 나라의 검술, 그것은 빠르고 효율적인 공격을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
호레이스는 기사의 검을 맞고 자세가 무너졌다. 빠르게 방패를 들어올렸다. 그러나 작은 그의 방패로는 대검의 억센 공격은 무리였다.
"호레이스!"
앙리는 빠르게 목탄 송진을 바른 검을 기사에게 쑤셔넣었다.
"그만두세요! 이미 망자가 되어 버리셨던 겁니까?"
땅에 쓰러진 기사가 일어나기 전에 호레이스는 기사를 내리치려 했다.
그러나 기사는 재빠르게 피한 뒤 호레이스에게 다시 강력한 연속베기로 압박해 왔다.
호레이스는 견뎌낼 수 없었다. 그는 심한 망자화를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망자 사냥꾼의 대검은 망자들에게 본능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검이다.
호레이스 또한 엄청난 공포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앙리도 마찬가지였다.
앙리의 다리가 덜덜 떨리고 있는 것을 호레이스는 보았다. 기사를 상대하며 자꾸 중심을 잃는 것이었다.
제사장의 화톳불의 빛을 반사하는 그의 검날은, 그들에겐 마치 피로 얼룩진 것 처럼 보였다.
앙리는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어쩌면 휘저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앙리의 공격은 빗나가기만 했다. 그의 몸은 앙리의 공격을 여유롭게 피하고 있었다.
'제발!'
앙리는 마음속으로 빌었다. 대검의 공포로 가득 찬 머릿속에서는 비명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러나 앙리 또한 잘 훈련된 아스토라의 기사였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기억한 검술이 나오고 있었다.
텅!
앙리의 공격이 적중했다. 그러나 기사는 방패로 여유롭게 막아 버렸다. 앙리는 기사를 몰아붙였다.
뒤에서 재정비를 마친 호레이스도 그의 할버드를 들고 달려들고 있었다.
이어지는 앙리의 공격에 기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호레이스는 이길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림도 없이, 기사의 방패는 빠르게 앙리의 검을 걷어냈다.
"크헉!"
앙리는 자세가 무너지며 신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기사의 검은 앙리의 몸을 무참하게 찢어 버렸다.
"끄아악!"
앙리는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주변의 모든 것이 멈춰 버렸다. 호크우드는 싸움의 불똥이 튈까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고,
화방녀는 구석에 숨어 울고 있었다. 시녀 또한 웅크리고 떨고 있었으며, 대장장이는 잠시 외출을 나가 있던 중이었다.
호레이스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기사의 힘과 기량은 압도적이었다. 앙리가 크게 다친 지금, 자신 혼자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
호레이스는 다시 떨기 시작했다. 앙리의 싸움을 보며 얻었던 자신감은 사라져 버렸다. 마음 속에는 절망과 공허함만이 남아 있었다.
'내가 정말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는가?'
호레이스는 무력감을 느꼈다. 오랜 시간 함께하며 보아 왔던 앙리, 그녀는 이미 호레이스의 마음 속에서 소중한 무언가로 자라나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앙리가 낯선 남자의 검에 꿰뚫려 쓰러져 있다. 그리고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호레이스는 자신에 대한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그 분노가 점화선이 되어, 기사를 향해 날아갔다.
"그아앗!"

호레이스는 분노가 담긴 소리를 내며 기사에게 달려들었다.

기사 또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호레이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의 몸에 앙리의 피로 얼룩진 검이 들어오는 것을 상상했다.

그러나 기사는 호레이스를 공격하지 않았다.
기사는 다시 방패를 들었다.

그리고, 기사의 왼팔이 힘있게 움직였다.
호레이스의 할버드와 기사의 방패가 부딪혔다.
단단한 나무의 소리와 철의 깨지는 듯한 소리가 제사장에 울려퍼졌다.
호레이스의 할버드가 공중을 날았다.

그리고 드디어, 호레이스의 예상이 적중했다.

호레이스는 의식을 잃었다.



호레이스는 눈을 떴다.
그러나 움직일 수 없었다.
상처가 깊었다. 또 피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몸에 커다란 상처가 생겼다. 호레이스가 불사자가 아니었다면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호레이스는 절규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그만해! 그만하란 말이야! 제발!"
기사가 그의 대검을 들이대며 앙리를 위협하고 있었다.
앙리는 큰 상처를 입고도 발버둥치고 있었다.
앙리는 계속 뒤로 물러나며 울음 섞인 절규를 내뱉었다.
"제발! 호레이스마저 죽였잖아! 이제 좀 내버려 둬!"
앙리는 구석에 다다랐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
"꺄아아아아아악!"
기사는 검으로 앙리의 어깨와 종아리를 찍었다.
앙리의 힘줄이 끊어지는 소리와 갑옷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상급 기사의 갑옷이지만, 결국 체인 메일일 뿐이었다.
"흐으으으윽...."
앙리는 우는 소리를 냈다.
"호레이스, 아아, 호레이스으으..."
호레이스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호레이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망자화가 되어 말라비틀어진 몸이지만, 감정까지 메말라버리진 않은 것이다.
호레이스는 어떻게든지 움직이려 애썼다.
그렇지만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 또한 앙리처럼 힘줄이 끊긴 것이다.
불사자이기 때문에 다시 재생되긴 하겠지마는, 호레이스는 평생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 것 같은 감정을 느꼈다.
기사는 앙리의 갑옷의 부서진 틈으로 손을 비집어 넣어, 앙리의 갑옷을 벗겨냈다.
호레이스는 이전에 만난 패치라는 자를 떠올렸다.
결국 그도 같은 사람이겠거니 생각했다.
제사장이라는 모두가 보고 있는 곳에서 그런다는 사실은 생각 못했다.
그러나 호레이스의 예상과는 달랐다.
기사도 자신의 갑옷을 벗기 시작했던 것이다.

덜그럭 덜그럭... 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고 기사와 앙리 모두 속옷만 입은 상태가 되었다.
역시나, 기사의 몸은 망자화로 말라붙어 있었다.
그러나, 그의 하반신에 어울리지 않는 것, 그것은 그의 또 다른 대검이었다.
앙리는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끅끅대는 소리만을 내며 움직임 없는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그럴 때 마다, 앙리의 몸에 난 큰 구멍에서 붉은 피가 울컥울컥 솟아나오고 있었다.
기사는 그것을 보고 자신의 주머니에서 에스트 병을 꺼냈다.
그리고 앙리에게 강제로 마시게 했다.
앙리는 거부했지만, 화톳불의 부드러운 열기가 본능을 자극했다.
"으그윽...."
앙리의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마치 기적 같았다.

기사는 본격적으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생기 없는 그의 몸에서 유일하게 생기를 띈 물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대검은 아주 길었다. 호레이스는 앙리의 고향에서 쓰이던 대검을 떠올렸다. 아니, 다시 보니 그것은 기사사냥꾼의 그것에도 비견될 만 했다.
호레이스는 마음 깊은 곳에서 남자로서의 열등감을 느꼈다.
그리고 앙리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우는 소리만 내고 있었다.

기사는 다시 자신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작은 돌처럼 생긴 그것은 해주석이었다.
호레이스처럼 앙리도 심한 망자화를 겪고 있었다. 그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것을 앙리의 몸에 하나, 그리고 자신의 몸에 하나 갖다 댔다.
앙리는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부드러운 여성의 피부에 균형 잡히게 약간의 근육이 더해져 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여성적인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몸 한가운데에 솟아오른 두 덩어리는, 카사스의 지하 묘를 굴러다닌다던 거대한 해골 공을 떠올리게 했고,
그리고 그녀의 뒷쪽에는 그것보다 더 크고, 부드러운 것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크르르르...'
호레이스는 자신의 검이 뽑히는 것을 느꼈다.
참으로 부끄러운 자신이었다.
이런 상황에 이렇게 된 자신을 원망했다.
그러나 마음에 담고 있는 여성의 몸을 본 남자라면 누구든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음은 자명했다.

기사는 앙리의 얼굴을 그 억센 손으로 잡았다. 그러나 그 손길은 아주 부드러웠다.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얽혀 난장판이 되어 있는 그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
"흐윽.. 흑.. 흐윽.. 호레이스..."
앙리는 아직도 호레이스를 찾고 있었다.
호레이스는 자신의 검이 더 힘있게 잡히는 것을 느꼈다.
기사는 호레이스를 살짝 바라보았다. 그리고 호레이스에게 다가가 약간의 에스트를 부었다.
호레이스의 몸에 난 구멍이 조금 오그라들었다. 그러나 그의 사지는 아직 움직일 수 없었다.

앙리는 놀란 듯 했다. 푸른 달처럼 빛나는 그 눈동자가 보름달처럼 한껏 커져 있었다.
"대체... 왜...?"
이해하지 못 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기사에게는 표정이라 할 만한 것이 없었다.
기사는 다시 앙리를 움켜쥐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목을, 억세게 움켜쥐었다.
"흐윽!"
앙리는 숨이 살짝 막히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기사는 강제로 앙리에게 키스했다.
"!!!!"
앙리의 두 눈이 다시 커졌다.
앙리는 이전에 키스를 해 본 적이 없었다.
아스토라의 기사단은 엄격한 규율을 자랑했다.
어릴 때 부터 아버지를 따라 기사가 되기로 했던 앙리는, 9살이 되자 머리를 짧게 자르고, 기사단 유년부에 입단했다.
그렇게 10년 동안, 엄격한 기사단에서 힘과 기술을 연마한 앙리는, 여성스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맘 속에서 우러나오는 다정함과 따뜻함은 숨겨질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단의 엄격한 규율 속에서도 그녀에게 다가가는 이는 있었고, 이 중 몇은 앙리와 손을 잡는 정도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기사단의 엄격한 감시는 이들의 사이를 번번히 갈라놓았고, 결국 앙리가 손을 잡는 것 이상의 애정 표현을 한 남자는 아버지 뿐이었던 것이다.
앙리는 마음이 아팠다. 사실 앙리 또한 호레이스를 마음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앙리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으읍..으으읍..."
앙리는 기사의 혀를 거부했다. 그러나 과다 출혈로 기력을 잃은 몸으로는 어려운 일이었다.
기사는 앙리의 입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바로 앙리의 몸으로 손을 뻗었다.
"꺄악!"
앙리의 몸을 기사의 손은 이리 저리 희롱했다.
앙리의 연한 분홍색의 끝을 부드럽게 괴롭히거나, 앙리의 사타구니나 겨드랑이를 부드럽게 탐닉했다.
"흐으윽..."
앙리는 울면서도 몸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그리고 이것은 너무나도 창피했다.
기사는 자신의 손에 어디서 가져온지 모를 부드러운 밀랍을 발랐다.
그리고 이것을 앙리의 몸 이곳저곳에 바르기 시작했다.
"끄으윽..."
앙리는 필사적으로 부끄러움을 참았다. 그리고 자신의 몸의 반응을 거부했다. 그러나 그녀의 본질, 그녀의 다크 소울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앙리는 젖었다. 온 몸이 미끈미끈해졌지만, 한 부분은 예외였다.
이를 보며 호레이스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기사에게 증오심이 느껴졌지만, 한편으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레이스의 검 또한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았다. 그의 인생 어떤 때 보다도 힘이 들어 가 있었다.
게다가 마치 자아가 있는 것처럼, 호레이스의 열기에 땀을 흘리는 것 같기도 했다.

기사는 앙리의 어두운 구멍에 손가락을 집어 넣었다.
호레이스의 정신은 점점 더 아득해져 갔다.
호레이스는 상처가 치유되었기 때문에, 약간의 기력이 남게 되었다.
"그르르르르릉"
호레이스는 낮게 으르렁댔다.
그리고 기사의 손가락에 괴로워 하던 앙리는 그 소리를 들었다.
"호레이스?! 호레이스! 살아 있었던 거야?"
그녀의 목소리에는 다급함과 당황스러움, 그리고 안도감이 담겨 있었다.
"호레이스...! 다행이야! 호레이스!"
호레이스를 찾는 앙리의 얼굴은 기쁨의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그걸 들은 기사는 손가락을 더 거칠게 움직였다.
"꺄악! 안돼! 호레이스!"
앙리는 호레이스가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그러나, 그녀의 몸은 여태까지 중에서 가장 뜨거워져 있었다.
"끄윽, 끄흣, 끄윽, 끄악..."
기사의 단검같은 손가락이 그녀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계속해서 가하자, 앙리는 다만 고통스러운지 모를 신음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호레이스는 그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안돼, 호레이스! 듣지 마! 꺅! 안돼!"
앙리는 필사적으로 소리를 막았다. 그러나 소리는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호레이스는 그 소리를 들으며 더욱 더 흥분했다.

기사는 앙리의 어두운 구멍으로부터 그 단검 같은 손가락을 빼 냈다.
앙리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아마 기사가 앙리를 가만히 놔 두었다면, 그녀는 금방 잠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다. 상상 속에서나 일어날 만한 일이었다.
그런 상상에 어림도 없이 기사는 그의 대검을 앙리에게 키스하도록 시켰다.
그러나 키스라기에는 너무 격렬하다 싶을 정도로 그의 물건은 깊숙하게 들어갔다.
"으읍...! 으으읍...! 으읍!"
앙리는 숨이 막혔다. 죽을 것만 같았다. 당장이라도 목구멍에서 토사물이 올라올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대검은 심판의 대검처럼 강한 마력을 내뿜었다. 다만 그 마력의 형태가 소울의 격류의 형태였다는 것이었다.
"크읍! 크읍! 크읍!!"
앙리는 진짜로 숨이 넘어가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의 소울의 격류가 꿀럭 꿀럭 들어왔다.
기사는 곧바로 앙리의 입에서 대검을 꺼냈다.
"케헥! 케헥! 크엑!"
앙리는 헛구역질을 했다. 그녀의 입에서는 향기로운 점액과 닮은 흰 끈적끈적한 액체가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앙리는 기사를 바라보며 애원했다.
"제발... 이제 우리를 가만 놔 둬요. 할 만큼 했잖아요? 제발요..."
앙리는 눈물을 흘렸다. 너무 많이 울면 눈에서 피눈물이 흐른다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 눈물에 붉은 빛이 겹쳐 보였다.
기사는 잠시 앙리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리고 호레이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는 다시 앙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하던 일을 계속 했다.
"꺄악! 누가, 누가 도와줘요!"
앙리는 비명을 질렀다. 혼신의 힘을 다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기사는 일을 속행했다.

"끄윽, 끄윽, 끄윽, 끄윽"
앙리는 꺽꺽 울면서 큰 고통을 느꼈다.
충분히 적셔진 어두운 구멍은, 아무리 거대한 특대검이라도 본능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처음인 앙리는,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모자라 모르는 사람과의 행위가 기분 좋을 리가 없었다.
"흐윽, 흐아악, 아파악"
앙리는 아프다는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기사는 그만두지 않고 펌프질을 계속했다.
호레이스는 마침내 자신의 팔다리를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주변 상황을 살폈다.
자신의 할버드와 방패는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었고, 자신의 갑옷 또한 심각하게 손상되어 철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호레이스는 자신의 팔과 손을 움직여 봤다. 잘 움직이는 팔과 다리를 눈으로 확인한 호레이스는 자신의 갑옷을 벗어 던졌다.
기사는 이를 눈치 챈 듯 했지만 앙리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느라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기사는 호레이스를 쳐다 보았다.

그러나 어떤 대응도 하지 않았다.

호레이스도 그에게 저항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의 검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다시 살아난 그의 손으로 그가 처음 잡은 것은 그의 할버드가 아니었다.

기사는 슬쩍 무언가를 꺼내 호레이스에게 던져 주었다.



길고 긴 고난의 시간 속, 앙리는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었다.
즉, 고통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을 즐길 시간도 없이, 기사의 대검은 6번째 소울의 격류를 쏘았다.
꿀럭 꿀럭 꿀럭, 입으로 들어올 때와는 차원이 다른 양이다.
앙리는 너무 많은 양의 마력을 받았다. 그 때문인지 아랫배가 불룩하게 솟아 있었다.
기사는 드디어 그의 검을 뽑았다.
철퍽, 앙리는 그녀 몸 속의 넘치는 마력을 뿜기 시작했다.



"헉, 헉, 헉, 헉...."
앙리는 숨을 몰아쉬었다.
그렇게 몇 분동안 앙리는 정신을 차렸다.
앙리는 이 시간이 끝난 것에 감사할 겨를도 없었다.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기사는 그런 앙리를 서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앙리는 기사와 눈이 마주쳤다.
기사는 고개로 호레이스를 가르쳤다.
앙리는 고개를 돌려 호레이스를 보았다.



"호레이스.....?"
앙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팔다리는 움직이기 힘들었지만 허리는 움직일 수 있었다.
앙리는 일어나 앉았다. 기사의 마력 투성이가 된 얼굴과 머리로 앙리는 호레이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호레이스는 죽고 싶었다. 앙리의 벗은 몸을 보고 그의 검은 혼자서 날뛰어 버렸다.
"으윽..."
호레이스는 절규하는 듯 한 소리를 냈다.
그러나 너무 소리가 작아서 앙리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호레이스... 호레이스.... 호레이스으으.... "
앙리는 다시 울었다.
"왜? 왜? 왜? 호레이스, 왜? 왜?!"
앙리는 호레이스에게 물었다.
호레이스의 꼴 또한 말이 아니었다. 당하는 동료 앞에서 하반신이 점액투성이로 범벅되다니, 누가 봐도 그 모습에 질려 버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동료가 저런 꼴을 당하는 이 상황에서 흥분해 버리다니.
호레이스는 앙리의 실망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자신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레이스는 팔을 움직여 앙리에게 사과하려 했지만, 호레이스의 팔은 뭍에 나와 기력을 잃은 물고기와 같이 움직였을 뿐이다.
"호레이스으... 호레이스으..."
앙리는 꺽꺽대며 울었다.
"호레이스... 나 때문이야?"
앙리는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물음을 했다.
무엇이 자신 때문인지도 모른 채 자꾸만 질문했다.
"호레이스... 나 때문이야?"
"호레이스으... 호레이스..."
앙리는 넋이 나간 듯 했다.
"으히히히히히히히히....."
앙리는 웃기 시작했다.
울면서 웃고 있었다.

기사는 앙리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아직도 그의 마력을 흘리고 있는 앙리에게 자신의 대검을 박아 넣었다.
"히아악!"
앙리의 목소리는 사람의 것 같지도 않았다.
"아핫, 아핫, 아핫, 아핫"
앙리는 웃고 있었다.
이미 그의 물건에 적응해 버렸다.
"이히히히힛"
앙리는 엄청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그 자리에는 호레이스가 있어야 하겠지만, 호레이스는 얌전히 자신의 검의 의지에 따르고 있을 뿐이었다.
퍽, 퍽, 퍽, 퍽, 퍽, 퍽
기사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일을 진행했다.
앙리도 미쳐버릴것 같았다.
어깨 바로 위까지 올라오는 그녀의 짧은 금발이 사정없이 휘날렸다.
호레이스는 눈물을 흘렸다.
망자화가 되고 있던 이전보다도 더욱 더 망자에 가까워 질 것 같았다.
모든 일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호레이스도, 앙리도, 기사도 모두가 최고조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두 개의 격류가 요동쳤다.
"아하앗!"
"으읏!"
호레이스보다 먼저 포기해버린 앙리는 실낱같은 정신을 유지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잃어버린 호레이스는 이제 망자와 다를 게 없었다.
"그으아아아악!"
호레이스는 절규했다.
그리고 기사는 가버린 앙리를 내려놓고, 망자 사냥꾼의 대검을 집었다.
그리고 호레이스는 아무 것도 느낄 수 없게 되어버렸다.



"내가 말한 것은 이런 방법이 아니었다."
론돌의 흑교회의 지도자, 유리아가 기사에게 말했다.
"반려를 데려오겠다고 했고, 그것이 이 여자인 것 까지도 맞지마는,"
유리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귀공, 이렇게 만들어 버리면 자아를 잃어버린 망자와 다를 것이 없잖나, 이 상태에서도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군."
유리아는 힘없는 어조로 말했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고대 신들의 도시, 아노르 론도가 있을 것이네.
그곳의 묘소에서 망자의 왕의 결혼식을 준비할 테니, 귀공, 그때까지 이 여자는 우리가 맡겠네"
기사는 뒤돌아 화톳불로 향했다.
"귀공, 망자의 왕이 될 자여, 어두운 구멍이 그대를 인도하기를"



씨발 밥먹고 썼는데 글같은거 써본적 없는데 쓰느라 힘들었음


대신 좀 재밌었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