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자와 마주한 기사는 알 수 있었다. 자신과 다를지언정 그 또한 사명에 도전했고,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음을. 자신과, 불꺼진 재와 같은 하나의 실패자임을. 그와 동시에 기사는 심판자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자신을 부른 사명이 무엇이건 그에 한발짝도 다가설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기사는 나선의 검을 뽑았고 혈투의 결말은 심판자의 패배로 끝을 맺었다.

제사장에 도착한 기사는 이름모를 화방녀로부터 시대의 흐름과 종소리의 사명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사라진 영웅, 마지막 계승자의 배신, 잠적한 장작의 왕들, 그리고 불 꺼진 재들의 부활.

제사장의 구석에서 낙담한듯 주저앉아있던 남자는 말했다. 그들은 장작의 왕이노라고. 자신들같은 죽지도 못한 병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노라고.

기사는 남자의 말을 듣고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 또한 알고 있었다. 자신들과 같은 자들이 신의 힘을 가진 왕들을 되돌릴 길은 결코 없으리라는 것을. 한 줌의 불씨조차 되지 못한 실패한 구도자. 그것이 바로 불 꺼진 재였으니까.

그러나 그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기사는 말없이 중앙으로 걸어가 왕의 그릇에 나선의 검을 박아넣었다. 그리고는 자신을 부르는 사명에 따라 계승의 땅 로스릭으로의 전송을 시작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남자는 조용히 조소했다. 네 놈 또한 결국 재인가.

이미 수많은 재들과 불사자들이 그 땅에서 망자가 되었지만, 이 어리석은 사명의 순례가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그 또한 분명 재이기 때문이리라. 설령 그 불꽃에 몸바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하더라도, 결코 닿을 수 없는 허상임을 알고있다 하더라도, 닿지 않기에 손을 뻗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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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도 적고 허접하긴 한데 졸려서 이 이상은 못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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