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급적 엔딩까지 쓸려고 하는데 할 수 있을까 시발
프롬뇌는 알아서 거르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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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사는 마치 바위처럼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킬 뿐,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이 기사는 왜 여기 있는 거지? 어쩌면 기사가 아니라 석상일 수도 있다. 나는 그 기사를 무시 한 채 문을 열려고 하였지만, 문은 내 힘을 비웃듯 뻣뻣히 서 있었다. 무언가 장치가 되어 있는 듯 하였다. 그리고 그 장치는 아무래도 석상이겠군. 석상을 조심스레 훑어보았다. 석상의 큰 가슴팍에 길다란 나선검이 꽂혀져 있었다.
이 나선검을 꺼내면 문이 열리는 건가?
나는 나선검을 뽑았다. 나선검은 손쉽게 빼지었다. 나선검을 뽑고 나자. 석상인지 기사인지 구분가지 않을 자가 미동을 보이고, 마침내 서는 데 까지 성공했다. 그의 거구에 불길함을 느껴 롱소드를 꽉 잡았다. 제발 이 자가 문의 장치이기를, 나의 적이 아니기를.
그러나 그 기사는 옆에 꽂혀 있던 할버드를 든 채 나를 응시하였다.
"자네!"
나는 황급히 그 기사에게 고함치듯이 말했다.
"나는 자네의 적이 아닐세! 저 문을 열고 싶네만, 도저히 열리지 않아. 열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고함치듯이 쩌렁쩌렁하게 말하였지만, 아무래도 기사의 귀까지 닿진 않은 모양이다. 그는 할버드를 잡은 채 숨을 골랐다. 나는 위협적인 기운을 느꼈다. 그의 살기가 느껴진다. 이런 시대의 종말에서 대화를 시도한 것 자체가 멍청한 짓이었는가.
무게가 나가 보이는 할버드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직검을 휘두르듯이 그 기사는 정확하게 나를 겨냥해왔다. 나는 재빨리 굴러 그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났다.
이거 몇 번 죽을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뇌리를 감쌌다. 그의 할버드는 보이지 않았기에 방패로 막아도 몇몇 부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나는 재빨리 에스트 병을 들었다. 상처가 낫기 시작했다. 기운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사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하늘로 뛰어올라 할버드로 나를 찍어누르려 했던 것이다. 나는 살기를 느껴 가까스로 굴러 피했다. 공격할 틈은 보이지 않았다. 등을 보이고 도망칠 틈도 보이지 않았다.
남은 에스트 병은 2개.
에스트 병을 마셔 정신력이 회복되어 그런 것인지. 이번 할버드의 움직임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도박을 시도했다. 내가 죽든, 저 기사가 죽든, 둘 중 하나. 불사자였기에 할 수 있는 도박이 아닌가. 할버드의 날이 옷깃 하나의 거리까지 온 듯하다. 지금이다.
텅!
묵직한 소리와 동시에, 그 기사는 고꾸라져 내 앞에 추하게 넘어졌다. 방패로 그의 할버드를 쳐낸 것이다. 허나 그만 피해를 본 게 아니다. 왼팔의 감각이 없어진 것 같다. 힘도 들어오지 않았다. 방패 손잡이는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떨어졌다. 왼팔을 어느 망치에 짓눌린 듯 하다. 나는 새어나오는 비명과 눈물을 참고 그에게 뛰어갔다.
"으아아아아!"
온갖 기합을 넣은 채, 롱소드를 그의 가슴팍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더 깊숙히 파고 들어갔다. 그리고 힘차게 빼냈다.
"흐.. 끝났나?"
나는 에스트 한 병을 다시 마시고 방패를 들었다. 방패는 할버드의 공격을 막아내드라 파이고 깎이고 말이 아니었다. 롱소드도 날이 다 상해 있었다. 화톳불을 들려야겠군.
나는 다시 기사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기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내 공격이 치명상이 된 듯하다. 죽지는 않은 모양인가. 소울, 재로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다.
"이봐"
말을 꺼내 보아도 대답이 없다. 그는 미동없는 채 가만히 누워있었다. 이상하다. 죽은 건 아닐텐데,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그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전의 무섭게 나를 몰아붙힌 기사의 기세는 없었다. 그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움찔움찔거릴 뿐이었다.
한순간이었다. 그의 등에 있던 검은 무언가가 그를 집어삼켰다. 그가 죽지 않은 이유는 아마 이것 때문이었으라, 뱀의 대가리처럼 보이는 괴물은 나를 집어삼키려 머리를 이리 저리 휘두리고 앙상한 팔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저게 기사의 진정한 모습인가? 나는 이리저리 굴렀다. 저렇게 큰 형체의 공격을 이리 작은 방패로 막는다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았다. 그러다.
아차 싶었다.
괴물에 신경 쓴 나머지 기사의 할버드를 보지 못한 것이다. 할버드는 내 복부를 꿰뚫었다. 그는 할버드를 빙빙 휘둘러 나를 뽑아내어 내동댕이쳤다. 정신력이 바닥까지 내리치고 있었다.
남은 에스트 병은 1개.
그러나 에스트 병을 마실 틈은 있을 리가 없었다. 할버드와 뱀의 대가리, 앙상한 팔을 피하려면 나의 상처가 어디에 났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집중해야 했다. 나는 겨우 빈틈을 찾아 굴러 그의 사정거리로부터 가까스로 빠져나와 에스트 병을 마셨다. 흘린 양이 절반 그 이상이었다.
남은 에스트 병은 없다.
마지막 차례다. 지금 가지고 있는 장비는 무엇이 있는지 확인했다. 거무잡잡한 토기 항아리가 몇 개 들어있었다. 그 항아리엔 뜨거운 불의 기운이 담겨 있었다. 성직자 망자들이 죽고 남긴 물건이었다. 나는 숨을 고르고 오른손엔 직검, 왼손엔 화염병을 들었다. 그리고 숨을 고르고 화염병을 뱀의 대가리에 던졌다.
불꽃은 크게 불타올라 뱀의 전신을 감쌌다. 뱀이 큰 괴성을 질렀다. 귀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시간을 오래 끌면 불리한 건 나뿐이다. 이판사판이다. 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롱소드를 들고 돌격했다. 뱀은 불꽃에 고통스러워해 내가 오는지도 몰랐다. 나는 그의 검은 몸을 롱소드로 도륙냈다. 화염병 하나를 칼날에 발라 뱀의 전신을 불태웠다. 귀가 들리지 않게 되었지만 뱀의 괴성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나는 지칠 때까지 롱소드를 휘둘렀다. 그가 재가 되어 내가 허공을 휘두른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전까지 말이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그가 굳건히 지키던 자리에 화톳불이 어느새 자리를 잡았다. 그는 화톳불의 기사인가? 아무래도 아니겠지. 화톳불에 앉아 일렁이는 불꽃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점점 바람소리가 들려온다. 에스트 병도 점점 차고 있었다. 나는 다시 일어나 문으로 다가갔다. 열리지 않던 문이었지만. 기사를 죽이자 간단히 문이 열렸다.
이제 묘소를 나온 것인가.
잼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