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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인씨는 의례 해 '봋' 나요?
엘드리치와의 설전에 지친 탓일까, 요르시카의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린 재의 귀인은 눈을 조금 크게 뜨며 되물었다.


“귀인씨는 의례 해봤나요?”


“아아, 의례 말이죠.”


재의 귀인은 페미니즘 전사로 다시 태어난 앙리의 모습을 회상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해본 적도 없고, 별로 하고 싶지도 않군요.”


“어머, 꽤나 유익하다구요? 게다가 유행이기도 하구요. 굳이 하시지 않는 이유라도 있나요? 설마.......”


요르시카는 뭔가 의심 간다는 듯이 말끝을 흐렸지만 진이 빠진 재의 귀인은 그것을 캐치하지 못한 채 적당히 얼버무렸다.


“아뇨, 그냥 귀떼기를 하는 것만으로 바빠서 말이죠.”


“아아, 그런 이유인가요. 잠시 착각해 보력 네요.”


“네?”


또다시 요르시카의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잠시 착각해버렸다구요.”


재의 귀인은 무기력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뭔가 다른 걸 생각하신건가요?”


“아뇨, 뭐 딱히 그런 건 아니구요.”


요르시카는 말을 돌리듯 갑자기 재의 귀인을 칭찬헀다.


“귀인씨는 참 젠틀 한남 자 같아요.”


“네?”


우연의 일치일까? 또다시 요르시카의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참 젠틀한 남자 같다구요.”


“하하, 감사합니다.”


재의 귀인은 그렇게 답하며 화톳불을 쳐다보았다. 어느덧 시각은 열 두시.  PVP에 이겼으면 원래 세계로 돌아가듯 그 또한 귀환할 시간이 되었다.


“슬슬 제사장으로 돌아가도록 하죠.”


자리에서 일어나 황의 외투를 입고 제사장으로 향하는 재의 귀인. 그의 등 뒤로 요르시커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잠깐, 갓치 가요 귀인씨.”


“네?”


오늘 자신은 도대체 몇 번이나 요르시카에게 이 한 글자짜리 질문을 하는 것일까, 라고 재의귀인은 속으로만 한탄했다.


“같이 가자구요, 귀인씨.”


“물론이죠. 교회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어머, 고마워요.”


“요즘 워낙 흉흉한 일이 많으니까 말이죠. 지난번 레오날 사건도 그렇고.”


정말이지, 어딜 가든 이상한 망자들이 많은 시대이다.


“그러게요. 참 이상한 자들.......자들이네요.”


“네?”


“참 이상한 자들이라구요.”


“하하, 그렇죠.”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런 이상한 망자들로부터 자신이 마음 깊이 죽이고 싶어하는 요르시카만은 지켜내리라. 그리고 귀떼기를 끝내고 무참하게 죽이리라. 그렇게 다짐하는 재의 귀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