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이 숲을 헤매고 있었다. 청년의 주머니와 배는 그간 시달려왔던 양산형 과금 유도 게임의 여파로 홀쭉해져있었다.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이 청년도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이 깊은 곳까지 흘러들었으리라.

 

  “이보시게! 잠시 여기서 쉬다가게나!”

 

  축 처진 채로 터덜거리던 청년은 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았다. 분명히 지나올 때 까지는 없었던게 분명한 공방에서 멋드러진 총포를 허리에 찬 사냥꾼이 그를 손짓하고 있었다. 청년은 오래전 가슴속에 품었던 스팀펑크에 대한 꿈을 떠올리며 발길을 옮겼다

 

  “하하하! 오랜만에 보는 사람이로군! 혹 관심이 있다면 나와함께 피에 굶주린 야수들을 사냥하지 않겠나?”

 

  사냥꾼은 청년의 굽은 등을 팡팡 치며 곧게 펴고는 지금껏 자신이 사냥했던 야수들의 삽화를 들이밀었다. 청년은 그 야수들을 보며 오랜만에 투지가 샘솟는 것을 느꼈다. 그 야수들은 분명 괴기했지만 동시에 묘한 매력을 지녔으며, 삽화의 한 쪽에는 그보다 더욱 아름다운 여인이 청년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었다.

 

  “하하! 이 여인은 시계탑의 마리아라고 하지. 안목이 있군. 자 어떤가 나와 함께 마리아와 만나러 갈 텐가?”

 

  청년은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사냥꾼의 뒷편에 위치한 장식장에서 결혼사진으로 보이는 것과 글귀를 발견했다.

 

  이 사냥꾼은 마리아와 결혼을 한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던 청년은 사진속의 사냥꾼의 옆에는 마리아가 아닌 기괴한 촉수덩이가 있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하며 사진에 쓰인 글귀를 읽었다.

 

  ‘우딸과 함께 24시간 연속 강제절정

 

  청년은 공포에 몸을 떨며 옆에 놓여있던 거대한 망치로 사냥꾼의 머리를 내려찍자 호탕하던 사냥꾼은 어디가고 악몽에 사로잡힌 사냥꾼이 눈을 까뒤집고 몸을 부르르 떨며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히힉.............’

 

청년은 그길로 공방을 나와 줄행랑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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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을 헐떡이는 청년은 혹여나 사냥꾼이 쫓아오지는 않았는지 연신 뒤를 돌아보며 불안에 떨었다. 하지만 청년은 곧 자신의 눈앞에 서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보곤 언제 떨었냐는 듯이 헤벌쭉 하며 여인에게로 다가갔다.

 

  “길을 잃으셨나요? 재의 귀인이시여. 혹 괜찮으시다면 따라오십시오.”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앞장서는 그녀의 모습에 홀린 듯 따라가려던 청년은 문득 방금 지나온 사냥꾼을 떠올리곤 혹시 여인의 로브 안에 촉수가 달린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세세히 살폈으나 곧 안대를 하고 있다는 점 외에는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고 안심하며 이 여인과의 행복한 나날들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이곳이 불의 제사장입니다. 들어오십시오.”

 

청년은 중세풍으로 지어진 건물의 모습에 감탄하며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곧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이한 모습에 몸을 굳혔다. 제사장의 꼭대기 옥좌에는 웬 미친 갑옷을 입은 남자가 Y자로 팔을 높이 벌리고 서있었으며 바로 아래에는 세 사람이 마주서서 고깔콘을 쓰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포즈를 취하고 있었고 바닥에서는 한 사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채찍질을 당하고 있었다. 특히 바닥의 사내는 얼마나 모질게 맞았는지 전신이 푸르게 멍이 들다 못해 얼굴까지 보라색으로 변한 남자를 보며 사내는 자신도 저렇게 맞진 않을까 주저하다가 곧 채찍질을 하던 사내와 눈이 마주치자 그 끔찍한 모습에 또다시 줄행랑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눈을 마주친 것이 아니었다. 분명 사내의 얼굴이 있어야 할 곳에 이목구비는 온데간데없이 그저 함몰되어 마치 여성기의 모습을 띄고 있었으니.

청년은 줄행랑을 치다가 문득 여인이 걱정되어 뒤를 돌아보았으나 이미 그 여인은 반 토막이 나 있었고 살인자로 추정되는 사내가 머리를 긁적이며 뭐라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고는 더욱 기겁을 하며 도망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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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청년의 쉼터는 없는 것일까. 청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힘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곧 청년은 뒤에서 들리는 고함과 뜀박질 소리에 지금껏 만난 미친놈들이 쫓아온 것인가 싶어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청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알몸으로 잔뜩 성난 남성기를 덜렁거리며 뛰어오는 광인이었다. 그는 이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스꼴라!스꼴라!스꼴라!스꼴라!스꼴라!스꼴라!스꼴라!스꼴라!스꼴라!스꼴라!스꼴라!스꼴라!스꼴라!스꼴라!스꼴라!스꼴라!스꼴라!스꼴라!스꼴라!스꼴라!”

 

뒤로 놀라 자빠져있는 청년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광인은 앞을 향해 내달렸다. 청년은 안도하며 얼른 이곳을 빠져나가야겠노라 다짐을 했다. 그렇게 얼마간 걸으니 청년은 길 모퉁이에 앉아 사진을 보고 있는 외팔이 무사를 만났다. 그 사진이 사뭇 소중한 듯한 모양새를 보이는 무사의 진중한 모습에 일말의 희망을 품으며 슬며시 다가가 사진을 훔쳐보았다가 경멸하는 눈빛으로 무사를 흘깃 보고는 다시 갈길을 갔다. 청년이 본 것은 비키니를 입고 울먹거리는 소년과 흡족한 표정의 외팔이 무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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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꽤 오랜 시간을 걸었다. 숲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고 햇볕도 들기 시작했다. 청년은 이곳에서도 역시 자신이 있을 곳을 찾지 못한 사실에 깊은 슬픔을 느꼈다. 그러던 중 청년은 또다시 한 사람을 만났다. 이번엔 어떻게 미친놈일까 하는 호기심에 청년은 사내에게 다가갔다.

 

! 안녕하십니까? 혹시 이런 곳은 처음이십니까? 그렇다면 저와 같이 코드베인을 해보시지 않겠습니까? 정말 갓겜입니다.”

 

청년은 사내의 물음에 대답하려다가 등줄기에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지금껏 지나온 망자들이 마치 죽일듯한 눈빛으로 사내를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그 무리에는 자신을 돌보듯 하던 광인도 포함되어있었다.

 

이 십펄놈이 또 사기를 쳐?”

오냐 오늘 아주 뒤져보자.”

개새끼! 돈에 미친 새끼!”

 

청년은 말 그대로 먼지 나듯이 두들겨 맞기 시작한 사내를 놔두고 역시 이곳에는 오는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며 숲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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