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기억은 안나지만 내 생일이 유월 말이고 아버지 생신이 칠월 말인데 내가 그 사이에 가출을 했으니 가출한지 1년하고도 10개월정도 지난것 같다.

뭐 중요한건 아니지만, 두번에 걸친 아버지의 바람과, 새엄마와 다섯살 된 이복동생이 내 가출에 큰 역할을 했다

돈은 없었지만 패기롭게 스물 다섯에 가출한 직후엔 나름 계획이 있었다. 알바를 해서 돈을 모은 뒤 등록금과 월세, 보증금 등을 모아서 복학을 해야지 하는 꿈을 꿨다.

그러나 내 고등학교 친구가 다크소울 3 디럭스 에디션을 내 스팀 라이브러리에 선물해주면서
이틀만에 꿈은 산산조각났다.

잠은 학교 도서관에서 자면서, 씻고 빨래하는 건 동아리건물 샤워실에서. 그렇게 편의점 주 5일 여덟시간씩 야간알바를 했다.

알바 외의 시간에는 피시방에서 존나게 게임을 했다. 하루에 네시간 정도밖에 안 잤을 거다.

그리고 닼3을 지나서 위쳐3까지 손대버린 후, 어크, 레지던트이블, 기타 중소겜들을 막 손대기 시작했다.

그래도 회귀물마냥 결국 다시 닼3으로 돌아오더라. 내가 스콜라를 하지 않은 것은 이것까지 손대버리면 내 인생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말로였다.

그리고 대학 동기인 어떤 친구를 만났는데 이 친구와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하고 싶지가 않다.

사실 이 친구 얘기를 안하면 이따위 장문 글을 쓸 이유가 있나 싶을 정도로 이 친구의 비중은 크지만

그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나에겐 커다란 트라우마가 됐고, 나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그에게도 끔찍한 트라우마로 각인되었을 것이기에 말을 아낀다.

다만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모든 수단과 과정을 생략하고 결론만 말하자면

난 100키로 쌉돼지에서 65키로까지 감량에 성공했고,

안락했던 편의점 생활을 그만둘수밖에 없었으며,

휴대폰을 수차례 바꾸면서 모든 연락처와 카카오계정상 친구들이 실종되었고,

팔엔 화상자국들이 남았으며,

시스템 쪽으로 노가다를 뛰게 되었고,

노가다판에서도 얼마 가지 못하고 도망치듯 잔금도 받지 않고 뛰쳐나왔다.


그렇게 뛰쳐나온게 2020년 2월 초였다.

뛰쳐나오기 직전, 그 무렵에 나는 모든 인간관계를 포기하고 진정한 의미에서 혼자 살기로 결심한 상태였다.

내 실수로 가족한테 내 위치가 노출되서 내가 노가다하던 장소인 안산까지 아버지가 찾아왔다. 장장 1년하고 8개월만에 얼굴을 뵙게 됐을 때 아버지한테 바로 위에 있는 문단의 내 뜻을 전했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으나 할아버지의 상에도,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가지 않을거라 통보했다. 이대로 혼자 살 것이며. 노가다 하고, 게임하고, 그렇게 살다가 늙어 죽으면 늙어죽는거고 현장에서 재수없게 사고사하면 사고사 하는거고. 아버지께선 말없이 술을 더 시키셨다.

그 시점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던 인간관계가 아까 잠깐 언급한 그 대학 동기 친구였고. 내 인간관계를 내 스스로 완전히 끝장내기 위해서, 그 친구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노가다 일을 그만두고 탈주하면서, 동시에 휴대폰 번호랑 카카오 계정이랑 구글 계정, 네이버 계정 모든것을 다 갈아치웠다.


그 친구한테 위치추적을 당했었는데, 어떻게든 잘 떨쳐냈다.

수중에 돈은 아직 모자라지 않게 있다.
현재 하룻밤 칠천원 하는 사우나에서 잠을 자며, 나머지 일어나 있는 시간엔 피시방에서 모든 시간을 때운다. 그렇게 산지 2개월.

2개월이라는 시간은 내가 편의점, 피시방에서 주문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입을  열지 않은 시간이다. 그만큼 사람의 감정도 점점 무뎌져간다. 그러나 가끔은 너무나 외롭다.

친구들이 보고싶지만 나름 한때 한양공대 다니던 엘리트새끼가 여기까지 추락해서 다시 위로 올라갈 힘도 없는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연락도 사실 할 수가 없다. 부모님에게도 마찬가지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로 다시 갈 순 없다. 학교엔 그 대학친구가 아직 있을 것이므로.

내 인생에 남은 길은 이제 노가다 뿐이다. 다른 길이 많이 있을지는 그냥 이제 더이상 아무것도 시도도, 도전도 할 기력이 없다.

그런데 참 기분이 좀 그렇다.

좀 더 제대로 살 수 있었을텐데.

이것보단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모쪼록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갤럼들은 이 글을 보고 난 저정도까지는 아니구나 하고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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