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평화롭게 저주받은 이즈성배 돌다가 갑자기 이상한 의문이 들었음


 '시발 나는 왜 이짓거리를 하고있지?'


 원래라면 능지상승이겠지만 여기서 이상한 방향으로 프롬뇌가 굴러가기 시작함




 그나마 최근나온 세키로나 역사와 즈언통을 자랑하는 다크소울 시리즈는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유가 존나 명확하게 설명이 되어있음.


 게임이 재밌어서 망자새끼마냥 존나 잡고있다는 소리가 아니라 세계관 적으로 그 이유를 잘 설명한다는 소리임.


 다크소울은 멸망해가는 세계의 사이에서 그 세계를 구하는 여정을 떠나는 것으로 간단하게 동기를 부여함. 물론 다른 선택지도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세상을 구할 영웅'이라는 옛날부터 잘먹히는 소재임. 그걸 프롬식으로 만든거고.


 세키로는 더더욱 잘보이는데, 용윤의 계승자를 구한다. 딱 이거 하나만 보고 달려가는 거임. 게다가 이 계승자가 어린아이임.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린이는 지켜야할 대상이자 어른이 돌봐야 할 존재였으니까 당연한 일인거에 더해서 아예 주인공 캐릭터가 계승자를 모시는 캐릭터로 잡혀있음.


 자연스럽게 플레이어가 가야할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게임들임




 그런데 블본은?


 게임 시작하면 슈벌 일단 늑대새끼한테 죽고 시작함.  단순히 '이게 프롬겜이지 ㅇㅇ'하라고 만든 기믹이 아니란건 해본놈들은 알거임. 죽으면 무기주거든.


 그럼 왜 무기를 준걸까? 왜 문앞에다 늑대새끼를 놔서 길막하고 로딩시간 잡아먹으면서 사냥꾼의 꿈으로 보내서 무기를 쥐어주고 다시 돌려보내는 걸까?


이게 단순힌 스토리텔링이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이들었음.


 아까 위에서 말한것처럼 블본은 닼소나 세키로에 비하면 플레이어가 싸워야 할 동기가 부족함. 위 둘처럼 명확한 동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블본의 발매시기가 닼소3과 세키로보다 이전인 것을 생각하면 이새끼들은 분명 뭔가 이유가 있는거임.


 블러드본에서 플레이어가 게임을 해쳐나갈 동기가 되는 게 없는거는 아님.


 처음 시작하면 한구석에 박혀있는 쪽지가 있음 대충 '창백한 피를 찾아라' 이런 내용인데, 진짜 뭔 개소린지 방금 시작한 플레이어는 이해할 수 없음. 애시당초 시벌 그게 뭔데 씹덕새끼야 라고 묻고싶어도 흔한 npc하나 없는데다 좀만 지나면 제대로 언급되지도 않음.


 그런 것들을 추리하고 밝히는 것이 블러드본이다. 라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런거면 게임을 아예 다른 방향으로 개발했겠지. 스피디한 전투와 변형무기라는 기믹까지 쏟을 것도 없이 잠입액션이나 아예 퍼즐형 게임으로 만들수도 있었겠지. 그럼 재미 없었겠지만.


 그런데 블러드본은 닼소보다 액션성이 강조되고 튀어나오는 적들도 점점 더 화려하고 간지나고 기괴하게 바뀌는데, 정작 유저가 달려나갈 동기가 적다는게 이상하단 거임. 딸랑 쪽지 한장에 적혀있는 말때문에 그 ㅈㄹ을 하면서 뒤져나간다? 조금 납득하기 힘든 이유라고 생각함. 세상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위기에 빠진 주인님을 구하는 것도 아님. 심지어 좀만 후반으로 가면 창백한 피라는 것도 언급이 거의 안됨. 그냥 비밀을 파헤쳐라 등등 추상적인 말로만 계속 게임하라고 말함.




 여기서 블러드본이 코즈믹 호러,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 떠올랐음.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워낙 잘 알려져 있으니까 넘어가고, 내가 집중한 것은 '코즈믹 호러'라는 단어의 의미임.


 러브크래프트는 '인간이 느끼는 가장 강력하고 오래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이다.' 라고 말했고, 그의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하고 강력한 존재들에 의해 발생하는 미지의 공포가 메인임.


 블러드본도 그렇지. 후반에 등장하는 놈들중에는 위대한 자나 그 권속처럼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서 등장할 법한 놈들이 쏟아짐. 그놈들이 뭔가를 한거같긴 한데 뭔지 모름. 블본을 클리어한 너 나 우리 모두가.




 그리고 그건 플레이어의 캐릭터에게도 마찬가지임.


 과거를 퇴역군인이나 불량배 같은걸로 했었으면 그렇게 싸잡아 족치는 것도 이해가 가지만, 그중에는 학자 계열이나 자기가 시련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종교적인 과거도 선택지에 들어가있음. 공방에 틀어박혀서 뭐 만지작 거리던 삐쩍꼴은 놈년이 지 대가리보다 더 큼직한 도끼를 들고 사람보다 커다란 짐승들을 썰어버린다? 뭔가 이상하지 않냐?


 닼소는 원래 세계를 구할 운명이며 선택받은 불사자라는 타이틀, 세키로는 계승자의 닌자로써 주인을 지키고 명을 받들 의무심을 기반으로 플레이어가 아닌'캐릭터'에게도 그 전투의 동기와 정당성을 설명해줌.


 그런데 블러드본의 주인공은 그딴거 없다.


 원래 뒷골목에서 주먹다짐을 하던 남정네던 손재주 좋은 기술자건 구분할 것 없이 톱창에 도끼에 지팡이검 빼들고 왼손으로 간지나게 총을 쏴제끼는 놈이 되버린다고. 창백한 피를 찾으라는 쪽지 하나에 출발했다기엔 좀 과하게 폭력적이지. 슈벌 애시당초 그걸 설명하는 npc도 없는데. 내 기억으론 길버트 정도가 치유교단이 피를 잘 아니까 거기 가보셈 ㅇㅇ 정도 말고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음.




 그렇게 되면 다른 프롬겜과는 다르게 블본은 '캐릭터의 동기'가 부족하고 '플레이어의 행동'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는 이야기임.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구도 아니냐?


 '캐릭터'는 인지도 못하고, 정말 존재하는지 알수도 없는 누군가에게 조종당해서 수많은 피를 뒤집어쓰고 수백수천번을 죽어도 멈추지 않음. 친절하던 길버트가 야수가 되어도 베어넘겨 카릴문자나 뜯어가고, 아리안나가 하루밤만에 괴물아기를 낳아도 그냥 죽여서 구두랑 탯줄이나 뜯어가지.


 플레이어에 의해 캐릭터는 조종당하고 있지만, 정작 플레이어는 자신의 캐릭터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을 느끼는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 물론 게임하면서 '아 누가 미쳐버렸네. 좋은 npc였는데' 라고 잠깐 생각하고 결국 죽이던가 내버려두고 갈길 가던가 하잖아.


 이 '캐릭터'의 입장에서 플레이어는 위대한 존재와 다를바가 없다는 거지.


 프롬이 0과 1로 블본이라는 게임을 만들었지만, 정작 게임속의 인물들은 그걸 깨달을 방법도 없고 자신들의 세상이 이상하다고 인지하지도 못함. 게르만에게 목댕강 당하고 꿈에서 깨던, 달의 존재에게 사로잡히던, 달의 존재를 찢어죽이고 위대한 자가 되던간에 결국 캐릭터는 다시 그 침대에서 일어나게 되어있음. 그렇게 짜여긴 게임이니까.


 캐릭터의 입장에선, 시발 진짜 ㅈㄴ이상한 일이지. 갑자기 어느순간부터 짐승도 사람도 평등하게 찢어죽일 수 있게 되었고 덤으로 사격실력도 좋아졌음. 게다가 알지도 못하는 물건들을 능숙하게 쓰고 마지막의 마지막에 다다르면, 초기화.


 즉, 블러드본은 '캐릭터의 입장에서 코즈믹 호러물' 이란 소리임.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가 말했던, 크툴루 신화에서 나오는 그레이트 올드 원 같은 존재들이 인간에게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우리 플레이어들이 게임 캐릭터에게 크게 신경쓰지 않아. 코즈믹 호러 소설들과 마찬가지고 인간, 캐릭터가 얼마나 죽어나가던 신경쓸 가치가 별로 없는거임. 어차피 죽어도 살아나고 마음에 안들면 새 캐릭터를 만들면 그만이니까.




 우리는 재미로 게임을 하고있음.


 타격감이 찰지고 무기 변형도 ㅈ간지남. 다들 피에 절여진 사냥꾼이 되어 아직도 시벌 악몽속에서 매칭이나 기다리고 있잖아.


 캐릭터가 싸워야 할 거창한 이유따위 필요가 없는거임. 플레이어는 아무리 거창한 이유를 달 필요조차 없이, 적을 썰어버리는게 즐거울 뿐이야.


 거기에 굳이 동기니 뭐니 달아도 그건 중요한게 아니니까 필요가 없음. 어쨌든 즐거우니까.


 블러드본은 확실히 코즈믹 호러가 맞음. 단지 러브크래프트의 소설과는 다르게 우리가 그들에게 있어서 위대한 존재나 다를바가 없다는 거지.


 입장이 바뀐 것 뿐임. 역지사지 그 자체인 게임이라고 생각함.





한줄요약 : 블본은 코즈믹 호러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