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다.
하지만 거리, 골목, 광장 가리지 않고 짐승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불어오는 바람에서 희미하게 피냄새가 난다.
매일 밤 피와 야수의 도시가 되는 이곳, 이곳은 야남이다. 밤이 되면 도시의 다양한 장소에서 야수들이 나타나고 야수들을 사냥하는 시민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야수들을 사냥하는 또다른 존재, 사냥꾼들도 그 모습을 드러낸다. 세 존재들 모두 각자의 사냥에 몰두하고 그리고 세 존재들 모두, 피에 취해있다.
그리고 피에 취한 사냥꾼들을 사냥하는 사냥꾼, 그게 나 까마귀 에일린이다. 피에 취해 동료조차 못 알아보고 야수가 되어버린, 혹은 되는 중에 있는 사냥꾼에게 마지막 배려의 안식을 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한 때는 나의 동료이자 친우였던 자들을 마무리하는 것은 가슴이 아픈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진정 그들에게 안식을 주는 일이리라.
그리고 오늘밤, 또 하나의 사냥꾼을 마무리 지어야한다. 그는 개스코인 신부, 예전에 치유교단의 사냥꾼이었다. 영광스러운 사냥꾼이었지만, 모든 사냥꾼이 그래왔듯 그도 결국 피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이제는 야수 사냥을, 아니 그저 피에 취한 살육하는데 쾌락을 느끼는 것 같다. 아내와 딸마저 있는 사람이 말이다. 불쌍한 비올라, 오르골만으로는 완전히 제어할 수 없을텐데 사랑에 눈이 멀어서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자. 오늘 개스코인을 처리하지 않으면 그의 아내인 비올라와 딸이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개스코인을 기다리며 성당 구역에서 꽤 오랫동안 있었는데도 그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막연한 불안감을 누르고 있는 도중, 허름한 야남 사냥복을 입은 처음 보는 사냥꾼이 나타났다. 무기는...지팡이? 칼날 지팡이? 저 무기를 쓰는 걸 보면 꽤 괜찮은 실력의 사냥꾼일지도 모른다. 사냥해야 할 때가 오면 힘들지도 모르겠군.
갑자기 지팡이 사냥꾼이 내 앞에서 멈추고는 다짜고짜 지팡이를 휘돌러댔다. 이 새끼도 피에 취한 건가? 짜증나서 무기로 쳐내자. 그 녀석은 놀란 표정으로 공격을 멈추고는 사람인줄 몰랐다면서 사과했다. 대형 까마귀 괴물인 줄 알았다고 한다. 회화 속 아리엔델이라는 마을에서는 까마귀 기사 같은 괴물이 있다나 뭐라나. 되도 않는 개소리다.
“하아, 이거 참 시끄러울 때 왔군. 특히 오늘 밤, 아니 매일 밤이 그렇지만”
귀찮은 듯 망토를 털면서 말했다. 지팡이 사냥꾼은 자기는 이 야남이라는 도시가 처음인 이방인이며 ‘창백한 피’를 찾고 있다고 한다.
“미안하군, 그건 잘 모르겠어. 인형도 모르는 걸 내가 알겠나?”
지팡이 사냥꾼은 멋쩍은 듯, 내가 했던 행동 그대로 망토를 털었다. 한 번, 두 번, 아니 세 번. 이 제스처가 마음에 들었나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 녀석만 상대할 순 없다. 더 중요한 일이 남아있다.
“난 가보도록 하지 신입 사냥꾼. 단, 오에돈 지하묘지는 안 오는게 좋을거다. 썩 보기 좋은 일은 아닐거야”
지팡이 사냥꾼 녀석은 또 대답 대신 망토를 털었다. 몇 분 째 망토만 털고 있다. 그래, 정상인이 아니라면 저런 무기를 사용할리 없지.
개스코인은 어떻게 된 거지? 서둘러 오에돈 지하묘지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예상했던 불편한 진실을 난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갈기갈기 찢긴 비올라의 시체, 야수가 되고 사냥당한 듯한 개스코인의 시체 그리고 그 두 시체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하고 있는 한 사냥꾼. 전기 공격에 강한 금빛 사냥꾼을 입은 사냥꾼, 그 사냥꾼은 헨릭 뿐이다. 자신의 딸과 사위가 한 곳에서 죽어있으니 충격이 컸겠군.
“유감스럽게 됐군, 헨릭. 안타깝네”
대답 대신 헨릭이 덤벼들었다. 그리고 희미하게 그의 눈동자를 보았다.
풀려있다.
결국 이 자도 피에 취해 미쳐버렸다. 몇 십 년 동안 무사했는데 왜? 딸과 사위의 죽음이 결국 모든 걸 포기하게 만든 걸까?
한동안 싸움이 이어졌고 수많은 사냥 동안 난 사냥꾼의 약점을 알기에 빈틈을 찾을 수 있었다. 야수는 볼 수 없고 같은 사냥꾼만이 볼 수 있는 빈틈. 공격과 공격 사이의 짧은 텀. 나의 무기 자비의 칼날은 꽤나 훌륭한 공격 속도를 가지고 있고 강인도가 낮은 사냥꾼은 한 번 맞은 그대로 베이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헨릭, 그 동안 고생 많았네 잘 쉬게.
그리고 그래야 했을 터인데, 헨릭 이 미친 자식은 내 칼질을 손으로 그냥 잡아버렸다.
적의 빈틈이라고 생각했던게 나의 빈틈이었다. 그와 동시에 헨릭의 반격이 들어왔다. 갈기갈기 찢기겠군. 오만했다. 눈을 감았다. 이제 1초 뒤에 나의 몸을 갈릴 것이다.
하지만 1초 뒤 아니 3초 뒤에도 내 몸은 갈리지 않았다.
‘어째서?’
눈을 떠보니 헨릭이 지팡이 사냥꾼에게 순대를 뽑히고 있었다. 역시 예사로운 놈이 아니다. 헨릭은 그렇게 순식간에 내장이 뽑혀 생을 마감했다. 지팡이 사냥꾼은 또다시 내 앞에 서서 망토를 털었다. 괜찮냐는 뜻일 것이다.
“어른들 말은 도통 듣질 않는군? 자네가 없었어도 잡았을 걸세. 하지만 고맙다는 말은 하고 싶군”
지팡이 사냥꾼은 소리를 한 번 크게 지르더니 팔을 들어 몸을 ‘ㅏ’모양으로 만들었다. 왼팔은 하늘 높이 오른 팔은 수평. 괴이한 모습이었다. 한참을 그러더니 다시 망토를 털고는 등대를 사용해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 녀석만큼은 피에 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다. 아무도 못 막을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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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남에 간 쫐
오 오랜만이네 문학
헨릭이랑 야스하는 내용 어디갔는데
오랜민에 문학이네
'대형 까마귀 괴물인 줄 알았다고 한다. 회화 속 아리엔델이라는 마을에서는 까마귀 기사 같은 괴물이 있다나 뭐라나. 되도 않는 개소리다.' 이부분 ㅈㄴ 맘에드네 ㅋㅋ
ㅏ 자모양은 무슨얘기임?? 그 블본케장콘에 있는그건가?
제스처 교신 말하나봄
‘정상인이 아니라면 저런 무기를 사용할 리 없지’
갓팡이=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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