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얼마 없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잊고 있었던 감정이 떠올랐다.
환불의 심판자를 겨우겨우 잡고 로스릭 성벽에서 헤매고 있을 때 발견했던 하얀 글자. 처음에는 뭔지도 모르고 그 글자의 따스함에 손을 가져가대었다. 그리고 나타난 다른 시간대의 재의 귀인. 그는 머리는 좀 이상했지만 실력만큼은 굉장했다. 탐욕의 낙인을 쓰고 팬티 바람으로 있던 그 사람, 너무 무서워서 인사보다 롱소드가 먼저 나갔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억겁의 시간이 흘러, 398번째 세계를 탐험하게 된 나는 드디어 새로운 귀인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무슨 갑옷을 입지? 탐욕자의 낙인은 너무 무서울지도 몰라. 그럼 귀여운 선관위 투구를 쓸 까? 인두 정도라면 새로운 귀인도 좋아할지도? 아냐, 제일 무난한 빌헬름 갑옷이 나을 거 같군.
무기는 어떤 무기를 쓰지? 그 동안 부러진 직검이나 인두만 쓰느라 정상적인 무기가 어떤 감각인지 까먹었다. 벌어진 검? 계승의 대검? 흑대검? 아 혹시 모르니 팔란의 대검을 가져갈까? 아니지 그건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그걸 가져가는 건 도저히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새로운 귀인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행동이 빠르지 못 할 것이다. 즉사할 수도 있겠지. 그래서 안 돼, 아니 절대로 안 돼. 급하게 ‘펼쳐지는 회복’과 ‘중회복’을 챙긴다. 내 신앙심은 극에 달해 있으니까 회복량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아, 까먹을 뻔 했군. 서둘러 화톳불에서 잔불과 위영소를 주섬주섬 챙긴다. 힘들겠지 새로운 귀인. 이거라면 힘이 될거야. 장식품으로 로렛타의 뼈도 99개 챙긴다. 그레이렛은 만나봤을려나? 죽였을지도 모르겠네.
허둥지둥 바쁜 나를 화방녀가 물끄럼히 보고 있다. 100번째 세계부터 이미 시체 같던 내가 이렇게 생기있게 움직이는 건 그녀로서도 놀랄 일일 것이다.
“재의 귀인, 무슨 일이신가요?”
대답 대신 태양의 창을 한 대 꽂는다. 대화할 시간은 없다.
“재의 귀인, 왜 이러시나요”
서둘러 로스릭 성으로 향한다. 저번 로스릭 성을 돌 때, 청령으로 불려갔고 새로운 귀인을 보았다. 두 마리 용을 열심히 롱보우로 잡고 있었다. 암령이 온 것도 모르는채 말이다. 곧 바로 암령 둘을 죽여버리긴 했지만 아마도 새 귀인은 암령이든 청령이든 온 줄도 모르는 것 같았다. 화살만 주구장창 쏘고 있었으니까.
급하게 용갑주 입구에 백납을 긋는다. 이거면 되겠지.
예상대로 몸이 번쩍이기 시작한다. 오오, 드디어 볼 수 있는건가 새로운 귀인!!
<영체가 되어 다른 세계로 소환됩니다.>
<불의 주인 Don’t kill me plz의 세계에 소환되었습니다.>
기다려라 새로운 귀인. 내가 왔네. 그런데 불의 주인이 보이지 않는다.
<불의 주인이 지역 최후의 전투를 시작했습니다.>
서둘러 안개벽으로 향한다. 이제 이것만 넘으면 된다.
???
안개벽이 넘어가지지 않는다. 몇 번을 해도 안 된다. 서..설마 이 타이밍에 중소한다고? 시발 중소! 시발 중소!!!! 아, 미야자키 시발련아!!!! 이거 플스란 말이야.
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제발들어가져라
<불의 주인이 사망했습니다. 본래 세계로 돌아갑니다.>
안 돼 시발 안돼!!!!!!!!!!!!!!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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