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옮기는 중)
목격자를 찾아야한다. 소녀의 집과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자. 노파의 집 문을 강하게 두드린다.
“아 어떤 씨불 놈이여. 대체!! 꺼져 씨불 놈의 새꺄”
노파의 고함이 들려온다. 전처럼 욕을 들어줄 인내심이 남아있지 않다. 월광검의 검기로 문을 박살내고 노파의 멱살을 잡는다.
“옆집 소녀 어디갔어?”
“나는 몰러유. 나는 몰러 옘병”
단총으로 노파의 왼팔을 쏜다. 피가 뿜어져 나온다.
“당장 말해. 말 못 하면 다음은 머리에 수은탄을 박아 넣어주마”
노파가 바닥에 쓰러진 채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무리의 사냥꾼들이 소녀의 집으로 들이닥쳐서 소녀를 끌고 갔다. 그들은 손가락이 교차된 문양이 새겨진 사냥복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 노파에게 입을 다물라고 빛나는 동전을 잔뜩 주었다고 한다.
어? 손가락이 교차된 문양? 서둘러 금반지를 꺼내본다. 똑같다.
“그래,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그걸 조사하는 놈들을 조심하게. 손가락을 서로 교차한 문양을 상징으로 쓰는 놈들인데 방해되는 것들은 가리지 않고 치우나봐. 아무 것도 안 한 시민들도 말이야. 스스로를 르네상스 교단이라 하더군”
발트르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르네상스 교단!
그런데 소녀의 집과 소녀가 혼자라는 걸 아는 건 나 그리고 죽은 헨릭, 개스코인과 그의 아내 뿐이다. 아무도 알 리가 없다.
아니다 딱 한 명 더 있다.
이오셰프카
“고생하십쇼. 우리들의 부활을 위해. 다시금 부활하리라” 수상한 거래처 남자의 말이 떠오른다. 부활? 부활을 고대어로 뭐라 그랬더라? 르네? 르사르? 르네상스!
그 순간, 이오셰프카와 르네상스 교단 그리고 문양이 새겨진 금반지가 하나로 이어진다. 이오셰프카가 르네상스 교단 사람이었다. 그리고 내가 거래하러 간 사이 소녀를 덮친 것이다. 그녀가 소녀의 위치를 말했다. 그리고 교단이 움직였다.
왜? 왜 굳이 소녀를? 왜?
방 안을 수색했다. 멍청하게도 한 사냥꾼이 그들의 연구소가 있는 곳을 적은 메모장을 떨어뜨려놓았다. 그리고 그곳은 그다지 먼 곳이 아니었다. 방금 전 지나쳤던 그곳이었으니까.
연구소의 문이 힘 없이 박살났다. 발트르의 무한궤도톱의 위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서두르게, 오르골 소녀의 목숨이 위험하네”
문을 박살낸 발트르가 서둘러 들어간다. 이오셰프카 보건소 안의 풍경은 실로 기괴한 것이었다. 수도 없이 많은 핏자국, 그리고 이상한 파란색 괴물. 보이는 즉시 죽이긴 했지만 야수치고는 너무 신비한 분위기였고 사납지도 않았다. 마치 해양생물과 인간을 섞어낸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그들은 이 놈들을 천계의 사자라 불렀던 것 같군.”
발트르가 혐오가 잔뜩 묻은 채로 말하며 노트장을 건네주었다. 천계의 사자, 위대한 자의 아이, 부활과 승천. 이상한 말들이 잔뜩 쓰여있다. 읽어보니 그들은 인간을 이상한 괴물로 만드는 실험들을 행했던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오셰프카의 실험 일지로 보이는 책을 찾았다. 내용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야남의 29번 째 밤, 34번째 시간
오늘 우리는 우리들의 정답을 찾게 되었다. 우리들이 그토록 찾고 다녔던 진정한 부활의 길을 말이다. 그동안 우리는 인간을 ‘천계의 사자’로 밖에 변화시킬 수 없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아아, 로즈마리누스가 그 비밀을 가지고 있었다니. 도대체 누가 알았을까? 이미 성장이 끝난 인간은 천계의 사자가 그 변화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만이 위대한 자로의 진화를 거칠 수 있다. 우리가 구해낸 이 정령의 껍데기와 위대한 자의 피가 이어져 오는 혈족의 피. 어린 아이가 필요하다. 어린 아이라면 진정한 부활의 열쇠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혈족의 피는 햄윅의 거리에서 얻었고 이제 아이가 필요하다.
야남의 29번 째 밤, 35번째 시간
드디어 매개체를 찾았다. 우리들의 오랜 소망인 부활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간이 위대한 자가 되었을 때 진정한 부활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멍청한 이방인 사냥꾼 녀석은 뭣도 모르고 우리들에게 훌륭한 매개체를 제공해주었다. 암, 걱정마 그 아이는 이제 외롭지 않아. 위대한 자가 되는 거라구. 서둘러 장비를 챙겨 햄윅 거리로 가야겠다. 그곳이라면 인류의 대진화를 이끌기에 충분한 곳이니까.
더 읽을 시간이 없다. 이 자들은 소녀를 죽여서 위대한 자의 육신으로 쓰려는 것이 분명하다. 나조차도 모를 속도로 햄윅의 마녀 거리에 도착했다. 이미 거리는 시체로 가득하다. 멀리서 포효가 들려온다. 웃음소리와 비명소리도 들려온다. 어떤 존재가 사냥꾼들을 모조리 죽이고 있었다. 사냥꾼들은 손도 못 쓰고 촉수에 의해서 몸이 절단된다. 그 존재는...
이브리에타스다.
도대체 어떻게...분명히 죽였을 텐데. 부활 교단 사냥꾼들을 모두 죽인 이브리에타스가 천천히 나를 돌아본다. 이오셰프카였던 것을 뱉어낸다. 얼굴이 반쯤 녹아있다. 이브리에타스가 포효한다. 이브리에타스가 나를 향해 돌진해온다.
아차, 모르는 사이 발광수치가 높아져있었다. 몸을 움직일 수 없다.
그 순간, 주머니에서 오는 길에 돌려놨던 오르골이 떨어진다. 소녀의 오르골이다. 오르골은 뚜껑이 열린채 아름답고 쓸쓸한 멜로디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브리에타스가 멈췄다.
꾸륵 꾸르르륵
이브리에타스가 몸을 꼰다. 괴로운 것일까? 그리고 나는 이브리에타스의 한 쪽 촉수에 붉은 리본이 매달려있다.
이브리에타스는 괴성을 지르더니 차원의 문을 열고는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아름다운 야남의 소녀가 아름다운 우주의 아가씨가 되었다는 걸
아름다운 아가씨, 어찌하여 울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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