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아아아아...."
이것이 내게 달려들었던 야수가 톱단창에 찢기며 지른 마지막 절규였다.
평온 속에 잠들기를....
"여전히 아름다운 솜씨야, 에브"
그이다.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피냄새가 진동하는 야남에서도 그의 향기만큼은 느껴진다. 왜냐면 그의 품 안에서 잠들 때보다 좋은 순간은 없으니까.
날 부른 사람은 나의 애인 머시(Mercy)다.
"그 쪽은 정리가 잘 되었나봐? 다친 곳은 없지?"
나느 머시의 품에 달려가 그에게 안기면서 말했다. 피냄새가 아닌 라일락 냄새...그리고 무기의 차가움이 아닌 이 따뜻한 온기.
올려다보자 그의 미소가 나를 반긴다. 어두운 야남에 이만큼 아름다운 미소는 없다. 적어도 나한테만큼은
"그럼! 내 칼 솜씨를 잘 알잖아~ 어떤 야남의 야수도 날 상대할 순 없어"
머시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눈부신 금발 그리고 쏟아질 것만 같은 푸른 눈. 그리고 온화한 이 미소와 녹아버릴 것 같은 눈웃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머시도 그의 품에 안긴 나를 안는다. 한 손으로는 나의 허리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나의 은발을 헝클어뜨린다.
"으음...싫어...신경쓴 앞머린데...너무해"
투정부리는 나를 보며 그가 싱긋 웃는다.
"그래도 네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에브. 매번 네가 사냥할 때마다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아? 이렇게 아름다운 널 야수들이 가만히 둘리가 없잖아"
얼굴이 달아오르는게 느껴진다. 머시는 나의 약점을 너무 잘 안다. 사냥 모자를 눌러써서 애써 표정을 감춘다. 분명히 새빨개졌겠지...
"도..돌아가자... 인형이 기다릴거야 게르만도"
"그래"
우리는 사냥에서 모은 혈액팩과 수은탄을 정리하고 등불로 향했다. 일렁이는 불빛...가끔 그 빛을 본다면 현실인지 꿈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잠깐 시야가 일렁인듯 싶더니 어느새 그곳으로 와 있다. 거대한 달이 비추는 그곳, 사냥꾼의 꿈.
"어서오세요. 사냥꾼 님. 무엇을 소망하시나요?"
인형이다. 정말 아름다운 인형.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나와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
"우리 사랑꾼들이 잘 돌아왔구만, 수고했네 에블린, 머시"
게르만이 휠체어에 앉은채로 인형에 이끌려 나온다. 그는 위대한 사냥꾼 중 하나였다고 한다. 최후의 야수 전투에서 그만 다리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분명 여전히 야수들을 사냥하고 다녔을거다.
우리는 공방에 들어가 간단한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한다. 요새 가장 큰 화두는 이상 행동을 보이는 사냥꾼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야수 뿐 아니라 동료 사냥꾼들도 마구잡이로 공격한다고 한다. 아직까지 본 적은 없지만 분명 경계해야 할 일이다.
식사를 마치고 머시와 함께 다락방으로 올라간다. 머시에 품에 안긴다. 따뜻한 온기가 서로를 감싸고 우리는 서로를 뜨겁게 응시한다.
머시의 손길이 나의 옷을 한올한올 벗기는게 느껴진다. 그리고 나의 손도 쉬지 않고 머시를 무장해제한다.
희미한 불빛 속에서 우리는 가장 원시적인 형태로 서로를 응시한다. 말은 필요없다. 사냥 시작이다.
머시의 혀가 나의 혀를 찾는다. 나의 혀가 격렬하게 그를 맞이한다. 엉키고 춤을 추고...
그의 손이 나의 야하굴을 더듬는다. 그의 칼날지팡이도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한다.
맛있는 칼날지팡이...
내 입에 수은비약을 토해낸 머시의 칼날지팡이가 이제는 나의 야하굴에 입성한다
당당한 개선 장군 같은 머시의 칼날지팡이는
강렬한 가속으로 나의 야하굴을 뜨겁게 만들고는 이내 수은비약을 쏟아냈다.
격렬한 사냥이 끝난 후, 머시가 나의 배를 간지럽히면서, 속삭였다.
"에브, 날 사랑해?"
"그럼, 저 달이 가득 찰 만큼 널 사랑해"
머시가 무언가를 내 손가락을 끼운다. 반지다.
"나랑 결혼해 줄래? 에블린?"
2회차 밤사냥이 시작되었다.
그 뒤론 쭉 행복의 나날이었다. 같이 사냥하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성당 구역을 돌아다녔다. 매 순간이 행복으로 가득했다.
영원할 것 같았다.
나의 소박했던 행복이
사냥꾼 에블린이 아닌 아내로서 에블린을 꿈꾼게
나의 잘못이었을까
그 일이 일어난 건 평소와 같은 사냥의 밤이었다. 평소처럼 머시와 사냥을 했다. 그와 약속했다.
2시간 뒤 다시 야남 등불에서 보자고.
머시가 웃으면서 말했다.
"조심해, 에브. 사랑해"
하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게 그의 마지막 말이었고 내가 기억하는 미소였다.
2시간이 지나도 3시간이 지나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직감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구나
야남 시가지를 미친 듯이 수색했다. 제발 늦지 않길... 제발...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야수? 아니 야수와 사람이 섞인 듯한 웃음소리
"피에 취한 사냥꾼들이 늘어가고 있다네..." 게르만의 목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안돼..... 안돼!!!!!
왜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 걸까....
내가 머시를 발견한건 하수구 바닥이었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난자된 그의 몸은 까마귀에게 뜯어먹히고 있었다.
그 손가락에서 우리의 결혼 반지를 발견했을 때 나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죽었다고
범인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아니 제 발로 왔다
피에 취한 사냥꾼이었다. 그를 죽이곤 동료가 올 것이라 생각하고 숨어있다가 나를 습격한 것이었다.
하지만 내 상대는 되지 못 했다.
몇 번이고 그 놈을 찢고 총으로 갈기고 내장을 뽑아도 울분이 풀리지 않았다. 눈에서 피인지 눈물인지 모르는 것이 쏟아졌다.
오직 칼 밖에 남지 않은, 까마귀에게 먹혀버린, 머시의 시체 옆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하늘도 나와 함께 울어주는지 그날따라 비가 많이 내렸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야수를 사냥하지 않는다.
더 이상 내 얼굴을 보이고 싶지도 않다. 나의 미소와 나의 미모는 오직 그만의 것이었으니까
까마귀 가면을 쓰고 까마귀 옷을 입었다
이제 나는 야수를 사냥하는 사냥꾼이 아니다
나는 사냥꾼을 사냥하는 까마귀다.
자비(mercy)의 칼날으로 다시는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리라
이 자비(mercy)의 칼날으로 숨통을 끊어주지
이 야남에서 다시는 사냥꾼들은
피에 취하지 못 하리라
나는 까마귀 [에일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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