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하다, 계승자의 닌자여...."
아시나 겐이치로는 감탄했다. 늑대라는 자, 적으로 두기엔 아까운 사내였다.
자신의 가슴팍에 칼을 꽂아 넣었기 때문이 아니다. 죽여도 죽여도 쓰러지지 않는 사내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 남자는 그저 아무런 말없이 전력을 다해 주군을 모실 뿐이었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닌자. 탐이 날 수 밖에 없었다.
칼에 의지해 쓰러지는것을 멈추며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말이 무시당할 것을 알면서도, 겐이치로는 넌지시 말을 건넨다.
"안타깝구나... 주인을 바꿀 생각은 없는가."
"....헛소리를..."
과묵한 사내는 그저 과묵한채로, 단호하게 거절했다.
"헛소리라고...?"
하나, 둘, 겐이치로의 갑옷이 떨어져나간다.
격렬한 전투로 인해 부숴진 것일까.
떨어져나가는 것은 '아시나 겐이치로'의 껍데기였다.
"나는 아시나를 지킬 수만 있다면... 어떤 이단의 힘이라도 따를 것이다...."
주인을 바꾸는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겐이치로의 생각은 그랬다. 자신의 그 어떤것조차도 아시나 그 자체의 가치와 비견될 수는 없다.
그렇기에 겐이치로는 이미 '이단'을 받아들였다. 그것이 아시나를 지킬 힘이 되리라 믿었기에.
"토모에의 번개를 보여주지."
내밀었던 회유의 손길은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닌자는 여전히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보며 검을 겨누고 있다.
해야할 일은 명확했다.
겐이치로의 결심을 대변하듯, '토모에의 번개'가 아시나 상공에 드리우기 시작한다.
순식간이었다.
겐이치로는 무릎을 꿇으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생각했다.
잘못된 것은 없었다.
그저 약했을 뿐.
배에 구멍이 뚫려서 그런 것일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겐이치로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닌자는 여전히 과묵하게 말없이 다가와 싸움의 끝을 알리고 있었다.
"나는... 아시나를...."
악에 겨운 말이었지만, 겐이치로는 말을 어떻게 이어야할지 알수가 없었다.
아마도 유언이 될 그것에, 자신의 힘이 부쳐 이루지 못한 소망을 다시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었을까.
그 모습이 인상 깊었는지, 드물게도 닌자는 입을 열었다.
"...무엇이든 할 텐가."
"아시나를 위해서라면...!"
"좋다."
계승자의 닌자, '늑대'의 눈빛이 일순 돌변한다.
짐승같이 거친 손길로, 그는 겐이치로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자신이 잘라냈던 왼 손,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있는 의수.
"크윽...!"
겐이치로는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상처의 고통, 패배의 수치, 어째서 마무리를 망설이는지에 대한 의문.
많은 감정이 휘몰아쳐, 무엇이 먼저 입 밖으로 나가야 할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늑대가 남은 한 손으로 바지춤을 내리며 자신의 '닌자 도구, 장치 창 - 찌르기 식'의 위용을 드러내자, 다른 모든 감정들은 자취를 감쳤다.
경악. 겐이치로에게 남아있는것은 여러 종류의 경악 뿐이었다.
危
"무, 무슨 짓을...!"
"용윤을 주입하겠다. 입을 사용해라."
눈에서는 폭력적인 광기가 느껴졌지만, 닌자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건조한 것 그대로였다.
당연한 일이라는듯이, 닌자는 우악스럽게 창을 겐이치로에게 향하고 단박에 쑤셔박았다.
"읍, 으큽...!"
닌자는 무심히 찔러댔고, 겐이치로는 창이 박히는 충격을 얼굴, 주로 입으로 받아내며 경악에 눈을 부릅뜰 수 밖에 없었다.
아무 말도 없이, 일련의 행위는 계속됐다. 겐이치로가 그것이 전투의 또다른 모습이라는것을 깨닫는것 역시 당연했으리라.
그의 반격이 시작되자, 움찔, 늑대의 허리가 경련하며 뒤로 빠진다.
허리춤에 달린 창이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가려 하자, 겐이치로는 게걸스럽게 그것을 쫓아가며 부지런히 혀를 움직였다.
"큭...!"
늑대는 황급히 그를 밀쳐내며 침으로 축축히 젖은 창을 꺼내 상태를 확인했다. 불 가르기. 조금만 늦었더라도 화통이 되었을 것이다.
겐이치로는 채 삼키지 못해 입가에 묻은 질척한 액체를 팔뚝으로 닦아내며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저 유린당하지는 않겠다...!"
반격의 때가 찾아온 것이다.
"죽음에서 돌아온 건가...."
危
"!"
닌자의 직감이 위험을 감지한다. 반쯤 벗은 겐이치로가 자신을 향해 달려들자, 늑대는 당황한다.
어느쪽이지? 찌르기? 하단 베기? 하지만 겐이치로의 손에는 검이 들려있지 않다.
"닌자여, 비겁하다고는 하지 않겠지."
겐이치로의 손은 늑대의 바지를 잡아챘다. 겐이치로의 몸에 정신이 팔린 것일까, 아니면 아직 바지춤을 정리하지 못해 움직임이 굼떠진 것일까.
늑대는 너무나 쉽게 겐이치로의 공격을 허용했다.
토모에의 번개를 두른 뇌신의 모습. 겐이치로는 망설임없이 창을 머금었다.
"으윽...!"
드물게도 늑대는 신음을 흘렸다. 번개의 힘을 이렇게 정면으로 받아낸 적은 없었다. 쾌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 뇌를 뒤흔들어놓는다.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다.
자신의 엉덩이를 붙잡은 채 미친듯이 고개를 흔들어대는 남자에게, 그저 화통이 불을 뿜게 해방하는 수 밖에.
"히호허 하히하희 하흐 흐하히하."
창을 머금은 채, 겐이치로는 의기양양하게 중얼거렸다.
자신의 목구멍으로 쏟아져나오는 '용윤'의 뜨거움을 느꼈기에, 그는 승리를 직감했다.
그리고 그의 시야는 검게 물들었다.
입안에 남아있는 텁텁한 새의 깃털을 뱉어내고 나자, 무언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손에 남아있는 바지의 감촉. 하지만 그 안에 느껴져야할 하체의 질감이 없었다.
"해야만 할 일을... 할 뿐이다...!"
목소리가 들려온곳을 알았을 때는, 이미 몸이 들어올려질 정도로 강한 힘으로 꿰뚫린 후였다.
강하고 날카롭게 찔린 충격에, 장기가 찔려올라간다.
우악스럽게 밀려올라간 횡경막이 경련하고, 폐는 끈적하고 더운 숨을 내뿜는다.
비전 - 대닌자 떨구기. 대 닌자 올빼미의 일자전승 오의가 수척해진 겐이치로의 몸에 무자비하게 처박힌다.
겐이치로는 그저 붙들린 채 헐떡이며, 자신의 몸 깊숙한곳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감각에 의문을 느낄 뿐이었다.
"아, 아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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