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크읏!"

한순간 몸의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던 시라. 이내 황급히 무게중심을 회복하고 다시 자세를 잡았지만, 그 '잠깐'의 틈은ㅡ싸움의 승패를 결정짓기에 충분했다.

재의 귀인이 아래에서부터 쳐 올린 '연기의 특대검'의 묵직한 파괴력은, 시라의 손목을 정확히 가격해 그녀의 무기 '미친 왕의 책형'을 날려버렸다.

저 멀리 날아간 '책형'이, 지면에 수직으로 꽂혔다. 더 이상의 근접 전투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시라가 거리를 벌리고 '번개의 화살'의 시위를 당기ㅡ기도 전에, '마각의 반지'를 장비한 재의 귀인의 발차기가 시라의 복부를 강타했다.

그 충격을 버티기는 힘들었다.

"커흐억!"

체내의 장기 몇 개가 파열된 듯, 시라가 피를 토해내며 바닥에 널부러졌다.

그녀가 손에서 놓친 '성령'을, 재의 귀인이 발로 짓밟아 부숴버렸다.

이제 시라에게는, 더 이상 무기가 남아있지 않았다. 명백한, 시라의 패배였다.


"ㅡ내가, 이겼어."

시라의 목에 검을 겨눈 채, 재의 귀인이 읇조렸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한 시라는, 분하고 원통하면서도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 그러니ㅡ기사답게, 얌전히 죽음을 받아들이겠다. 일격에 끝내다오."

"흐음....."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재의 귀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다가ㅡ검을 집어넣었다.

"이제와서, 자비심을 보이겠다는 건가? 조금도 고맙지 않군. 어서 끝내라, 추악한 배교자여."

"너, 가만히 보니까......나름 꼴리네. 오늘은 그냥 너로 해야겠어."


무엇을? 이라고, 시라가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재의 귀인의 건틀릿을 낀 오른손이 시라의 옆구리를 스쳐 지나가, 그 백은의 흉갑을 벗겨냈다.

“뭣......”

저항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갑옷이 벗겨져, 속에 입고 있던 얇은 천옷이 모습을 드러냈다.

단단한 금속의 감촉이 튀어나온 두 개의 융기에 닿자, 시라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런 쪽의 경험이 풍부한 여성의 반응은 아니었지만, 재의 귀인은 신경쓰지 않고 시라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것도, 아주 세게.


“으윽......!"


“헤에, 좋은 반응이야. 좀 더 울부짖었으면 하는데 말이지.”


재의 귀인은 시라를 비웃듯 그렇게 말하면서 착용하고 있던 건틀릿을 벗어 내던졌다.

흉악하게 꿈틀거리는 근육질의 팔이 천옷을 벗겨내고 있었다. 시라는 머리 위로 빠져나가는 옷의 감촉에서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굴욕을 느꼈다.



그렇게 천옷이 벗겨지자, 그 움직임에 따라 딸려올라갔던 풍만한 가슴이 살짝 출렁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튼 그 풍요로운 가슴에 바깥 세계의 공기가 닿자, 시라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감상하는 듯한 재의 귀인의 시선이 느껴졌다. 시라는 이 수치심을 견딜 수가 없어 혀를 깨물고 자결이라도 하고 싶었다.

재의 귀인의 억센 두 팔이 다가와 가슴을 아래에서부터 들어올리며 마구 주무르기 시작했다.


“하으읏…….!”



시라는 방금 스스로가 낸 목소리를 믿을 수 없었다.

명예로운 필리아놀의 기사로서 결코 내서는 안되는, 음탕한 목소리. 자신의 실태를 깨달은 시라는 한 손으로 급하게 입을 막았다.


“방금 반응 뭐야? 혹시 흥분했어? 으응?"


“……다시 한 번 말한다. 어서 검을 휘둘러 내 숨통을 끊어라, 기사의 각오를 모욕할 생각 말고.”



시라는 이를 악물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너무나도 순진하게, 재의 귀인이 자신을 죽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각오를 새긴 것이었다.

이것만큼은 마지막까지 남은 고집이라고 해도 좋았다. 자신은 신의 후예, 공작의 딸, 필리아놀의 기사. 목숨을 구걸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시라의 각오와는 달리, 재의 귀인은 그런 시라의 모습을 보고 승부욕이 불타오른 듯 했다.

지금까지 신경쓴 적도 없고, 오히려 무기를 휘두를 때는 방해된다고 느꼈던 가슴을 집요하게 자극하기 시작했다.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고통이 시라의 몸을 꿰뚫었지만, 필사적으로 이를 악물고 소리를 참으려는 듯 했다.

터져나올 것 같은 신음소리를 간신히 견뎌냈지만, 자극은 멈추지 않고 점점 더 강해져갔다.

그렇게 만족할 때까지 시라의 가슴을 주무르던 재의 귀인은, 갑자기 흥미가 식었다는 듯 손을 떼더니ㅡ시라의 남은 옷을 벗기고자 다시금 팔을 뻗었다.

얼굴이 시뻘개진 채 반쯤 울상이 된 시라가 뭐라고 한 것 같았지만, 깔끔하게 무시하면서.



우아한 녹색 스커트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먼지가 묻어 더러워졌음에도 빛을 잃지 않은 명주 바지마저 대충 벗겼다. 자신의 발목까지 내려온 바지가 완전히 벗겨진 것을 확인한 시라가 죽일 듯한 시선으로 재의 귀인을 노려봤지만, 그는 오히려 그런 시선을 즐겼다.


"흰색? 역시, 예상했던 대로네. 근데, 꽤나 축축하게 젖어있네. 싫은 척 하면서도 기분 좋았지?"


"...뭐라고?"

시라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명예로운 필리아놀의 기사가, 가슴 조금 주무른 것 가지고 실금을 했단 말인가. 그렇지만 재의 귀인은 사실만을 말할 뿐이었다.

시라도 뒤늦게 깨달았다. 농밀한 냄새를 풍기며, 바닥을 적신 끈적한 '무언가'를.

"이 무슨 실태...으앗?!"


시라의 마지막 한 장 남은 레이스 속옷만은 어째서인지 내버려둔채로, 재의 귀인은 자신이 입고 있던 바지를 거칠게 벗어던졌다. 그러자 모습을 드러낸 건ㅡ







“......히익!”


ㅡ그것은 본 적 없는 생김새의, 묵직한 '그레이트 클럽'이었다.

고개를 쳐들고 빳빳하게 서 있는 '저것'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지식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기초적인 성교육 정도는 받았기 때문에, 그것이 남성의 생식기란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라가 알기로는 분명 남성의 생식기는 좀 더 작은, 기껏해야 손가락만한 크기의 물건이었을 터. 그렇기에 눈 앞의 '저것'이 왜 저렇게 흉측하게 생겼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재의 귀인의 위풍당당한 그레이트 클럽을 본 시라가 경악으로 굳어있던 사이, 근력 50의 강인한 팔이 다가와 그녀의 두 다리를 억세게 끌어당겼다.

다리 사이에서 흘러내린 액체로 끈적하게 젖은 바닥의 감촉이 그녀를 한 층 더 수치스럽게 만들었지만, 그 사실에 신경쓸 여유따윈 없었다.

이미 축축하게 젖어있던 시라의 속옷을, 재의 귀인은 일부러 속도를 늦추면서 천천히 끌어내렸다. 그러고는ㅡ저 멀리 집어던졌다.

다리 사이의 허전한 느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깊고 어두운 구멍, 그리고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게 된 시라가 수치심에 몸을 떨었지만, 그런 반응은 오히려 재의 귀인을 흥분시킬 뿐이었다.


ㅡ이제 완전히 드러난 음부에서 애액이 흘러내려, 살짝 번들거렸다.

살짝 나 있는 음모는 흘러나온 애액에 의해 마구 뒤엉켜있었다. 게다가 유혹하는 것처럼 입구가 조금씩 움찔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재의 귀인은 자기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며 얼굴을 가까이했다. 숨결이 가까워져오는 불길한 느낌에, 시라는 눈을 크게 뜨고 겁먹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무, 무슨 짓을......!"

놀랍게도, 재의 귀인은 혀를 길게 내밀어 시라의 음부를 핥았다. 그녀의 애액이 흐르고 있는, 침범된 적 없는 '성역'을, 게걸스럽게 파헤쳤다.



“히야아아아아아아앗?!”



태양의 창을 정면으로 쳐맞은 듯한 충격에, 시라는 상반신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빠져나가고자 몸부림쳤다.

하지만 말릴 틈조차 없이, 재의 귀인의 혀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시라의 음부를 자극했다.

맛을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집요하고 섬세한 혀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전해져왔다. 당연히 이런 성적 경험이 전무한 시라는, 처음 느껴보는 자극에 휘둘리며 신음과 비명을 흘릴 뿐이었다.


“아…으흐읏…제발...그만…그만둬.......주세요......”


수치스럽게도 필리아놀의 안식을 깨운 자에게 울면서 빌고 있었지만, 혀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이미 수 차례나 움찔거리며 절정에 도달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시라의 저항은 점차 줄어들어갔다. 그저 쾌락에 몸을 맡긴 채, 마구 휘둘릴 뿐이었다.

이제 더 이상, 저항할 기력 같은 건 남아있지 않았다.


 




ㅡ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이제서야 만족한 건지, 재의 귀인의 얼굴이 차츰 멀어져가고 있었다.

시라는 간신히 쾌락의 지옥에서 벗어나, 바닥에 대자로 뻗고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


“하아……하악………아흑.....하아....”


ㅡ하지만,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알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직 본격적인 게임은,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몸이 앞쪽으로 질질 끌려가는 듯한 느낌에, 시라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다.

자신의 두 다리가 재의 귀인의 허리에 감겨 있었다. 그리고ㅡ아까보다도 훨씬 부풀어오른 중후변질 그레이트 클럽을, 재의 귀인은 한 손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잠깐, 지금 뭘 하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시라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ㅡ무언가 단단한 것이 닿아있는 감촉이, 배꼽 아래에서부터 강하게 느껴져왔다.

시라는 눈을 크게 뜨고 애원하듯이 말했다. 앞으로 자기가 무슨 짓을 당할지, 이제서야 깨달은 모양이었다. 신의 후예로서의 기품도, 공작의 딸로서의 고상함도 전부 내던지고, 그저 필사적으로 빌었다.


“제발...용서해주세요…제발…! 더 이상은...!”


ㅡ그러나 재의 귀인의 그레이트 클럽은, 번화만으로 모자라서 책형까지 쓰고도 발린 머저리를 용서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말벌 대거 앞잡을 당한 듯한 느낌과 함께, 하반신에서 쾌락과 고통이 뒤섞인 끔찍한 감각이 시라의 전신을 강타했다.


“응기잇!?”


더 이상 필리아놀의 기사로서의 잔재가 조금도 남아있지 않은 괴성을 내지르며, 시라는 몸을 떨었다.

충분한 애무 덕분에 처음이었어도 아픔은 덜했지만, 반대로 엄청난 이물감과 쾌감이 전류가 흐르듯 시라의 의식을 뒤흔들었다.

삽입만으로도 이미 절정에 달해버린 듯, 시라는 침을 질질 흘리며 몸을 움찔거렸다. 살짝 벌어진 입은 계속해서 뜨거운 숨을 토해내며, 에로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으읏……”


이내 힘없이 늘어져버린 시라를 내려다보며, 재의 귀인은 비열한 웃음을 띄우더니 허리를 움직였다.


“흐에…흐아앙!”


갑작스럽게 시작된 피스톤 운동에, 시라의 사고가 정지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이제는 잔해만 남은) 고리의 도시 전체로 울려퍼졌다. 그 누구도 허용하지 않고 굳게 닫혀있던 질의 내부가, 남근의 침입에 따라 확대되고 있었다.

지나친 쾌락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정말로 망자가 되어버릴지도 몰랐다.


“제발...제발 그만……!”


시라는 팔을 마구 휘저으며 멈춰보려고 애썼지만, 재의 귀인은 오히려 그 팔을 붙잡아 자신의 목에 걸었다.

굴욕적이게도 마치 매달리는 듯한 자세를 취한 채, 시라는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그레이트 클럽의 감촉에 다시 한 번 꼴사나운 소리를 내질렀다.



“하으응......!”


자신의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왔다는 사실에 크게 놀라면서도, 쾌감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의식을 지배했다.

살과 살이 맞부딪히던 소리는 어느새 사라지고, 질퍽거리는 음란한 소리만이 남아있었다.

필리아놀의 기사로서가 아니라 그저 쾌락에 헐떡이는 암퇘지가 된 채, 시라는 몇 번이나 꼴사나운 소리를 내지르며 쾌감에 몸을 맡겼다.



"......"


더 이상 저항할 기력이 남아있지 않은건지, 시라는 아무 말 없이 재의 귀인을 올려다봤다.

눈이 풀린 채 뜨거운 숨결을 연신 내뱉는 시라의 품위없는 낯짝이, 이전의 '고결한 여기사' 이미지와 대비되어 더욱, 재의 귀인을 흥분시켰다.

"이게 그렇게나 좋으냐, 이 발랑 까진 암캐년아?"

재의 귀인은 그런 시라를 내려다보고, 모욕하면서, 몰려오는 정복감에 도취되어 웃음을 띄웠ㅡ다가, 시야에 들어온 '붉은색'에 매료되어 자세를 낮추고 눈을 크게 떴다.

"이건......피? 피, 인가?"

어딘가에서 흘러나온 선혈이, 재의 귀인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그 피의 출처를 찾던 재의 귀인은ㅡ이내 감탄인지 경악인지 모를 요란한 목소리로 마구 지껄였다.

"너, 처녀였구나?! 반응으로 보건데, 경험이 없을 거라는 추측은 했지만......진짜로, 자위 한 번 해본 적 없는 처녀였을 줄이야!"

"하으응......"


-덥석

"ㅡ우읍! 으읍!"

재의 귀인이 그 굳센 팔을 뻗어 시라의 머리를 잡아당겨ㅡ자신의 그레이트 클럽을 '집어넣었다'.

순식간에 그녀의 식도까지 넘어간 그레이트 클럽에서, '소울의 격류'가 발사되어 시라의 구강을 듬뿍 적셨다.

이제 다 끝난 줄 알고 멍하니 있던 시라는, 그 안일함의 대가로 또다른 형태의 쾌락을 느껴야만 했다.

숨이 막혀 질식사ㅡ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일에 능숙한 재의 귀인은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틈틈히 시라에게 '휴식 시간'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집어넣는다. 이러한 과정의 무한반복.




수 시간에 걸친 '소울의 격류'가 끝나고 났을 때는, 이미 시라의 정신이 완전히 무너진지 오래였다. 잿빛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의식의 끈이 끊어지는 걸 느끼며ㅡㅡ



"자, 어때? 간단한 체험 후기라도 남겨보는 게."

ㅡ필리아놀의 침소(였던 곳)에서, 시라가 다시 눈을 떴다. 온몸을 흥건히 적신 땀과 애액, 기타 등등 더러운 것들은 말끔하게 씻겨져 있었고, 오직 다 헤진 치부가리개만을 착용하고 있었다.

"......"

시라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ㅡ












"갱장해써여 재에 기인니므ㅡㅡㅡㅡ!"

재의 귀인에게 안겨, 끝없는 입맞춤을 퍼부었다. 수치심, 분노,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ㅡ이후, 필리아놀의 기사(였던) 시라는 이 세상에서 묘연히 행방을 감추었다. 그녀가 어디로 향했는지는, 재의 귀인만이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