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벅, 철벅

하수도를 걷는 한 사냥꾼이 있었다.

드물게도 격식을 차리기 위한 신사모자를 쓴 그 사냥꾼의 사냥복은 피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 피는 사냥꾼 자신의 것이 아니었으며, 하물며 인간의 것조차 아니었다.

정확히는 인간'이었던' 것의 피였다.


...



사냥의 밤이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건만 불쌍하게도 일찍이 피에 취해버린 한 사냥꾼 신부가 있었다.

선량한 사냥꾼은 그 신부가 더 이상 남을 해쳐 영락하지 않도록 사냥했다.

그리고 피에 취한 신부가 거리를 활보하며 학살을 벌이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 사냥은 한 소녀의 엄마의 죽음을 막을 정도로 빠르지는 못했다.


...



붉은 브로치와 함께 비보를 전달받은 소녀는 그저 말없이 흐느낄 뿐이었다.

선량한, 그러나 위로에는 능하지 못한 사냥꾼은 오에돈 예배당으로 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녀는 예배당에 오지 않았고, 소녀의 집에는 불이 꺼졌다.



...




선량한 사냥꾼은 소녀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평범한 소녀가 야수 사냥의 거리를 활보하는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하수도를 통했음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미 하수도도 끔찍한 것들의 소굴이 되었다는 사실을 소녀는 몰랐을 것이다.




...



선량한 사냥꾼은 변형한 칼날 지팡이를 휘둘러 적의 살을 찢어발겼다.

대체 몇이나 되는 적들을 사냥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이미 칼날 지팡이는 같은 크기의 철봉과 다를 바 없이 무뎌졌고 사냥복은 넝마가 되어있었다.

그저 힘겹게 신사모자만을 부여잡고 소녀의 흔적을 쫓아 앞으로 나아갈 따름이었다.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혈액이 다 떨어졌다.

그 때를 기다렸다는듯이 야수들이, 괴물들이 득달같이 몰려들었다.

아니면, 처음부터 이리도 많은 괴수들을 베어가며 걸었던가.

사냥꾼은 생각을 잊은채 필사적으로 자신을 공격한 적들을 도끼로 난도질해나갔다.

그 모습은 한때 사냥꾼이었던 신부와 닮아있었지만 사냥꾼 자신이 그것을 알 길은 없었다.



...




그리고 사냥꾼은 마침내 하수도의 끝에 도달했다.

대교로 올라가는 사다리는 소녀가 오르기에는 너무 가파르고 높았다.

사냥꾼은 이미 탁해져버린 동공과 너덜너덜해진 다리로 하수도의 최심부를 향해 걸어나갔다.


한걸음. 소녀에게 준 브로치. 그 브로치는 간직해두고 있을까, 아니면 장례를 대신하여 묻었을까?

두걸음. 사냥꾼 신부의 마지막 단말마. 그는 무엇에 대해, 누구에게 용서를 빈 것일까.

세걸음. 붉은 브로치를 가지고 있던 여인. 그녀는 죽어가며 소녀를 걱정했을까. 아니면 그저 두려워하며 죽어갔을까.

네걸음.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은 소녀가 사냥의 밤을 견딜수는 없을것이다. 예배당에 위탁하던가, 아니면 직접......




냄새. 




하수도의 구역질나는 냄새에 희미하지만 분명히 피 냄새가 섞여있었다.

사냥꾼의 걸음이 빨라졌다. 
혹은 너덜너덜한 다리로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일 수 있도록 소망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다급히 걷는 도중에도, 피의 냄새는 착실히 사냥꾼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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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을 빨리한 사냥꾼이 목도한것은 거대한, 수많은 눈알이 달린 기괴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 돼지였다.


빠르게 사냥하고 다시금 소녀를 찾아 나서야 한다.

대교의 사다리는 너무 높고, 시가지에는 사냥이 지속중이다.

이 끔찍한 괴수를 지나쳐갔을리는 없으니, 소녀는 어디로 갔는가?



생각을 계속하던 사냥꾼의 눈에 문득 돼지의 입이 들어왔다.

그 입은 신선한 피로 적셔져있었다.



 ...




돌진하는 돼지를 가볍게 비켜서서 피하고, 뒤를 잡았다.

본래라면 강력한 공격을 통해 자세를 무너트릴 기회이지만 이미 피에 취한 사냥꾼의 눈에 들어온 것은 조금 달랐다.

탐스러운 '붉은 젤리'였다.

사냥꾼은 누구보다 영민하고, 재빠르다. 피에 취했다면 더욱 더.

진즉에 판단을 끝마친 사냥꾼은 이미 바지를 풀어헤쳐 자신의 '출혈검'을 자세를 회복하기 시작한 돼지의 붉은 젤리에 쑤셔넣었다.

돼지의 고통스러운듯한 비명에 아랑곳 하지 않고 피에 취한 사냥꾼이 허리를 천천히 흔들기 시작하고, 곧이어 빠르게 흔들어갔다. 

난도질당한 붉은 젤리의 조각이 사방으로 튀는 모습과 돼지의 신음에 더욱 더 흥분한 사냥꾼은 계속해서 자신의 출혈검을 흔들었다.

그리고 돼지의 소리도 잦아들었을때쯤, 사냥꾼은 자신의 출혈검을 뽑아냈다.

그러나 그것은 만족해서 그만두기 위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냥꾼은 더욱더 피에 취해 고조되어가고 있었다.
단지, 조금 새로운 여흥을 즐겨보고자 했을 뿐이다.

이미 기력이 없어져 엎어진 돼지의 '끈적한 사혈'을 벌려 출혈검을 집어넣으려던 사냥꾼은 자신의 물건이 무언가에 걸림을 느꼈다.

사냥꾼은 망설임없이 끈적한 사혈에 손을 집어넣고, 무언가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피에 적셔져 붉은 리본이 돼지의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신음섞인 비명과 함께 뽑혀나왔다.

리본. 소녀가 리본을 두르고 있었던가.

소녀? 그게 누구였던가.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언젠가 그것에게도 자신의 출혈검을 꽂아넣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피에 취한 사냥꾼은 리본을 주머니에 꽂아넣고 다시 끈적한 사혈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내.

끈적한 사혈은 붉은 젤리보다 훨씬 커 보였다.

아, 그러니까 출혈검이 박히기 전의 이야기다.

출혈검으로 무자비하게 파헤쳐진 붉은 젤리는 사냥꾼에게 충분한 만족도 주지 못한채 찢어발겨진지 오래였다. 

허나 끈적한 사혈은 그것보다 훨씬 쫄깃하고 아늑해보였다.

체념한 듯한 돼지의 나지막한 신음소리에 더 이상 참지 못한 사냥꾼은 출혈검을 꽂아넣고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박음질에 돼지 또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사냥꾼과 함께 신음을 내질렀다.

하지만 만약 그 쾌락 끝에 기다리고 있는것을 알았다면 돼지는 좀 더 발버둥쳤을 것이다.

계속된 피스톤질 끝에 마침내 '사냥꾼의 꿈'에 도달한 사냥꾼의 출혈검이 [변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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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신음과 함께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고 그것은 곧 단말마가 되었다.

하지만 사냥꾼은 이제야 시작이라는듯 돼지의 엉덩이를 붙잡고 더욱 격렬히 흔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끈적한 사혈이 더욱 쫀득하게 달라붙을 수 있었던것은, 아마 사후경직 덕분일것이다.

그런 행운을 인식하지 못한채 체감할 뿐으로 사냥꾼의 의식은 '사냥꾼의 꿈'을 넘어 '버려진 구공방'에 닿으려 하고 있었다.

이윽고, 사냥꾼의 출혈검은 수은비약을 내뿜었다.



...




사냥꾼은 하수도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

주위를 둘러보는 눈동자는 붉어보였다.

언제부터인가 내팽겨쳐져있던 신사모자를 밟으며 사냥꾼은 천천히 생각했다.

여의. 아가사. 노파. 아델라. 아리안나. 까마귀 사냥꾼. 알프레드. 아, 그리고 개틀링건을 쏘던 사냥꾼과 그 동료...

문득 이렇게 하나하나 구분해서 생각하는게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자, 사냥꾼은 웃음을 주체할 수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을 이유가 뭔가.

사냥꾼은 웃기 시작했다.
으레 광인들이 보이곤 하는 광소가 아닌, 선량하고도 이지적인 웃음을.

그리고 웃음소리가 잦아들었을때는 이미 시가지에는 붉은 달빛만이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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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혈정석을 내놓았더라면 이런일은 없었을것.

이제 다른 점자성서 보고 오면 이 글은 정상으로 보이는 신비를 마주하게 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