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윈 일가를 섬기던 은기사들

하지만 어둠의 시대에 짓눌려버린 그윈 일가와 함께, 그들은 몰락했다.

그들이 섬기던 그윈돌린이 엘드리치의 먹이가 되어 버리고,

그에 따라 사명을 잃게 된 은기사들은 그 위엄을 잃고 망자로 변해 버렸다.

아니, 사실 사명은 남아 있었다.

행방불병된 그윈의 장남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남아있는 그윈의 핏줄인 요르시카를 지키는 것 말이다.

그러나 설리번과 엘드리치의 음모로 다시한번 그들의 주인을 잃게 되자

정신력을 쥐어짜내어 마지막까지 버텨 오던 은기사들도 마침내 사명과 기억을 잃었다.

오랜 시간의 경험으로 인해 몸이 기억하는 부수적인 사명, 아노르 론도를 수호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것이 그들의 주인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든, 그 장작을 탐해서든, 어떤 식으로든지 엘드리치에게 심판을 내리기 위해 향하는 재들을 방해하는 것인지도 모른 채.








...라고, 탑에 가둬진 요르시카는 생각하였다.

정말 멍청하고 약해빠진 기사들이였다, 라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향해 왔으면 진작 자기를 구할 수 있었을탠데.

그들이 약하지 않았더라면 오라버니도 잃지 않고 자신도 이런 신세가 아니었을 탠데.

그윈을 섬긴다는 작자들이 어떻게 저런 불 꺼진 재보다 약하다는 말인가.

그래서 그녀는 결심했다. 그동안의 나약한 암월의 기사단은 다 내다버리고, 강한 재의 귀인을 유일한 정식 기사로 삼기로.

시리스? 누구더라? 약해서 자신에게 오지도 못한 쓸모없는 녀석들은 내 알 바 아니지.

그나저나 아버지는 왜 이런 녀석들을 기사로 삼은 건지 모르겠다. 아니, 임명되고 나자 게을러지고 약해진 걸지도?

귀인에게 수백 번 도륙당하는 은기사들을 바라보며 요르시카는 저런 놈들이 자신의 부하였다니, 하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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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지 않아... 우리는 뭘 해야하는 거지?"

"젠장, 너마저 기억을 잃어버리면... 나도 확신이 안 가잖아. 우린 아노르 론도를 공격해야 해. 거기에 신을 먹는 자가 숨어있다고!"

"아니, 잠깐, 잠깐만. 그 녀석의 협력자인... 법왕이었나? 아무튼, 이루실을 제압하는 게 먼저야. 에잇, 그냥 둘 다 해버리면 되잖아!"

아노르 론도로 향하는 길목.

자신의 인생을 바쳐 지켜온 것을 모두 잃은 충격에 망자가 되버린 동료들 사이를 빠져나가, 어떻게든 자신의 사명을 기억하고 지키려하는 은기사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숫자는 겨우 셋.

전성기 때의 위엄은 사라지고, 마치 패잔병들이 모인 듯한 형색이었다.

처음에는 무슨 짓이든 해서 태양의 아들의 복수를, 태양의 딸을 구출하고자 하던 그들이었지만

시간의 피로와 죽음의 충격, 연속된 실패, 무너져가는 동료를 보고 같이 무너져 내린 끝에

모든 걸 내던지고 묵묵히 생전에 하던 수호를 지켜야 할 대상조차 잊은 채로, 복수해야 할 자를 수호하는 망자로 대다수가 변해버렸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정신을 유지한 그들은 그들의 최후가 되거나, 또는 암월의 검의 위상을 되찾을 성공을 이루고자 계획을 짜고 있었다.

"아무튼, 법왕이고 뭐고 신을 먹는 자만을 죽이면 요르시카 님이 치욕을 당할 일은 없을 거다. 이의 있나?"

마침내 그들의 주도자 격인 기사가 결정을 내리자,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은기사들은 화툿불에서 일어나 자신들이 지켜오던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수호하던 곳을 공격한다, 굉장히 복잡한 기분이 드는 그들이었지만 원래 주인을 집어삼키고 그 자리를 꿰찬 자칭 성자라는 녀석을 생각하니 그들의 눈에는 다시 한번 결의가 피어올랐다.

"우리는 많은 동료들을 잃었다. 그윈돌린 님을 잃은 이후론 청교에 의탁해 기사단의 껍데기만을 간신히 유지시켜 왔다. 이번에는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 다짐하며.

하지만 우리는 또 다시 실패했다. 이제 말이라도 통하는건 나와 너희 셋 뿐이지."

아노르 론도의 문을 열며, 계약 2랭크인 그들의 리더 격 기사가 말했다.

"우리는 모든 걸 빼앗겼다. 자. 저 깊은 곳의 성자가 우리의 주인과 형제들의 인간성을 도둑질해 갔다. 어쩔 건가?"

"그 갚을 치루게 할 것이다."

"왕의 잠자리에 감히 발을 들여놓은 추악한 잡것을 어쩔 건가?"

"그 갚을 치루게 할 것이다."

"감히 불과 태양을 부정하고 어둠을 섬기는 자를 가만히 둘 것인가!"

"그 갚을 치루게 할 것이다!"

그렇게 세 명의 기사들은 아노르 론도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아......"

몇 번의 죽음을 겪은 것일까. 장갑을 벗어 손을 바라보니 엄청난 양의 주름이 보였다.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곳은 아노르 론도의 성문 앞.

자신을 따라 그곳을 점거한 가짜 주인을 몰아내고자 한 기사 둘은 묵묵히 서 있었다.

침입자를 경계하듯이, 성문 반대편을 주시하면서 말이다.

"아, 아......"

결국 실패했구나. 죽어도 다시 일어나 모든 투지와 의지를 불태운 끝에, 모든 이성마저 태워버리고 말았구나.

역부족이었다. 암월의 검으로써의 맹세를 지키기 위해 일하느라 수련을 게을리한 탓일까. 귀를 모아 조금이라도 더 총애를 받고자 하는 마음만이 가득해 주인들을 지킬 검이 무디어져 버린 건가.

아니, 빠르게 결단을 내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동료가 있을 때 시도했어야 했나.

변명이다. 자신의 의지가 약했기 때문이다. 정녕 자신이 암월의 검으로써의 의무를 다 했다면, 여기서 망자가 될 리 없었다. 몇 번이고 엘드리치에게 향해, 끝내 목을 베어 버렸겠지.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자신의 정신이 나약했기에. 그윈과 그 자녀들이 보지 않는다고 너무 헤이해져 버린 건가?

자신의 정신마저도 불타 재가 되어감을 느끼며, 그는 후회했다. 뼈저리게 후회했다. 자신의 약함을 한탄했다.

"아, 아....아아아......"

그윈 님. 죄송합니다. 맹세를 어겨버리고 말았습니다.

그윈돌린 님. 죄송합니다.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

요르시카 님, 죄송합니다. 구해 주지도, 원한을 갚을 수도 없었습니다.

부족한 저희를 용서하여... 아니, 계속 꾸짖어 주십시오. 죽음으로 갚을 수도 없는 몸이고, 죽음으로도 부족한 죄입니다.

어느샌가 흐르고 있던 그의 눈물이 조금씩 붉은색을 띄기 시작했다.

깊은 절망이 그를 심연에 닿게 한 것일까.

이성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그는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기사단장님들은 귀를 참 좋아하셨지, 침입을 격퇴해 정의를 구현하면 얻은 증표로 말이야....

침입자들을 물리치고 그거라도 모아 두면, 혹시 우리들을 용서해 주지 않을까?

마지막으러 헛된 망상을 하며, 그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다시 아노르 론도를 지키는 은기사가 될 뿐이었다.

그가 지켜야 할 것이 안에 있다고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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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월의 검이여, 굉장한 성과입니다. 기사단장 요르시카가 특별히 그대를 치하하도록 하죠."

귀인이 모아 온 수십 개의 귀들을 보며 요르시카가 말했다.

"앞으로도 우리의 아버지 그윈과 우리의 누이 그위네비아의 그림자가 되어 신의 적을 처단한 검으로서 기사의 본분을 다해주십시오

언젠가 단장으로서 기사단에 훌륭한 기사를 영입했다고 자랑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물론, 그대를 말이에요"

아마, 그 귀들 속에는 자신을 구하거나, 엘드리치를 죽이기 위해 향하던 불 꺼진 재들을 격퇴하고 자른 귀들도 섞여있겠지.

정신을 잃은 채로도 공물을 모으려 하다니, 탐욕스럽고 멍청한 기사였다.

그런 기사들을 베고 그들이 모아둔 귀를 뺏는 귀인을 보았지만, 무능했던 그들을 벌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보니 또 마음에 드는 광경이었다.

본래 다른 이들을 수호하고 얻어야 할 증표지만 상관없겠지.

애초에, 암월의 검, 암월의 기사단이 지켜야 할 건 이제 나 자신밖에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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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시카 개년같아서 반쯤 왜곡하고 썼음

왜 아노르 론도에 은기사 넷이 있을지 프롬뇌 굴려보다가 은기사들 멋있어지는 상상해서 써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