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알리는 북서풍이 무너진 절 틈새로 까치 울음소리를 전한다.
탄생과 성장, 그 결실을 맺은 땅에게 휴식의 시간이 되었다고 선고하는 재잘거림이다.
하지만 잠든 세상에서도 인간들은 쉬지 못한다.
어디서부터 나오는 성실함인지 끝없이 무언가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기에
무언가를 더 가지고자 잠들지 못하고 계속 움직여왔다.
이번 겨울에는 그 욕망이 유난히 들끓은 모양이다.
땅을 갈던 농기구들을 들던 손은 살을 찢기 위한 무기를 들기 위해 살가죽을 다시 한번 굳히고
기쁨, 슬픔, 사랑, 즐거움을 퍼뜨리던 입은 비명과 욕설을 담아 원망을 퍼뜨린다.
차가운 눈에 피가 떨어진다. 피들이 겹친다. 화염과도 같은 모양이다.
원망이 흘러내려 화염이 된 듯한 모양새다.
어디선가 도망쳐온 이름모를 패잔병의 시체를 수습하며 생각한다.
부처님의 자비라도 바라며 여기까지 도망쳐온 걸까.
도와달라고 그는 울부짖었다.
하지만 자신은 의사들과는 달리 죽이는 법밖에 모르는 사람이고,
자기 자신의 몸이라면 모를까 다른 사람의 깊은 상처를 고치는 법은 모른다.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가 조금이라도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기도하고, 그의 손을 잡아주는 일 뿐이었다.
그가 마지막에 품었던 감정은 무엇일까. 원망일까.
상처를 입힌 자에 대한 원망일까, 세상에 대한 원망일까, 아니면 자신을 구해내지 못한 나에 대한 원망일까.
오래된 업보가 가슴 한구석을 짓눌러왔다.
절과 속세를 잇는 다리를 끊어 없앴다.
원망에 조금이라도 덜 닿도록 하기 위해서.
흙으로 덮고 이름모를 병사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빈 다음 절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묵묵히 불상을 깎았다.
함박눈이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는 저녁이다.
원망의 피와 증오로 쌓인 시신들을 위로하듯 덮어 줄 것이다.
끼리릭, 나무가 긁히는 소리에 불상에서 손을 때고 눈을 돌린다.
눈앞에 보인 것은 비밀통로의 끝에서 나온 에마와, 그녀가 안아들고 있는 죽어가는 한 남자였다.
무슨 상황인지 몰라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자신에게 에마가 먼저 입을 열어 상황을 설명했다.
겐이치로는 용운을 노리고 있다고. 그것을 막아야만 하고, 이 남자는 신성한 계승자의 닌자이자 올빼미의 아들인 늑대라고.
그라면 어떻게든 혼란한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3년 전에 죽었다고 들은 올빼미, 그리고 그의 말로만 들어본 아들 늑대.
지혈할 만한 물건을 꺼내며 그의 몸 상태를 살핀다.
잘 단련된 몸이다. 올빼미 말로는 심심해서 거두어들였다고는 하지만 제법 애정을 들여 키운 것이 느껴진다.
그 뒤로 눈에 띄인 것은 깔끔하게 잘려진 팔이었다.
-팔 없는 닌자를 살려내 봐야 어디에 쓸 것이냐.
그녀는 대답을 주저하다가 입을 연다.
-팔을 잃은 닌자에 대해서는 당신이 전문가라고 생각해서...
이거 한 방 먹었군. 작게 웃음을 짓는다.
-의수라도 달아달라는 건가? 이 자가 그렇게 중요한 사람인가?
-그렇습니다. 감히 부탁드려도...
-그래. 한가하던 참이었네.
받아들인다.
잇신과 아시나를 배신하고 계승자의 닌자만이라도 빼돌려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은건가.
확실한 것은 에마가 그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었고, 그것만으로도 자신은 그를 도울 이유가 충분했다.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가며 그의 남아있는 한쪽 팔의 크기를 가늠하고 의수를 설계한다.
이빨 잃은 늑대에게 다시 송곳니를 달아주는 격이군. 문뜩 그런 생각이 들어온다.
올빼미의 아들이라면 그의 철칙대로 빼앗긴 것을 되찾고자 눈에 보이는 것 없이 베어가며 나아갈 것이다.
그렇게 업을 쌓는 것을 도와줘야 하나?
지금도 넘쳐흐를것만 같은 원망을 다시 한번 쌓는 일이 될 터다.
뭐 어떤가. 이제는 살 만큼 살았고, 이제 더 이상 살아갈 이유도 딱히 없다.
늦게 최후를 맞거나 빠르게 최후를 맞는 것의 차이일 뿐.
무엇보다도 세 여인이 꿈꿔온 용운의 저주를 풀 수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고민을 끝낸다.
그리고 조각칼을 고쳐쥔다. 그러다보니 뼈를 조각하는건 닌자생활이 끝나고 처음이군.
쿨럭, 쿨럭.
마지막 기침을 토해낸다.
피를 장작삼아 폐와 목, 그리고 몸 구석구석을 태우던 용해가 물로 씻은듯이 가라앉는다.
-으음, 다 나은 거 같군. 고맙네.
-고마워할 필요 없다. 용해가 퍼진 건 애초에 나 때문이니까.
무똑똑한 표정으로 대답한 늑대가 병을 하나 건낸다.
곡차 향기가 났다.
-술을 가져왔네. 에마 공이 쾌차 기념삼아 선물한 것이다.
슬며시 지어지는 웃음을 참으며 병을 건내받고 한 모금 들이킨다.
아시나의 술이군. 두 모금 더 들이키고 입에서 떼낸다. 도겐이 참 좋아하던 술이였는데.
-몸이 녹는군, 이것을 마시면 에마의 아버지 생각이 나네...
옛날 이야기를 한다. 천재였던 도겐. 사람을 살리는 걸 넘어 기계마저 살리던 도겐.
잇신이 비몽사몽한 자신을 그녀석 앞에 내동댕이 칠때는 참 볼만했었다고 에마는 말했다.
일단 한번 베이고 정신은 차렸으니 목숨은 붙여놓으라고. 팔도 붙여놓으면 더 좋다고. 의사면서 그것도 못하냐고 따지는 잇신
목숨은 그렇다치고 잘린 팔을 어떻게 붙이냐고 놀라는 에마. 팔도 못 붙여놓는 의사라는 이상한 지적에 자존심이 상해 어떻게든 방법을 찾던 도겐.
그리고 그걸 또 공학과 의학을 접목시켜 해낸 도겐.
대단한 녀석이었다.
재미있어하는 건지 지루해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가만히 경청하는 늑대만이 말동무였지만, 오랜만에 옛날 이야기를 털어놓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아아, 꽤나 시간이 흘렀군. 나는 닌자이길 포기했지만...그것만은 버릴 수 없었다네. 그래서, 곡차 말고는 용무가 없나?
그리고 늑대는 조용히 의수와 잡동사니 재료들을 꺼내었다.
어느샌가 비어있는 술병을 내려놓고 다시 한번 조각칼을 잡는다. 송곳니를 다듬을 시간이다.
눈이 녹아간다. 시신들이 저 멀리 언덕에 쌓인 것이 보인다.
결국 원망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자신도 결국은...
-술을 가져왔네. 차를 마시고 싶어하던데, 이게 맞나?
발소리 없이 나타난 늑대가 말한다.
말하는 건 다 흘려듣는 듯 하더니 배려심이 깊은 사내다. 지 애비랑은 다르게.
술을 받아들고 한 잔 따른다. 늑대의 잔에도 따라준다.
탁한 색과 깊은 맛, 탁주.
잇신이 좋아하는 술이다. 그 이름을 떠올리자 팔이 잘리는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늑대가 묻는다. 혹시 입에 안 맞냐고.
누구누구와는 격이 다른 자상함에 다시 웃으며 입을 연다. 술은 맛있지만, 이 술을 좋아하던 잇신에게 팔이 잘린 기억이 나서 그렇다고.
안도하는 표정을 짓는 게 느껴진다. 이제 늑대의 미세한 표정도 조금씩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표정은 궁금해하는 표정이 되었다.
실력과는 별개로 자신이 잇신에게 베일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왔던 걸까, 늑대는 놀라 되묻는다. 왜 베었느냐고.
베어 준 거라고 정정한다. 자신은 수라가 되어 가고 있었고, 잇신은 그걸 막았을 뿐이라고.
그리고 경고한다. 지금의 늑대는 자신과 닮았다. 짊어진 것이 없는 칼에 남는 것은 오직 원망뿐이다.
늑대가 만약 자신의 주군을 잃는다면 그 또한 원망에 휩싸이겠지.
어색한 분위기가 되었다. 민망해져서 그의 의수를 잡아채가 다듬을건 없냐고 묻는다.
그가 빨리 목적을 달성할수록 죽는 사람은 줄어들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더 효과적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도록 조각칼로 이빨을 새긴다.
다시 한번 내려온 눈에 절이 뒤덮일 쯤, 늑대는 오랜만에 다시 나타났다.
불사 끊기를 위해 여기저기 다녀온 것일까, 그가 더더욱 기량이 늘어난 것이 느껴진다.
품 속에서 그는 작은 무언가를 꺼내며 말했다. 다른 닌자가 쓰던 물건같다고. 쓰는 법을 물어본다.
도구치고는 좀 작은데, 자세히 들여다본다.
피리처럼 구멍이 나 있는 손가락이다.
깜짝 놀라 조각칼을 떨어뜨린다. 늑대가 당황하며 왜 그러는지 묻는다.
차라도 마시면서 해야할 긴 얘기라고 말한다. 늑대도 꼭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라고 덧붙이고.
이에 늑대는 의아해하는 듯한 표정으로 어디선가 두 병의 술을 가져온다.
하나는 원숭이 술이고 나머지는 용천인가. 귀한 것만 가져왔군.
망설임 끝에 입을 열었다.
옛날에 소년과 소녀가 있었다.
소년은 원숭이를 동경했다. 사람보다 강하고 빠른 원숭이. 그가 수련하던 계곡에서 살던 강한 원숭이를 동경하였다.
소녀는 물총새를 동경했다. 소리없이 날며 사냥감을 정확히 잡아채는 물총새. 아름다우면서도 강인한 모습에 소녀는 빠져들었다.
뛰는 놈은 나는 놈을 이길 수 없다고 그녀는 자주 말했다. 그 말대로였다.
그는 그녀를 이기지 못했다. 항상 뒤쫓을 뿐이었다. 사실, 뒤쫓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녀의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상관없었다.
그렇게 그녀를 쫓아 그는 잇신의 밑으로 들어와 싸웠다.
어느 날, 그녀는 신성한 계승자의 부탁을 받고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계곡으로 돌아와 상앵의 꽃을 얻고자 했다.
아무리 위험한 놈이라도 짐승이라면 상대할 수 있다, 특히 원숭이라면.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것이 그가 본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 또한 그녀가 위험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앞지르고자 하지 않았다.
새는 날개가 꺾였고, 바스라졌다. 뒤늦게 쫓아온 소년은 원망을 품었다. 아마 자기 자신을 향한 원망이었을 것이다. 그것을 시발점으로 원망이 끓어올랐다.
잇신과 올빼미는 검을 휘두르는 이유가 있었고, 베어내고 목숨을 취할지라도 그 속에서 꿈과 목적을 쌓아올렸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 못했다. 싸우는 이유가 없고, 목적도 없었다. 살생으로 쌓은 것은 오직 원망 뿐이었다.
아니, 그녀를 위해 싸우고 베던 시절에는 그녀를 돕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으니 상관없었지만, 이제는 그녀가 없다.
그것을 깨닫자 그는 적이고 아군이고 상관없이 보이는 건 닥치는 대로 쳐부수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를 수라가 될 뻔한 다른 남자, 잇신이 막아세웠다.
실력의 차이는 압도적이었고, 검을 맞댈수록 계속 싸운다면 결국 자신이 죽을 것이란 게 느껴져왔지만 멈추지 않고 도끼를 휘둘렀다.
어쩔 수 없나, 잇신은 혀를 차고 진심으로 맹공을 퍼붓는다.
그리고 팔이 베였다. 이제 곧 자신은 죽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죽어봐야 잃을 것도 없으니 상관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한손으로 다시 도끼를 고쳐잡으려 했었다.
문뜩 전장에서 주워온 고아 소녀가 생각났다.
이대로 자신이 죽는다면 그녀는 어떻게 될까.
그녀 또한 자신처럼 삶의 희망을 잃게 될까. 아니면 세상이나 자신에게 원망을 품게 될까.
그런 생각이 들자,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아졌다. 도끼를 내려놓는다. 현실을 외면하고 편하게 미쳐버리고 싶어하는 정신을 다잡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살아갔다.
잠시 취했나 보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샌가 술은 동나 있었고, 늑대는 취한 자신을 눕히고 스스로 닌자 의수를 다듬어보고 있었다.
몸을 일으켜 세운다. 늑대에게 조각칼 잡는 법을 정확히 알려주고, 의수를 다듬는 요령을 알려 준다.
그러다보니 이놈도 도겐 정도의, 어쩌면 그 이상의 천재인듯 싶다.
검을 다루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약을 잘 쓰는 법부터 의수를 다루는 것까지, 에마와 나에게 배운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훌룡한 솜씨라니.
-만약 내가 다시한번 원망에 휩싸인다면..... 자네가 베어주게나, 그 아이에게 베이는 건 피하고 싶군.
-알았다.
몽롱한 눈으로 불상을 바라보며 기도한다.
그라면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그녀들의 꿈을 이뤄주기를. 용운의 저주를 끊어 주기를. 이 냉혹한 겨울을 끝내 주기를.
한베의 시신을 묻어 준다. 불사베기를 통해 죽지 못하던 그는 마침내 안식을 맞을 수 있었다.
늑대는 그를 베어주고는 황급히 길을 떠났다. 정이 많은 녀석이다. 친하게 지내던 사람을 직접 베고, 장례까지 치뤄주기는 그에게 너무 벅찼나 보다.
정보상이란 사람이 그대로 죽지 말고 살아줬으면 좋았을탠데, 무덤에 술을 뿌리며 조용히 한마디를 꺼낸다.
3년 전 죽지 않고 살아남아 음모를 꾸미던 올빼미가 마침내 죽었다는 소식이 들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베도 죽은 주군을 쫓아 잠들었다.
절로 돌아가 다시한번 불상을 깎는다. 손이 떨려온다. 부처님의 얼굴이 조금씩 일그러진다.
바람 때문인가. 뒤숭숭한 날씨다. 늑대가 기원의 궁으로 향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마른 천둥소리와 방향을 종잡을 수 없이 미친듯이 휘날리는 바람이 절의 망가진 벽 사이로 새어들어온다.
참지 못하고 일어나 불상들로 벽의 구멍을 막는다.
부처님이니까 이 정도는 용서해 주시겠지.
용서라, 자신은 과연 용서받을 수 있을까.
그 시절에 쌓인 원망을 나눠 받을 올뺴미, 나비, 오니교부, 도겐, 토모에는 모두 죽었다. 에마 말로는 잇신도 곧 죽게 될 것이라 한다.
그렇게 되면 원망을 짊어지는 사람은 자신뿐이다.
불상의 얼굴이 계속해서 일그러진다. 바람이 문제가 아니였다. 자신의 상태가 문제였다.
한숨을 쉬며 불상을 내려놓는다. 이제 한계인가.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잇신을 만나 베이는 게 최선이었다.
팔을 베이고 의수를 쓰던 시절 잇신은 물었다.
닌자 일은 관두지 않을 거냐고. 계속 베고싶은 거냐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그저 소녀 하나가 더 좋은 세상에서 살수 있도록 싸우고 싶을 뿐이라고.
잇신과 도겐은 웃었다. 그러면 어린애가 놀 수 있게 장난감부터 만들어보는건 어때. 도겐이 제안했다.
그렇게 조각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베는 것보다는 조각으로 만드는 것에 더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고, 닌자 생활은 그때 끝났다.
그러다보니 토모에가 예전에 예쁜 유리를 선물해줬는데 어디에 뒀더라. 에마가 그걸로 팽이를 만들어보라고 졸랐었는데.
도저히 조각칼로 다듬어지질 않아서 포기했었지. 차라리 통째로 도끼에 달거나 수리검으로 쓰는게 낫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늑대가 그렇게 쓸까?
그런 상상을 하며 아시나성을 향해 나무를 타고 달려갔다.
옛 추억이 떠오른다. 한참 만에 오는 곳이다. 닌자로써 은퇴하고 송별식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발을 디디지 않던 곳.
그때는 묘하게 술잔이 많이 오갔지. 솔직히 자신의 송별식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일 줄은 몰랐다.
약간 안심했다. 원망 말고도 내가 쌓아온 것이 없지는 않았구나.
에마가 잇신이 위독하다고 말했지. 조용히 지붕으로 들어가서 마지막 곡차 한 잔을 나누고 깔끔하게 베인다.
업보가 그것을 허락할 지는 모르겠지만, 잇신은 그것마저도 벨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반대편 절벽으로 나무를 올라탔다.
그리고 보게 된 것은 눈을 피로 붉게 물들인 지옥이었다.
자신이 알던 아시나 성은 이미 불타 쓰러져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말과 뜻을 나누던 성에서는 상대를 죽이겠다는 뜻을 담은 철의 대화만이 남았다.
겁먹은 건지 결의를 다진 건지, 핏물로 인해 제대로 표정을 볼 수 없는 병사가 그에게 다가와 창을 겨누었다.
이 자들이 이렇게 만들었나. 이것이 업보인가.
원망이 피비린내를 타고 몸을 덮었다.
그렇게 오니가 깨어났다.
삐익, 익숙한 소리가 들려온다. 자신이 지키지 못했던 소리다. 죄책감이 밀려온다.
삐익, 두 번째 소리가 들려온다. 어쨰서 무모하게 혼자 갔던 거야. 그녀를 원망한다. 원망이 죄책감을 집어삼킨다.
삐익, 세 번째 소리가 들려온다. 왜 지키지 못했던 거야. 자기 자신을 원망한다. 용서할 수 없다.
서늘한 것이 목을 꿰뚫었다. 다시 한번 정신이 들었다.
원망은 끝나야 한다. 끝없이 겨울일 수는 없다.
-자네, 부탁하네.
-잘 가시오, 불상 조각가 공...
-자네, 고맙네...
마침내 목숨이 끊긴다. 원망이 바스라진다.
몸이 붕 뜨는게 느껴진다. 날 수 있게 된건가.
이제 그녀를 놓칠 일은 없다.
밤의 장막을 뚫고 일어난 해가 보인다.
일출이 빨라졌다. 이제 곧 봄이 오겠지.
동쪽으로 바람이 불어온다. 날아갈 수 있다.
바람을 타고 해를 향해 날아오른다.
그렇게 자신의 겨울은 끝났다.
하루에 성성이 문학이 두개나 올라오네
야설 아니라서 개추줌
이것도 좋네
이런게 문학이지
크으 좋다 이거
언제 박히나 조마조마 하면서봤다
휴
개추 - dc App
오 지린다 개추줌 - dc App
오마에상... 이리가..또 오야....
미쳤다
울보 연출 무첬노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