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좀 짧음
그는 짐승과 마주한다. 놈의 눈은 피처럼 붉고 원망과도 같은 불꽃을 온 몸에 두르고 있다.
놈은 왼팔이 없다.
팔꿈치 아래부터, 예리하게 절단되어 있다.
누가 잘랐을까?
언제 잘렸을까?
불꽃이 조금씩 사그라들며 놈의 몸이 무너진다.
그는 문득 왼팔을 보았다.
그는 왼팔이 없다.
팔꿈치 아래부터, 예리하게 절단되어 있다.
누가 잘랐을까?
저릿한 통증이 의식을 깨운다. 희미해지는 시야에서, 잿더미의 잔불이 오니의 눈깔처럼 그를 바라본다. 마치 다시 만날 것이라는 듯, 그를 비웃는 듯한 눈초리다.
"아..."
성성이는 눈을 떴다. 그는 어두움을 느꼈다.
절그럭-
움직이려 했지만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제야 쇠사슬이 그의 몸을 칭칭 감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왼팔이 없는 것도 깨달았다. 비로소 꿈이 아님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드디어 일어났나보군요."
어둠 속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목소리의 주인은 촛불을 들고 성성이가 갇힌 감옥의 쇠창살에 가까이 다가와 성성이를 살펴보았다. 역광 때문에 그의 생김새는 보이지 않았지만, 흰 옷을 입고 있는 것만은 알아낼 수 있었다. 아마 의사나 약사 정도로 추정되는 옷차림.
성성이는 마른 입술을 벌려 목소리를 냈다.
"그대는 누구시오?"
"이름을 묻는다면 도겐이라고 합니다. 이곳, 아시나에서 약을 제조하고 환자를 돌보는 일을 하고 있지요."
짐작대로 약사인 모양. 헌데 아시나라면...
"아시나 잇신의 가신이오?"
익히 들은 바가 있었다. 애초에 숲에 머물면서 습격했던 병사들 대부분이 아시나의 병졸이었던 탓에, 그 이름만은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성성이의 질문에 도겐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고 싶은 질문이 많은 줄로 짐작됩니다. 머지 않아 주군께서 내려오실터, 막간을 이용해 대답해드리도록 하지요."
반 각쯤 지났을까, 그 사이에 성성이는 많은 질문을 던졌고, 도겐은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 성심성의껏 답변해주었다. 결과적으로 성성이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자신이 온 몸이 불타는 기괴한 괴물로 변했었다는 것과, 아시나 소속의 병사들을 학살했다는 것, 그리고 아시나 잇신과의 대결에서 참패해 혼절했다는 것까지. 그리고 2주 가까이 사경을 헤맸다고 한다.
그렇게 질답을 하던 사이, 지하감옥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 계단을 걸어내려왔다.
가벼운 하오리 차림에 한 자루 검을 허리에 걸친 당당한 체구의 남성. 뒤에서부터 내리쬐는 햇살이 그의 머리쯤을 비추며 후광을 만들어냈다. 보는 것만으로도 경외감이 드는 사내, 아시나 잇신이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 한참 작은 체구의 아이가 한 명, 잇신에게 바짝 붙어서 따라내려왔다.
아이는 성성이를 보자마자 계단을 타고 쪼르르 내려와 창살을 잡았다.
"성성이!"
"에마야, 무사했구나."
죽은 줄로만 알았던 에마가 건강한 모습으로 그의 앞에 있었다. 그가 혼절한 사이에도 잘 지냈던 모양인지, 얼굴에는 윤기가 흘렀고, 뺨에는 토실토실하게 살이 올랐다. 예전의 누더기 같던 옷 대신 수가 놓여진 예쁜 유카타를 입고 있었다.
"일어나서 다행이에요, 성성이."
그러더니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훌쩍인다. 그런 그녀의 머리를 잇신이 가볍게 헝클어놓았다.
"이제 무사한 걸 확인했으니 되었느냐?"
"네, 훌쩍."
"그러면 잠시 어른들끼리 할 얘기가 있으니 자리를 비워주겠느냐? 겐이치로와 함께 간식이라도 먹고 있으려무나."
"알겠습니다, 잇신님."
꾸벅.
예의바른 배꼽인사와 함께 에마가 계단을 총총총 뛰어올라 감옥 밖으로 사라지기 직전, 에마가 몸을 굽혀 인사했다.
"그럼 좀 있다 봐요, 성성이! 같이 맛있는 과자 먹어요."
"허허허, 걱정 마려무나."
성성이 대신 잇신이 대답하며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마치 손녀를 대하는 할아버지인 양, 잇신은 전장에서의 살벌한 모습과 달리 굉장히 인자했다. 손인사를 마친 잇신이 뒤를 돌아 성성이를 바라보았다.
"참으로 귀여운 아이일세. 그렇지 않은가, 성성이?"
한 세력의 수장이라기에는 굉장히 유한 모습에 얼떨떨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스르릉-
잇신은 검을 빼어들자, 동시에 인간의 것이 아닌 살기와 위압감이 성성이의 몸을 짓눌렀다.
"크흡...!"
산전수전 다 겪어본 성성이조차 저도 모르게 신음성을 내뱉으며 입을 다물었다. 그 '사자원숭이'조차 비교가 안 되는 살기가 날카로운 송곳처럼 그의 온몸을 찔러댔다.
창살 사이로 잇신이 검을 겨눈다. 칼끝이 성성이의 턱 밑에 와닿으며 자연스레 성성이의 턱이 올려진다. 앞으로 한 치 정도면 검이 성성이의 목을 찌를만한 거리.
"자네가 누구이고 무엇인지, 낱낱이 고하도록 하게."
검에 압박당한 채, 성성이는 기억을 더듬어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풀어놓았다. 오니가 되기 직전, 자신이 기억을 잃은 상황에서 이야기가 끝이 나자 잇신이 덤덤하게 말했다.
"쏙독새들에게 들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군."
이미 알고 물어본 것이었나. 성성이는 속으로 혀를 찼다.
"허면... 자네가 앗아간 우리 병사들의 목숨값은 어떻게 지불할 생각인가?"
동시에 칼을 더 깊게 들이민다. 칼끝이 목을 찔러, 피가 칼을 따라 방울방울 타고흐르기 시작한다.
성성이는 고민했다. 목숨이 아깝지는 않으나, 아직 못 다한 복수가 있다. 그렇기에 원통할 뿐이었다. 그에겐 돈도, 가진 것도 없었고, 닌자로써 쌓은 수양도 왼팔과 함께 날아간 것이다.
"...목숨으로..."
"아니, 자네 목을 치는 것은 너무나도 간단하지. 허나 고작 자네 머리가 죽은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값에 비할수 있겠는가?"
"..."
뭘 어쩌라는 말일까. 성성이는 입을 다물고 잇신의 눈을 바라보았다.
"원하는 바를 말하시오."
"자네에 대해 쏙독새들에게 물어보니, 그 실력에 대한 호평이 자자하더군. 성성이라는 이름도 자네 움직임이 원숭이와도 같다 하여 붙였다 들었네."
잇신은 검을 거두어 어깨에 턱하니 걸치고는 말을 이었다.
"하여, 내 밑에서 일할 생각이 있는가?"
"...보다시피 나에겐 왼팔이 없소. 닌자의 삶 외엔 베운 것도, 가진 것도 없소. 이런 나에게 무엇을 바라오?"
"도겐."
이름을 불린 도겐이 품 속에서 흰 천으로 감싼 무언가를 꺼내보였다. 천이 걷히고 나온 것은 흡사...
"손?"
"예, 보는 바처럼 손의 모습을 한 기계 장치입니다."
도겐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소인이 수많은 병사들을 치료하면서 느낀 바, 사지를 잃은 그들에게 인공적으로 팔다리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하여 기계 장치에 대해서도 깊게 연구해보았습니다."
도겐이 기계 장치의 어딘가를 건드리자 그것의 손가락이 어색하게 움직이며 흐느적거렸다.
"그동안 알맞은 재료를 구할 수 없어 개발에 난황을 겪고 있었습니다. 나무는 쉽게 썩는데다 강도가 약하고, 철은 너무 무거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한 것이..."
"내가 잘라낸 자네의 팔이지."
잇신이 끼어들어 설명을 더했다. 자신이 베어낸 오니의 팔은, 성성이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갔음에도 변형된 상태 그대로였다고. 전리품 삼아 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도겐이 관심을 보이기에 연구를 위해 내어주었다고 한다.
도겐이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다시금 감사를 표하고 설명을 재개했다.
"맞습니다. 그 기괴한 팔은 크기에 비해 놀랍도록 가볍고 튼튼하더군요. 제가 고안한 기계 장치에 더없이 걸맞는 이상적인 재료였습니다. 하여 그것을 깎아내고 철로 보강하여 만든 것이 바로 이 '의수'입니다."
그러면 저 자가 들고 있는게 본래는 자신의 팔이라는 말인가. 유래없이 기괴한 이야기에 성성이의 이마가 절로 찌푸려졌다.
"허면 그 '의수'를..."
"맞습니다. 그대에게 이 의수를 주어 재활하게끔 하고자 합니다."
"..."
저 물건을 통해 닌자로써의 삶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인가.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던 차에 한 줄기 빛이 비친 기분이다. 더군다나...
"닌자들은 응당 그에 걸맞는 주군을 섬기기 마련이지. 거기에 에마도 더 이상 고생하지 않게끔 처우해주겠네."
자신의 충절을 사려고 하는 겐가!
"주군을 뵙습니다."
라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조건이었다.
쇠사슬에 묶여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조차 번개같이 숙여진 성성이의 고개를 보고, 잇신과 도겐은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침묵을 지켰다.
"흠흠, 아무튼."
챙강!
벼락 같이 뿜어진 검격에 성성이를 옭아매던 쇠사슬이 단박에 끊어져 바닥에 떨어졌다. 신기에 가까운 기술. 그러나 도겐은 익숙한지 잇신을 타박했다.
"주군, 몇 번이나 말씀드렸지만 이런 식으로 쇠사슬을 낭비하시면 안 됩니다. 대장장이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는데요."
"아하핫! 생각보다도 손이 빨라서 말이네. 그건 그렇고, 도겐."
은근히 무언가를 바라는 눈빛에 도겐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진짜로, 딱 한 잔만입니다. 환자의 몸 상태가 엉망입니다."
하고는 품 속에서 술병과 잔을 꺼내들었다. 잇신은 그것을 받아들고는 성성이와 도겐에게 한 잔씩 따라주었다.
"그러면, 술을 들라!"
찰랑이는 탁주가 메마른 목을 적신다.
매우, 매우 단 술이었다.
적셔
야쓰어딨냐고 도대체
오니교부 오열
교부 창은 어캐했는데ㅋㅋㅋ
기다리다 늦었네 그래도 개추
문학추
교부 맨손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