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소녀는 그림을 그렸다.
언제나처럼 자신의 키만 한 캔버스의 앞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게일 할아버지는 다신 돌아오지 않았지만 상관 없었다.
게일 할아버지 대신 이상하리만치 얇은 옷을 입은 자가 언제나 자신의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이다.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었다. 그림을 그릴 때든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날 때든 고개를 옆으로 돌려 보면 그자는 있었다.
자신의 그림이 완성되길 기다리는 걸까.
가끔은 바닥에 이름을 적더니 사라지고 나타나는 일도 있었지만, 그럴 때를 제외하면 거의 항상 있었다.
시선은 소녀가 그리고 있는 그림에 향한 채였다.

가만 생각해보면 소녀 자신을 바라봐주었던 때는 그가 검은 안료를 가져와줬던 때 이후로는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소녀는 그런 사실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완성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혹시 자신을 바라봐줄까 하는 작은 마음을 품고서.

그자가 소녀에게 검은 안료를 가져다줬을 때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

완성했다.
이상하게도 완성하자마자 떠오른 것은 그였다.
지금도 옆에서 자신이 붓을 뗀 것을 지켜보고 있다.
소녀는 조금 수줍게 눈을 내리깔고는 천천히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완성했어요. 춥고, 어둡고, 굉장히 상냥한 그림을..."

예상대로 그는 어떤 움직임도 취하지 않았다.

"분명 언젠가, 누군가의 있을 곳이 될만한 그림이겠죠..."

소녀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자신의 그림을 바라보았다.
누군가의 있을 곳...잠시나마 그와 자신이 있을만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완성했다.
이 그림의 한 귀퉁이에는 그와 소녀가 단란하게 마주보고 앉아 있을 만한 의자 두 개 정도는 있을 것이다. 소녀의 수줍은 마음이 담긴 그림이었다.

"..."

잠시의 침묵이 흐르고, 소녀 뒤편에서 뚜벅, 뚜벅 하는 걸음소리가 들렸다.
그가 그림을 보러 오고 있는 걸까? 소녀는 기쁜 마음에 고개를 돌리려 했다.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몸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

소녀는 깨달았다. 그의 크고 거칠거칠한 손이, 가끔씩 저 손으로 자신을 쓰다듬어 주지 않을까 하며 생각했던 손이, 자신의 목을 거세게 붙들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세게 붙잡는다면 바로 꺾여버릴 것만 같았다.

"...?"

억지로 고개를 뒤틀어서라도 그의 얼굴을 보려 했다. 대체 왜? 그렇게 다정하게 그림을 바라봐 주었으면서, 하필 그림이 완성된 지금...?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그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아..."

그가 이어 말했다.

"뭘 그리나 했더니, 존나게 허접한 그림이네."

소녀는 자신이 무엇을 들었는지 인지하지 못했다.

"할 것도 없어서, 씨발, 늒들박이나 하면서, 지켜보고 있었더니, 내가 겨우 이딴 거 처보려고, 기다린 것 같냐?"

그는 말하는 중간중간 소녀의 목을 쥔 손아귀를 흔들어댔다.
소녀는 켁, 켁 하는 소리를 내며 손을 따라 정처없이 흔들렸다.

콰당, 거센 소리를 내며 소녀가 바닥에 충돌했다. 그가 소녀를 바닥에 집어던진 탓이다.
소녀의 이마에 바닥에서 튀어나온 나무가 박혀 물 같은 것이 흘렀다.
너무나도 아팠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환부를 만졌다. 자연스레 몸이 웅크려졌다.
소녀의 눈에서는 이마의 것과는 다른 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아..."

자신의 입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듯한 애처로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아랑곳않고 소녀에게 다가가서는, 소녀의 길고 하얀 머리칼을 잡고 그대로 바닥에 몇 번 더 처박았다.

쾅, 쾅, 쾅.

일부러인지 튀어나온 부분에 정확히 머리를 향했다.
소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아픔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소녀에게서 흘러나온 피가 바닥과 맞닿아 이리저리 튀었다. 그의 몸에도, 소녀의 몸에도 피가 흥건했다.

행동을 멈춘 것은 소녀가 이상하게 몸을 굳히고선 벌벌 떨 즈음이었다.

그는 소녀를 던져두고는 그림에 다가가 횃불을 꺼내고 그림을 불태웠다.
그림은 불이 닿은 귀퉁이부터 서서히 재가 되어갔다.
어째서, 그렇게나 오랫동안 바라봐 주었으면서. 대체 왜...
소녀는 그 이상의 것은 생각하지 못한 채 그저 벌벌 떨 뿐이었다.

"야, 자위 해본 적 있냐?"

"...?"

"보지에 뭐 넣어본 적 있냐고."

보...뭐라고? 소녀는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고 억지로 머리를 굴렸지만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애새끼들은 너무 조여서 아플 정도긴 한데..."

그는 품에서 나무 몽둥이를 꺼냈다.

"이걸로 씹창 내고 박으면 좀 괜찮겠지."







강의끝나서여기서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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