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여 년 전이다. 내가 다크소울을 깬 지 3년이 지나서 겐붕이를 질리도록 패던 때다.

프롬소프트웨어 본사 안에 게임을 깎아 팔던 대머리가 있었다. 신작 게임을 한 편 해볼까 싶어 게임 트레일러나 하나 깎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제작 기간을 굉장히 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빠르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게임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그럴 바에야 다른 똥겜이나 하러 가슈."


대단히 무뚝뚝한 대머리였다. 기간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깎아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깎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깎고 있었다.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발표해야할 게임 페스티벌 날짜가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더 깎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살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깎는다는 말이오? 그러니까 머리카락이 남아나질 않는 것 아니오. 게임 페스티발이 곧이라니까요."


대머리는 퉁명스럽게,


"다른 게임이나 하소. 난 출시 안 하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게임 페스티발 날짜에 맞추긴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깎아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게임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깎다가 놓치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만들던 게임을 숫제 서버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네트워트 테스팅이나 하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엘든링 유출본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게임이다.



이번 게임 페스티벌에도 소식 하나 없으니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장사를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손님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상도덕(商道德)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대머리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대머리는 태연히 허리를 펴고 프롬소프트웨어 사옥을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좆같아 보였다. 다 벗겨진 머리통을 보니 쌤통이다 싶었다. 대머리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증폭된 셈이다.


집에 와서 유출 영상을 내놨더니 프붕이는 이쁘게 깎았다고 야단이다.

1년 반만에 유출 영상이라도 보니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프붕이의 설명을 들어 보니, 컨텐츠가 너무 많이 유출되면 본편에 대한 기대감이 희석되며, 컨텐츠가 너무 안 나오면 답답해서 뒤질 지경이라는 것이다.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대머리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엘든링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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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꼬우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