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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저에게, 당신을 섬기는 기사로서의 맹세를 허락해주십시오.”

시리스는 한쪽 무릎을 꿇고 재의 귀인에게 암월의 맹세를 취하였다.

그녀에겐 분명 괴롭고 힘든 시련이였을 것이다.
그런 그녀 옆에서 말 없이 묵묵하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 준 재의 귀인에게 그녀는 반드시 암월의 맹세를 표하고 싶었다.

‘이 자는 참 상냥한 사람...이 자가 아니었다면.. 난 사명을 완수하지 못했을거야...”

재의 귀인은 무엇이 못마땅한 것인지 표정을 찡그리며
팔짱을 낀 채 무릎을 꿇은 시리스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부족하군.”

재의 귀인은 시리스에게 다가가 천천히 그녀의 귓바퀴에 속삭였다.

“아직 당신의 맹세를 받기에는 이른 것 같아서 말이야...
미안하지만, 잠깐 눈을 감아줄 수 있겠나? 단 10초면 된다네, 시리스. 날 위해 이 정돈 해줄 수 있겠지?”

그녀는 재의 귀인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천천히 입술을 열으며

“예, 전 당신의 암월의 기사. 당신이 원한다면...”

시리스는 지긋이 눈을 감으면서도 재의 귀인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뚜벅뚜벅... 발소리의 정체는 시리스의 뒷목에서 멈췄다.
그의 거친 숨소리...순간의 이 오싹 거림은 무엇일까
순간의 공포에 동공을 확장했지만 그 순간, 시리스는 가벼운 깃털처럼 쓰러져 버렸다.






....


“으윽...”

어디일까. 단지 의자에 묶인 채 머리는 지끈거리며 불쾌하게 아파오고 눈 앞은 매우 흐릿했다.

그녀는 머리를 양 옆으로 가볍게 흔들며 두통을 씻어내려 노력하였고 몇분이나 지났을까, 두통은 사라졌으며
눈 앞은 더 이상 침침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 눈 앞에
재의 귀인은 그녀를 등지며 무엇인가를 만지작 거렸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끈적한 소리가 들렸다.

“하아...여...여기는 어디죠? 상냥하신....분...?”

“오, 깨어났나?”

재의 귀인은 깨어난 시리스에게 기다렸다는 듯
상냥한 목소리 톤을 갖춘 채 말을 건네였다.

“당신의 맹세를 확실히 느끼기엔 ‘단순한’ 암월의 맹세로서는 부족하다고 느꼈네. 난 당신에게 그런 시시한 맹세말고 혹독하고 가혹함 속에서도 나를 진정으로 믿고 따를 수 있는
‘암월의 맹세를 받아내고 싶다네.”

시리스는 여전히 무슨 상황인지 완전히 파악할 순 없었다만,
느낌이 좋지 않음은 알 수 있었다.

시리스가 의문에 휩싸인 채 재의 귀인을 바라보고 있을 때,
뒤에서 낯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했네, 재의 귀인. 당신은 역시 로자리아의 충실한 종자야.
그래, ‘그것’은 가져왔나?”

그 목소리의 정체는 바로 시리스에게 생명의 위협을 가했던
방랑하는 크레이튼 이였다.

시리스는 믿기지 않는 듯한 얼굴을 하고서 말문이 턱 막혔다.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이렇게 잔인한 배신을 당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물론이지. 자네는 그녀를 잘 감시하고 있게.”

크레이튼은 시리스 옆에 팔짱을 낀 채 재의 귀인에게 고개만을 끄덕였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재의 귀인은 앞으로 걸어간 뒤, 무릎을 꿇었다.

“!!!!!!!”

재의 귀인이 무릎을 꿇자 보이는 것은 로자리아였다.
로자리아는 혐오스러운 구더기인간을 마치 자기 자식처럼
아끼고 품으며 구더기 인간만을 바라보았다.

“다시 태어나는 어머니, 로자리아이시여.
당신에게 헌납할 불사자들의 혓바닥을 가져왔습니다.
부디 받아주시옵소서.”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시리스는 이제야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였다. 분노가 치밀어 올라서 참을 수 없었다.
이를 바득바득 갈며 재의 귀인에게 소리쳤다.

“이런 나쁜 개자식...!!! 그 동안 나를 속여온 것이냐?!
그렇다면 내 사명은 왜 도와준 것이지?! 대답해, 빌어먹을 자식아!!”

짜악-

어안이 벙벙하며 현기증이 날 정도로 강력한 스매싱 이였다.
입안엔 쌉싸름하고 비릿한 피 맛이 진동하였다.

크레이튼은 씨익 웃으며 시리스에게 여유가 넘치는 말투로 말을 하였다.

“여긴 니가 함부로 주둥아리를 놀릴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넌 그저 가만히 저 자가 혓바닥을 전부 바치는 것만을 지켜보면 된다. 한번만 더 주둥아리를 놀리면 각오해. 그러니 닥치고 감상하도록.”

크레이튼은 시리스의 머리채를 잡은 채 재의 귀인을 향해 바라보게 하였다. 재의 귀인은 뒤에서 나는 소란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그저 묶어둔 소지품함에서 차근차근 혓바닥을 꺼내 바치기만 하였다.

“으윽...안돼...보기...싫엇...안돼...싫어...엇...”

크레이튼에게 잡힌 머리채가 너무나도 아파왔지만,
그럼에도 고개를 숙인 채 그녀는 재의 귀인이 공물을 헌납하는 장면을 거부하였다.

짜악-짜악-짜악-매우 거칠게 뺨을 때린 뒤, 크레이튼은
다시 한번 그녀의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 올린 채 경고하였다.

“습득력이 매우 부족한 모양이군, 시리스.
다시 한번 중얼거린다거나 보는 것을 거부한다면,
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게 만들어주지.
넌 선택권이 없다. 명심하도록.”

“쿨럭..쿨럭...커헉...”

입안 가득 피가 흘러나왔다.
정신은 조금씩 혼미해지고 있으며 그녀는 선택권이 없다.

크레이튼은 시리스의 머리채를 잡고 다시 재의 귀인에게 집중하도록 하였다.

하나, 둘, 셋... 시리스는 눈이 풀린 채 혓바닥을 바치는 재의 귀인을 지켜보았다. 미쳐버릴것만 같았다. 로자리아의 손가락에게 의지하고 감사를 표했단 말인가? 진실된 마음으로
암월의 맹세를 취한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고 원망스러웠다.

그 때, 10개를 바쳤을 때 로자리아가 구역질을 하더니
그녀의 입 안에서 조그만한 반지가 나왔다.

크레이튼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무엇인지를 자세히 보려는 시리스에게 능글스러운 말투로

“오, 저것은 내가 애용하는 반지 아닌가. 시리스.
저것은 ‘안개의 반지’ 라네. 이 몸이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반지 중 하나지...크큭..”

순간, 몸이 부르르 떨렸다. 가랑이 사이에서 오줌이 흘러나왔다.
가장 믿었던 사람이 저 반지를 착용한 채 불사자들을 사냥하고
암월의 검을 해치울 생각에 시리스는 극한의 공포를 느꼈다.

“윽, 더러운 돼지년이로군. 하지만 나쁘지 않은걸...하하핫”

크레이튼은 더 거칠게 시리스의 머리채를 잡고 붕붕 돌린 채
재의 귀인을 바라보게 하였다.

“싫엇...그만...제발...그만...안돼...”

그녀는 눈이 반쯤 풀려버리고 말았다.
지금 이 상황에선 도무지 제 정신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망자가 될 것만 같다. 시리스는 옅은 홍조를 띄운 채
오줌을 질질 흘리며 눈물과 피가 섞인 침을 주르륵 흘렸다.
또한, 동공은 극단적으로 위로 올라가버렸다.

“이런 이런, 망자가 되어버릴 것만 같군”

뚜벅 뚜벅 걸어오는 재의 귀인의 오른손에 구더기 인간의 지팡이가 있었다.
반지까지 착용한 채, 재의 귀인은 몸을 숙여 시리스의
눈높이에 눈을 맞춘 뒤. 말을 건네였다.

“난 아직도 혓바닥이 많아...더 헌납할 수 있는 혓바닥이 많단 말이다. 시리스, 이 더러운 년... 넌 이런 나에게 암월의 맹세를 취할 수 있겠나? 이 상황에서 암월의 맹세를 표한다면 진심됨을 믿어주지.”

하지만 시리스는 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므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재의 귀인은 그런 그녀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자신의 소지품에서 에스트 병을 꺼낸 뒤,
그녀의 입안에 쳐박아버렸다.

“커억...커억...켁켁...쿨럭...”

시리스는 에스트를 강제로 섭취하자 혼미하지만 대답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상태를 갖추었다.
하지만 재의 귀인은 갑작스레 그런 그녀를 자비없이
일방적으로 구타하기 시작했다.

짜악-짜악-짜악-퍽퍽 마치 둔기류로 후려치는 소리가
로자리아의 침실에 울려퍼졌다.

“어?! 나에게 진실된 암월의 맹세를 표할 수 있냔 말이다!!!
대답해!!! 이 더러운 돼지년!!!”

크레이튼은 못참겠다는 듯 끅끅 거리며 웃었고
시리스는 말 없이 한 남자의 주먹을 받아내고 있을 뿐이였다.

“내가 최고라고 말해!!! 신들의 시대는 끝났다, 암월의 검이란
그딴 서약은 버리고 로자리아의 손가락이 최고라고 말해!!!
아니, 넌 내가 최고라고 말하는 게 더 좋겠군 이 더러운 돼지년아!!!”

시리스는 한참을 재의 귀인에게 구타 당한 뒤 어렵게 입을 열었다.

“...최...최..ㄱ...”

재의 귀인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주먹질을 멈추었다.

“쒸익...쒸익...뭐...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

시리스는 쿨럭거림과 엄청난 피 그리고 거친 숨을 내쉰 채 말하였다.

“최고...당...당신이 최고에요...당... 당신에게 암월의 맹세를...
전... 진심으로.. 표하겠나이다...쿨럭...최고...당신이 최고에요.. 재의 귀인...”

재의 귀인은 드디어 만족스러웠는지 흥건한 땀을 닦아내며
크레이튼과 마주보며 씨익 웃었다.

“그렇다면 어디, 그 암월의 맹세를 최고로 존경하는 자에게 표해보거라...큭큭”

재의 귀인과 크레이튼은 말 없이 시리스의 몸을 훑어본 채
윗옷과 바지를 벗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