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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옛날, 프롬마을엔 아름다운 상남자상이 있었습니다. 상남자는 마을 사람들을 사랑했고, 마을 사람들도 상남자를 사랑했어요. 모두들 그의 핏과 어깨를 바라보며 그의 우월함을 찬양했습니다. 그렇지만 가만히 서 있는 건 때론 갑갑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종종 말동무가 되어 주는 횃불망자 덕분에 저짊은 그렇게 심심하진 않았답니다. 상남자상은 늘 자애로운 눈빛으로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상남자는 비쩍 마른 한 청년을 보게 되었어요.




-흑흑...이젠 또 어디가서 사나...

-횃불망자야. 저 청년은 왜 울고 있는 것이니?

-저짊님 저짊님. 저 청년은 아주 불쌍한 사람이에요. 저 청년이 가는 집이면 집마다 모두 무너지고 만대요. 얼마 전에도 집이 무너져서 저렇게 울고 있답니다

-저런, 보는 나도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구나. 횃불망자야.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겠니?

-어떤 부탁이신가요?

-내 몸에 붙어있는 갑옷을 떼어 저 청년에게 가져다주렴

-네? 그건 원래 저짊님 장비잖아요!

-괜찮단다. 장비는 많아. 어서 가져다주렴.

-네....







-와아아아!!! 갑옷이다!! 이제 새 집을 구할 수 있어!!

다음 날 갑옷을 들고 로스릭을 뛰어다니는 청년을 본 저짊은 미소를 지었답니다.

그 청년은 기사였지만, 가난했어요. 항상 떠돌아다니던 사자기사는 짊의 갑옷을 시녀에게 팔아서 대서고 계단에 전세를 낼 수 있었지요.





그 뒤에도 저짊은 마을 곳곳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여전히 많은 장비를 가진 저짊은 그 장비를 입은 어깨와 함께 상남자스러움을 뿜내고 있었죠. 마을을 지켜보던 저짊의 시선은 갑자기 멈춰섰어요.




-이런 차림이면 망자의 왕이 나를 싫어할 텐데... 흑흑

-저 소녀는 왜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거니?

-저 소녀는 탈모를 숨기는 솜씨가 아주 뛰어나답니다. 그런데 이번에 새 가면를 살 돈이 없어서 저렇게 우울해하는가봐요.

-불쌍한 소녀로구나. 그런데 왜 저 마술사를 보고 사악한 표정을 짓는 거지?

-음, 잘 모르겠네요. 무지성 대시공하다 유소결 찜질이라도 당했을까요?

-그래 그건 됐다. 저 여인에게 내 장비 하나를 갖다주렴.

-네 저짊님!






-오! 이건 꽤 비싸보이는데? 이번엔 고급 가면을 살 수 있겠어.



소녀의 미소를 본 저짊은 장비가 전혀 아깝지 않았어요. 한 번의 휘두름으로 자신의 대머리를 본 일백의 기사를 죽였다고는 하지만 알 바인가요. 아마 허세겠지요.







시간이 지나고 장비칸의 빈 공간이 익숙해질 무렵, 상남자상은 다시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그런 저짊의 눈에 이름이 오락가락한 어떤 청년이 눈에 들어왔어요.





-3에도 나오면 대박인데...

-저 청년은 무슨 고민이 있는 거니?

-자기 여자친구를 모아 3p를 하는 게 소원이래요. 아이템 설명만으로 인기가 생겨난 친구라네요.

-횃불망자야, 저 청년을 도와주겠니? 내 장비가 힘이 됐으면 좋겠구나.

-네!





-어? 이건 운유도?

발모제를 찾는 호감대머리에게 숙청당하고 있었던 작품 캐릭터 중 뜬금없이 신작에 출현하게 된 청년은 기뻐했어요.

운유도는 너무 게임 무기 이름같아서 무라쿠모로 개명당했지만요.

아무튼 절벽에 뛰어들 기세로 헐레벌떡 신작을 향해 뛰어가는 청년의 뒷모습을 본 저짊과 횃불망자는 함박웃음을 지었답니다.









상남자상은 아침부터 부지런히 마을을 둘러보고 있었어요. 횃불망자도 저짊을 따라 마을을 내려보았어요. 그런 둘의 눈에 한 투덜거리는 아저씨 하나가 눈에 들어왔어요.





-아이 참, 지금 못가면 또 언제 가지?

-저 사람은 왜 저러고 있는거니?

-저 사람은 손녀를 만나는 게 소원이래요. 근데 그녀가 너무 무능해서 홀로는 그를 만나지 못 하는 모양이에요.

-가족을 못 만나는 건 슬픈 일이지. 횃불망자야. 내 장비를 갖다주렴.

-벌써 네개째잖아요. 정말 괜찮으세요?

-걱정하지 말고 어서 가렴

-네... 다녀올게요.





-이게 왜 나한테 있지? 드디어 무능한 그년을 할복하게 만들 수 있을 거야!

청년의 말이 조금 이상했지만 저짊은 신경쓰지 않았어요. 에이 설마, 자기처럼 패리앞잡으로 원콤 못낸다고 손녀를 죽이려 들겠어요. 인챈하고 뒤잡해도 두자릿수 대미지를 띄우는 병신이면 모를까.






이젠 빈 공간이 장비로 찬 공간보다 많아졌지만 저짊은 신경쓰지 않았어요. 그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저짊은 마을을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그러던 저짊의 눈에 한 흐느끼는 커플이 들어왔어요.




-이도류가 사라지다니 안돼!!! 흑흑

-횃불망자야, 저들은 왜 우는 것이니?

-저들은 쌍수무기를 아주 좋아한답니다. 하지만 자꾸 나쁜 놈들이 와서 근본이 아니라고 무기를 바꾸려는 모양이에요.

-그랬구나...횃불망자야. 한번 더 수고해줄 수 있니?

-저짊님...







-어? 쌍수무기? 이도류? 근데 왜 이러지?

한손으로 들 수 있는 쌍수무기란 게 이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웃을 수 있었어요. 적어도 드랭이라는 이름은 남았잖아요.

저짊의 장비는 하나하나 사라져가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어요.







저짊에겐 어느새 멋진 장비가 둘밖에 남지 남았어요. 그걸 안쓰럽게 바라보는 횃불망자의 마음도 뒤로 한 채 저짊의 눈은 다시 한 청년에게로 갔답니다






-이걸 어쩌지...

-저 청년은 왜 저렇게 한숨을 쉬고 있는거니?

-저 청년은 유사피빕에 미쳐 있습니다. 컨텐츠가 부족하다네요. 플탐 천시간에 올업적을 찍어놓고도 아직도 더 하고싶나 봐요.

-정말 안됐구나. 횃불망자야. 그를 위한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장비를 건내 주렴.

-그거라면 이미 호드릭씨가 만들지 않았나요?

-그래도 서약 컨텐츠면 뭔가 멋진 장소가 있어야지. 자. 뼈주먹이야. 이걸 보면 뼈를 이용한 컨텐츠를 뭐 만들어내지 않을까?

-...... 그렇네요. 하하. 처음엔 어떤 장비를 가져다주어야 할 지 고민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네요...








-이게 뭐지? 어? 새로운 서약?

뼈로 만들어진 제단을 바라본 청년의 얼굴에 여지껏 볼 수 없었던 웃음꽃이 피어났어요. 덩달아 저짊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났답니다.













이제 저짊의 장비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어요. 제일 빛나는 세팅 하나만이 은은하게 상남자상을 비추고 있었답니다. 천천히 마을을 내려다보던 저짊의 귀에 무언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어요. 두 사내가 탈모환자의 추종자들에게 못매를 맞고 있었습니다.

-헤헤헤 소울라이크래요 소울라이크~

-우...우리 본가 맞아...놀리지마...

-놀리쥐매~~~어 어 쟤네 운다 울어!

-쯧쯧, 불쌍한 남자들이구나.

-저 둘은 매우 힘든 삶을 살고 있답니다. 병신짓을 많이 했긴 했지만, 재밌는 겜인데 이렇게 박해받는것도 안쓰럽군요.

-그랬구나. 횃불망...

-...

-그런 표정 짓지 마렴 횃불망자야. 내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겠니?

-안돼요 저짊님! 저것마저 없어자면 저짊님은...






-횃불망자야. 잠깐 하늘을 봐주겠니?

-네?

-너는 저 보름달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니?

-밝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 다른 생각은?

-하지만 무언가...쓸쓸해보이네요.

-자, 이번엔 저 풀밭을 한번 보자꾸나.

-반딧불이들이 춤추고 있어요. 정말 예쁜 광경이네요!

-그래. 보름달과 반딧불이들. 모두 아름다운 존재들이지. 하지만 난 쓸쓸히 홀로 빛나는 보름달보다 모두 조금씩 빛나는 반딧불이가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단다. 나는 그저 저들이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이름없는 나무라도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구나.



-저짊님...








-어? 루카티엘셋, 정통 기사단의 대검, 프린의 반지다! 이제 아무도 날 놀리지 못할거야! 우리 본가 맞다니까!

사내들은 가면이 안 빠지는 모자를 들고 낑낑대며 좋아했어요. 쌀쌀한 날씨였지만 저짊의 마음은 무엇보다 따뜻해졌어요. 한 놈은 너무 병신이라 아예 쫓겨나버리고 다른 한 놈은 데몬 유적과 왕의 묘지기, 6헤럴드를 만들게 되었음을 몰랐으니까요.







아무튼 이제 상남자상은 볼품없는 나무토막이 되버리고 말았어요. 마을 주민들은 상남자상을 볼 때마다 한마디씩 불만을 터뜨렸어요.



-불사대도 없는 게임이 뭐가 당당하다고 소울겜이라는 거야?

-우리 마을에 저런 흉한 게 있다니!

그걸 묵묵히 듣고 있는 저짊은 매우 슬펐어요. 심지어 어떤 사냥꾼이 불쌍한 저짊에게 남아있는 조그만 다크소울 2 상징마저 뜯어갔어요.

-디렉터도 다른데 어디서 근본인 척이야? 에잇! 내놔!

사냥꾼에게 내장을 뽑힌 저짊의 안쪽 내용물이 배에서 조금씩 새어나왔지요.

무심코 그 사람들의 얼굴을 본 저짊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어요. 자신이 도와준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고 말았기 때문이었어요.



골수가 빨리고 이질적인 나무토막이 된 저짊은 더 이상 마을 사람들에게 필요가 없었어요.



-여러분! 저걸 끌어내립시다!



-그래요! 저 흉측한 석상은 이제 필요없어요! 여캐로 해도 어깨가 저렇게 듬직해서야 원!



그렇게 상남자상은 자신이 무엇보다 사랑했던 프롬마을 사람들의 손에 끌어내려졌어요. 상남자상은 거리 공터에 버려지고 말았지요.





상남자상이 있던 자리엔 곧 새 조각상이 세워졌어요.



-어깨가 왜 이래? 자세는 또 왜 저러고



-몸짓도 재밌는 게 없군... 잠깐, 불사대의 의례?



-그래도 저거 하나면 상징으로 삼기엔 충분하겠네요.









-저짊님...저짊님....

-으음, 횃불망자니?

-결국 이렇게 되 버렸군요. 나쁜 마을사람들!

-사람들을 탓하지 마렴. 난 이미 충분히 행복하단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렴. 나 혼자 잘나갔던들 마을이 이렇게 풍요로워졌겠니?

-...

-그동안 수고했다 횃불망자야. 이제 너도 너의 길을 가렴.



-네 저짊님.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이건... 제가 드리는 마지막 선물이랍니다.



횃불망자는 말을 마치고 무언가를 꺼내 저짊의 앞에 놓고는 재빠르게 사라졌어요.



-이건? 녀석도 참. 하하



여기저기 손때가 묻어 있는, 조잡하게 만들어진 사막 주술사의 브래지어였어요. 룩딸하는 게이에게나 어울리는 장비였지만 상남자에게는 그 무엇보다 값진 장비로 느껴졌답니다.











세월이 흐르고 다시 새 조각상이 세워졌어요. 플스 VR겜이라 무시당하고 다시 의례를 하는 왜소한 체구의 동상이 자리를 차지했지만요. 저짊은 그저 손으로 자신을 위로할 수밖에 없었어요.



또 새로운 조각상이 세워졌어요. 코옵이 없어서 다시 왜소한 체구의 동상이 자리를 잡았지만요. 저짊은 부서지고 갈라져 날이 갈수록 흉측해졌지만 자신을 위로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의 손은 점점 늘어나게 되었어요.



다시 새로운 조각상이 새워지기 직전, 상남자상은 이제 완전히 나무가 되어 버리고 말았어요. 그렇게 저주를 짊어진 자는 마을 사람들 기억에서도 서서히 잊혀졌어요.























-엄마! 여기야 여기!

-이런데서 뭐하고 있었어? 너 찾으려고 공터를 몇 바퀴나 돌았는지 아니!

-그치만 여기 꽃들이 너무 이쁜걸? 자, 이거봐라~

-어머, 진짜 예쁜 꽃들이네?

-엄마, 우리 이거 집에 가져가면 안돼?

-...엄마가 그렇게 절하면서 떼쓰지 말랬지! 목숨구걸하는 것 같잖아.

-으에엥 엄마 미워!

-울지 마, 뚝! 그래. 그러면 마침 꽃병도 비었으니 집에 가져가볼까?

-와아~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휴 다됐다! 시들기 전에 빨리 집에 가자.

-응응! 엄마, 근데 이 꽃들 웃고있는거같아!

-얘는 참 상상력도 풍부하다니깐.

-힝, 진짠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