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다.

하늘은 끝도 모르고 높고, 어린 아이들은 뛰논다.

물이 맑고 좋은 아시나에서 나는 쌀은 여러 음식을 해 먹기 좋고, 배불리 먹은 아이들은 당연히 뛰어 놀겠지.

밖에선 도자기 깨지는 소리와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 병사들이 떠드는 소리, 밭일 하는 아낙네와 장정들의 소리로 가득하다.

...마치 전란의 시대인 것을 모두가 잊은 것 마냥.

'타다다다다다닥-'

희미하지만,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 발 소리가 희미한 것으로 보아선... 쏙독새인가.

"잇신님. 긴히 드릴 말씀이..."

표정이 좋지 않군. 분명히 내부놈들의 쥐를 발견한 것이겠지.

"쥐를 발견한 모양이군. 이야기 해 보게나."

"성 정문쪽입니다. 화려한 체술과, 한 놈의 독수를 보아하니, 고영 도당놈들을 보내 성 정문쪽 방비를 살피는 듯 합니다."

정문? 그 쪽은 분명 저번에 교부가 침공을 한 번 막아냈을 터, 근데 다시 한 번 그 쪽으로 쳐들어 오려는 것인가?

교부... 강한 사내다.

아시나에서 도적질을 하던 그저 평범한 도적 떼의 수장이였는데, 어느 날, 아시나 깊숙한 곳까지 도적질을 하다가 나와 마주쳤고, 베였다.

이후로 내게 충정을 멩세하고, 아시나류를 충실히 전수 받고, 국가 찬탈까지 함께 했던 사내이자, 저번에 있던 내부군의 대대적인 침공을 막아내어, 부하들이 붙여 준 별칭, '오니'.

마치 내부군을 베어내고, 끝 없이 베어내며, 군사를 움직이는것이 오니와 같다고 하였지.

그가 살아있는 한, 다시 내부가 정문으로 쳐들어 오진 않을테지만... 유흥 삼아 잠깐 산책이나 다녀오도록 해야겠군.

"알았네. 적절히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네."

남은 탁주를 입에 털어넣었다.

그리고는, 얼마 전에 불상 조각가에게 부탁해서 만들어둔 '텐구' 복장을 걸치고는, 검을 챙긴다.

그리고선, 천천히, 정문쪽으로 나선다.










정문쪽을 지나오며, 잇신은 생각했다.

'정문 경비를 겐이치로가 꽤 강화해두었군. 확실히... 아시나를 지키기 위해 군사를 움직이는 법을 배운건가.

본성의 병력을 적절히 차출했지만, 비교적 덜 중요한 성하의 경비를 이용해서 정문의 경비를 크게 늘렸군.

아쉬운건, 이 곳을 고정적으로 관리할 장수가 없다는 것 정도겠군.'

생각하던 찰나에, 멀리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리자, 잇신은 빠르게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정문 쪽 경비가 저번보다 3배는 강화됐군. 여기로는 침투하기 무리겠어."

"저번에 교부라는 망나니같은 작자가 군사를 3천은 베어냈다지?"

"마사타케, 그쪽 탑의 정찰은 끝냈나?"

"아, 물론. 저 탑에서 보물을 찾았어. 천장쪽을 뜯어보니 상자가 하나 있더군. 그거 하나만 갖고 이제 후퇴하자."

"그래. 빈손으로 가면 아버지께서 화내실테지."

보라색 화려한 복장의 닌자들이 성 정문 근처 언덕에서 수군거리다 이내 뛰어올라, 정문 근처 탑으로 향했다.






"마사타케, 상자를 확보했으면 빨리ㅡ"

"베기 전에 이름을 들어주겠다."

품위 있지만, 위협적인 목소리가 탑에 울려퍼졌다.

'세 명인가.'

당장 잇신 눈에 보이는건 한 명이였지만, 기척이 더 느껴졌다.

"이름을 대거라!"

"노인네가 노망이 난 모양이군."

'삐익-'

손으로 피리 신호를 보내자, 공중에서 닌자 둘이 솟구쳐 내려왔다.

공중에서 떨어지며 내려꽂는 체술, 선봉각.

원래는 인간의 힘으로 뛰어 오를 수 있는 거리가 한정되어 있어, 위력이 한정 된 체술이지만, 저 탑의 꼭대기에서 내려 찍는다면 다를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두부 손상으로 끝나지 않을 위치에서 떨어져, 낙법을 기미한 체술이 꽂히면 무사하지 못 할 터.

하지만 상대가 누군지 모르는 불운한 닌자 셋은, 그저 그렇게만 생각했다. 늙은이가 노망이 났다고.

잇신은 한 발짝 뒤로 크게 물러 나며 선봉각을 피한 후, 납도했다.

땅바닥에 허무하게 선봉각을 꽂은 닌자 둘은, 빠르게 굴러 일어나며 발도했지만, 잇신의 이어지는 십문자에 한 명이 찢겨 나갔다.

남은 쥐새끼는 두 마리.

양각으로 싸우면 패배한다.

뒤로 확실히 물러나서, 자세를 확고히 잡는다.

"이런 미친 노인네가...!"

흰색의 두건. 고영 도당 간부의 상징. 저 정도면... 그래도 꽤 높은 직급이겠군.

잇신은 생각하며, 녀석의 칼을 받아낸다.

한 번에 한 명씩만 상대해야 쉽겠군.

실력은 그저 그런가.

정박의 4연속 발차기, 자세를 흔들려는것이군.

아시나류는 검과 체술을 받아낼 때, 흐르는 물을 받아내듯, 흘려낸다.

자세가 무너지면, 곧 죽음이다.

이후 질러내는 발차기 공격.

잇신은 이미 안다는 듯 옆으로 몸을 젖혀 유연히 피한 뒤, 발차기 공격을 하느라 칼을 납도 한 쪽의 팔을 잡아 채, 그대로 매쳐버렸다.

'이제 흰 쥐새끼 하나 남았나?'

매쳐버린 동시에 잇신은 한 발짝 물러서며 다시 납도했다.

"두 번은 안 된다!"

'십문자. 기를 모으기 전에 베어낸다!'

십문자를 간파한 닌자는, 기세 좋게 달려와서 칼을 뒤로 젖히며, 크게 잇신을 베어내려 했지만, 오히려 잇신이 노리고 있던 수에 걸렸다.

칼을 순식간에 발도해서, 전진하는 힘을 역으로 이용해 복부에 큰 상처를 입힌 후, 크게 회전하며, 허벅지쪽을 베어내어 자세를 망가뜨린다.

크게 베인 닌자는 휘청거리다 우수의 독수를 휘둘렀지만, 가볍게 몸을 틀어 피하고, 잇신의 뒤돌아베기가 다시 한 번 적중하자, 힘 없이 쓰러졌다.

닌자 셋이, 노인 하나와의 검투에서 각 5합 안에 모두 베인것이다.

녀석이 쥐고 있던 칼을 빼서, 가슴에 꽂아넣어 확인 사살을 하고, 흰색 두건만 빼서 가져간다.

간부를 베었다는것은 적에게 큰 사기저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쏙독새를 시켜, 적진에 던져놓고 오게 할 예정이다.

녀석이 죽었는지 확인 하던 찰나, 뒤에서 기척이 더 느껴진다.

닌자. 쥐새끼가 하나 더 기어들어온 모양인가.

"쥐새끼가 하나 더 기어들어온 모양이군."

눈빛에서 악의가 느껴지진 않지만, 뭔가를 잃었군. 주군인가?

베어주는것이 저 자에게도 예의겠지.

"아니, 그 눈빛, 굶주린 늑대로군."

"베기 전에 이름을 들어주겠다."

"이름을 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