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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틱갤에 걸맞는 비틱감성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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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실의 지하감옥은 말 그대로 감옥이었다. 죄수들에게 어떠한 교정과 교육도 이루어지지 않기에 교도소라 부를 수 없었고, 죄수들에게 어떠한 형벌도 주어지지 않았기에 형무소라 부를 수도 없었다. 한때는 어떤 고결한 목적으로 세워져 사회를 보호하였을 곳이었겠지만, 지금의 그곳은 그저 가둘 뿐인 장소였다. 수감자와 간수 모두를.


처음 감옥으로 끌려갔을 때, 카를라는 많은 죄인들을 볼 수 있었다. 좀도둑부터 강도까지 탐욕에 미친 자들, 고룡을 숭배했기 때문에 정치범인지 사상범인지 확실치 않은 죄목으로 잡혀온 이단자들, 그리고 불사자여서 잡혀온 자들. 심연의 사생아인 카를라는 불사자였기에 가두어졌다.


죽지 않는 것 자체가 죄인지 아니면 죽지 못해 미치는 게 죄인지 모호한 규정이었다.


그렇게 끌려간 죄수들은 차갑고 축축한 도시의 밑바닥에서 끝없는 시간 동안 갇혀 있었다. 그 시간 속에서 대부분의 죄수들은 죄목이 하나 더 늘어나 있었다.





이제는 온 세상이 감옥이겠구나, 생각하며 카를라는 씁쓸하게 웃었다.


수다스러운 잡범의 유쾌한 농담은 귀를 찢을 듯한 비명으로 변했다. 눈보다 손이 빠른 버러지는 탐욕스러운 괴물로 변했다. 위생 개념을 모르던 부랑자는 벌레덩어리로 변했다. 쇠창살 안에서도 수행을 멈추지 않던 고룡 신도는 끝없는 시간 속에서 인간을 벗어난 무언가로 변했다. 옥졸도 변했다. 그들은 우두커니 감옥을 지키고 있었다. 죄수의 관리도 멈춘 채 멍하니 근무지를 배회하는 그들은 감옥의 또 다른 수감자로 보였다.


모두가 비천해진 가운데 변하지 않은 건 카를라 뿐이었다.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이루어지는 암울한 변화를 지켜볼 수밖에 없도록 남겨진 심연의 사생아는 숨을 죽이고 시간을 흘려보낼 뿐이었다.


*


치고받는 소리에 그녀는 눈을 떴다. 끝없이 들려오는 비명과 긁는 소리로 인해 둔감해진 귀였지만 카를라는 그 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소란은 보통 위 층에서나 일어났지 깊숙한 구석에 있는 그녀의 독방과 가까이서 소리가 나는 일은 드물었으므로. 길을 잘못 찾은 쥐겠지. 카를라는 다시 눈을 감았다.


생생한 금속음이 들렸다. 카를라는 다시 눈을 떴다. 사람끼리 싸우는 소리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는 멎었고, 카를라는 긴장한 채 일어나려고 시도했다.


철커덕, 문이 열리며 까마득한 옛날에 들어본 소음이 카를라의 독방을 채웠다. 인두를 든 채 문을 연 왜소한 체격의 사람이 보였고, 카를라는 몸을 반쯤 일으킨 채로 그를 노려보았다. 오랫동안 쓰이지 않은 몸은 그녀의 의지를 제대로 따르지 못했고, 그렇기에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저항은 독기 서린 눈빛과 체념 어린 말 뿐이었다.


"호오, 오랜만이야. 분명 잊혀지리라 생각했는데 기쁘구나. 검고 말라 비틀어진 몸이지만 천것들의 유흥 정도는 되는 모양이지."


인두. 싸움을 즐기는 거친 남성. 그녀의 유일한 장기인 암술을 배우지 못할 간수들이 오히려 그녀를 자주 찾아왔다. 죄수라고 부르기 애매한 불사자들은 교도할 만한 건덕지가 없었고, 형벌을 내리기에는 죽을 수가 없는 그들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이 미치는 걸 앞당기니 손해일 뿐. 그렇기에 감옥이 조금 더 멀쩡하던 시절에도 불사자들을 가만히 가두고 지켜보기만 해야 되는 옥졸과 간수는 항상 따분하기 마련이었고, 그 따분함과 여러 욕구를 달래기 위해 이용되던 것이 바로 카를라였다.


시작은 내가 따분하고 너도 따분할 테니 같이 한 번 뒹굴자는 제안이었다. 특식은 덤으로 제공해 주겠다고 하면서. 카를라는 거절했다. 사색은 늘 하던 즐거운 취미였고, 고독함 정도야 심연의 사생아로서 익숙해진지 오래였다. 애초에 먹을 게 필요 없는 몸이고. 이에 제안은 협박과 명령으로 변했지만, 카를라는 욕정에 미친 거머리가 잘도 지껄인다고 그를 무시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는 명령 불복종이란 체벌 명분을 얻어냈고, 그대로 그녀를 체벌했다.


한 번 시작된 체벌은 점점 심해졌다. 체벌에 응하지 않으면 더욱 거센 폭력이 카를라에게로 향해졌다. 그녀를 우습게 여기는 간수들은 점차 많아졌고, 죄의 도시 주민 특유의 뒤틀린 가학 성향을 그녀에게 풀었다.


이번에도 그렇겠지, 카를라는 시선을 아래로 내려 어중간한 자세를 취한 사내의 하반신을 바라보았다.


추하고 더러운 것이 보일 거라 생각한 눈 앞에는 반질반질하게 손질된 각반이 보였다.





"음?"


카를라는 고개를 위로 들었다. 중무장에 어울리지 않게도 어깨가 좁고 엉거주춤한 자세를 한 기사가 보였다.


"귀공은... 아무래도 그놈들과는 다른 것 같구나."


인두를 요리조리 만지작거리던 그 또한 말이 통하는 상태와 예상치 못하게 만나 놀란 모습이었다. 카를라는 그의 허리춤에 매달린 검집을 통해 인두는 그가 옥졸에게서 챙겨온 전리품임을 뒤늦게 파악할 수 있었다.


"사죄하지. 사람을 거머리로 오인하다니 실례되기 그지없는 일이야."


이런 감옥에 찾아올 기사는 누구일까. 그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진 카를라는 먼저 사과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귀공은 이런 곳에 무슨 일로 왔는가?"


기사는 품 속에서 잔불을 꺼내 삼키는 것으로 대답했다. 재의 귀인인가. 그렇다면 죄의 도시로 가기 위해 왔군. 자신과 상관 없는 일이었고, 기사도 자신에게 무얼 요구할 일은 없었다. 판단을 마친 카를라는 다시 몸을 웅크렸다.


그러는 그녀를 보고 의아하다는 듯이 기사는 뼛조각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나를 구해주겠다고? 허나 나는 죄인. 사람의 심연. 그 사생아란다. 귀공. 그래도 날 용서할 수 있는가?"


기사는 YES의 몸짓을 하지 못해 아쉽다는 듯 손을 불끈 쥐어올려 긍정을 표시했다.


감옥에 갇힌 사람을 다짜고짜 구하려 들다니, 특이한 남자였다.


자신이 세상에 나가 봐야 득 될 게 없기에 감옥에서 조용히 썩어갈 마음도 있는 카를라였지만, 무료함에 지친 정신이 새로운 자극을 반기고 있었다. 어차피 망한 세상, 자기가 조금 나선다고 더 나빠질 게 있나 생각이 든 것도 있고, 그에게 흥미가 생기기도 한 카를라는 그의 뼛조각을 잡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카를라. 귀공의 청. 받아들이도록 하지."


*


"귀공. 돌아왔는가"


재투성이인 제사장은 아늑했다. 축축하고 오물과 악취로 뒤덮인 감옥과는 달랐다. 성실한 대장장이는 듣기 좋은 노동의 소음을 퍼뜨리고 있었고, 탐욕스러워 보이는 시녀나 도둑들조차 마치 장사판을 벌이듯 활기차게 장물을 내놓고 있었다. 주술사, 마술사, 성녀와 순례자는 고요히 자신을 갈고닦으며 제자에게 줄 가르침을 생각하고 있었다. 화방녀와 난쟁이 왕은 조용히 제사장을 관리하며 재의 귀인을 보조했다.


그 광경에 어쩐지 자신이 있을 곳이 없다고 느낀 카를라는 지하 구석, 재와 먼지가 가득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마치 숨을 곳을 찾는 행색이였다. 그리고 그 곳을 재의 귀인은 찾아내어 그녀를 반겼다.


"다시 인사하지. 나는 카를라. 귀공에게 감사드리네. 그대는 누구인가?


재의 귀인은 흰 돌과 붉은 돌을 꺼내 바닥에 무언가를 쓰려고 전전긍긍하더니 답답하다는 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침묵인가? 과연, 귀공에게 어울리는 고상한 이름이구나."


망자는 아닌 것 같은데. 참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카를라는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어찌한다. 내가 귀공에게 보답을 한다 하면 그저 마술만이 있을 뿐. 꺼리고 피해야 할 어둠의 마술만이 말이야. 귀공. 설마 그걸 원하는가?"


기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역시나.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누가 천하고, 배척받고, 꺼려지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카를라는 작게 한숨쉬고는 말했다.


"이거야, 미안하게 됐구나. 허나 나에겐 다른 무엇도 없어. 말했지? 그곳은 이형의 둥지. 나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라고 말이야."


기사는 과장되게 주저앉는 자세를 취하더니 자리를 떠나 대장장이에게로 향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두를 강화시키는 대신 좀 부숴달라고 부탁하는 모양이었다. 저런 부탁이라도 들어줄 수 있다면 마음이 편해질 텐데. 카를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저 아늑한 재 위에 앉아 그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은인을 어둠의 길로 끌여들이지 않아서 좋은 건지, 아니면 아무 빚도 갚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한 건지, 혼란한 마음 속에서 멍하니 지내던 카를라에게 오벡이 다가섰다.


"이상한 녀석이지. 안 그래?"


"그대는... 마술사인가?"


"일단은. 자기 내키는 대로 여기에 불러 놓고 사람 마음 무겁게 하는 건 참 잘해."


이번에도 또 골치아픈 스크롤을 가져오더군. 말의 내용과 다르게 좀 들뜬 목소리로 오벡은 말했다.


"나에게 무슨 용건이지?"


"아, 그쪽도 마술사처럼 보여서 말이야. 스크롤 해독을 도와줄 수 있나? 이것도 나름대로 그 녀석을 돕는 건데. 어때?"


"...좋아. 그 전에 미리 말해두자면, 나는 제대로 된 마술사가 아니다. 할 수 있는 건 해 보겠지만, 별로 기대하지는 말아 주게."


"실력이라면 상관없어. 이쪽도 피차일반이라."





"귀공에게 신뢰받고 있구나. 이런 스크롤까지 받다니."


죄의 도시의 마술사의 비급. 빅 햇 로건의 스크롤을 풀어내며 카를라는 말을 걸었다. 재의 귀인이 그녀에게 가르침을 청하지 않는 게 오히려 그녀에 대한 배려이자 신뢰임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혼자서 귀인에게 무언가를 받지도, 주지도 못하는 상황은 그녀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너무 신뢰가 커서 오히려 부담으로 느껴지는 수준이지. 보답으로 알려줄 숨겨진 마술도 동나 가고, 곤란한 상황이야."

곤란하다는 듯 말하면서도 웃음기를 머금은 채 오백은 대답했다.


"다른 자들에게도 그러나?"


"대부분. 어차피 자기는 못 다룬다면서 불씨고 책이고 다 넘겨주고 다녀."


카를라는 오벡과 대화를 나누며 정보와 기술, 비급이 귀한 시대에서 그가 벌이는 기행을 알아갔다.


"그러면, 그 빚은 어떻게 갚지?"


"꿍쳐둔 기술을 알려주거나, 반지를 주거나, 아니면 도둑들처럼 자기 장기를 살려 보던가. 정 안되면 재밌는 몸짓을 가르쳐주는 방법도 있고. 그는 그런 걸 좋아하거든."


"흠..."


*


"그래서, 귀공."


소지품은 감옥에 끌려갈 때 옷을 제외하고는 모두 압수당한지 오래였다. 몸짓이라고 해 봐야 별로 아는 것도 없고 몸이 잘 따라 주지도 않았다. 일방적으로 도움만 받은 채 무력하게 있는 자신의 행실을 카를라는 견딜 수 없었다.


그렇기에 카를라는 재의 귀인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그대는 나에게 뭔가 원하는 게 있는가?"


재의 귀인은 이에 망원경을 꺼내 그녀를 쓰윽 훑는 것으로 대답했다.


이대로 있어도 괜찮다는 건가, 카를라는 피식 웃었다. 참 웃기면서도 사람 좋은 남자였다.


"귀공에게 도움만 받은 채 가만히 있으니 오히려 더 부담스러워서 말이지. 차라리 무언가 할 일을 주었으면 좋겠는데."


좋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꼴은 보기 불편했다. 제사장의 다른 거주자들처럼 그가 조금이라도 덜 죽고 편하게 여정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그녀가 가진 것은 모두에게 배척받을 주문들 뿐. 결국 그에게서 직접 요구사항을 받기로 한 카를라였다. 재의 귀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품 속에서 술잔을 두 개 꺼냈다.


"술인가? 술동무라도 필요한 모양이지?"


귀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건배하는 자세를 취하며 바닥에 앉았다. 도둑들은 도둑질을 하러 떠났고, 대장장이나 다른 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 귀인에게 받은 것들을 통해 연구를 하고 있었다. 한가한 사람은 자신뿐. 놀고만 있었는데 오히려 술을 선물받았다. 카를라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술잔을 받아들였다.


제사장의 구석을 밝히는 은은한 촛불 속에서 술잔만이 덜그럭거렸다.


"귀공은 왜 나에게 잘 대해주는 것이지? 굳이 이럴 필요가 없지 않나. 차라리 화방녀랑 같이 마시지..."


술을 오랜만에 들이킨 몸은 빠르게 취기에 잠겼다. 조금씩 속마음을 털어내며 카를라는 말했다.


재의 귀인은 바닥에 화방녀 쪽으로 무어라 글씨를 적었다. 이 앞, 춤 있음. 술을 안 마시고 춤이나 춘다는 뜻이려나. 카를라는 다시 한 번 잔을 들이키며 귀인을 바라보았다.


"그대에게는 항상 신세만 지는구나. 하지만 내가 가진 건 꺼려지는 마술과 이 천한 몸뚱아리밖에 없는데 대체 왜... 아니, 미안하다. 오히려 내가 술주정을 해버렸구나."


귀공은 괜찮다는 듯 잔을 들어올리고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듯이 글자를 찍 찍 그었다. 이 앞, 우연한 만남 있음. 그리고 애정. 여자 만세!


"무슨 뜻이지? 첫 눈에 반했다는 건가?"


어느샌가 점자성서 읽듯 귀인의 기행을 능숙하게 읽어내게 된 카를라였다. 귀인은 이어서 글씨를 적었다. 애정. 너도 그렇게 되겠지. 그러므로 잠깐 휴식 유효.


"흠, 연심이 있으니 그 사람을 멋대로 놀게 두었다는 건가? 하아,그간 천박한 짓거리를 해 주었군. 낙하산이라니. 그러지 말고 나도 귀공을 위해 일하게 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그 편이 서로에게 이득 아닌가."


귀인은 머쓱하게 몸을 수구리더니 물음표 하나를 적었다. 무얼 할 수 있냐, 질문의 표시었다.


"글쎄다, 나도 생각이 안 나서 귀공에게 직접 부탁을 받으려 했는데. 암술 말고는 말 그대로 몸밖에 안 남는게 나니까 말이야."


귀인은 궁금하다는 얼굴로 적었다. 이 앞, 여자 있음?


"여자라면, 이 몸을 말하는 건가? 따지자면 그렇지. 말라 비틀어지고 더렵혀진 몸이지만, 남자를 기쁘게 하는 방법은 질리도록 잘 알고 있어. 원해서 배운 건 아니지만. 궁금한가?"


폭력과 복종. 무엇을 택하든 결과는 하나로 귀결되던 감옥에서의 체벌.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위협이라면, 최대한 빠르게 끝내는 방향으로 카를라는 버텨 왔다. 감옥에서의 역겨운 기억이 떠오르는 걸 간신히 참으며 카를라는 한탄하듯 답했고, 귀인은 거인에게 맞서는 전우의 용기를 가져오려는 듯 잔을 크게 들이키고는 호탕하게 동의를 표시했다.


"...다른 사람이 아닌 귀공이 원한다면야. 내 성의를 다해 이 속살을 꺼내 보여주마."


그랬군. 취기를 무기 삼아 고백할 작정이었나. 카를라는 뒤늦게 귀인의 의도를 눈치채내고는 자신도 동의를 표시하는 대답을 했다.





그리고 제사장 구석에는 다시 잔 덜그럭거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귀공. 쑥맥이구나."


귀인은 카를라가 동의하자 오히려 멀뚱거리고 있었다.


"그대는 내 은인이다. 귀공이라면 상관하지 않아... "


카를라와 귀인의 눈이 마주쳐졌다. 자신이 생각해 내고도 천하고 부끄러운 짓이었지만, 귀인과 마찬가지로 술기운 속에서 용기를 얻은 카를라는 자기만의 보답을 생각해내고는 말했다.


재의 귀인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카를라는 볼 수 있었다. 여기서 망설이면 안 된다, 카를라는 생각하고 더 밀고 나가기로 결심했다. 셀 수도 없는 시간 동안 겪은 고통과 고독을 끊은 은인에게 보답할 유일한 방법이자 기회였다.


카를라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재의 귀인의 손을 잡아채더니 장갑을 벗겼다.


그리고는 그의 엄지를 자신의 입에 가져다댔다.


"으음..."


재의 귀인은 순간 당황하여 자리에 일어나 손을 빼려고 했으나, 카를라는 그의 손을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게 감싸쥐었다.


병장기를 쥐며 생긴 굳은살과 장갑을 파고든 공격으로 인해 생긴 부상, 그로 인해 거칠어진 손이 만져졌다.


무기를 다루며 혹사된 귀인의 엄지손가락에 카를라의 혀가 휘감겨오기 시작했다.


"...어떤가, 귀공? 그대가 원한다면 더 좋은 일도 해 줄 수 있다만..."


귀인이 미묘한 신음을 흘려내었다. 애무하듯 손가락을 부드럽게 감싸는 입술과 혀가 느껴졌고, 이빨에 손가락이 까지지 않도록 배려하는 그녀의 섬세한 입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모자 아래로 요염하게 새어 나오는 카를라의 애틋한 눈빛을 귀인은 느낄 수 있었다. 카를라의 희고 부드러운 손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한기에서도 색기가 느껴지는 듯 했다.


귀인은 손에 힘을 풀고 그녀에게 자신을 맡겼다. 귀인의 반응을 보던 카를라는 그 신음에 살짝 미소짓더니 손을 슬쩍 아래로 내렸다. 귀인의 손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살짝 부풀어오른 그의 각반 한가운대에 카를라의 손이 닿자 급격하게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좋은가?"


카를라는 귀인의 손에서 입을 떼냈다. 손을 내려다 본 재의 귀인은 붉어진 엄지와 반들거리는 침을 볼 수 있었고, 카를라는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각반을 슬쩍 문질렀다.


분위기를 고조시키드시 촛불을 받아 반들거리는 타액과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이 겹치며 각반을 부술 듯이 귀인의 물건은 부풀어올랐고, 그동안 쌓인 게 많았던 재의 귀인은 결국 각반과 함께 감사함을 표하는 가면을 바닥에 떨굴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귀인이 단단히 참기를 써가며 품속에 숨겨왔던 대룡아스러운 남근이 그녀의 얼굴 앞으로 떨궈졌다.


의외의 크기에 카를라는 조금 놀라하며 베시시 웃더니 대룡아의 뿌리를 살그머니 움켜쥐었다.


피가 쏠린 그의 대룡아의 맥박을 느끼던 카를라는 조심스럽게 입술을 살짝 벌려 혀를 내밀었다. 선홍빛 혀는 대룡아 끝부분을 시작으로 천천히 쓸고 올라오면서 한 박자 먼저 새어나온 귀인의 투명한 액체를 쓸어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잡은 그녀의 혀는 끝자락을 대룡아 중앙의 갈라진 틈을 살살 간지럽히며 자극했다.


등줄기가 오싹해진 듯 귀인은 몸을 살짝 떨었다. 흥분에 빠진 귀인의 손이 허공을 몇 번 휘졌더니 카를라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카를라는 손을 맞잡으며 머리를 뒤로 잠시 뺐다.


그리고 둘은 곧 서로를 마주보았다. 카를라는 귀인을 올려다보며 그동안 보지 못한 귀인의 일면을 보고 뿌듯해했고, 귀인은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쪼그려앉은 그녀를 보며 정복감과 흥분을 느꼈다. 귀인은 다시 한 번 손을 움직여 카를라의 머리를 쥐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린 카를라는 입술을 벌리고 귀인의 대룡아를 머금었다.


"후읍..."


뜨거운 열기와 축축한 혀. 제사장의 미녀 사이에서도 꿋꿋하게 참기를 유지하던 솜씨가 아니었다면 강인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빠르게 풀어져버렸을 것이다. 입 속에서 느껴지는 귀인의 맥박을 느낀 카를라는 그런 귀인을 도발하듯이 머리를 앞으로 숙였다. 조금씩 목 깊숙히 머금어진 대룡아는 그녀의 침과 혀로 빠르게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흡..."


카를라의 볼이 살짝 들어갔다. 귀인의 것을 빨아들이듯이 유린하는 카를라의 얼굴이 조금 무너졌지만,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볼 수 있는 그 표정이 귀인에게는 야릇하게만 느껴졌다. 몰려오는 쾌락에 살짝 입을 벌린 귀인은 그녀의 머리를 손으로 직접, 그리고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우으읍...!"


손은 점차 빨라졌고, 카를라도 그에 맞추어 확실하게 귀인의 것을 받아들이려는 듯 귀인의 허리를 붙잡았다. 점차 빠르게 자극당한 대룡아는 마침내 참기가 풀렸고, 무자비한 강공격이 그녀의 입 안을 덮쳤다. 콜록거리며 눈에는 눈물까지 맺히면서도 카를라는 끝까지 귀인의 잿빛 에스트를 삼켜내었다.


"하아...만족한 것 같으니 다행이구나."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카를라는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의 대룡아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다시 흥분했는지 여전히 대형 망치로 남아있었다.


"만족하지 못 했나?"


숨을 고르는 카를라를 바라보며 재의 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야... 귀공, 마음껏 해도 좋네. 귀공이 무엇을 택한다 한들 내가 귀공에게 품은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야."


재의 귀인은 두꺼운 갑옷을 모조리 벗어던지고는 카를라의 어깨를 살그머니 쥐었다. 이렇게 유혹을 당해 놓고도 어정쩡하게 덮치다니, 카를라는 귀인의 그 모습이 어쩐지 귀여워서 웃음을 흘렸다.


어깨에서 가슴팍으로 내려간 귀인의 손이 부드러운 두 언덕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야윈 몸에 누더기에 가까운 펑퍼짐한 옷을 입고 있음에도 봉긋 존재감을 드러낸 두 언덕은 귀인의 손길에 부드럽게 흔들렸다. 카를라도 귀인의 손길에 맞추어 몸을 기울이면서 그의 대룡아를 어루만졌다.


이에 질세라, 귀인도 손 한 쪽을 내리며 그녀의 치맛자락을 들췄다. 빛을 오래 받지 못해 창백할 정도로 흰 속살 사이로 그녀의 분홍빛 비부가 수줍은 듯 물을 머금

어 있었다.


귀인의 손가락이 음부를 가볍게 흝었고, 카를라는 몸을 움찔 떨며 귀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아아...!"


카를라의 몸이 흔들리며 투명한 액체가 비처에서 흘러나왔다. 손길에 맞추어 카를라는 조금씩 다리를 벌렸고, 그에 보답하듯 손가락은 빠르게 그녀의 둔덕을 자극했다.


오랜만에 느낀 자극에 몸을 주체하지 못한 카를라가 귀인을 껴얀듯이 붙잡았다. 서로 달라붙는 구도가 되었고, 재의 귀인은 이에 조심스래 살짝 벌어진 그녀의 입에 자신의 입을 가져갔다.


"방금 전에 저질러 놓고는, 괜찮겠나?"


귀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대로 혀를 섞었을 뿐. 카를라와 귀인은 입 속에서 퍼지는 비릿한 향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완전히 삼켜지지 않은 귀인의 액체일까, 아니면 혀와 함께 섞인 침일까, 알 수 없었다. 둘에게 있어서는 단지 그 느낌이 분위기를 고조하는 게 중요할 뿐이었다.


"츄릅... 하아..."


서투르면서도 상냥한 귀인의 입맞춤에 카를라는 자신의 몸이 고조됨을 느꼈고, 이윽고 카를라는 다리를 후들후들 떨며 절정했다.


눈동자가 살짝 풀린 채로 쌕 쌕 숨을 고르는 카를라를 보며 재의 귀인은 다시 한 번 정복감을 느꼈고, 기세를 몰아 카를라를 바닥에 완전히 눕히고는 그녀의 옷을 풀었다.


수없이 찢어져오던 옷이 거의 처음으로 정갈하게 벗겨졌다.


"이제 와서 부끄럽다니, 대체 무슨 일이람..."


카를라는 귀인과 눈이 마주치기를 은근슬쩍 피하고는 수줍고, 어설프게 음부를 가리는 시늉을 했다. 범해지면서 느끼던 수치심과는 달랐다. 자신을 소중히 대해주는 그의 호의가 쑥스러웠다. 이게 사랑인가. 카를라는 생각했다.


"흐으읏...!"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재의 귀인은 애무에 순서가 밀려 잔뜩 참아져왔던 대룡아를 꽂아넣었다. 야윈 몸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비부는 이미 충분하게 적셔지고 마음의 준비까지 끝나서 그런지 귀인의 대룡아를 문제 없이 끝까지 받아들였다. 창백하고 차가운 피부와는 다르게 심연의 안쪽은 따뜻함이 느껴졌다. 카를라가 별로 고통스러운 기색을 보이지 않자 귀인은 체중을 실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아아... 느껴지는구나..."


몸 안을 가득 채우는 이질감이었지만 불쾌하지 않았다. 교미의 탈을 쓴 폭력과는 다른 상냥함. 그것이 카를라의 마음을 고양시켰고, 카를라는 귀인에게 맞추어 조금씩 허리를 흔들었다.


"흐으읏!"


깊숙하게 찔러들어오는 귀인의 물건에 그녀의 몸이 부들부들 떨려 왔다. 의존할 것을 찾듯이 카를라는 재의 귀인을 꼭 끌어안았고, 귀인 역시 카를라를 안아 움직이기 편한 자세를 만들었다. 몸을 밀착시킨 채로 서로의 쾌락 섞인 신음과 호흡을 전했다.


차갑디 차가운 재와 심연은 섞여 서로의 온기를 원했고, 불을 섬기는 제사장에 풋풋한 교성이 새어나왔다.


둘의 호흡은 점점 가빠졌다. 타오르는 잔불과 같이 그들의 맥박은 빨라졌고, 그것을 느낀 카를라는 다리로 귀인의 허리를 감싸며 속삭였다.


"흐윽, 응...! 귀공, 함께... 음, 츄읍..."


귀인은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다시 한 번 그녀와 입을 맞추었다. 그의 물건이 들락일 때마다 암흑의 물보라와 같이 물이 젖는 소리가 났다. 그녀의 비부는 재촉하듯이 더 강하게 귀인을 조여 왔고, 귀인의 물건은 자신을 더 잘 새기려는 듯이 부풀어올라 깊숙하게 그녀의 안을 자극했다.


"으응.....!"


이윽고 재의 귀인은 그녀의 골반을 꽉 붇잡아 대룡아를 가장 깊숙히 찔러넣었다. 그 쾌감에 보상하듯이 그녀의 질도 진하게 그를 조였고, 절정의 쾌감 속에서 카를라는 귀인을 힘껏 껴안았다. 계속 함께해달라는 듯이.


그의 물건이 빼내어졌다. 귀인은 만족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살짝 충혈된 듯 붉어진 그녀의 둔덕에서 액체가 울컥 솓아나왔다.


"으... 아직도 흥분했는가? 지치지도 않는구나. 귀공은."


카를라는 귀공을 바라보며 웃었다. 가는 팔을 뻗어 귀인에게 장난치듯 입을 쪽 맞추고는 허리를 세워 귀인의 그곳을 향해 앉듯이 허리를 움직이며 그녀는 행위를 이어나갔다.


"그렇게도 내가 기분 좋은가?"


자신의 위로 앉은 카를라를 보며 귀인은 그녀가 했듯이 입을 가볍게 맞추었다.


"만족했다면 다행이구나. 나도 귀공이 좋다."


카를라는 웃었다.





시공간의 비틀림 속에 자리잡은 불의 계승의 제사장.


사랑의 속삭임이 조금 길어져도 문제될 일은 없었다.








*


제사장은 감옥이다. 카를라는 문뜩 이단으로 몰려온 과거 시절에 했던 생각을 다시 떠올리고는 했다. 세상이 다 망한 지금 아무도 그녀의 근본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고, 그녀가 주거하는 제사장의 거주자들도 그녀에게 적대적이지 않기에 그녀도 제사장에 대한 악감정을 많이 떨쳐낼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제사장은 감옥처럼 느껴졌다.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다 자의로든 타위로든 생존을 위해 갇히고, 아니면 사상 때문에 갇히고. 그 안에서 하는 일은 시간을 흘러보내며 오랜 전통을 지키는 일 뿐. 감옥이랑 별 다를 게 없었다. 변화를 막으려고 노력하기 위해 사람을 부리는 것까지 똑같았다. 그나마 차이가 있다면 자의의 비중이 약간 더 많을 뿐.


그를 돕는 건, 어쩌면 수감자를 몰아가는 옥졸들의 그것과 같지 않을까. 부러진 인두로 장작의 왕이 된 거인을 때려잡는 등 힘들게 불의 계승을 향해 나아가는 재의 귀인을 볼 때마다 그녀가 떠올리게 된 감정이었다.


파멸할 게 뻔한 사명으로 그를 몰아가는 점이 그랬다.


"으으, 귀공."


그 상황에서 카를라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귀인을 달래고 위로하는 것 뿐.


그마저도 비천한 방식으로.


"지난밤에 내가 너무... 천하게 굴었구나. 미안하다."


저주수치가 늘었는지 말 그대로 몸이 쪼그라든 채 재의 귀인이 기진맥진하게 일어났다. 가까스로 허리를 움직여 몸을 숙인 그는 글씨를 적었다. 이 앞, 스태미너 고갈 있음. 카를라는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였고, 너무 놀렸다고 생각했는지 귀인은 재빨리 문자를 이었다. 애정의 시간이다. 잘했다.


"유희는 마음에 들었나. 다행이구나."


카를라는 안도감을 느꼈다. 천한 자신을 안았음에도 불쾌한 기색이 없었다. 참으로 고결한 사람이었다.


"이제 가보겠는가?"

재의 귀인은 갑옷을 껴입는 것으로 대답했다.


"그래. 다녀오거라."


카를라도 옷을 주섬주섬 입으며 그를 배웅했다.


이제 장작 수급도 막바지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고결한 사명 속에서 태워지겠고, 잊혀지겠지.


그런 그가 고결한 사명을 향해 나아가다 지칠 때 필요한 유흥거리를 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천해질 수 있었고 그걸로 좋았다.


"아, 귀공."


진짜 그걸로 좋은가?


사명이라고 해 봐야 단순한 시간벌이용 장작이고, 감옥은 그대로 남아 다시 축축하고 차가워질 텐데?


카를라는 애틋하게 귀인을 불러새웠다.


"사람은 어둠. 귀공이라 해도 마찬가지야. 단지 들여다볼 것인지 피할 것인지가 다를 뿐이야."


귀인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무슨 소리냐고 하는 듯 몸짓을 했다.


"내게 고맙게도, 귀공은 들여다 보았지."


이기심에서 비릇된 소리였지만, 고결하게 죽을 사형수보다는 비천한 탈옥수가 더 낫지 않은가. 그녀는 말을 이었다.


"인간성은 어둠이지만, 그 안에는 따뜻함이 있어."


귀인은 다시 몸을 돌려 천천히 카를라를 향해 걸어왔다.


"아, 미안하다. 괜한 말이 길어졌구나. 어서 가 보거라."


재의 귀인은 바닥에 다시 한 번 글을 적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차렸다는 듯이.


눈에 거슬리는 건 물로 뒤덮어버리고 보기 거슬리면 구멍으로 막아버리고 딸까지 팔아치우고 사람을 태워서 유지되는 고결함보다는, 한 사람을 위해 기꺼이 무언가를 바칠 어둠과 천함을 귀인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재의 귀인은 자신이 해온 선택 중 가장 천한 선택을 하기로 했고, 그것을 카를라에게로 보였다.


'반려 유효'

















그렇게 카를라한테 꼬셔진 재의 귀인은 화방녀 시켜서 태초의 불 끄고 빤스런했대요

장작 안되고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았다니 잘됐네 잘됐어

며칠전 프롬뇌보고 느낌와서 썼는데 잘 안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