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귀인, 로스릭 성은 어땠나요? 소문처럼 화려했나요?"


"아니, 거기도 난장판이 된 지 오래야. 왜 물어보는 거야?"


"그야 로스릭 성은 로드란에서 불의 시대를 상징하는 곳이었으니까요. 그럼 다 난장판이라면 볼 것도 없었겠네요." 


"다 그런 폐허가 된 건 아니었어. 그래, 그곳. 이상한 철장 같은게 있는 곳이었는데 그곳은 귀빈이 갇혀 있었나 봐. 거긴 멀쩡하더라. 날개를 단 거대한 기사들이 지키고 있고 그래 석상이 많았어. 정말인지 사람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마냥...."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대화. 이것이 왜 떠올랐는지 재의 귀인은 이해할 수 없다. 조용히 타들어가는 화톳불 앞에서 몇 번이고 화방녀와 대화를 나누었을텐데 왜 그 대화만 유독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 걸까? 날이 갈 수록 머릿속이 점점 짙은 안개가 낀 것 마냥 흐릿해지고 있는데도 더 이상 내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도 말이다. 


그의 모험은 '말라붙은 천사'를 찾고자 시작했다. 짙은 안개가 그의 머릿속을 덮고 기억을 지워버려 그는 자기가 누군지는 망각했으나, 단 하나의 기억이 그를 이끌었다. 지금은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그의 어머니가 '말라붙은 천사'를 찾으라고 어린 그에게 계속 중얼거렸던 기억이었다. 


"말라붙은 천사를 찾아라" 


그는 자신의 팔 보호대에 피로 휘갈겨 쓴 자필의 글자를 읽었다. 혹시라도 까먹을까 모험 시작부터 써 놓은 글귀다. 이것만이 그에게 유일하게 남은 사명이었다. 


난쟁이의 왕이 말했다. 그것을 찾고 싶거든 시간과 공간마저 퇴적된 곳으로 가야한다고

그는 반신반의했으나 허리가 비참하게 잘리고 타버린 난쟁이 왕말고는 그에게 이야기해주는 자가 없었다. 


늑대의 피를 가진 감시자들을 베었다

신마저 삼켜버린 괴물을 베었다

증오로 얼룩진 거인도 베었다

그리고 마침내 운명을 저버리고 불에서 도망친 쌍둥이 형제마저도 베었다.


그가 불을 계승하던 날 

태초의 화로를 지키던 존재가 쓰러졌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난쟁이의 말처럼 그가 가보지 못 한 곳으로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곳은 시간과 공간이 퇴적된 곳이 아니었다. 오히려 하얀 그리고 시리도록 창백한 눈들이 끔찍한 냄새를 덮고 있는 곳이었다.

수녀는 그의 상대가 되지 못 했다.

그는 심연보다 깊고 어두운 불꽃을 머금고 날뛰던 수녀에게 세 번째 죽음을 선사했다

그러자 새로운 곳이 그를 환영했다.


시간과 공간마저 퇴적된 곳 

건물들과 땅들이 어디론가 흘러가 쌓여버린 곳이었다.


말라붙은 천사를 찾아라!


노파를 만났다. 울퉁불퉁한 돌뚜껑을 쓰고 고리의 도시라는 곳을 알려주었다.

천사는 모른다고 한다. 소울을 흡수했다.


라프를 만났다. 자신도 기억을 잃었다면서 자신의 이름은 라프라고 했다.

천사는 모른다고 한다. 소울을 흡수했다. 


갑자기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빨아들이는 듯, 무언가 슬픈 듯이 그것은 소름끼치게 울고 있었다

마침내 벽을 넘어갔을 때 재의 귀인은 그것을 마주했다



말라붙은 천사!!



그러나 그것은 천사라고 하기엔 너무나 거대했다 그리고 너무나 흉측했다

그것은 물을 너무 오랫동안 마시지 못 한 거칠고 울퉁불퉁한 뿌리들이 서로 얽히고 얽혀 날개를 이루었다 

날개는 하얀 색이었으나 아리안델의 눈처럼 창백하고 은은한 색이 아니라 양분을 다 뺐기고 남은 망자의 피부 같은 하얀색이었다

 

그것이 손을 모아 다시 한 번 울었다 

갑자기 주변 공기가 마치 가루가 된 듯이 반짝거리며 쏟아져내렸다 

로스릭의 기사들이 보여주던 빛의 기둥들보다 너무나도 화려하고 찬란했다 

눈빛 가득한 빛을 머금은 기적이 그의 눈 앞에 펼쳐졌다 


아아 천사다

이것은 천사

드디어 찾았다. 나의 천사 

그래 손을 들어 경배해야지! 손을 들어 경배해야지!!


그러나 손은 움직이지 않는다.

내려다보니 이미 손은 돌이 된 지 오래다 

다리도 돌이 된 지 오래다 


아아 로스릭에는 석상이 많다

천사의 기적을 숭배하던 로스릭에는 석상이 많다

천사의 기적을 맛본 로스릭에는 석상이 많다

로스리게는 석사이 만타

로스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