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녀의 기사는 재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패자에게 무참한 순간이었다.



 빌헬름은 교회 앞 마당에 쌓인 눈 더미에 머리를 처박혔다. 갑옷의 금속 판은 너덜해진 지 오래였고, 재와의 전투 속에서 입은 부상이 흰 눈을 붉게 물들여나가고 있었다. 



 그 위에서 재는 빌헬름의 머리에 대고 연신 발길질을 해댔다. 깡! 단단한 쇠와 쇠가 부딪혔다. 그 진동에 머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강한 충격이 연이어 빌헬름의 머리를 덮쳤다. 하지만 기사는 재를 향한 적의를 멈추지 않았다. 패배한 기사일지언정 비굴하게 굴지 않는다. 그리하여 아가씨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도록. 그것이 빌헬름이 교회 안에 계실 그의 주인에게 바칠 수 있는 마지막 충정이었다. 그 일환으로 빌헬름은 일체의 신음을 내지 않았다. 

 


 물론 기사의 꺾이지 않는 의지는 재에게는 고깝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휘몰아치는 칼바람, 달려드는 늑대 떼, 사방에 도사리는 온갖 적들. 재는 각박한 회화세계에 시달릴 만큼 시달려야 했고, 이곳까지 당도하는 과정에서 재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나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서 투구 너머로 자신을 향해 꺾이지 않는 시선을 던지는 빌헬름은 재의 심경을 무척 거슬리게 했다. 



 치밀어오르는 짜증을 참아내지 못한 재가 빌헬름을 다시 한 번 걷어 찼다. 



 "커헉!"



 결국 빌헬름이 고통 어린 숨을 토했다. 그의 육신이 나약한 모양새로 바닥을 굴렀다. 다 헤진 갑옷이 흰 눈 위를 구르는 모양새가 처량했다. 


 

 빌헬름은 자신의 끝을 예감했다. 저 잔악한 재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제 목숨을 취할 것이었다. 말할 것도 없이 죽음 따위는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뒤에 남겨질, 잔독한 재에 대적해야 할 프리데 아가씨가 뭇내 가슴에 걸렸다. 



 '죄송합니다, 프리데님... 당신의 기사이면서도...' 



 빌헬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때 빌헬름의 얼굴에 아리안델의 차가운 바람이 불어들었다. 재가 제 투구를 벗긴 탓이었다. 재는 제 멱살을 잡고 다 늘어진 육체를 들어올렸다.



 이 불한당은 죽음마저도 방해하는 건가. 그리 생각한 빌헬름은 힘겹게 눈을 떴다. 



 "패, 자를 더 이상 능욕하지 마라. 그냥, 그냥 죽게 내버, 려 둬."



 "죽여달라는 이를 곱게 죽여주는 것이야말로 미련하기 짝이 없는 행태가 아니겠나?" 



 그리 답한 재가 웃었다. 투구 속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며 울리는 웃음소리가 빌헬름의 귀에 불길하게 꽂혔다.  





*



 목구멍을 긁어내리는 듯한 신음소리가 회화세계의 적막을 갈라 내렸다. 



 빌헬름은 완전히 헐벗은 상태였다. 재는 빌헬름의 양 팔을 등 뒤로 모아 묶어두고, 거칠게 박아대었다. 바닥에 눈이깔려 있음에도 빌헬름의 체중을 지탱하는 무릎은 새빨간 피부를 드러내고 있었다. 앙상한 두 다리가 처연하게 떨렸다. 



 "이 앞의 교회가 네가 모시는 아가씨께서 계신 곳이라 했던가?"



 아래로는 허리를 거칠게 놀리면서, 재가 헐떡거리며 물었다. 답변을 기대하지 않은 물음이었다. 어차피 답이라 할 것은 전투 이전에 빌헬름이 이야기했던 것이니까. 그러나 제 주인을 떠올리는 순간, 굴욕과 수치심으로 일그러질 빌헬름의 얼굴은 제법 기대되는 것이었다. 



 재의 차갑게 식은 손이 빌헬름의 턱을 억세게 잡아 들어올렸다. 빌헬름은 양 눈꼬리에 눈물 방울을 대롱대롱 매달은 채 저를 노려보았다. 그 와중에 신음소리를 어떻게든 참아내려 앙다문 턱이 단단했다. 그 모습에 절로 동한 재의 물건이 빌헬름의 안에서 크기를 키웠다. 빌헬름의 얼굴이 절로 일그러졌다.



 저를 노려보는 빌헬름이 가소롭다는 듯, 재는 피식 웃더니 빌헬름의 뺨에 주먹을 날렸다.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빌헬름의 고개가 다른 방향으로 돌아갔다. 입술 사이에서 핏줄기가 뚝뚝 떨어지며 눈을 녹였다. 



 "죽기 전에 누릴 마지막 교합일텐데, 이제 그만 즐겨보는 게 어떠한가?"


 "이,런 무뢰,배 같은 놈...!"



 빌헬름의 분노에 찬 비난은 이어질 수 없었다. 재가 추삽질을 다시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이상 입을 열고 있으면 신음소리가 샐 것 같아, 빌헬름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재는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찼다. 하여간 기사란 족속들은. 



 재는 한쪽 손으로는 빌헬름의 머리채를 잡고 고개를 꺾어 들어올렸고, 다른 한 손으로는 얼굴을 더듬었다. 야만적인 손가락이 빌헬름의 입술 사이를 비집고 갈라 들어왔다. 아! 하윽! 입이 열리자 교성이 터졌다.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가 재의 귀에 생생하게 꽂혔다. 순식간에 빌헬름의 입 안으로 들어온 손가락 세 개는 입천장과 여린 점막을 이리저리 긁어대었다.



 입 안의 이물질이 제 입을 유린하자 빌헬름의 몸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 내벽이 재의 것을 꽉꽉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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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원래 재의 귀인이랑 몸정 생긴 빌헬름이 당신의 기사가 되고싶소 하고 끝낼려고 했는데 기딸려서 끝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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