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주민들 모두가 어우러져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개 조차 배부르고 행복하게 지내던 마을은 이제 시체가 곳곳에 꽂혀있으며, 말라붙어 버린 개가 망자들을 공격하는 광기어리고 피폐해진 마을이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익숙한 듯 검으로 매달려 있는 시체의 밧줄을 끊어낸 뒤 시체를 꽁꽁 묶고 있는 천들을 하나 하나 풀러낸다. 천들을 하나 하나 풀러내면 이렇게 망자들이 가끔씩 옷을 입고 죽어 있는 때가 있는데 이럴때 품을 잘 뒤져보면..

'오 하나 건졌군.'

시가나 담배를 찾을 수가 있다. 기사는 망자에게서 얻어낸 시가 하나를 주머니에 넣어 놓았다.

에스트 병은 이미 바닥난지 오래다. 에스트 병이 모두 바닥이 났음에도 자신이 아직까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 담배와 시가 덕분일 것이다.

기사는 슬슬 땡겨온다는 느낌이 들자 주머니에 넣어놓았던 담배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리고선 부싯돌을 가져와 나무에 자그마한 불을 만들어 낸 후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를 크게 들이마시고 내뿜을 때 생기는 묘한 쾌감, 아직도 자신이 망자가 되지 않고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살 것 같구먼.'

마음만 같아서는 담배가 식사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럼 매일 3끼를 핑계로 담배를 필 수 있었을텐데. 기사는 속으로 생각하며 지붕 위에 올라서 담배를 피며 주변의 광경을 쳐다보았다.

떠돌고 떠돌다가 우연히 도착한 곳, 거의 대부분이 망자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자원이 많아 아직도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떠나고 싶지 않은 거냐고? 그것은 당연히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떠나고 싶어서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로스릭의 높은 벽으로 가는 길은 이미 무너져 버렸으며 어느 한 곳은 갑작스레 거대한 화살이 날아와서 목숨을 위협받지 않나, 또 겨우 탈출구를 찾았나 싶었는데 출정기사들이 문을 지키고 있어서 탈출은 결국 꿈에도 꾸지 못했다.

차라리 자신이 죽고 죽어도 몇번이라도 계속해서 부활하는 정신력을 가졌다면 도전이라도 해봤겠지만 하루 하루 망자들의 시체를 끊고 담배를 도둑질해서 하루를 겨우 겨우 살아가는 자신이 감히 죽을 것을 각오하고 도전을 하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 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은

'아직은 망자보다는 불사자로 남고 싶으니..'

후우-

연기가 하늘로 올라간다. 어느새 담배를 모두 피워버리고 말았다. 마음만 같아서는 이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담배를 한 개 더 꺼내서 피우고 싶었지만 그래서는 안 되었다.

기사는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키자 지붕이 한 순간 흔들렸지만 전부터 이러했으므로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고 몸을 움직여 기둥 아래에 내려왔다.

기둥 아래로 내려오자 익숙한 얼굴의 망자가 눈에 보인다. 자신이 처음에 이곳에 왔을때 죽였던 망자들이 보였다.

'어느새 부활한건가 공들? 한 달 정도는 조용히 있나 싶었더니..'

'키에에에엑!!'
'크아아아!'

하여간 말을 할 기세를 도저히 주지 않는다. 기사는 검을 뽑아 들어 뒤로 물러났다. 자신의 기억에 따르면 왼쪽에 있는 망자가 달리기가 더 빠르다. 그렇다면..

왼쪽으로 돌진해서 망자를 제압한 후 그 즉시 옆에 있는 망자도 제압한다.

빠르게 왼쪽에 있는 망자에게 달려간다. 두 망자의 달리기 속도는 그렇게 차이는 나지 않았지만, 자그마한 차이가 난다는 것은 곳 틈이 있음을 의미했다.

쇠고랑을 검을 들어올려 쳐낸다. 쇠고랑이 하늘로 올라가자 검을 곧바로 찌르기 태세로 취하여 망자의 목을 쳐낸다. 완벽히 잘리지는 않지만 이걸로 이제 몇 달간은 움직이지 못한다. 망자의 목을 쳐낸 뒤 곧바로 몸을 뒤돌면서 달려드는 또 다른 망자를 발로 차낸다.

발길질에 몸의 균형을 잃고 망자가 넘어지자 곧바로 등에 들고 있었던 메이스를 꺼내들어 망자의 머리에 내리쳤다.

파삭-

'후!'

기사는 망자 두 명을 순식간에 제압하고선 승리의 함성이 담긴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선 쓰러져 있는 두 망자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망자들은 소울을 갈구할 무언가가 없을 때 마치 홀린 사람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뇌리에 무의식적으로 박혀 있는 행동을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아무리 죽었다 살아난 망자라고 하더라도 괜찮은 것을 얻을 수 있다.

'깨끗한 종이군! 이것으로 담뱃잎을 말 수 있겠어'

흐흐흐 기사는 밝게 웃었다. 그리고 혹여나 다른 망자들이 웃음 소리를 듣고 찾아올까 급히 몸을 숨겼다.





...







털썩-

갑옷을 입은 거대한 짐승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털썩 쓰러진다. 재의 귀인은 서서히 재로 변해가는 짐승을 바라보다가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문은 처음에 봤던 것과 달리 완벽하게 열려 있었다. 이 문은 확실하게 저 괴물이 막고 있었던 것 같았다.

재의 귀인은 열린 문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며 여사제 엠마가 건네주었던 깃발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떨어질것만 같은 거리로 와서 깃발을 손에 흔들자, 갑작스레 어디선가 날아온 마른 박쥐 데몬들이 재의 귀인을 데리고 어디론가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








기사는 망원경을 들고 로스릭의 높은 벽을 살펴보았다.

일단 출정기사를 쓰러트리고 가는 것은 불가능이다. 거기다가 화살이 쏟아지는 곳에는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지만 자신의 실력으로는 무리다. 그렇게 된다면 남은 것은 결국엔 로스릭의 높은 벽, 하지만 무너져 내렸으니 어떻게 갈꼬..

'!?'

기사는 망원경을 뺐다가 눈을 비비고 난 후 다시 로스릭의 높은 벽을 쳐다보았다.

로스릭의 높은 벽에서 무언가가 날아온다! 아니 정확히 거대한 박쥐같이 생긴 데몬이라는 존재가 어떠한 형체를 잡고 이 곳, 불사자의 거리로 날아오고 있었다.

기사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잘만 한다면, 저 형체와 대화가 통한다면.

자신은 로스릭의 높은 벽으로 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기사는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

얼굴에 가득 찬 환희를 들고서, 알 수 없는 형체를 맞이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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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냥 써보고 싶었음

전지적 시점이나 일인칭 보다는 제 3자가 쳐다보는 시점으로 재의 귀인을 묘사해보고 싶었다.

2편은 나올진 모르겠다. 반응보고 생각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