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형의 숲에 대해 다루기에 앞서 먼저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다크소울의 세계관에서 불사자는 언젠가는 이성을 잃은 망자가 된다. 망자는 소울을 빼앗기위해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공격하기 때문에
큰 골칫거리가 될 수 밖에 없다. 더 상황이 나빠지면 아예 심연에 침식되어 거대한 고름덩어리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그들은 반드시 제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들을 죽인다고 하더라도, 불사자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다시 살아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다크소울의 세계에서는 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일까?
묘지기의 단도에 대한 툴팁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성당 묘지에서 볼 수 있는 묘지기의 역할은 되살아나는 시체를 제압하는 역할이며 가장 효과적인 제압방법은 피를 최대한 빼는 것이라고 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불사자를 관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되살아날 때마다 계속 죽이는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맵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묘지에는
이런 성당 묘지기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존재들이 배치되어있다. 과거 시점의 무연고 묘지에도 묘지기가 있고, 불사자의 거리에 있는 묘지에도 플레이 시점에서는
망자가 되었지만, 불사자들을 처리했을 것으로 보이는 일단의 무리들이 있다.
팔란의 불사대의 경우, 대원 전원이 불사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나, 심연을 적대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이런 관리 시스템의 중요성이 특히 크다.
불사대의 경우 아예 심연에 삼켜진 대원을 즉석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유귀라는 특수 부대까지 운용하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유귀들의 역할은 불사대원이 타락했을 때, 그들을 사냥하는 것이라고 되어있다. 그런데 눈여겨 볼 점은 이들의 역할은 대원을 제압하는 것이지 그들이 되살아나지 못하도록
관리해주는 역할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사자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확인한 방법들 처럼, 한 군데에 모아두고 살아날 때마다 계속 죽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불사대에서 사용한 방법은 무엇일까 ?
단서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모두가 익숙할 이 장소의 화톳불 이름은 책형의 숲이다. 책형이란 사람을 십자가에 묶어두고 창으로 죽을때까지 찌르는 형벌을 말한다.
이름처럼 이 장소 곳곳에는 십자가가 즐비하다. 하지만 실제로 책형을 당하는 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기다란 나무말뚝을 들고다니는 망자들의 모습은 확인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유추해보면, 심연에 삼켜진 불사대원은 일차적으로 유귀들이나
다른 불사대원이 제압한 뒤, 책형의 숲으로 이송되어 죽을 때까지 창으로 찔렸을 것이다. 그리고 완전히 소울이 흩어져 움직임이 멎었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시체를 십자가에서 끌어내려 땅에 묻었을 것이다.
이런 모습은 불사자를 관리한다기 보다는 형벌을 가한다는 느낌이 강한데, 아마 이는 불사대라는 집단 자체가
심연에 대해 적대적인 집단이기 때문에 심연에 물드는 것 자체를 수치로 여기기 때문 일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모습은 그루들이 모여있는 팔란의 요새 안쪽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도 곳곳에서 십자가를 볼 수 있으며 거기에는 죽은 동물의 것으로 보이는 시체들이 묶여있다.
이 구역에 살고있는 생물체를 그루들임을 생각할 때, 이 시체는 한때, 심연에 물든 그루의 것이며 자신들의 동족들이 심연에 물들 경우 이런 식으로 처리해왔음을 알 수 있다.
심연에 물든 동료를 십자가에 묶어놓고 창으로 찌르는 것이 불사대만의 독특한 불사자 관리법인 것이다.
다만 불사자의 경우와는 달리 그루들은 죽어도 다시 살아나지 않음에도, 그런 방식으로 시체를 십자가에 묶어놓은 채로 방치한 것은 눈여겨 볼 만하다.
이는 불사대가 심연에 잠식당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겼다는 추리에 대한 근거를 더해준다.
아마 그루들은 죽은 동료들을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다른 동료들이 심연에 물드는 것에 대한경각심을 가지도록 했을 것이다.
그루들의 방법은 효과적이었는지 요새 내부에서 심연에 물든 그루는 단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을 때,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왜 책형의 숲에는 이렇게 십자가에 묶여있는 불사자가 단 하나도 없는 것일까 ?
책형의 숲에서의 관리가 너무 완벽했기 때문에 전부 죽어서 땅에 묻혀버린 것일까 ?
묘지기 역할을 하던 불사자들이 전부 망자가 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별로 신빙성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강한 불사자는 강한 소울을 가진다. 그리고 강한 불사자는 강한 망자가 된다. 만약, 불사대의 우두머리급인 심연의 감시자들이 타락했다면, 이들 또한 강한
망자가 되었을 것이며 쉽사리 죽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자들까지도 완전히 죽어 땅바닥에 묻혀버린 것일까 ?
답은 아니다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디로 간 걸까 ?
책형의 숲 구석에 있는 모닥불 근처로 가보면, 십자가를 이고 있는 독특한 망자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 자신이 묶고있는 십자가를 아예 뽑아버리고
도망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상당히 독특한데, 우선 망자는 일반적으로 불을 무서워함에도 오히려 그 주변에 모여있고 일부의 경우 다른 망자들처럼 플레이어에게
공격성을 드러내지만 일부는 플레이어를 보더라도 공격하지 않는다. 앞에 있는 십자가 망자는 플레이어가 가까이 다가가더 라도 고개를 돌릴 뿐, 먼저 공격하기 전에는
덤비지 않는다.
대부분의 망자들이 심연에 잠식되는 단계까지 가지 않더라도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 공격성을 표출한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이는 상당히 특이한 반응으로 보인다.
적어도 십자가에 묶여 고통을 당하던 망자라면 플레이어는 공격하지 않더라도 자신을 찌르던 나무 말뚝을 든 망자들에게는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이러한
모습 역시 보이지 않는다.
이는 이루실 지하감옥에 갇혀 있는 십자가 망자의 모습과 대조적인데, 십자가 망자를 감옥에서 풀어주게 되면 바로 밖으로 뛰어나가 간수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를 통해 볼 때, 책형의 숲에 있는 십자가 망자는 플레이어는 물론, 자신을 괴롭히던 나무말뚝 망자들 또한 적으로 인식하지 않는 반면, 이루실 감옥에 있는
십자가 망자는 간수들을 명백하게 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십자가 망자가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 손으로 할퀴거나 뒤로 도약했다가 돌진하는 등, 이들의 전투방식은 인간보다는 동물에 가깝고
아리안델 회화세계에서 나오는 보스 늑대의 전투방식을 연상시킨다.
심연에 침식된 징조가 분명함에도 이성의 끈을 놓지 않은 모습, 늑대에 가까운 싸움 방식, 그리고 주변의 다른 불사자와는 구별되는 강함이나 그들 또한
예전에는 불사대의 일원이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종합해보면 누군가가 떠오른다.
어쩌면 십자가 망자는 심연에 침식되고 늑대의 피에 뒤틀린 선대 감시자들의 비참한 말로를 암시하기 위한 프롬의 장치는 아니었을까 ?
간만의 프롬뇌 추천
개추 닼갤땐가 비슷한 추리 봤던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네
재밌게 읽엇다 개추
프롬추
ㄴ 닼갤에 올렸던 내용 수정해서 올린거임
ㅇㅎ...
예전에 닼갤에서 봤던 책형의 숲 프롬뇌 보고싶었는데 ㄱㅅ
문학글 말고 이런 프롬뇌 글이나 올라오면 좋겠다... 잘 읽고 감
프롬뇌추
재업이네.
이거 관련성 있는 것 맞음. 저 십자가 망자의 정식명칭은 狼憑き라고 나옴. 狼憑き 늑대에 씌인 자(=라이칸슬로프=늑대인간)
흠...인터레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