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릭의 높은 벽이라 불리는 곳 위에 있는 늑대.

그는 두갈래길에서 어디로 향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을 들여 고민한 늑대는 오른쪽으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오른쪽으로 가지 않으면 안될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직감도 실력인 법, 지금까지 준수하게 작용했던 그 직감을 믿기로, 늑대는 정했다.

그렇게 정한 늑대는 오른쪽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저벅, 저벅'


그렇게 혹시모를 상황에 대비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히 내딛는 발.


'퓽-'


하지만 그런 신중함이 무색하게 앞만을 주시한 늑대에게 돌아온 것은 불화살.

반응할 새도 없이 날아왔기에 어떠한 저항도 없이 깔끔하게 왼쪽 어깻죽지에 꽂히는 화살.

"크윽-"이라고 짧은 신음을 내뱉은 늑대는 아차싶어 얼른 주변을 살폈다.

그러길 수 초- 아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계단 위쪽에 위치해 있는 나무 판자에서 새로운 화살을 장전하고 있는 산송장이 보였다.

늑대는 다시 계단을 올라 저녀석을 죽이는 것은 낭비라고 판단.


'퓨슛, 퓨슛-'


닌자의수장치에 수리검을 장치하고 빠르게 두 번, 산송장의 면피에 날린다.

머리에 모두 명중한 수리검은 산송장을 재기불능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적을 쓰러뜨리고 안심한 늑대는 왼쪽 어깻죽지에 꽂혀있는 화살을 뽑고 손으로 눌러 지혈했다.

지혈하지 않는 손으로는 상약표주박을 찾아 마신다.


'꿀꺽-'


조금 씁쓸하지만 생기가 가득 들어있는 듯한 맛에 안심하며 지혈하고 있던 손을 땐다.

살이 자라나는 감각, 그러면서도 동시에 느껴지는 그리움.

상약표주박을 본 늑대는 에마공이 생각났고 에마공에서 성성이로, 성성이에서 쿠로로, 쿠로에서 변약의 계승자로, 이윽고 만났던 모든 인물로 생각이 옮겨가 사무치는 그리움을 느꼈다.

아무리 본래 감정이 적고, 그런 적은 감정마저도 죽이고 살아가는 닌자, 늑대라 하여도 이런 타국에서는 없던 감정도 샘솟는 법이였다.

하지만 늑대는 이런 감정에 굴하지 않고 강렬한 감정을 연료로 사용해 더욱 앞으로 전진하려한다.

그렇기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계단을 마저 내려가기 시작한다.


'저벅, 저벅'


계단의 끝에 다다르자 눈앞에 보이는 뼈만 남은 개 두마리.

서로 지역을 경계하듯 마주보며 어슬렁거리던 강아지 중 한 마리가 늑대를 발견하곤,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는 모르겠지만 '컹! 컹!'하고 짖으며 달려왔다.


'팅-!'


늑대는 당황하지 않고 뛰어들어오는 강아지의 이빨을 튕겨내고, 곧바로 이어지는 횡베기로 뼈다귀 개의 머리를 두동강 낸다.

하지만 곧바로 달려드는 두 번째 강아지.

두 번째 강아지는 무턱대고 뛰어 공격하지 않고 주변을 배회하며 늑대의 옆을 노린다.

하지만 기묘할 정도로 익숙한 공격방식에 늑대는 자연스럽게 두 번째 강아지 마저 일격에 해치운다.


'행동이 아시나의 개와 기묘할 정도로 비슷하군... 동물의 행동은 원래 이 정도로 닮게 되는 것인가...?'


같은 생각을 하며 늑대는 다시 전방을 바라보았다.

전방에서 왼쪽에 나있는 계단에서 올라오는 마른 거구의 산송장.

그의 손에는 매우 묵직해보이는 도끼가 있었다.


'저런 도끼를 단순하게 막으면 금세 체간이 무너질 것 같군.'


그의 무기를 살피며 전략을 구성하는 늑대는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계단의 꼭대기까지 왔다가 다시 내려가는 산송장.

일단 들키진 않은 것인가라며 안심한 늑대는, 그가 내려간 계단쪽에 돌담이 부서져있고, 나무 판자로 지지대가 세워져 있는 곳을 주시했다.


'저곳이라면 낙하인살이 가능할 터...'


늑대는 본디 닌자, 피할 수 있는 전투는, 아니, 피할 수 없는 전투도 가능한 피하는 존재.

저런 묵직한 도끼에게는 자칫 잘못한다면 체간이 무너져 죽을 가능성도 있기에 늑대는 암살을 택한다.

이렇게 판단을 정한 늑대는 곧장 나무판자로 달려간다.

때마침 계단에서 완전히 내려간 산송장이 보였고,


'텅-'

'푸욱-'


늑대는 주저하지 않고 뛰어내려가 산송장의 심장을 꿰뚫었다.

맥없이 쓰러지는 산송장.

숨을 고르는 순간, 늑대는 등 뒤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이런!'이라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며 칼을 머리위로 올려 방어자세를 취하는 늑대.


'캉-!'


다행이도 늑대의 날카로운 감각이 늑대를 살렸다.

하지만 안심도 잠시.

늑대를 공격한 산송장이 다시 한번 공격 자세를 취한다.

늑대는 공격을 튕겨낼 생각으로 공격을 기다렸다.


'캉! 카강! 캉! 깡-!'


뜻밖의 연격에 당황한 늑대, 하지만 대부분의 공격을 튕겨낸 늑대의 자세는 거의 무너지지 않았고, 잠시 멈춘 공격은 늑대가 일격에 상대를 처리하기에 충붐했다.


'푸슉-'


산송장의 목을 그대로 도려낸 늑대.

검붉은 피보다 조금더 검은색에 가까운 피가, 늑대에게 튄다.




한편 아시나에서는...


"이보시오! 왜 이러시는 것이오! 나에게는 아직 기다려야할 사람이 있단 말이요!!"

"어우 애새끼 말 존나 많네, 뭐라는거야? 확 그냥 멱을 따버릴까보다."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 쿠로에게 시달린(?) 재의 귀인은 '아이를 건드리는 취미는 없다'고 선언한 것과 정반대의 행실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멱을 따버리거나 한 것은 아니니 아슬아슬하게 선에 걸쳤다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식으로 쿠로와 말다툼 아닌 말다툼을 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재의 귀인은, 아까는 뭔가 강력해 보이는 오라에 쫄아 계단으로 향하게 만들었던 존재에게 향했다.

왼쪽 허리춤에 꽤 큰 카타나를 찬 사나이였다.

하지만 재의 귀인이 누구겠나? 자신보다 몇 배나 큰 적들과의 사투도 겁 먹지 않고 달려가 맞서 싸운 존재다.

조금 강해보이는 적이 있다해서 그것이 재의 귀인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없었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전투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기에, 쿠로에게는 바디랭귀지로 이곳에서 기다리라 전한 다음 전투에 나섰다.

쿠로가 그것을 알아들었을지, 알아들었다해도 정말 말처럼 있어줄지는 의문이였지만 뭐 그렇지 않다해도 별 상관없는 재의 귀인이다.

그렇게 그 사내가 있는 곳을 향하는 문을 지나자.

아뿔사, 미쳐 처리하지 못한 적이 두 명 문 뒤에 있었다.


"으랴아아아앗!!!"
"으랴아아앗!!"


재의 귀인에게 달려드는 두 병사.

하지만.


"느려."


라고 뭔가 간지나는 말을 뱉으며 빠르게 뒤로 구른 재의 귀인은 다시 달려가 병사 하나의 목을 따버렸고, 나머지 병사가 기겁해 마구 휘두르는 검을 패리.

그후 이어지는 앞잡기로 남은 병사마저 끝내버렸다.


"좆밥쉐리~"


라고 죽은 병사들을 조롱하며 아까의 사내에게 다시 다가가는 재의 귀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