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물방울이 애처롭게 떨어졌다.

마치 심연으로 끌려가는 망자들처럼.

그리고 내 오랜 친우처럼.


물 웅덩이에 떨어진 물 한 방울 소리에

그것의 수면처럼 나 역시 또 한 번 정신을 차렸다.

둥글둥글한 갑옷의 얇은 시선 사이로 으스스한 감옥이 보였다.

그리고 그안에는 거대한 태아형태의 망자가 싸늘히 죽어있다.

그 모습에 여태까지와는 다른 공포가 나를 휘어잡는다.

그러다 또, 떨어지는 방울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어제까지 온몸을 짓누르던 공포는 이제 형태를 바꾸어

뱀처럼 내 몸 속을 조여온다.

숨이 막혀오고, 갑갑한 시야는 나를 옥죄여오지만

나는 이 갑옷을 벗을수 없다. 그것이 친우와의 약속이니.


멀찍이 죄의 도시에서 비명과 돌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필시 가고일의 소리. 그리고 재의 귀인일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늦을수 없다는 것에 발걸음을 옮긴다.

공기마저 차가운 지하감옥을 나가니

무거운 기운이 나를 눌러온다.

죄의 도시. 참 잘 지은 이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함께 술잔을 나눈 그의 이름도 묻지 않았다.

피식 웃음이 났다. 내 이름조차 잊은 놈이 어찌 이리도

남의 이름에 미련이 많은 것일까.

점점 무거워지는 철갑옷의 발걸음이 나에게 끝이라고

비아냥 거리며 키득된다.

그 비웃음에 마음 한구석이 편안해짐은 무엇일까.

동시에, 내 이름은 무엇이었던 걸까.

재의 귀인이 쓰러트린 망자들의 시체를 넘으며

그 생각을 했다. 내 이름은...


'...! ...!'

익숙한 목소리에 고갤 들었다.

내 앞에는 그가 서있다.


'겁이라도 나는것인가?'

'아닙니다.'

'너는 가끔 딴 생각을 자주하는구나.'

'죄송합니다.'

'... 잘들어라. 불은 아직 희미하게 남아있다.

네 스스로를 잃고싶지 않다면 갈망하고, 절박해져라.

제 아무리 어두운 동굴이라도 그 끝엔 빛이 있다.

그게 설령 네가 들어간 시작점이라도 말이지.'

'...'

'아직도 무서운 것인가?'

'주인님. 상대는 거인입니다. 그것도 장작의 힘을 가졌구요.'

'하하하! 오늘은 그저 그 거인과 인사를 하러 온것 아니었더냐.'

'행여 거인이 주인님을 해하려든다면 어쩌실 요량이십니까.'


주인의 팔이 내 어깨위에 올려졌다.

그의 갑옷은 그의 영광과 명성처럼 밝고 깨끗하게 빛나고 있었다.


'걱정말거라. 나, 카타리나의 지크벨트. 이름을 걸고 너를 지켜주겠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거대한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거인 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순간 괴성이 들려온다.


나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몇 십년전 왔던 이곳에서 절규와 흡사한 괴성이 들려온다.

자신의 죽음을 약속한 벗을 애타게 찾듯이.

나는 아니다. 나는 그저 내 이름도 잃은채

주인의 사명과 주인의 벗을 위해, 주인의 갑옷을 입고

명예로운 카타리나 지크벨트의 이름을 흉내내는

겁쟁이일뿐.


이곳에 오기위해 들고 있던 스톰룰러를 꺼내들었다.


'욤, 나의 오랜 벗이여.

카타리나의 지크벨트. 약속을 다 하고자 여기 왔다네.

장작의 왕에게 태양 있으라.'




이 전투의 끝에 내 것 아닌 나의 태양 있으라.













지크벨트 이벤트보고

얘가 지크벨트 본인이 아닌 지크벨트의 친구나 지인이었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써봄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