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히 빛나던 태양이 득세하던 시기는 이미 지났다.


맹렬히 타오르던 불의 시대는 정오가 지났단 말이다.


이제 서서히 사위는 어두워지고 그림자는 길어지는,


소위 심연의 시대가 왔는데 어리석은 자들은


왜 세상의 순환을 인정하지 못하고 일을 그르치려 드는가.




모든 것을 잊은 망자라고?


모든 것을 잊었기에 우리는 그곳에 다른 것을 채울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이 있다.


머릿속에 오로지 태양, 태양에 대한 찬양만이 가득 차서


더 이상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어느 머저리들과는 다르단 말이다.




너희의 눈동자가 용맹과 총명으로 빛나고 있다면


우리의 어둡고 깊은 눈동자는 곧이어 도래할 심연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기대와 믿음으로 빛나고 있다.




세월이 흘러 심연이 도래하는 날,


우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너희 태양을 숭배하는 놈들이 행하는


두 팔을 벌리는 그 모습 그대로 너희를


저 높디 높은 성벽 끝에서 뛰어내려 죽게 하리라.




심연의 때는 머지 않았다.


깊은 태양빛에 인상 찌푸리며


그늘에 앉아있던 자들아!


어둠속에 깃들어 있던 자들아!


빛이 두려워 눈을 감고 있던 자들아!


모두 깨어나 앞을 향해 나아가자.


때는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