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라고 하기에도 그렇지만 그렇다고 정신병, 사이비라고 하기에도 내키지 않는

일종의 이단과도 같은 오픈월드라고 본다.

우선 정교라고 할 만큼 잘 만든 오픈월드는... 아닌것 같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지만 (맵 복붙 등) 제일 심각한건 가이드 문제임.

플레이어가 아무리 보스를 향해 대가리를 들이 박아도 지 대가리가 깨지게 만들어서 강제로 우회시키는 방식은 좋지만
문제는 플레이어를 유도하기 위한 가이드가 고작 그거 하나 뿐이란 거임.

물론 닼소마냥 플레이어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건 오픈월드인 엘든링 내에서 여간 힘든게 아니지만
그렇다고 NPC 대사 하나라도 넣어주지 않은건 그냥 가이드 부실이라고 볼수밖에 없음.

애를 자유롭게 키운다고 그냥 냅두기만 하면 그게 곧 방임이 되고,
민주주의랍시고 시민들에게 자유란 자유는 죄다 던져주면 데모크라시가 아니라 아나키즘이 되듯이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놀수 있게 해준다고 해도 그게 플레이어를 필드 한가운데에 내팽개치고
너 알아서 놀아라 하고 방치해두는건 '자유롭게 노는' 것과 좀 다르게 보거든.



여기까지만 들으면 "엘든링 오픈월드는 좆박았다" 라고 말하려는 것처럼 들릴수도 있는데

그랬으면 시발 엘든링 오픈월드를 정신병이나 사이비에 비유했겠지
굳이 이단이란 거창한 이름을 붙인 이유가 뭐겠냐 ㅋㅋㅋㅋㅋㅋ

바로 엘든링이 상술한 가이딩을 던져버린게 아니라 굉장히 독특한 방식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그렇지.

엘든링의 가이딩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특이한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저 가이딩 문제점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해결된다는 점임.

왜냐하면, 수문장인 멀기트 한번 잡으면 플레이어가 가야할 방향이 보이기 시작하거든.

다들 알다시피 멀기트 개새끼는 파밍 안하고 잡으면 게일 급의 난이도를 보여주지만

림그레이브 서부에서 동굴, 갱도 파밍 한번 돌고 아래 흐느낌의 반도에서 레벨업 좀만 하고 와도 할만한 새끼가 될 뿐더러

킹갓법사까지 소환하면 정말 내가 두시간동안 대가리 박은 그 멀기트가 맞나 싶을 정도로
펑펑터지는 앞잡과 쑥쑥 들어가는 딜을 3분동안 때려박히다가 떡실신한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몇가지 사실을 배우는데,
"내가 파밍을 안돌고 도전하면 보스가 존나게 어렵다" 라는 사실과
"내가 파밍만 돌아도 보스를 손쉽게 깰수 있다" 라는 사실을 배움.

여기서부터 상술한 가이딩의 문제점이 해결되기 시작하는거지

어디를 가야 할지 게임은 전혀 알려주지 않지만, 플레이어는 자신이 강해져서 보스를 잡기 위해
그냥 맵을 존나 들쑤시고 보는거임.

내가 파밍만 더 해도 보스가 더 잘 잡히는데
그 반대의 경우엔 정말 지옥도가 펼쳐지니까.


그리고 갱도나 동굴에서의 미니 보스전 자체도 

소울 수급을 위해서 도전하는게 좋을 뿐만 아니라, 던전 보스는 대부분 메인 보스보다 하향된 난이도이기 때문에
메인보스보다 훨씬 손쉽게 보스전의 쾌감과 재미를 느낄수 있다.

파밍부터 미니 보스전까지의 재미를 즐겼으면 또다시 다른곳을 파밍하고 똑같은 재미를 느끼고

그렇게 파밍할 곳이 다 사라졌으면 이제 메인보스의 레거시 던전에 싸우러 가고.

이런 순환이 쭉 반복되면서 플레이어를 이끈느거지.

또한 지도도 한 몫 하는데, 건물 설계도를 오려 붙인것 같은 장소가 있거나
무슨 구멍이 뚫린 것 같은 곳으로 가는 순간 각각 교회(혹은 마을 단위 던전), 갱도로 이동한다.

지도만으로도 스펙업에 유용한 장소를 찾아갈수 있게 만들어 두었다는 것.
즉 지도도 가이드의 한 요소가 됨.

이렇게 플레이어가 월드를 세세히 돌아봐야 하는 이유 + 월드를 세세히 돌아볼수 있는
장치의 마련이 멀기트 이후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플레이어가 엘든링의 광활한 월드를 돌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물론 그 원동력에는 매 지역마다 새로운 컨셉과 그 컨셉에 걸맞는 세세한 맵아트 등도 있지만
제일 큰 원동력은 역시 저게 아닌가 싶다.

이론적으로 보았을때 엘든링의 삧들은 보스를 잡아야 하는 이유도, 스펙업을 해야할 이유도 희박하지만

견물생심 이라는 말이 있듯 보스가 있으면 잡아야 재미있고 스펙이 올라간다면
마다하지 않는것이 사람의 심리.

엘든링은 위 심리를 굉장히 예리하고 정확하게 파고든 게임이라고 볼수 있음.




정리하자면,

엘든링은 파밍 자체가 완전 재밌고, 설레이는 게임은 아님

그냥 필드 정예몹을 보스랍시고 때려박아둔 갱도나 동굴이 수두룩하잖아?

그럼에도 우리가 엘든링의 파밍을 즐기는 것은, 파밍에서 얻은 요소들이 보스전때 도움이 된다는 것과
파밍할 때 마주하는 전투 그 자체의 재미가 어우러져 완성되는 것이라고 볼수 있다.

그리고, 초반의 부족한 가이딩과 엔딩을 봐야할 이유가 희박하다는 문제점을
상술한 재미로 덮어버리고 플레이어를 이끄는 엘든링의 독특한 오픈월드 가이딩 방식은

완벽하다고 정의하기에도 그렇지만 그렇다고 구리다고 말하기에도 껄끄러운,
새로운 시도의 하나 정도로 볼수 있다고 생각함.



글 쓰고 보니까 엘든링 오픈월드가 아니라 가이드 방식을 설명한것 같네 ㅋㅋㅋㅋㅋㅋㅋㅋ

모든 프롬삧들 해피엘든링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