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가 게임상에서 보았던 매우 특별한 적 중의 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고 왔다.


그리고 그 적은 무려 노래를 부른다! 게임을 해본 유저들은 이 문장을 읽고 바로 누군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하피와 그 노래에 대한 이야기다.




간단 요약


1. 하피는 박쥐와 함께 무리생활을 하는 잡몹중의 하나. 다만 하피는 노래를 불러 플레이어를 현혹시키는 특별한 행동을 한다.

2. 그리고 그 노래는 무려 라틴어로 된 가사를 가지고 있다.

3. 가사를 해석하자면, 빛 바랜자가 추방당한 일에 대한 한의 정서가 느껴지는 노래였다.

4. 빛 바랜자들은 고드프리와 그 전사들이었으며, 황금의 축복을 빼앗겨 말그대로 '빛 바랜자'로 전락한 이야기 서사가 존재한다.

5. 그러나 게임 상 추방당한 것으로 묘사되는 빛 바랜자는 결국 엘든링의 이야기 전체를 보았을 때 마리카가 안배한 특별한 전사나 다름이 없다.

6. 북유럽 신화에 큰 모티브가 있는 엘든링 세계관으로 봤을 때 이들은 라그나로크를 위해 오딘이 준비한 발할라에 있는 전사 에인헤랴르의 서사와도 같다.

7. 다만, 그들의 추방과 복귀는 마리카의 의도가 아닌 두 손가락의 의도다. 마리카는 두 손가락의 의도를 자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뿐.

8. 결국 때가 되었을 때 마리카는 엘든링을 부수고, 파쇄 전쟁 이후 피어오른 황금의 축복은 다시 빛 바랜자를 불렀고 그들은 틈새의 땅으로 돌아와 궁극적으로 마리카가 의도한 대로의 일을 해나간다.

9.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 하피는 식인을 반복해 지능을 얻은게 아닌가 추측해봄. 박쥐 주변에 인간 시체가 자주 발견됨.

10. 사실 그들의 유래에 대한 추측은 단서도 마땅치 않고 별로 중요치도 않음. 다만 이 노래부르는 하피가 굉장히 특별해서 기억에 남는다.





단편 : 하피의 노래와 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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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피는 게임 내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적 중의 하나다, 특히 박쥐와 같이 무리를 지어 있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그러나 그들은 매우 특별한 행동을 하고있다. 바로 '노래'를 부르는 일.>


이 적의 명칭에 대해서는 게임 내에서 공식적으로 규정되었는지 확실하지 않아서, 영어 위키에서 이들을 지칭하고 있는 명칭 하피(Harpy)를 해당 글에서 사용하도록 하겠다. 다만 여러 유저들은 이들이 노래로 홀리는 특별한 패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이렌(Siren)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다. 나는 둘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니, 그나마 위키에서 쓰는 말인 '하피(Harpy)'로 통일하도록 하겠다. 실제로 하피와 세이렌은 묘사에 따라서는 거의 동일하게 반인반조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있고, 노래로 누군가를 홀리는 행동은 세이렌이 가진 독창적인 묘사 중의 하나다.


엘든링의 하피들은 박쥐들과 함께 무리지어 있는 경우가 많이 포착되는데, 그들이 가진 박쥐 날개와 음파와 같은 소리를 무기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아 생물학적으로도 굉장히 박쥐와 유사한 상태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노래'로 플레이어를 홀리는 듯한 매우 특별한 행동방침을 가진다. 물론 가까이 가면 바로 본색을 드러내고 할퀴고 독을 뿌려대지만.. 심지어 잡아서 음파 쏘는 패턴은 무척이나 강력하다.


먼저 기억을 되살릴 겸 하피의 노래를 한번 들어보도록 하자.



그리고 이 노래를 게임에서 들어 보았어도 내용을 알아듣거나 해석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노래는 라틴어로 부른 노래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게임 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피의 군주 모그가 출혈을 거는 패턴의 대사도 라틴어이다. (트레스,Tres(=3), 두오,Duo(=2), 니힐,Nihil(=Nothing)). 굳이 번역한다면 셋, 둘,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 라고 생각하면 되겟다.


그러나 아무래도 게임 내에서 본격적으로 '가사'를 가진 노래를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이 노래의 가사에는 분명 게임의 스토리나 세계관과 관련된 무언가가 들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열심히 이 해석에 대해서 찾아본 결과, 한 유튜버가 올린 해석본을 찾았다.


당연히 나는 라틴어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노래의 모든 번역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이 유튜버의 해석본에 의지하여 글의 내용을 진행하겠다. 물론 이 유튜버의 해석만 본건 아니고 다른 여러 레딧의 분석글이나 해당 내용의 라틴어에 대해 다룬 글을 찾아봤으며, 내가 본 자료중에서는 이 유튜버의 번역본이 상당히 신뢰성이 있고 깔끔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다.



출처 : Antonius Tertius 유튜브


위의 유튜브 자료를 보면 더욱 좋겠지만, 영어로 설명하므로 반드시 볼 필요는 없다. 가사에 대한 내용은 아래에 정리 및 번역 해두었다.


Song of lament

애도의 노래


(La) O, locus ille, beatus quondam, nunc deminuit

(En) Alas, that land, once blessed, now has dimished.

(Ko) 아아, 축복받은 땅이여, 그러나 이제 희미해져버린 그 곳이여..


(La) Nos, destinatae matribus, nunc fiunt turpes.

(En) We,(betrothed) destined to be mothers, now become tarnished.

(Ko) 진정한 고향이 되었어야 할 그 곳..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저 빛 바랜 존재.


(La) Plora[vimus lacrima[vimusque

(En) We ha[ve lamented and we ha[ve shed tears

(Ko) 우리는 그저 한탄하고 슬피 울뿐,


(La) Sed nemo nos consolatur.

(En) But no one consoles us.

(Ko) 아무도 우리를 위로해주는 이 없으리라.


(La) Aureum, cui irascebaris?

(En) Golden one, at whom you were angry?

(Ko) 위대한 황금의 축복이여, 어찌 우리를 버렸나이까?


노래가사라는 형식에 맞게 문맥상 의역한 부분이 있으므로, 이점 참고하고 읽어봐 주길 바란다. 또한 가사 해석은 분명 나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 갤럼이 있을 것이므로, 의미에 맞는 또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다.

간단하게 번역본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 노래의 이야기는 "틈새의 땅에서 추방당한 빛 바랜자들이 본인의 신세를 한탄하며 부른 노래"다. 즉, 간단히 얘기하면 우리네의 아리랑과 같은 한의 정서를 품고 있는 노래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편할 것이다.


게임 상에 빛 바랜자들이 단어 그대로 "빛 바랜자(Tarnished, 흐려진, 변색된)"라고 불리게 된 가장 직접적인 계기로 나타나는 것은 바로 첫왕 고드프리와 그의 전사들이 황금의 축복을 잃고 퇴장당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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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눈동자는 빛이 바랬다(Lord Godfrey's eyes faded).. 이후 고드프리와 함께 틈새의 땅을 추방당한 전사들은 (눈)빛 바랜자(Tarnished) 라고 불린다>


고드프리 왕과 관련된 아이템이나 마리카가 멜리나를 통해 알려주는 언령에 따르면 거인 전쟁 이후 고드프리 본인과 자신들의 전사들에게 부여되었던 일종의 영생의 축복인 '황금의 축복'을 빼앗기면서 빛 바랜자가 되고 틈새의 땅에서 추방당했다고 직접적으로 서술되고 있다. 빛 바랜자라는 집단의 유래는 고드프리와 그 전사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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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카가 남긴 언령에서 그들이 빛 바랜자가 되는 계기가 바로 '축복'을 빼앗겼다 라는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나의 왕이여, 왕의 전사들이여, 너희에게서 축복을 빼앗겠노라

그리고 그 눈동자의 빛이 바랬을 때 틈새의 땅에서 추방하겠노라

바깥에서 싸움을 원하며, 살고, 죽을지라

-제3 마리카 교회의 마리카의 언령 전문-


즉, 고드프리와 그의 전사들은 틈새의 땅의 신과 주민들에게 부여된 영생의 축복인 '황금의 축복'을 빼앗겼으므로 빛 바랜자가 되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축복을 잃고 틈새의 땅에서 추방당한 빛 바랜자들은 하피의 노래에서 보이는 가사와도 같이 어째서 우리가 버려지게 되었는지 명확한 이유도 알지 못하고, 그저 한탄하고 울며 배에 올라 틈새의 땅을 떠나는 머나먼 항해를 하게 되었을 것이라 추측해본다.

그러나 때가 되었을 때 그들은 다시 황금의 축복을 부여받는다. 그것이 바로 엘든링 오프닝과 함께 등장하는 빛 바랜자, 그리고 플레이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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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때가 되었을 때, 황금의 축복은 다시 피어올랐고 빛 바랜자들을 틈새의 땅으로 불러들인다>


그리고 너희가 죽은 후, 언젠가 빼앗은 것을 돌려주리라

틈새의 땅으로 돌아와, 싸우고, 마음가는대로 엘든 링을 치켜들지니라

죽음과 함께 강하게 있으라. 왕의 전사들이여, 나의 왕 고드프리여(Warriors of my lord. Lord Godfrey).

-순례교회의 마리카의 언령-


내 기존 연재글에 따르면 마리카는 사실상 두 손가락과 거대한 의지의 포로와도 같은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황금의 축복의 힘.. 즉, 영생, 죽음과 관련된 권능을 다룰 수 있는 것은 거대한 의지나 두 손가락이 아닌 '영원의 여왕 마리카 뿐'이다.

이 말을 종합하면, 황금의 축복을 거두고 그것을 다시 부여하는 일을 한 주체는 마리카 본인이지만, 그녀가 그러한 행동을 하게 만든 것은 거대한 의지 또는 두 손가락의 의도였음이 분명하다. 즉, 황금의 축복을 뺏고 이후 다시 준 행동 자체는 마리카의 의도가 아니라 거대한 의지 또는 두 손가락의 의도인 것이다.


다만, 마리카 본인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예측했거나 그 과정을 본인의 의도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았다고 생각한다. 마리카가 행한 엘든링의 파괴, 그 이후에 이어진 빛 바랜자의 복귀야말로 거대한 의지와 두 손가락을 무너뜨릴 수 있는 진정한 마리카의 한방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북유럽 신화와 비교해보았을 때 굉장히 유사점이 많은 엘든링의 등장인물과 서사 구조를 보았을 때 오딘(마리카)이 라그나로크를 대비하여 발할라에 자신의 전사들인 에인헤랴르(빛 바랜자)를 모아두었던 서사 구조와 매우 닮아있다. 빛 바랜자가 당도한 틈새의 땅 저편은 추방지가 아니라 오히려 발할라와 같은 전사들의 천당과도 같은 공간의 의미인 것이다.

다만 그들은 그 숨은 의도를 알턱이 없었기에 하피의 노래와도 같이 구슬프게 울었음이라.


거대한 의지, 두 손가락과 마리카가 가지는 정치적 의도와 목적, 그 자세한 과정과 이야기는 나의 프롬뇌 기존 연재분을 참고해 주면 좋겠다. 이번 글에서는 너무 깊게 가지않고 여기서 이 이야기를 마무리 하고, 하피에게 조금 더 초점을 맞추도록 하겠다.


(기존 연재분 링크 : 강스포, 프롬뇌) 고드윈의 죽음과 그것을 둘러싼 이야기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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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짜피 우리눈엔 하피나 박쥐나 그놈이 그놈이다.. 착한 박쥐는 죽은 박쥐뿐..>


하피 본인들과 이 노래가 뜻하는 바가 어떠한 스토리적 연관점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단서도 없다. 또한 하피와 빛 바랜자들이 혈통적으로 유사하다거나 관계적으로 연관이 있는 정보도 없다. 때문에 나는 그들이 노래를 부르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고 본다. 사람을(특히 빛 바랜자를) 홀려 잡아먹으려고 하는것.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하피들이 이런 노래를 부르는 이유는, 게임 상에 나타나는 바 그대로 지나가는 빛 바랜자들을 노래로 홀려 잡아먹거나 해치우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여러분도 아무도 아는사람 없는 외국에 나갔는데 숲속 어디선가 익숙한 아리랑이 들리면 그곳으로 가보지 않겠는가? 하물며 세계의 모든 것들이 칼을 휘두르며 자신을 적대하고, 마음만 놓으면 어디선가 화살과 화염병이 날아오는 곳에서 이러한 노래에 홀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심지어 플레이어 중에서도 처음으로 이 노래를 들었을 때 npc인줄 알고 무장 해제 상태로 다가간 이들도 꽤 있을것이다.


그리고 하피들이 이러한 특별한 행동방침을 가지는 것은 예상컨대 식인활동으로 말미암아 박쥐가 특별한 지능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추측 해 본다. 박쥐들의 서식지에는 인간 시체가 함께 있는 곳이 많이 포착된다. 또한, 이러한 신화적 세계관에서 인간을 먹고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지는 생물에 대해서는 우리가 상당히 익숙하게 본 그림이다. 그리고 하피들은 박쥐와 매우 유사한 신체적 조건을 가졌고, 박쥐들과 무리지어 생활한다. 공격패턴도 몇가지를 제외하고는 거의 유사하다.

따라서, 한마디로 박쥐가 식인을 거듭하다 지능을 가지게 된 것이 곧 하피라는 것이 가장 합당한 추론으로 여겨진다. 이는 다크 소울 시리즈 전통으로 시체와 쓰레기를 먹는 쥐들이 인간성이나 소울(룬)을 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물론 얘네가 인간을 먹고 지능이 향상됐든, 원래부터 이랬든 간에 사실 우리한텐 크게 중요치 않다. 그저 귀찮은 잡몹 1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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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오디세우스와 세이렌 이야기. 그리고 인어로 묘사된 세이렌.>


다만 게임상에서 만날 수 있는 하피와 그 노래는 과거 신화에서 세이렌의 노랫소리에 뱃사람들이 홀려 스스로 바다로 뛰어든 이야기, 그러한 구전과 이야기가 왜 현재까지도 남아있는지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을 준다.

당장 나 조차도 게임에서 하피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홀린듯 그곳을 향해 걸어 갔던 묘한 경험이 매우 특별했기에, 뜻도 알 수 없었던 이들의 노랫구절이 더 기억속에 남아있는게 아닌가 싶다.


하피의 노래 그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