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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데의 왕이 되어주세요"


더 이상 잃을 것도, 살아갈 의지도 없는 빛 바랜 자인 나를 틈새의 땅에 안내해준 그녀.


첫 번째 신에게 도전하기도 전에 막막함에 주저앉았을 때, 원탁으로 안내해 준 것도 그녀였다.


그 때부터는 원탁으로부터 지원 덕분에 사명을 향한 여정도 숨통이 트였다만,


여전히 신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이나 다름없었고, 가끔씩 너무 해이해진 탓인지 인도의 빛도 희미해져갔다.


하지만 내 곁에는 그녀가 있었다.


상처가 심해 고통 속에서 정신을 잃기 직전 약초와 도구로 응급처치를 해줬고


인도를 따라가다 애매한 갈림길에 놓였을 때 반짝이는 조언을 해줬다.


아인들의 매복에 포위당했을 때 간신히 따돌린 것도 그녀의 재치덕분이다.


다른 빛바랜 자들도 이런 유능한 무녀와 여정을 함께 했을까?


"당신이라면 할 수 있어요."


아니, 난 엘데의 왕이 될만한 인간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있으면, 그녀의 빛바랜 자라면 엘데의 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기어코 첫 번째 거대한 룬을 확보하고 성취감에 취해있을 때도, 곁에 있는 그녀의 공이 먼저 떠올랐다.


사건은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을 때 그녀가 고룡 신앙에 관한 정보를 이야기해주는 걸로 시작됐다.


후회된다.


거기서 거대한 룬이든 엘데의 왕이든 전부 그만 뒀어야 했다.







***


"그니까 벼락... 마술이라고?"


벼락을 다루는 힘? 마술엔 영 재능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요, 벼락 기도예요. 앞으로의 모험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기도라면 신도들이 치료를 위해 배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일단 배워보라는 말 뿐, 그녀를 따라 도착한 곳은 마을 뒷 산의 교회였다.


무녀의 노크에 은발이 아름다운 장신의 미녀... 아니 수녀가 마중을 나왔다.


"란삭스님이죠? 고룡 신앙의 높은 분이시라 들었습니다. 제 빛바랜 자 분께 잠시..."


"호오"


그 란삭스라는 수녀는 내 무녀를 무시하고 다짜고짜 내 몸을 훑어보더니,


"합격"


엽기적인 속도로 내 손목을 낚아채 교회 실내로 던져버렸다.


우당탕... 쾅!


한 번도 헤어진 적 없는 무녀를 바깥에 둔 채, 문이 과격하게 닫히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었다.










***



지지직


황금 나무 바로 앞에 도달하는 꿈 도중, 강렬한 통증에 강제로 의식이 번쩍 들었다.


"으아아아악!"


틈새의 땅 어딘가에서 벼락을 직접 맞은 적이 있는데, 분명 그 때 느낀 고통이었다. 아니, 수십 배는 강렬했다.


"약속대로 고룡 신앙을 가르쳐 주마."


전기 충격과는 별개로 란삭스의 파렴치한 노출과 몸매가 시야에 충격을 줬다.


그리고 곧장 눈치챈 온몸에 채워진 구속구, 분명 이 상황을 가르켜 본디지라고 들은 적 있다.


어떻게든 이성을 가다듬으려고 숨을 추스리는데, 두 번째 전기충격이 이어졌다.


"으갸갹"


"따라해! 지져주세요 란삭스님!"


무언가 요구하는 뉘앙스인건 알 수 있었으나, 그에 응할 수 있던건 5번의 전기 충격을 겪은 뒤였다.


"우갸그가갹가각!"


이후로 말로는 담아낼 수 없는 폭력적인 전기 성고문을 받아야만 했다.








***


교회 지하실에 감금되어 쉴새없이 지져진지 3일째. 윗층에서 새는 태양빛이 3번 나타났으니 아마도.


란삭스의 목적은 무엇일까? 뭔지 모르겠지만 버틸만하다고 생각했다.


본디지와 전기 고문의 쾌감에 눈이 뜨이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가 인간 나부랭이와는 다른 존재라는걸 알게 된 후로는 내가 나로 남을 수 없었다.


여전히 헤롱헤롱해서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안갈 때,


그녀가 나에게 매번 시키던 백만 볼트를 호령했고 내 몸은 자동적으로 반응했다.


"피카 피카! 내가 피카츄다!!!"


지지직...


...아닛? 근처에 란삭스는 없다. 난 스스로 벼락을 만들고 있던 것이다.


고행 끝에 깨달은 성취감 때문일까? 쌀쌀한 바람이 불었기 때문일까?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알게모르게 정이 든 고문실이 아닌 평원 위였다. 그리고 등을 찌르는 압도적인 존재감 .


그게 란삭스라는 것을 확신한건,


내가 그녀의 전기딜도로서 희롱당하는 기가막힌 상황을,


머리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찔꺽 찔꺽... 뷰르르릇 부와앙


그 고룡의 손장난감이 되어 비부 안팎을 난잡하게 휘젓던 내 모습


지지지직 뷰뷰븃


죽고싶은 수치심에도 이해가 안갈 황홀감에 인간성을 내다버린 전기딜도 바이크.


븃뱍븃뱍 푸쉬이이 찌이익


생각하고 싶지 않다, 느끼고 싶지 않다, 그저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것만으로 사람 미만의 존재가 되는 것 같다.


내 눈을 뽑아서라도, 황금나무를 태워서라도, 세계를 지워서라도, 잊고싶었다. 그 후론 그 생각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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