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드리치의 흔적을 찾아 어느덧 카사스의 묘까지 다다른 앙리와 호레이스.


점점 짙어지는 엘드리치의 흔적에 앙리는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기까지


얼마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느낌에 기뻐하며 자신의 옆에 선 호레이스를 툭 쳤다.





"이제 사명을 끝내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요, 호레이스!"


"......!"




그리고 사고는 그때 벌어졌다.




아득히 먼 그을린 호수로 떨어지는 말못하는 호레이스의 투구 사이로


어떻게 네가 그럴 수 있냐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 반짝인지 10초쯤 지났을까.


쿵, 하고 무언가 묵직한것이 떨어져내린 소리가 공동을 메웠다.




"...말도 안돼."




앙리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자신은 방금까지 모험을 함께했던 동료를


저 끝없는 구렁텅이로 밀어쳐넣어버린 것이다.


호레이스는 죽었을까? 그도 아니면 망자가 되어버렸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긴 하나


호레이스는 이제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을것이 자명한 일.


어둑어둑한 저 아래로 난 구멍을 내려다보던 앙리는 


건틀릿을 벗고 손톱을 딱딱거리며 잘근잘근 씹어댔다.





그때, 그런 앙리의 뒤편에서 뼈다귀가 박살이 나는 소리가 쿵쿵 들리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소동을 일으킨 장본인이 앙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




한손에는 나무몽둥이를 들고 넝마주이를 걸친 보랏빛 피부의 


괴상한 생김새를 한 그는 방금 그의 손에 희생된 자들의 것으로 보이는


온몸에 묻은 뼛조각들을 탈탈 털며 앙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턱으로 슥 앙리의 옆을 가리키며 의아한 눈빛을 보내는 것이었다.


항상 네 옆에 붙어있던 그녀석은 어디갔냐는 듯이.


앙리는 순간,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침착하게 거짓말을 했다.




"저기, 몬스터를 상대하다 호레이스와 헤어지고 말았는데 


혹시 그가 어디있는지 알고있나요?"


"...ㄴㄴ"


"그렇다면, 혹시라도 그를 만나게 되면..."





앙리는 가슴이 찔리는 것을 느꼈다. 지금 호레이스가 어디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자신 아닌가. 하지만 기왕 속이기로 마음먹은김에


앙리는 감쪽같이 자신의 눈 앞에 선 이를 속이기로 생각했다.


그리고 구구절절 이어진 앙리의 변명.


침을 꿀꺽이는 앙리를 쳐다보던 넝마주이는 앙리의 위아래를 훑어보며


잠시 의심하는듯했지만, 이윽고 눈길을 거두고 알았다는 말과 함께


저 멀리 멀어져갔다.




"후우..."




그제서야 앙리는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제, 호레이스가 어떤 비극을 겪었는지 아는 이는 이 세상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앙리는 모르고 있었다.


카사스의 묘 저쪽 어둠 속에서 얼굴에 쓴 가면을 만지작거리며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는 것을.




"아아, 저정도로 교활하고 대담한 인간은 꽤 찾기가 어려운 법이지.


망자의 왕께 드릴 반려로써 손색이 없어보이는걸."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그녀는 이윽고 가볍게 손짓해 


자신의 옆에 선 바위를 짊어진 괴상한 이를 불러 말했다.




"저 녀석을 왕의 반려로 삼을 터이니 너는 일에 차질이 없게 해라."


"알겠습니다, 흑교회의 수장님이시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