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엔딩을 통해 보는 신들의 미래상 (상편)





3화 : 엔딩을 통해 보는 신들의 미래상 (상편)





<파쇄 전쟁 과정으로 오히려 외부신의 세력은 성장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큰 이득을 얻었던 세력은 부패의 신과 진실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피와 저주의 신이다>


황금률의 시대는 몰락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대의 빈틈을 타 외부신들은 세력을 확장했다. 엘든링의 파괴 이후 벌어진 파쇄 전쟁은 이러한 외부신의 세력 확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사건이다.

파쇄 전쟁은 황금률 시대에 등장한 마리카의 아들딸들인 데미갓들의 능력만으로는 황금률의 시대를 유지할 수 없음을 증명하는 사건이었다. 전쟁의 결과로 대부분의 데미갓들은 세력이 크게 위축됐다. 그러한 파쇄 전쟁의 흐름은 엘든링 각지에 존재하는 거대한 칼에 새겨진 전적비에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파쇄 전쟁의 시작점으로 보이는 1차 로데일 방어전 전적비에서 군주연합이라는 단어를 확인할 수 있다. 군주연합은 곧 데미갓들의 회동을 의미한다. 그러나 외부신의 개입으로 데미갓들은 와해된 것으로 보인다>


파쇄 전쟁을 누가 먼저 어떻게 시작했는지는 명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전쟁의 초반부에 벌어진 제1차 로데일 방어전 전적비에서 특이한 서술을 찾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군주들의 연합. 즉, 데미갓들의 협력체가 피의 음모라는 사건으로 내부 분열하여 와해됐다는 이야기다. 어떤 데미갓들이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협력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피의 음모라는 키워드는 다시한번 해석해볼 여지가 있다.


단순히 피의 음모라는 것을 내부에서 칼과 창으로 싸웠거나 분열 목적의 암살 음모 등이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영어 버전도 한글 버전과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다. Traces yet remain of bloody conspiracy) 그러나 '피'라는 키워드와 관련된 데미갓 피의 군주 모그가 게임상에 분명히 존재하므로, 모그가 이 과정에서 암약하여 데미갓들의 분열을 조장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모그가 분열에 관련되었다는 해석이 맞다면 외부신인 진실의 어머니가 파쇄전쟁 초기에 개입하여 이 사단을 만든 것이라 볼 수 있다.




<파쇄 전쟁의 승리자라고 여길 수 있는 인물은 도읍 로데일을 사수한 흉조 모르고트다. 그는 흉조로 태어나 버려졌음에도 진실한 마음으로 황금률을 수호했다. 그러나 흉조의 피는 황금 나무의 양분이 되지 못하는 치명적인 저주가 있었다. 모르고트는 태생부터 황금률의 왕으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


실제로 파쇄 전쟁으로 가장 큰 반사 이익을 얻은 것은 흉조와 연관된 피와 저주의 신 진실의 어머니다. 지하에 버려져 세상에서 존재가 지워졌던 두 데미갓 흉조 모르고트와 흉조 모그는 파쇄 전쟁을 통해 새로운 세력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제2차 로데일 방어전을 통해 도읍 로데일의 주인이 된 흉조 모르고트는 따지고 보면 외부신 진실의 어머니보다는 황금률을 수호하는 입장이었다. 그는 흉조로 태어났음에도 황금률의 수호자로 남기를 원했다. 그러나 흉조라는 태생은 거대한 의지의 황금 나무 입장에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존재였다. 흉조의 저주를 받은 더러운 피는 황금 나무의 양분이 되지 못하는 저주받은 생명이 되어버린다.

심지어 모판의 저주나 흉조의 뿔과 관련된 서술을 보면 이러한 저주는 다른 생명체에게 흉조의 저주가 질병처럼 퍼져나갈 수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흉조 모르고트는 비록 황금률의 위대한 수호자였지만, 그의 의도와 숭고한 마음따윈 상관없이 흉조는 태어나면서부터 외부신 진실의 어머니를 찬양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리고 파쇄 전쟁의 승자가 흉조라는 사실은 거대한 의지와 두 손가락에게 치명적인 결과였다.




<피의 군주 모그는 파쇄 전쟁 중 미켈라의 칼날 말레니아가 성수 에브레펠을 떠난 틈을 타 무구한 황금 미켈라를 납치했다. 미켈라는 반려의 권능을 쓸 수 있는 신의 그릇. 만약 언젠가 모그와 미켈라가 왕-반려의 권능을 사용한다면 외부신 진실의 어머니의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피의 군주 모그는 외부신 진실의 어머니를 적극적으로 추종하는 신자다. 그는 저주받은 피를 찬양하고 그러한 존재들의 왕으로 군림하려 했다. 1차 로데일 방어전에서 피의 음모를 통해 데미갓들을 분열시킨 전력과, 피를 숭배하는 모그윈 왕조의 존재는 모그가 외부신 진실의 어머니를 아주 적극적으로 추종하는 인물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파쇄 전쟁 과정을 통해 미켈라라는 반신 후보를 확보한 행위는 언젠가 왕과 반려의 힘을 통해 피와 저주의 시대를 개막하려는 의도가 명백히 보인다.




<말레니아와 라단의 전투 중, 두번째 에오니아 꽃이 케일리드에 피어났다. 그리고 이 땅은 외부신 부패의 신의 영토가 되었다. 현재 케일리드는 현자 고리로 대표되는 부패 교단의 새로운 거처로 자리잡았다>


미켈라의 칼날 말레니아는 성수 에브레펠을 떠나 케일리드에 도착해 라단을 죽이고자 했다. 미켈라의 일식 의식을 위해서는 라단이 행한 천체의 정지를 풀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든링 트레일러에서 볼 수 있듯이 말레니아는 오히려 라단에게 압도당했다. 말레니아가 라단을 죽이기 위해 택할 수 있었던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말레니아는 미켈라가 준 무구한 금의 침을 부러뜨려 자신의 수하 노장 오닐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자신의 칼날로 스스로를 찔러 라단의 바로 앞에서 두번째 에오니아의 꽃을 피운다.


이제 말레니아는 단 한번의 꽃을 더 피우면 완전한 부패의 여신으로 각성한다. 그것이 이 시점에서 먼 미래에 플레이어가 만나볼 수 있는 말레니아 보스전 2페이즈의 모습이다. 정신을 잃은 말레니아를 그의 귀부기사 핀레이가 성수 에브레펠로 안전하게 복귀시켰지만, 정작 성수에 있어야 할 미켈라는 납치되었다.

말레니아는 자신에게 주어진 목숨 하나를 자신을 저주한 외부신 부패의 신을 위해 쓸데없이 허비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데미갓들의 힘으로는 황금률의 시대를 지킬 수 없었으므로 황금의 축복이 과거의 영웅들 빛바랜자를 이 땅으로 인도한다. 그러나 외부신들은 그들에게도 마수를 뻗쳤다>


이에 거대한 의지와 두 손가락은 황금률의 시대를 유지하기 위해서 과거의 영웅들을 다시금 되살려 틈새의 땅으로 불러들였다. 그러나 틈새의 땅을 거닐게 된 빛 바랜자들은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자연스럽게 다른 외부신들과 접촉하게 된다.

당연하게도 외부신들은 이러한 빛 바랜자들을 두 손가락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도록 방치하지 않았다. 이미 파쇄 전쟁과 그 전부터 데미갓들에게 영향을 미쳐온 외부신이다. 한낱 인간인 빛 바랜자들에게 접근하는 것은 더 손쉬운 일이다.


이 사례에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원탁의 기사 바이크다.




<원탁의 기사 바이크는 유일하게 거대한 룬 2개를 확보하여 엘데의 왕의 자격을 얻었다고 언급되는 빛 바랜자이다. 그러나 바이크는 미친불의 사도가 되었고, 현재는 거인의 땅에 있는 봉인감옥에 갇혀있다>


손가락 읽는 노파 엔야의 말에 따르면 바이크는 황금의 축복이 다시 피어난 이후 도착한 빛 바랜자들 중, 플레이어 빛 바랜자가 나타나기 전에 유일하게 거대한 룬 2개를 확보하여 엘데의 왕의 자격을 얻었던 강대한 인물이었다.

더불어 그는 다른 진정한 엘데의 왕의 재목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짐승의 간택을 받은 인물이다. 그를 추종하는 짐승은 고룡 란삭스로, 바이크의 행적은 고룡 포르삭스라는 용의 사랑을 받은 황금의 고드윈과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러던 어느날 바이크는 그의 갑옷과 창에서 설명하는 바와 같이 미친 불에 불타버렸다.

그가 받은 미친 불의 권능, 그리고 거인들의 화로에 가까운 그의 봉인 감옥 위치로 짐작하건대 그는 황금 나무를 태울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바이크가 왜 황금 나무를 태울 의도를 가졌는지, 아니 애초에 미친불을 왜 받아들였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다만 플레이어의 행적과 대단히 겹치는 바이크의 경로를 보았을 때 거절의 가시의 존재를 알았거나 미친 불의 추종자 샤브리리의 유혹이 미친불을 받아들이게 한 이유로 추측될 수 있다. 물론 왕좌를 지키는 흉조 모르고트가 플레이어가 도달할 때 까지 건재한 것으로 보아 바이크가 물리적으로 왕좌에 도달한 정황은 없다.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는건 그가 외부신 세 손가락의 미친불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 말은 외부신들은 빛 바랜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가장 강력한 빛 바랜자도 그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실제로 플레이어 빛 바랜자도 틈새의 땅을 모험하며 이러한 외부신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는다.

그 중에서도 플레이어가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인물들, 특히 엔딩 분기와 관련된 퀘스트를 제공하는 인물들은 황금률의 시대 그 이후의 새로운 시대를 구체적으로 그리는 인물들이다.


이러한 인물들은 본인들이 어째서 그러한 미래상을 원하는 지에 대한 동기가 있고, 그 미래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어찌보면 외부신들이 그리는 세계의 모습을 인간 또는 반신이라는 심리적으로 가까운 방식으로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각각의 이질적인 엔딩이 그리는 미래의 모습들이 그것을 추구하는 사명을 지닌 등장인물들에 의해 구체화 되는 것이다.




<대변 먹는자 본인은 흉조가 아니지만 그는 저주받은 피와 그렇지 않은 피가 나눠져 있는 상태가 불완전하다고 여긴다. 그것이 그가 세상 전부를 저주하려고 하는 의도다>


대변 먹는자가 피의 군주 모그와 같이 피와 저주의 신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서술은 없다. 다만 그는 본인 스스로 그 저주의 시대를 원하는 듯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


대변 먹는자 본인은 비록 흉조는 아니지만 그의 투구에서 볼 수 있듯이 흉조라는 저주가 받는 차별적인 상태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흉조라는 것은 태생적으로 정해지므로 본인이 원한 운명이 아닌데, 황금률 시대에서는 그러한 상태가 탄압당하는 불평등의 상태를 목격하고 그에 반기를 든 인물이다. 현실과 굳이 비교하자면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다고 볼 수 있다.

황금률을 수호하고자 했던 흉조 모르고트가 흉조라는 태생적인 한계로 왕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를 보면 대변 먹는자가 어느 부분에서 분노를 느꼈는지에 대한 작은 실마리가 된다.


다만 그가 꿈꾸는 방식은 전부 저주받은 존재가 되자는 극단주의였으므로 대변 먹는자는 바로 이 철학때문에 황금률 시대에서 흉조와 마찬가지로 철저히 탄압당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철학을 굽히지 않고 황금의 축복을 얻어 살아 돌아온 이후에도 끝없이 관철했고 세계 곳곳에서 흉조의 모판을 키웠다. 결국 그는 마지막에 그 모판들을 본인의 몸에 심어 목숨을 잃어가며 완전한 저주의 룬을 만드는 운명을 달성해낸다.


여담으로 그의 갑옷에서 볼 수 있는 태양의 표식과 연결되는 유일한 아이템은 이름도 알 수없는 잃어버린 옛 도읍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진 방패 뿐이다. 이것은 영묘 병사들이 들고다니는 일식 문양과는 또 다른 것이다. 애초에 일식은 죽음의 테마와 연관이 있으므로 대변 먹는자와는 전혀 상관 없는 표식이다.

이 두 아이템이 연관이 있는게 맞다면, 머나먼 과거에 진실의 어머니의 세력이 크게 존재했음을 의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이미 잊혀진 머나먼 과거의 이야기이므로 전혀 가치없는 이야기다.

또는 단순히 다크 소울에 등장하는 솔라를 반대로 오마쥬한 캐릭터로 구성한 것일 수도 있다. 어찌되었건 그는 플레이어가 저주받은 시대를 열고, 그 시대가 주는 축복이 무엇인지 인지시키는 인물이다.


저주가 만연한 시대는 오히려 모든 존재가 동일한 조건에서 삶을 시작 할 수 있는 평등의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대변 먹는자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추구한 방식은 사람을 죽여대며 시체에 강제로 모판을 키우는 대단히 급진적인 방식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시대는 피와 흉조의 신, 외부신 진실의 어머니가 추구하는 시대다.




<동침의 처녀 피아로 대표되는 죽음 테마의 이야기에서 영생의 시대를 끝내고 죽음의 시대를 열고자 하는 그녀의 뚜렷한 목표를 목격할 수 있다>


피아는 황금률 시대 이전에 죽은 고귀한 자와 동침하여 그를 되살리는 동침의 처녀라는 특별한 힘을 지닌 존재였다.

하지만 황금의 축복이 피아에게 찾아와 고귀한 자를 살리는 힘이 발휘되기도 전에 피아는 눈을 떠버렸다. 그 사건으로 고향에서 쫒겨나 틈새의 땅에 도착하여 원탁에 의탁하게 되었다.


피아라는 인물이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하는 동기와 사명은 단 하나다. 과거 고향에서 쫒겨나기 전 자신이 했던 역할, 동침의 처녀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황금의 축복으로 생명이 부활한다는 개념이 자리잡은 황금률의 시대는 피아에게 있어서 반드시 사라져야 될 시기였다. 피아가 죽음의 시대를 추구하는 동기는 바로 이것이다.

피아에게 황금의 축복은 오히려 저주와도 같은 일인 것이다. 죽음이 있어야만 본인의 존재가 가치있어진다. 이 가치는 옛 죽음의 신이 추구하는 바와 일치한다.


피아가 원탁에 머무는 이유는 영혼이 죽어버린 죽음의 왕자, 고드윈의 현재 육체의 위치와 지네 모양처럼 보이는 성흔의 반쪽을 찾기 위함이었다. 그것은 죽음의 룬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룬의 반쪽이었다. 그 목표를 위해 그녀는 과거에 일어났던 고드윈의 암살 사건을 탐구하는 로지에르에게 접근하여 정보를 획득하고 난 뒤,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황금률 원리주의자 죽음의 사냥꾼 D를 원탁에서 살해한다.


추후에 고드윈의 시체 앞에서 피아와 재회를 하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완전한 죽음의 룬을 만드는 것을 도울 수 있다.




<황금률 원리주의를 추구하는 죽음의 사냥꾼 D(다리안)는 피아에게 있어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였다. 실제로 피아는 D의 동생이자 또 다른 죽음의 사냥꾼 D(데빈)에게 살해당한다. 황금률 원리주의는 라다곤. 즉, 황금 나무의 수호자 거대한 의지를 대변하는 신앙이다>


이러한 시대를 황금 나무가 원치 않는다는 것은 죽음의 사냥꾼들의 존재로 증명된다. 실제로 피아는 원탁에서 죽음의 주문으로 D를 살해했다. 그리고 만약 플레이어가 로지에르의 쪽지에 나와있는 D의 동생을 찾아 무구를 전달하면, 피아는 자신이 죽인 D의 동생의 손에 의해 복수당한다.

황금률 원리주의는 곧 라다곤이 주창했던 완전함과 관련된 신앙이다. 라다곤은 거대한 의지가 대변하는 엘데의 짐승이 움직이는 존재다. 곧 황금률 원리주의가 말하는 죽음의 근절은 황금 나무가 원하는 생명을 양분삼아 흡수하는 시대상에 부합한다.




<그러나 완전한 죽음의 룬은 피아가 살해당하기 전에 플레이어의 손에 들어왔다. 엘든링에 이 룬을 박아넣어 영생의 시대를 끝내 죽음의 회귀를 이룰 지는 플레이어의 선택으로 남았다>


완전한 죽음의 룬은 피아가 살해 당하기 전에 플레이어 빛 바랜자의 손에 먼저 들어왔다. 죽음의 룬을 시대의 법칙으로 선택할지 여부는 플레이어의 몫이 되었다.

다만 피아가 추구하는 죽음의 시대는 완전한 죽음의 룬에 써져있는대로 영생이 없던 시기로 '회귀'하는 것이다. 과거 황금률의 영생 개념이 없던 시대의 죽음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시대다. 삶과 죽음의 공존을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각 묘지에 존재하는 스켈레톤과 같은 망자다. 고드윈의 죽음 이후로 각지에 사근이 뻗어나가며 이 땅에 다시 나타난 존재가 바로 죽음에 사는 자들, 망자들이다.


바로 이 상태가 황금률의 시대 이전의 삶과 죽음의 방식이었다. 삶과 죽음은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개념이었다.

때문에 그 당시에는 옛 죽음의 신과 부패의 신, 동침의 처녀와 같은 죽음을 다루는 신과 무녀들이 존재했다. 그들이 죽음을 다룬 순환 방식은 다음과 같다.

- 옛 죽음의 신은 매달리는 죽은자들을 묘지로 인도한다. 그리고 죽음의 새가 지키는 영혼을 태우는 불을 통해 안식을 준다.

- 부패의 신은 삶을 위한 죽음이라는 윤회의 고리로 죽은자에게 완전히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한다.

- 또는 피아의 방식과 같이 특별한 의식을 이용하여 다시 삶을 되찾는다.


이 순환 방식은 단지 옛 죽음의 장례 방식과 부패의 신의 교리, 그리고 피아의 동침의 처녀와 관련된 아이템과 서사에 나온 이야기들을 나열한 것이다. 이러한 순환의 방식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설명하는 직접적인 내용은 없다.

다만, 황금 나무가 황금률 시대에서 영원이라는 힘으로 이 모든 순환 방식을 파괴하고 죽음에 다다른 자들을 황금 나무의 양분으로 인도하는 시대상을 만들었기 때문에 다른 두 신과 피아의 방식은 힘을 잃은 것이다.

즉, 죽음의 개념이 살아있던 과거에는 죽음을 다루는 힘 자체가 권력과 신앙을 만들었다. 그리고 피아, 옛 죽음의 신, 부패의 신은 죽음이 있어야만 그 권력을 되찾을 수 있다. 그렇기에 죽음으로의 회귀를 꿈꾸고 원하는 것이다.




<괴짜 철학자 금가면 경은 작은 황금 나무 교회에서 마리카가 남긴 언령을 전해 들었다. 그 언령 부터 시작된 금가면 경의 사색은 결국 황금률 신앙의 본질인 황금률 원리주의 이상적인 존재를 알아냈다>


황금률의 탐구를 이곳에 선언하노라, 있어야 할 올바름을 아는 것이 우리의 신앙을, 축복을 강하게 만들 것이다.

행복한 어린 나날, 맹신의 시대는 끝이다. 동지여(Comrade), 무엇을 주저할 필요가 있으랴!

- 작은 황금 나무 교회에서의 마리카의 언령 -


작은 황금 나무 교회에 남아있는 마리카의 언령은 간단히 해석하면 황금률의 신앙을 다시한번 탐구하고 의심하라는 뜻이다. 이 언령은 마리카가 황금률을 적대하거나 의심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 언령을 멜리나에게 듣게 되면, 금가면 경이 사색 중 취하고 있는 자세인 '외부의 규율(Outer Order)' 제스쳐를 얻을 수 있다는 점과 연관지어 보면 이 언령을 금가면 경이 전해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이후 만나볼 수 있는 마리카의 언령은 다음과 같다.


데미갓, 나의 사랑하는 아이들아

너희는 이제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왕이든, 신이든 그리고 무엇도 되지 못할 때,

너희는 버려지리라... 그리고 제물이 되리라...

- 알터 고원, 전장터 축복에서의 마리카의 언령 -


이 언령은 고드프리의 추방을 계기로 깨달은 바를 전달하는 언령이다. 자신의 사랑하는 아이들인 데미갓들 또한 거대한 의지와 두 손가락 앞에서 그저 한번 쓰고 버리는 장기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린다. 바로 이것이 마리카가 황금률을 적대하는 태도로 바뀐 이유다.


오오 라다곤, 황금률의 개여.

너는 아직 내가 아닐지니, 아직 신이 아닐지니

자, 함께 부서지자꾸나! 나의 반신이여!

- 여왕의 규방에서의 마리카의 언령 -


그러한 적대심의 표출로 마리카는 자신의 또 다른 자아 라다곤과 함께 황금률의 핵심인 엘든링을 파괴하여 스스로 붕괴한다.


위대한 철학자 금가면 경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인지하고 마리카의 언령을 토대로 사색에 빠져 황금률의 본질을 탐구한다. 그러나 금가면 경은 게임 상에서 플레이어에게 어떠한 말도 건네지 않는다. 다만 플레이어는 금가면 경의 사색을 기록하는 성직자 콜린의 말을 통해 그가 어떤 상태인지 짐작할 뿐이다.


그러던 중 라다곤의 정체에 대한 탐구로 인해 모든 사색이 멈춘다.




<라다곤은 마리카다. 이것에 대한 힌트는 두 군데 있다. 첫번째는 맺음의 교회의 거북이 사제 미리엘의 대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선생님! 대체 왜 그러십니까! 부디 계속해주십시오! 사색을! 선율을! 라다곤 따위 사소한 일 아닙니까. 오오, 망설일 게 어디 있습니까!

- 도읍 로데일에서 성직자 콜린이 금가면 경에게 말하는 대사 -


끝없는 사색 중 금가면 경은 라다곤이라는 이름 앞에서 사색을 멈춘다. 라다곤의 존재에 무언가 모순적인 부분이 있음을 탐구를 통해 알아낸 것이다. 이 모순점을 해결할 명제를 제공하지 않는 한 금가면경의 사색은 멈춰버릴 것이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라다곤은 마리카다 라는 명제를 회귀성원리를 통해 도읍 로데일에서 찾아내면 그제서야 금가면 경의 사색은 끝난다.


라다곤의 진정한 정체에 대한 힌트는 게임 내에 두 군데 존재한다.

첫번째 힌트는 리에니에 지역에 있는 맺음의 교회의 거북이 사제 미리엘이 전해주는 라다곤과 관련된 대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의 대사에서 도읍 로데일에 있는 라다곤의 석상에 무언가 비밀이 있다며 다소 직접적인 힌트를 건네준다. 다만 그 석상의 의태를 벗기는 회귀성원리 기도를 사용하는건 개인의 추리영역이다.



<라다곤은 마리카다. 두번째 힌트는 바로 황금률 원리주의를 추종하는 죽음의 사냥꾼 D. 그리고 그의 동생인 또다른 D의 존재다>


피아 퀘스트 도중 죽는 죽음의 사냥꾼 D의 방어구에는 또 다른 D의 존재에 의해 적혀있다. 그런데 그 곳에는 특이한 문구가 있다.

두 몸, 두 의지, 그리고 한 영혼.' 게임 상에 이 문구와 대치되는 존재가 딱 한명, 아니 두 존재가 있다. 이 상태는 라다곤과 마리카의 상태와 꼭 닮아있다. 그리고 의미심장하게도 D가 죽고 난 뒤 시프라 수도교에서 만날 수 있는 D의 동생에게 방어구를 전달하면 '내재하는 규율(Inner Order)' 제스쳐를 획득한다. 일전에 작은 황금나무 언령에서 얻었던 외부의 규율과 대비되는 개념의 제스쳐다.

그리고 금가면 경에게 라다곤의 정체를 전달한 후 획득하는 제스쳐는 내재하는 규율과 외부의 규율이 합쳐진 T포즈, '황금률의 전모(Total Order Duality)' 다.




<금가면 경은 '완전성'의 통치자를 원한다는 황금률의 전모를 밝혀냈다. 마리카의 언령으로 시작된 사색으로 마리카라는 이름 뒤에 숨어있는 진짜 황금률을 지배하는 신들의 의도를 밝혀낸 것이다>


결국 금가면 경이 밝혀낸 황금률의 핵심의 이야기는 '완전성'에 닿았다. 이것은 거대한 의지와 두손가락이 황금률의 통치자로 추구했던 인간성이 배제되어 기계적인 통치자의 전모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금가면경은 그러한 완전성과 황금률을 광신하고 추종하는 인물은 아니다. 금가면 경의 행적이 적혀 있는 유일한 기도 성률의 치료 기도의 설명을 보면 그가 황금률 원리주의를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그는 광신도처럼 황금률에 취해있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의문을 제기하여 그 본질을 알고자 한 것이다. 때문에 금가면 경은 도읍 로데일에서의 사색으로 멈추지 않았다. 그가 다음으로 향한 지역은 황금 나무를 태우는 화로가 있는 지역. 바로 거인들의 산령이었다.


그리고 이 곳에 함께 도달한 콜린은 금가면 경의 탐구와 그 황금률의 본질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다.




<성직자 콜린, 그는 과거 불길한 예언을 해 박해받았으나 신념을 지켜 예언을 번복하지 않았다. 그 충실함으로 그는 다시금 황금의 축복을 받았다. 그런 그가 자신이 믿고있는 황금률 신앙에 대해 의심을 시작했다. 황금률의 본질이란 마리카를 넘어선 거대한 신적 존재가 틈새의 땅을 생명의 양식장으로 다룬다는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곳까지, 오셨군요. 사실은... 무서운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선생님의 손가락에, 그 수리와 선율에. 황금률의 완전성에 대한 의문을...

결코 용서받지 못할 오만을, 느끼고 마는 것입니다. 아아,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저는, 선생님을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상해지고 만 것일까요? 하지만 만약 선생님이 아직 황금률에 충실하시다면. 어째서 이런 금기의 화산에 들어가려고 생각하시는 걸까요?

아아, 선생님, 부정해주세요. 저의 끔찍한 생각을. 저는 선생님을 믿고 싶어, 선생님의 기록자이고 싶습니다.

- 거인들의 산령에서의 성직자 콜린의 첫 대사 -


거인들의 산령은 황금률 신앙에 있어서 금기의 땅이다. 특히 예언가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황금 나무가 불타는 원초의 대죄, 그것이 예언된 땅이기 때문이다. 성직자 콜린은 그의 복장과 행색에서 예언자 출신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그의 복장에는 특이하게도 다른 예언자들과는 다르게 수레바퀴 칼이 매어져 있는데, 그것은 그가 박해를 받더라도 그 뜻을 굽히지 않은 신념을 지킨 예언자였기 때문이다. 콜린은 신념을 지킬 줄 아는 인물이다.

그런데 거인의 산령에 도착한 콜린은 자신이 믿고 있는 위대한 황금률 신앙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황금률 신앙의 잔혹한 본질앞에 그의 신념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금가면 경은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철학자로 도읍 로데일이 잿더미가 되어 본인이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도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행한 탐구의 업적인 완전률의 수복 룬을 남기고 운명을 다했다.

그러나 성직자 콜린은 다르다. 콜린은 신앙의 추악한 진실을 목도했을 때 자신의 감정을 가감없이 보였다. 앞서 말했듯이 그는 박해에도 신념을 굽히지 않은 인물이다. 그러한 감정은 자신이 믿고 있던 신앙이 송두리째 부정되는 배신감이었을 것이다.


드디어, 깨달았어요. 선생님은, 그저 미치광이였습니다. 오만한 과대망상을 맹신하고, 황금률의 완전성을 부정하고. 독선적인 완전을 이루려 한, 신앙파탄자였다고요!

하하하,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일이 다 있을까요. 보세요, 그렇게나 탐구한 완전성이 저렇게 불타고 있다고요!

- 재로 뒤덮인 도읍에서 성직자 콜린의 대사, 이후 그는 이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


결국 콜린은 자신이 행한 금가면의 추종자라는 직위 자체를 부정하는 단계에 다다른다. 그는 신념마저 버리고 현실을 부정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황금률 엔딩은 결국 마리카의 뒤에서 황금률 시대를 움직이고 있는 거대한 의지와 두 손가락이 본질적으로 무엇을 원하는 지를 알아내는 과정이다.

또한 신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깨닫는 무력감이 주 테마로 보여진다. 굳이 비유하자면 절대자의 존재 앞에 무력한 인간을 그려내는 코스믹 호러 장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과정을 통해 얻는 완전률의 수복 룬으로 엔딩을 본다면, 거대한 의지와 두 손가락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뜻을 완벽히 이해한 엘데의 왕이 뜬금없이 튀어나와서 자신들이 처한 모든 황금률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왕과 반려의 권능이 없더라도 찬란한 황금률의 시대를 복구시키는 매우 이상적인 미래가 열린다. 그야말로 황금률 시대의 완벽한 부활이다.

그 과정에서 신앙을 부정하고 인간의 나약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콜린의 운명과는 다른 '완전성'이 돋보이는 아이러니한 미래다.




<엘데의 왕이 되어 엘든링을 수복하는 엔딩이 바로 노멀 엔딩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대변 먹는자, 피아, 금가면 엔딩은 노멀 엔딩의 하나의 분기에 불과하다>


플레이어가 게임 상에서 만나볼 수 있는 엔딩 분기는 총 6가지다. 이 모든 엔딩은 게임에 등장하는 등장인물과 그와 연관된 신적 존재들이 원하는 미래상을 담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변 먹는자 엔딩은 진실의 어머니, 피아 엔딩은 옛 죽음의 신과 부패의 신, 그리고 금가면 엔딩은 거대한 의지와 두 손가락에게 적합한 미래상이다. 나머지 언급하지 않은 2가지는 라니 엔딩인 별의 세기와 미친 불의 왕 엔딩이다.


그러나 노멀엔딩, 대변 먹는자, 피아, 금가면 엔딩은 노멀엔딩의 분기에 불과하다. 이 엔딩들이 다른 두개의 엔딩과 분리된 이유와 그 서사에는 생각해볼 의미가 있다.


그 이야기는 하편에 이어진다.


4화 : 엔딩을 통해 보는 신들의 미래상 (하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