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튜토리얼을 뚫고 처음으로 림그레이브의 환한 아침햇살을 맞았을 때, 처음으로 만난 NPC는 당신이었어요.

살짝 구부정한 자세로, 조금 짖궂은 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당신이 날 놀렸죠, 무녀없는자, 빛바랜자, 이름도 없이 죽으라면서요.

조금 상처받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렇게 틱틱대면서 제게 갈 길을 가르쳐주는 당신의 말을 들어보니, 어쩌면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미 교회에서 기다리겠다는 메세지를 보고, 전 조금 심장이 움찔했어요. 서둘러 당신을 만나러 갔죠. 분명 마음에 들 거라며 준 당신의 선물, 소중히 잘 썼어요. 고마워요.

당신의 선물을 하나씩 써가면서, 당신의 대사가 바뀌진 않았을까, 어쩌면 새로운 걸 또 주진 않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계속 당신을 찾아갔어요. 웃으면서 제게 귀여운 손수건을 준 당신의 목소리가 잊혀지질 않아요.

전 바보같이 헤실거리며 손수건을 빨갛게 물들여서 다시 갖고갔어요. 당신이 내게 무엇을 줄지, 어떤 말을 해줄지. 기대하면서 장미 교회로 달려가는 매 순간이 행복했어요.

요염한 비명이라고 쿡쿡거리는 그 목소리가 절 홀렸어요. 이렇게 매력적인 남캐가 또 있을까, 심장이 두근거렸어요. 나의 당신, 나의 당신, 나의 당신. 내 취향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꽤 멋들어진 훈장을 받아서 기뻤어요. 그게 훈장이 아니라 그냥 황금의 룬(1) 같이 하찮은 것이였어도 기뻤을거에요. 당신이 내게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거니까요.

때가 되면 불러주겠다는 당신의 말만 바보같이 믿고, 전 품속에 훈장을 품은 채 계속 전진했어요. 화산관을 지나고, 로데일을 지나고, 설원을 지나고, 구별된 설원을 갔는데도, 당신은 날 불러주지 않았어요.

우리 잠깐 쉬었다 만나자. 헤어지는게 아니라 잠깐 쉬자, 나중에 다시 만나자. 이렇게 흐지부지 잠수이별 당한 적이 있나요? 그런 기분이였어요. 바레님, 바레, 나의 당신, 왜 날 저버렸나요? 내가 당신을 만나러 갈거에요.

난 훈장을 썼어요. 이건 당신이 잘못한거에요. 내가 좋다면서요, 요염하다면서요. 그렇게 플러팅이란 플러팅은 다해놓고 매몰차게 떠나버리면, 난 어떡하라고요. 찾아갔어요. 당신에게 닿을 수 있는 적납이 있었어요. 저도 이제 바보가 아니라서 그 적납이 뭘 의미하는지 알고있었어요. 그래도 갈 수밖에 없었어요. 당신이 날 외면하고 숨었잖아요.

행패라고요? 실망했다고요? 전 그냥 당신을 만나러 온거에요. 보고싶었어요. 모그윈왕조는 관심도 없어요. 보고싶어서 온건데 왜 비참하게 죽으라는거에요? 절 그렇게 대하지 마세요.

그 사람은 끝까지 자신의 주인을, 왕의 이름을 부르짖다 떠났어요. 처음부터 그 사람의 마음엔 난 없었나봐요. 모그윈 왕조에 사랑따윈 없어요. 모그윈 왕조에 싹틀 우리의 애틋한 사랑은, 당신이 저버렸어요. 무신경한 나의 당신, 유혹해놓고 멀리 도망가버리는 나쁜 당신. 다음 회차 때는 당신을 외면할거에요. 당신은 신경도 안쓰겠지만, 전 많이 마음 아파할 것 같아요. 나무가 불타고, 세상이 불타고, 황금률이 완전해지고, 죽음과 함께하고, 저주가 드리우고, 엘든링이 무너져가도, 세상이 몇번이고 반복될 동안, 쭉 예쁜 꽃다발을 들고 절 기다려줘요. 걱정하지 마세요, 인형이랑 달로 도망가는 짓은 세상이 몇번이고 변해도 하지 않을 거에요. 제겐 이미 바레, 당신이 있으니까. 저와 계속 함께해요. 비록 대사는 바뀌지 않는, 미야자키의 멍청한 꼭두각시인 당신이여도, 그래도 좋아요.

장미 교회에 사랑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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