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거 없어서 스꼴라 회차런 달리다가 써보는 소울 시리즈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문임.
1. 시리즈 전체 - 장르 문법
먼저 소울 시리즈에는 소울 시리즈만의 고유성을 형성하는 일종의 장르문법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함. 물론 이런 고유성은 어떤 게임이든 시리즈가 이어지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고... 여기서는 내가 생각하는 대표적인 소울 시리즈의 장르문법 몇 가지를 꼽아보고 싶음.
a. 전투 메커니즘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전투 시스템, 그중에서도 특히 근접 전투에 강하게 작용하는 메커니즘임. 프롬갤 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소울 시리즈의 전투 메커니즘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들 잘 알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한 번 이야기하고 넘어가고 싶음.
소울 시리즈의 전투 메커니즘은 소위 말하는 '구평' 그자체임. 어떤 경우에든 '구르기+평타'가 전술의 근본이 되고 그 외의 액션들은 부수적인 경우가 많음. 하지만 이 간단하고 단순한 기본 전투시스템에는 깊이를 형성하는 여러 요소가 있음.
가장 먼저 핵심이 되는 건 경직(강인도 감쇄력)과 강인도임. 강인도는 일종의 슈퍼아머 개념인데, 이 강인도 스탯이 높을수록 일정 강인도 감쇄력 이하의 공격은 경직을 무시할 수 있음. 몹의 경우 일반적으로 덩치가 커다란 적이거나 중갑을 입고 대형 무기를 든 적이 강인도가 높음. 시리즈에 따라 어떤 종류의 적은 아예 경직을 먹일 수 없는 경우까지 존재함(예컨대 대부분의 비룡/고룡형 적에게는 경직 개념이 없음). 플레이어 역시 중갑과 대형무기로 무장하면 강인도가 높아짐.
강인도는 무기군별 공격속도와 함께 근접전투의 기본 상성을 형성함. 공격속도가 빠른 소형 무기는 허점이 적은 대신 강인도가 낮고 강인도 감쇄력이 떨어짐. 그래서 기본적으로 소형 무기군을 사용할 때의 전투법은 가드/회피 이후 발생하는 틈마다 조금씩 대미지를 누적시키는 거임.
소형 무기군의 장점은 시리즈 불문 범용성이 높다는 거임. 예를 들어서 직검+방패 조합을 사용한다면 느리고 육중한 적이든 가볍고 빠른 적이든 딜타임마다 한두대씩 딜을 누적시키는 걸로 항상 대응이 가능함. 하지만 시리즈 공통으로 소형 무기군은 다수전 성능이 애매하고, 3편 같은 경우는 강인도가 공격 시 발생하는 순간적인 슈퍼아머 개념에 가까워져서 특히 다수전에 취약해짐.
대형 무기군은 그와 반대로 찍어 누를 수 있는 상황 한정으로 소형무기군에 비해 압도적으로 유리함. 예컨대 소형 무기로는 경직이 걸리지 않지만 특대 무기로는 경직이 걸리는 적의 경우, 소형 무기로 빈틈을 노려서 딜을 누적시키는 전법도 물론 가능하지만 그에 비해 특대 무기로 일방적으로 후려패는 쪽이 훨씬 더 효율적인 전투가 가능함. 또 지나치게 느리고 육중한, 빈틈이 많은 적을 상대로 한 방 한 방 강력한 딜을 우겨넣기도 좋음. 하지만 약점은 적당히 빠르면서 적당히 강인도도 높은 적, 예컨대 3편의 출정기사와 같은 적에게는 극히 취약한 무기군이 됨.
그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무기의 사정거리임. 3편의 경우는 적들이 빨라지고 추격성능이 좋아져서 거리재기 플레이가 다소 약화되었는데, 1편과 2편 같은 경우에는 구르기보다 오히려 리치를 이용하는 게 더 중요할 때가 많음(물론 3편에서도 그렇지 않다는 건 아님). 예컨대 특대무기나 창처럼 리치가 넉넉한 무기군을 사용하는 경우, 적당한 거리에서 적의 공격을 유도한 다음 사거리 차이로 카운터를 먹이는 전법이 대부분의 경우 통용됨.
다음으로는 패리가 있음. 패리는 이상의 기본 전투 시스템에 더해지는 변수 요소인데, 사용하는 측에서 타이밍만 정확히 맞춘다면 패리 가능한 패턴에 한해 완벽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특별함. 또 이건 빠르고 공격 기회를 잡기 더 쉬운 소형 무기에 대한 견제 요소기도 한데, 시리즈 내내 양손잡한 대형 무기는 특정 공격에서 패리가 불가능하지만 소형 무기는 패리에 취약함. 즉 대형무기>패리>소형무기>대형무기의 물고 물리는 상성관계가 성립하도록 함.
정리하자면 특대무기는 긴 사거리와 우월한 강인도/강인도 감쇄력으로 일방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적들/맞딜이 가능한 적들을 상대로 유리함. 반대로 소형무기는 치고 빠지기에 유리하며 빈틈이 적어 대부분의 상황에 대응가능한 유연함이 강점이지만, 패리와 같은 일부 대응에 극히 취약함.
b. 피지컬보다는 맵리딩이 중요한 게임
시리즈 전체에 걸쳐서 중요한 요소로는 '맵리딩'이 있음. 소울 시리즈가 일반적인 액션 RPG와 크게 차이나는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 보통은 죽음을 통한 반복 학습이 소울 시리즈의 특색이라고 하지만 초견에서는 맵을 읽는 뇌지컬이 중요할 때가 많음.
예를 들어서 소울 시리즈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복도에서 활을 쏘는 적과 마주쳤다고 생각해보셈. 다른 액션 RPG였다면 생각없이 그냥 달려가서 활쟁이를 썰어버리면 되는 구성임. 하지만 소울 시리즈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음.
이런 케이스에서 전형적인 소울 시리즈의 맵 구성이라면 사각에서 근접형 적이 대기를 타고 있음. 예컨대 공작의 서고로 예를 들자면, 복도 끝에 활을 쏘는 결정인이 보인다면 벽에 가로막힌 사각에서 대검을 든 결정인이 대기를 타고 있는 거임.
소울 시리즈에 익숙해진다면 굳이 죽어보지 않고도 이런 매복 요소에 능숙히 대처하게 됨. 사각이 있다면 매복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게 되고, 복도가 진행되는 와중에 뜬금없는 통로가 중간에 나 있다면 거기도 역시 매복일 있을 가능성이 높음.
바닥이 근처와 이상할 정도로 색이 다르다면 무너지는 바닥일 가능성이 높고, 길 한 가운데에 허술해 보이는 구간이 있다면 그건 생각없이 달려가다가 낙사하라고 만들어놓은 지점임(예컨대 불사의 처형장 보스방 앞 다리나 죄의 도시 그리마 함정). '초견에 대응이 안 되는 함정'을 적어도 나는 소울 시리즈를 플레이하면서 거의 마주쳐본 기억이 없음. 소울 시리즈의 함정 요소는 주의 깊게 플레이한다면 대부분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있고, 이런 주의 깊은 탐색이 소울 시리즈 특유의 장르문법이기도 함.
(근데 ㅅㅂ 아마나의 제단 낙사 포인트는 99% 초견살임. 이건 맵기믹을 모르면 걍 죽으라는 게 맞음. 누가 소울 시리즈 하면서 횃불 켜고 바닥을 보면서 걷냐고.)
c. 죽음을 통한 반복 학습
하지만 역시 죽음과 반복 학습 부분도 무시하기 어려운 게 사실임. 초견에 알아차리기 어려운 형태로 되어 있는 함정도 한 번 당해본 이후에는 거의 당하지 않게 되고(아마나의 제단 낙사구간도 당해본 다음 조심해서 하면 파훼가 됨), 마찬가지로 초견살이 강력한 패턴을 시전하는 적들도 몇 번 맞서 보면 대충 전투법을 파악하게 됨.
여기서 소울 시리즈 특유의 죽음에 대한 패널티가 기반으로 깔림. 소울 시리즈의 죽음은 상당한 패널티를 부여하기는 하지만 결코 게임을 던지고 싶을 정도의 패널티를 부과하지는 않음. 소지 소울의 일시적/영구적 손실, 화톳불 포인트 이전까지의 진행 상황 초기화. 그밖에 망자상태/인간상태(3편)가 되며 멀티가 불가능해지고 최대체력 등에 패널티를 받게 됨. 이게 소울 시리즈에서 죽음에 대해 가해지는 패널티의 거의 전부임.
(여담: 그래서 소울의 기억이 개좆같은 시스템임... 죽음으로 인한 소울의 영구적 손실까지 누적 성장치에 포함시켜버리는 시스템이라)
아무튼 소울 시리즈의 죽음 패널티는 대부분의 경우 견딜 만한 수준에서 한정되고, 뉴비의 경우 좆같음을 느끼면서도 꾸역꾸역 게임을 밀어낼 수 있을 정도의 적절한 난이도를 제공하게 됨. 다크 소울은 어려운 게임이지만 그건 플레이가 불가능한 수준의 어려움을 추구하는 게 아님. 오히려 어려운 대신 무한한 재도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때문의 게임자체의 하드코어함에 비해 의외로 클리어가 그렇게까지 어려워지지는 않음.
(하지만 2편/3편의 경우 솔직히 망자 상태/인간 상태의 HP 패널티가 꽤 큰 편이라 뉴비절단기 요소로 작용하기는 함...)
d. 근접/주문 밸런스
솔직히 소울 시리즈의 전투 스타일 밸런스는 썩 좋은 편은 아님. 1, 2, 3편 공히 주문캐 혹은 주문을 근접전과 함께 사용하는 캐릭터의 회차 수행능력이 순수 근접전 캐릭터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함. 버프야 말할 것도 없고, 각종 유틸 면에서 순수 근접캐는 주문사용자에 밀리며, 강인도/리치/공격속도로 이루어지는 기본 근접전 밸런스가 원거리 주문 계열에는 아예 통용되지 않음. 그나마 3편이 완벽하게 숙달된 기준으로 용쌍 + 버프 빌드가 주문 시전자 빌드만큼 회차를 빠르게 밀긴 하는데....
회차가 주문캐 쪽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보니 스콜라처럼 DLC 몹들한테 주문 떡내성을 줘서 밸런스를 맞추는 경우도 있음. 스콜라 들크는 좀 많이 나가서 잡몹들 특대무기로 한 대 툭 치는 게 결정창보다 딜이 많이 들어갈 정도.
그 대신 주문캐는 초반이 근접캐에 비해 힘들게 설계된 경우가 많음. 근접캐는 스탯을 투자할수록 정직하게 세지는 반면 주문캐는 주문 시전 횟수 x 주문의 딜이 시너지를 내는 구조라 그럼.
초반에 주문캐는 풀링용 주문과 근접 주무장으로 싸워야 함. 스콜라의 초반 마술사 주무기는 메이스나 레이피어고 3편 주수리의 주무장이 처음 주는 도끼인 것처럼....
2. 개별 게임들에 대한 감상
a. 1편/리마스터
리마스터는 3D 고양이 마리오라는 모 유튜버의 평이 정확하다고 생각함. 액션 RPG로서의 기본기를 지키고는 있지만 몹보다 지형 때문에 죽는 경우가 훨씬 많고, 초견에 대응하기 힘든 함정도 상당히 많음.
특히 레벨 디자인이 악랄한데, 계승의 제사장에서 불사의 도시보다 지하묘지쪽으로 빠지기 쉬운 건 그렇다치고...
초반 맵부터 수직적인 맵 구성이 너무 강조되어 있음. 특히 제한된 점프 성능 때문에 수직 맵 탑험 능력이 극히 제한된 시리즈 특성상, 캐릭터는 평면으로 움직이는데 첫번째 스테이지인 불사의 도시가 3편의 데몬 유적 그 이상으로 수직적인 맵 구성을 하고 있음.
가장 먼저 입구부터 '내가 정문으로 온 게 맞나?' 싶은 구성임. 보통 첫번째 스테이지라면 3편의 로높벽처럼 대문을 열고 나가거나 하는 구성을 생각할텐데, 1편은 기이하게도 쥐가 등장하는 수로를 타고 가서 높은 벽쪽으로 나감. 아무 정보 없이 1편을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입구를 잘못 온 게 아닐까?'하고 의심병 걸리기 딱 좋은 구조임.
그리고 펼쳐지는 맵은 대환장 수직 파티임. 솔직히 나는 아직도 불사의 도시 쪽은 대략적인 진행방향만 알지 완벽하게 길을 찾을 자신이 없음. 뉴비가 소울 시리즈를 1편부터 입문한다면 불사의 도시에서 빙빙 돌고 헤매다가 '개 쓰레기같은 게임 아냐 이거' 하면서 접기 딱 좋음.
맵 전반의 화톳불 배치도 은밀하기 그지 없음. 특히 센의 고성에서 아이언 골렘 직전에 나오는 화톳불이 악명 높지. 이 화톳불을 찾지 못하면 맵을 처음부터 주파해서 보스에 도전해야 하니까....
숏컷의 유기적인 구성은 게임을 다 깨고 나서 회고할 때는 감명 깊은 요소지만, 반대로 초회차를 헤쳐 나갈 때는 극한의 하드코어함을 부여하는 요소임. 특히 아노르 론도를 주파하고 왕의 그릇을 돌려놓기 전까지 화톳불 전송이 안 된다는 게 치명적인데, 바로 그것 때문에 숏컷이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다지만 솔직히 그 불편함은....
게다가 공략을 안 보면 중간에 진행이 아예 막힐 수도 있음. 어찌어찌 불사의 교구를 깨고 종을 울린 다음 돌아가서 최하층을 찾아야 한다는 걸 게임 내의 정보만으로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전투 면에서 봤을 때 인간형 몹과의 전투는 그럭저럭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대형몹의 지랄패턴들은 극히 비직관적임. 예컨대 쐐기석 데몬의 0.1초 칼타이밍 회피를 요구하는 공격들이야 뭐 유명하고.... 혼돈의 못자리가 손 흐느적대는 거에 낙사(피격판정이 없는데도 걍 밀려서!)하는 거라거나.... 액션 RPG로 평가하자면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은 게임임. 하지만 시리즈의 시초라는 상징적인 요소가 있고, 강인도/공격속도/리치의 밸런스, 맵리딩과 죽음-학습이라는 소울 시리즈의 기본 문법에는 가장 충실하기도 함.
맵 기믹 요소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난이도로만 평가하자면 의외로 그리 어려운 작품은 아님. 일단 지구력을 찍으면 무게가 올라감 -> 지구력을 찍고 중갑을 입고 1회차부터 높은 강인도 + 특대무기 빌드가 가능함. 이게 가장 큼. 솔직히 츠바이핸더 15강 + 불쏘시개의 비의로 에스트 개수 늘리기 확보한 이후로 전투에서 어려움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음... 맵 기믹 때문에 뒤지고 샷건 친 적은 있어도.
가장 어려웠던 보스전은 온스타인 + 스모우였는데, 이쪽은 기둥으로 하나를 바보만드는 택틱을 익히면 난이도가 평범해졌음. 가장 어려웠던 맵은 불사의 도시였음. 진짜 불사의 도시는 첫 스테이지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맵이 악랄함......
지금 1편/리마에 입문하고 싶다면 솔직히... 솔직히 별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아님. 한 번 해볼만한 게임이긴 하지만, 소울 시리즈 역사상 최악의 불편함과 레벨 디자인의 악랄함을 감수할 각오가 필요함.
b. 2편/스콜라
악명이 자자한 -꼴-인데, 스꼴라는 일단 시작하기 전에 이걸 기억해야 함
스콜라 초회차 최강무기는 그레이트소드도 아니고 메이스도 아니고 레이피어도 아님.
활.
활이 스콜라의 모든 것이고 알파요 오메가임.
알다시피 스콜라는 좁은 구간에 잡몹을 존나 우겨넣어서 난이도를 조절한 게임임. 녹아내린 철성이나 아마나의 제단이 대표적이고, 불사의 처형장 초입부의 암흑 인챈된 몹 다섯마리라거나, 휘석가 젤도라의 농군 무리라거나, 뭐 하여간 하나하나 예시를 들자면 끝이 없음. 진짜 과하다 싶을 정도로 물량을 다다다닥 박아놔서 그냥 꼬라박으면 무조건 죽고 죽고 또 죽을 수밖에 없음.
그래서 필요한 게 활임. 독화살이 있으면 좋고 그냥 화살로 풀링만 해도 좋음. 활로 풀링하면서 진행하는 스콜라랑 그냥 들이박는 스콜라는 아예 다른 게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난이도가 다름.
아론기사들이 대궁 들고 지랄하는 구간에서 그냥 꼴아박는다? 나는 자살하겠다는 선언과 다를게 없음.
하지만 활로 하나하나 풀링해가면서 잡으면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난이도는 확 낮아짐. 시리즈에 속한 세 편의 게임 중에 풀링과 1:1 전투 유도가 그 어느 떄보다 중요한 게임이라 할 수 있음.
물론 활을 사용해도 결국 한계가 있음. 망각의 감옥에서 왕국 검사 여섯마리 우르르 튀어나오는 구간처럼. 이런 다수전 강요 구간 때문에 회차에서 사용하게 되는 무기는 광범위 다수전 무기 + 강력한 단일딜 무기 조합으로 고정되게 됨.
다수전 용도의 그레이트 소드 + 보스몹 상대로 인첸트-카운터를 위한 에스토크/레이피어 or 타격 약점 보스를 상대로 쓰기 위한 메이스 조합이 대표적.
레벨 디자인은 좋게 말하면 평이해졌고, 나쁘게 말하면 단조로워짐. 1편처럼 극한의 지역간 연결을 활용하는 요소는 없는 대신에, 중심이 되는 매듀라로부터 뻗어나가는 네 개의 하위 스테이지 + 드랭글레이그 최종 루트 구성이 됐기 때문에 공략 없이 시작하기는 의외로 나쁘지 않음. (하지만 쓰레기의 바닥처럼 지형을 모르면 하루종일 헤매게 되는 맵도 있음)
유기적인 연결을 포기한 대신 얻게 된 사실상의 일자진행형 스테이지 구조는 탐험보다 액션에 집중하기 좋게 해줌. 웬만큼 복잡한 맵도 우석 빨면서 보이는 몹들 닥치는대로 다 죽이고 나가다 보면 다음 화톳불에 도달하게 되고, 모든 화톳불 전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막히는 구간이 거의 없이 게임을 할 수 있음.
특히 행상인 멜란티나가 매듀라로 오고 오르니펙스를 구한 시점부터 게임이 상당히 평이해짐. 무한 우석 + 무한 수리분말 = 그냥 우석이랑 수리분말 씹으면서 보이는 몹들 모조리 썰면서 진행하기. 이때문에 아마나의 제단처럼 악명 높은 몇몇 구간을 빼면 생각만큼 후반 난이도가 높진 않은 편.
단점은 본편 보스전이 역대급으로 부실하다는 것과.... 게임이 만들다 만 티가 존나 남.
큰 매 용병단의 흐느적거리는 무빙 모션이야 유명하고
플레이어 캐릭터의 애니메이션도 공격 같은 건 괜찮지만 기본적인 이동이나 구르기는 상당히 어색함.
움직임의 프레임이 뚝뚝 끊기는 몹도 있고
하여간 게임이 한 번 갈아엎어져서 그런지 프롬 특유의 '중소스러움'이 극대화된 게임이기도 함. 좋게 말해 중소스러움이고 최종판 기준 몇몇 부분의 퀄리티가 인디게임이라 해도 믿을 정도.
또 회차 진행 성능에서 근접/주문 밸런스가 역대급으로 나쁨.
잡몹을 촘촘히 구겨넣은 레벨디자인 특성상 풀링의 효율이 압도적으로 좋다고 했는데, 주문캐릭은 풀링이 풀링이면서 동시에 딜링임.
근접캐가 활로 하나하나 땡겨서 잡고 있을 때 주문캐는 멀리서 원안경 저격으로 몹을 하나하나 찍어 죽이고 깨끗하게 청소된 맵을 산책하듯이 걸어다닐 수 있음.
다른 시리즈라면 그런 전법은 FP/주문슬롯 부족으로 못하겠지만 스콜라는 여차하면 그냥 황혼초 하나 뜯고 다음 화톳불까지 진행하면 그만임.
아, 전체적인 게임 메커니즘에서 1/3편과 다른 점도 많음.
특히 액션이나 뒤잡 중에 피격 판정이 있어서 얻어맞으면 안개벽 열기/상자 열기/레버 당기기/문열기가 취소되는 거.
뭐 적응력이라는 악명 높은 스탯도 있고...
근데 개인적인 생각인데 스콜라는 3D 하드코어 메트로배니아라는 느낌으로 해야 재밌음.
1편이나 3편과 비교하면 이질적인 시스템이 너무 많아서, 소울 시리즈의 일부라기보다는 컬트적인 재미가 있는 메트로베니아-소울라이크 게임처럼 느껴짐(부정적인 평가가 아니라 내 기준에서는 호평임).
특히 왕의 반지 루팅 이후에 부거숲에서 최후반부 진행을 하는 것, 열쇠를 얻은 후 초반 지역으로 돌아오는 구성, 파로스의 돌이나 그리운 향나무와 같은 특정 진행 구간을 뚫는 아이템 등등. 메트로이드 시리즈나 캐슬배니아 시리즈를 재밌게 했다면 추억이 느껴지는 요소들이 상당히 많음. 캐슬배니아도 시작 지점에서 뻗어나가는 구형식의 스테이지 구성인 경우가 많고, 후반부에 얻은 주문이나 아이템으로 초반부에 위치한 특정 맵을 뚫는다거나... 그런 식이니까.
메트로배니아 고전게임스럽게 악랄한 난이도와 스테이지 구성이 나는 굉장히 맘에 들었음...
3. 3편
3편의 가장 큰 특징은 빠른 템포의 액션 게임에 가까워졌다는 거임.
기존 시리즈의 맵리딩-함정 요소를 비롯한 소울 특유의 하드코어함은 줄고, 그 대신 액션 RPG로서의 재미에 집중했다는 느낌임.
그덕에 역대 시리즈 중 최고로 전투 빌드를 짜는 게 재밌고,
보스전의 퀄리티도 시리즈 최고라 그렇게 짜올린 빌드로 보스 러시를 하는 것도 역대급으로 재밌음.
실제로 반복 플레이 시 만족감이 가장 높은 것도 3편이었고 나도 플탐은 3편이 제일 김.
하지만 탐험의 깊이는 확실히 시리즈 중에서 가장 얕은 느낌.
1편이 놀라운 방식으로 연결된 하나의 잘 조직된 세계를 구현하고 있고
2편이 그런 치밀함은 줄어든 대신 방대한 볼륨의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재미를 줬다면
3편은 볼드 클리어 이후의 전경처럼 하나의 세계라는 느낌을 주는데는 성공했지만
대신 스테이지 진행이 극히 단조로워짐.
1편은 계승의 제사장을 중심으로 해서 연결된 무수한 지역들 사이의 탐험을 다루고
2편은 각각 스테이지가 일자진행일지언정 왕의 반지 루팅과 같은 요소들로 반복 탐험의 재미를 부여함.
하지만 3편의 스테이지 진행은 지나치게 단순함.
불의 계승의 제사장 -> 로스릭의 높은 벽 -> 불사자의 거리 -> 산제물의 길 -> 깊은 곳의 성당 -> 팔란의 성채 -> 카사스의 지하 묘 -> 차가운 골짜기의 이루실 -> 아노르 론도 + 이루실의 지하감옥 -> 차가운 골짜기의 무희 -> 로스릭 성 -> 대서고라는 완벽한 1자진행에
사이사이 사이드 맵 하나와 히든맵 셋이 추가되어 있는 정도.
빠른 템포의 직관적인 액션 RPG 게임을 좋아한다면 3편이 마음에 들 수도 있지만
1편이나 2편의 고전게임스럽고 하드코어한 맵 탐험을 좋아하던 사람이라면 별로일 가능성이 큼.
'
한편 전투 면에서는 강인도 시스템이 공격 시 잠깐 발생하는 슈퍼아머로 변하고, 전투 템포가 소형 무기에 더 유리해졌으며, 리치 우위에서 오는 이점에 몹들의 높은 추격 성능으로 상당부분 빛을 바랬기 때문에 소울 시리즈 중에서 소형 무기군의 대접이 가장 좋음.
1편은 츠바이핸더를 비롯한 특대무기가 회차 근접용으로 탑티어 무장이었고
2편도 소형 무기 + 대형 무기를 섞어 쓰는 게 필수적이었다면
3편은 소형 무기만으로 모든 상황에 대응이 가능할 정도(물론 대형무기가 더 유리한 보스전 - 심연의 감시자 등 - 도 있어서 전체적인 밸런스는 유지되고 있음).
또 3편도 산제물의 길이나 깊은 곳의 성당처럼 잡몹이 우겨넣어져 있는 구간이 꽤 있는데
2편과 비교했을 때 그런 느낌이 덜한 까닭이 쭀이 워낙 빨라서 그럼.
다수한테 다굴을 맞을 때 짊은 찐따같이 계속 처맞기만 한다면(2는 다굴맞을 때 구르기 판정이 존나 구림)
쭀은 한대맞고 피하고 반격하고 이게 자연스럽게 이어짐.
모쪼록 소울 시리즈를 액션 RPG로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3편을 가장 추천함.
일자구성 스테이지를 쭉 진행하다가 소울이랑 쐐기석이랑 에스트가 쌓이면 제사장에 돌아와서 스펙을 강화하고 다시 돌아가서 스테이지를 더 밀고... 이 직관적인 진행이 나는 초회차 때 굉장히 만족스러웠음.
아무튼
그렇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소울 시리즈 감상이었숑
나랑 감상 비슷하네 확실히 꼴은 악마성 느낌 씨게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