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을 세손가락으로 바꿀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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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할 얘기는 영체와 육체야. 이 부분에 대해서는 1편에서 간단히 다루기는 했는데, 이번에 좀 더 자세히 다뤄볼 거야.
틈새의 땅에서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육체와 영혼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리고, 육체가 죽을 경우 영혼이 빠져나와 영체의 형태를 이루며, 그 영체는 황금나무로 돌아가거나, 저주와 같이 그러지 못할 사정이 있을 경우 이승을 헤메게 돼. 그리고 로데리카의 말에 따르면 영혼에는 불멸성이 있어. 이것이 바로 기본적인 황금률 하의 원칙이야.
하지만, 황금률, 즉 황금나무의 이치를 벗어날 경우 더 다양한 형태의 삶이 있을 수 있어. 가령 죽음에 사는 자들은 영혼 없이 육체만으로 살아가는 자들이야. 이들은 현재 틈새의 땅의 황금률에서 벗어난 존재이기에 황금률 원리주의자들의 사냥대상이지만, 어쨋건 분명히 존재하고 있어.
반대로 육체 없이 영혼만이 있는 영체는 죽음에 사는 자들보다는 사정이 나은듯해. 어쨌든 적극적으로 사냥은 당하고 있진 않으니까. 하지만, 황금률 하에서 황금나무에 돌아가지 못하고 이승을 헤메는 것은 결코 긍정적인 행태가 아니야. 또한, 마찬가지로 황금나무의 이치에서 벗어난 생명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선조령이야. 이 글에서는 그 둘, 즉 영체와 선조령에 대해 중점적으로 얘기해볼까 해.
(그늘성의 영체)
1편에서 말했듯이, 영혼은 기본적으로 황금나무로 돌아가지만, 황금나무로 돌아가지 못하거나 그러지 않고 이승에 영체의 형태로 남는 경우도 있어. 영묘기사나 땅잃은 기사처럼 저주를 받거나 아직 완수하지 못한 사명을 가지고 틈새의 땅에 머물거나, 라이커드를 잡으면 감사 제스쳐를 주는 화산관의 가신처럼 미련이 남았기에 머무는 경우도 있지.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의 경우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거나, 적어도 그 지역에서 크게 벗어나는 경우가 없어. 말하자면 일종의 지박령과 같은 상태라고 할 수 있어.
그리고 뼛가루 소환을 통해 영혼을 제한적이긴 하나 영체의 형태로 다시 불러낼 수도 있어. 근데, 사실 뼛가루 설명은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나 싶은 부분이 많아. 예를 들어, 이들 뼛가루는 공통적으로 영혼이 깃들었다고 표현되는데, 정작 고룡 기사 크르시토프는 영웅으로서 나무에 돌아감을 받았다고 해. 전설의 뼛가루라서 영혼이 깃들었다는 부분이 생략되어있긴 한데, 나무로 돌아간 영혼이 왜 뼛가루에 깃들어 있겠어? 또한, 뼛가루에는 인형 병사와 새 인형 병사 뼛가루가 있어. 이들은 백금인간 같은 인조인간도 아니고 그저 자동인형일 뿐인데, 어째서 영혼이 있다는 걸까? 임프 뼛가루도 마찬가지야. 또한 나는 죽음에 사는 자는 영혼이 없는 자라는 의견인데, 정작 스켈레톤의 영혼이 깃든 뼛가루가 두 개나 있어. 아무튼 이런 이유에서 나는 뼛가루쪽 텍스트를 볼때마다 혼란스러워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싶고,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도 확실하게 정리가 된 게 아니야.
뼛가루 부분은 제쳐놓고, 영체로 돌아가서 얘기해보자면, 황금률 하에서 영체는 지박령이야. 이것은 영혼은 기본적으로 황금나무에 돌아가도록 짜여있고, 일종의 인력으로 작용하기에 미련이나 사명으로 그 땅에 묶이지 않는 한 영체로 남아 있기 어렵기 때문일 거야. 그리고 그렇게 영체를 땅에 묶어놓는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영묘기사의 갑옷인 것이고. 반면, 황금나무 이전에 영체는 지박령과 같은 제약이 없었던 것으로 보여.
로제스의 도끼의 텍스트에 따르면, 죽은 자는 헤매는 자이며, 로제스 역시 지하 묘지를 가리키며 죽음을 안내하는 자야.
그리고 마술 티비아의 부름 텍스트 역시 마찬가지로 죽은 자는 헤매는 자로 선도가 필요하다고 해.
마술 폭발하는 영혼 화염에 따르면, 황금나무가 없었던 시절에 죽음은 영혼의 불꽃에 불탔고, 죽음의 새가 그 불을 지켰다고 해. 종합하자면, 황금나무가 없었던 시절, 이름을 모르는 죽음의 신을 비롯해 죽음의 새가 죽음을 관장하던 때에는 죽은 자, 즉 영체는 틈새의 땅을 헤매었고, 그렇기에 선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
또한 헬펜의 첨탑은 죽은 자의 길라잡이인 등불나무라고 해. 그리고 그 등불을 축북과도 닮아 영웅의 영혼만이 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 아마 그렇기에 많은 죽은 자들은 헤메지 않았나 싶어. 아무나 볼 수 있는 황금나무와 달리, 헬펜의 첨탑의 등불은 영웅의 영혼만이 볼 수 있다고 하니까.
어쨌든 황금나무는 틈새의 땅 가운데에 위치한 크고 거대한 빛나는 나무로, 죽은자들을 선도하는 존재로써는 최적이라 할 수 있어. 그렇기에 과거와 달리 황금나무의 치세에서 죽은자들은 대체로 헤매는 일 없이 황금나무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어느정도 강제력까지 존재했을 거라 생각해. 그래서 특별한 사명이나 미련, 저주가 없는 한 영체로서 틈새의 땅에 남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영체의 특성에 대해서 대강 살펴봤으니, 실제 삧이 함께 여행하는 영체를 통해 앞에서 한 얘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고. 삧은 틈새의 땅을 두 영체와 함께 여행해. 하나는 멜리나이고 다른 하나는 토렌트야.
(멜리나)
멜리나는 손가락 무녀 대신 삧의 무녀 역할을 하며, 룬을 힘으로 삼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야. 그리고 멜리나의 이야기에 따르면, 멜리나는 불타 문드러져 영의 몸이 되어서도 살아있다고 하고. 한편 토렌트는 멜리나에게서 받는 손가락 피리로 소환할 수 있는 영마야. 영체이기에 자유롭게 소환할 수 있고, 처맞고 죽더라도 성배병 한병이면 되살아나지.
멜리나의 최초 목적은 황금 나무 기슭으로 향하는 거야. 그걸 위해 삧과 계약해서 동행하는 거지. 그리고 로데일에 도달하면 멜리나는 이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며 삧과 헤어지며, 토렌트 또한 두고가.
-황금 나무 기슭에서의 멜리나와의 대화
...당신, 고마워. 나를 황금 나무 기슭까지 데리고 와줘서. 여기라면 나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그러니까 계약은 이것으로 끝이야. 나는 내 사명을 확인하러 가야 해... 안녕. 룬을 힘으로 삼는 방법도 토렌트도 이 곳에 두고 갈게. 당신이 사명을 성취할 수 있도록... 계속 싸워왔잖아. 당신은 분명 왕이 될 수 있을 거야. 엘데의 왕이.
어쨌든 위 대화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멜리나는 영체이며, 황금 나무 기슭이 아닌 곳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어. 그리고 도읍 로데일 클리어 이후 거인들의 산령으로 향할 때는 다시금 삧과 합류하여 움직여. 말했다시피, 틈새의 땅에서 영체는 지박령에 가까운 존재이기에, 멜리나는 자유로운 운신이 불가능한거야. 그리고 아마 멜리나의 사명의 본거지는 황금 나무 기슭인 것일 테고. 멜리나가 삧과 계약하는 것도, 삧의 배후령 같은 존재로 씌어서 이동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어. 아마 그 전에는 토렌트의 반지같은데 씌어 있다가, 토렌트가 삧을 선택한 후, 멜리나 역시 삧에게 빙의된 것 아닐까?
(멜리나가 사용하는 사명의 칼날은 로데일에서 얻을 수 있다.)
다만 멜리나는 다른 영체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어. 그건 바로 멜리나가 투명하지 않다는 거야. 가끔 축복에서 멜리나를 불러낼 때는 영체 병사들처럼 허공에서 나타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멜리나는 살아있는 육체를 가진 것 같은 외관을 하고 있어. 인형에 영혼으로 씌인 상태인 라니 조차도 영체가 완전히 정착하지 못해 투명한 얼굴이 드러나는데, 어째서 멜리나는 유령이 아닌 완전한 인간의 형체를 하고 있을까?
그 뿐만이 아냐. 토렌트 역시 유령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야. 토렌트는 영마라 불리며, 기본적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지만 소환할 경우 영체처럼 허공에서 나타나 삧을 그 등에 태워. 이것은 영체의 전형적인 특징이지만 역시 그 모습은 매우 실체가 있어서 육체에 가깝다고 할 수 있어. 그 뿐만이 아냐. 토렌트는 상처를 입으면 붉은 물방울 황금성배를 통해서 회복할 수 있지만, 그 외에도 로어 열매를 건조한 로어 레이즌을 먹여서 회복시킬 수 있어. 게다가 토렌트는 먹이에 대한 선호까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고. 이처럼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영체보다는 육체의 특성에 더 가까워 보여.
(토렌트가 좋아하는 스위트 레이즌)
결국 멜리나와 토렌트는 영체이면서도 동시에 육체의 특성을 함께 가진 이질적인 존재야. 그리고 이러한 존재는 이들 외에도 더 존재해. 그것은 바로 선조령이야.
선조령이란, 황금 나무를 벗어난 신비야. 그리고 선조령의 생명은 죽음에서 싹트는 목숨, 탄생에서 싹트는 목숨을 한 형태지. 2편에서 선조령은 도가니와 유사한 존재라고 하였는데, 선조령은 도가니보다 한 발자국 더 나간 존재라고 할 수 있어. 즉, 선조령은 생명이 섞여있으며 더 나아가 육체와 영체 역시도 혼재되어, 영과 육의 구분이 무의미한 존재라는 거야.
선조령 보스전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비석에 불을 붙인 후, 각해의 영지에서 선조령의 시체와 상호작용해야 해. 그리고는 어떠한 미지의 공간으로 이동한 후, 선조령과 맞붙게 되지. 그런데, 말했다시피 선조령의 시체는 틈새의 땅에 이미 존재해. 그렇다면 이동한 공간에서 맞붙는 선조령은 영체일텐데도 토렌트나 멜리나처럼 육체에 가까운 형상을 하고 있어.
더 나아가, 선조령의 왕은 패턴중에 순간이동 패턴이 있는데, 이것은 다른 순간이동이 가능한 보스와 달리 마법적인 힘이나 공간왜곡에 의한 것으로 보이지 않아. 선조령의 왕은 순간이동을 할 때 죽는 애니메이션이 재생된 후, 다른 곳에서 홀연히 나타나. 아니면 버그로 진짜 죽어버리던가. 이건 마치 선조령이 죽음을 맞이하고 다시 부활하거나, 영체의 존재가 허공에서 나타나는 것 같은 모습이야. 또한 선조령의 왕이 싸우는 공간은 동물의 영혼으로 가득차 있다는 점에서 영계나 저승과도 비슷한 공간이라 할 수 있겠지.
종합하자면 선조령은 영과 육의 구분이 무의미한 존재야. 이들은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거기서 다시 생명을 얻어 되살아날 수 있는 존재이며 그 백성들은 선조령의 뿔을 모판으로 삼아 생을 이어가는 것이야.
한편, 선조령이라 하더라도 무한히 그러한 순환을 이어가는 것은 아닌듯해. 선조령의 왕의 추억으로 연성하는 날개의 큰 뿔 텍스트에 따르면, 선조령 신앙에서 심부름꾼의 날개는 싹틀 일 없는 생명을 베어낸다고 하는데, 이것은 선조령을 근본으로 하는 순환에서 벗어나게된 생명은 심부름꾼에 의해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뜻으로 보여.
그리고, 날개낫 텍스트에 따르면, 흰 날개를 지닌 소녀들은 이교에서 친절한 죽음의 사자라고 해. 비록 죽음의 새가 흰색 보다는 검은색에 가깝고 소녀인지 소년인지 애초에 인간형도 아니긴 하지만 그래고 죽음의 사자에 제일 가까운 존재야. 아무튼 내 말은, 선조령과 죽음의 새는 황금나무 이전에 서로 공존하는 대상이었고, 죽음의 새는 선조령의 죽음에서 싹트는 생명이 더 이상 싹트는 게 불가능해진 경우, 심부름꾼으로서 날아 와 그 생명을 영혼의 형태로 수확했다는 것으로 생각된다는 거야.
(레이즌을 먹고 있는 토렌트)
그리고 토렌트는 이런 선조령에 가까운 생명체로 보여. 토렌트가 선조령의 후손인지, 하프인지(애초에 선조령이 교배가 가능한지) 아니면 선조령이 되어가는 중인 짐승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머리에 돋아난 뿔, 여러 동물이 합쳐진 듯한 생김새, 선조령처럼 공중을 뛰어다닐 수 있는 능력 등을 종합하면, 그와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지. 그렇다면 토렌트가 영체이면서도 밥을 먹는 육체의 특성을 공유하는 것도 설명이 돼. 왜냐면 선조령 역시 애초에 그러한 존재였으니까.
멜리나는 딱히 선조령이라 할 수 없는 존재이긴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멜리나는 토렌트를 부르는 손가락 피리에 씌여진 채로 오래 존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존재야. 어쩌면, 멜리나는 토렌트에 오래 씌여있으면서 선조령의 영향을 받아 영과 육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게 된 것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는게 가능하지 않을까?
(그림 재탄)
그러나 잡설 1편에서 말했듯 틈새의 땅에서는 은빛 물방울과 같이 모방을 통해 새로운 존재로 재탄하는 경우는 있지만, 단순히 동행하는 것만으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근거는 없어. 그렇기에 멜리나가 단지 토렌트에 씌여 있었다는 것만으로 멜리나가 선조령의 특성을 가질 수 있다, 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구석이 있는 거지. 실제로 적어도 플레이어가 확인 가능한 한 멜리나는 네발로 걸으면서 말 울음소리를 내는 등 토렌트를 모방한 적이 없고, 용찬을 하는 자들처럼 멜리나가 토렌트의 심장이나 생간, 천엽을 즐겨 먹었다는 묘사도 없어. 결국 나로서는 멜리나가 어째서 육체의 특성을 가지는지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밖에 없는 거지. 그리고 그 점에서 틈새의 땅에선 영과 육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는 또 다른 존재가 존재해.
(꼭두각시 술사 셀브스)
꼭두각시는 선조령과는 또 다른 영과 육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는 존재야. 꼭두각시란, 사람에게 정약을 먹여 만들어지는 존재로, 정약은 영원한 도읍에서 유래한 기술이야. 그리고 정약을 먹은 존재는 꼭두각시라는 이름과 마찬가지로 자유의지를 잃고 그 주인인 인형사에게 복종하게 되지.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정약을 먹은 존재는 죽지 않아. 정확히는 정약을 먹었다고 해서 육체를 잃지 않아. 그러나 한편으로는 게임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꼭두각시는 육체와는 별개로 영체의 형태로 소환하는 것도 가능해. 즉, 꼭두각시가 된 존재는 육체와 영체의 형태를 함께 지닐 수 있어.
(카리아 성관 성벽 위에서 등장하는 뻐꾸기 병사 영체)
(카리아 성관 피디의 방에서 등장하는 뻐꾸기 병사 꼭두각시)
카리아 성관 성벽 위에서는 피디가 부리는듯한 뻐꾸기 병사들의 영체가 공격해오며, 피디의 방에서는 뻐꾸기 병사들의 꼭두각시 육체가 존재해. 또한 셀브스는 자신의 비밀방에 여러 꼭두각시의 육체를 두고 있으며, 젊은 여 마법사의 육체를 침실 한켠에 두고 열심히 써먹고 있지. 즉, 인형사는 꼭두각시를 육체가 됐든 영체가 됐든 원하는 형태로 부릴 수 있다는 거야.
이 때문에, 나는 멜리나가 꼭두각시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는거야. 물론, 이런 의문도 있을 수 있지. 꼭두각시는 기본적으로 의지가 없는 존재인데, 멜리나는 그렇지 않잖아? 이건 모순 아냐? 하지만, 나는 이 부분도 어느정도 설명가능하다고 봐
밤 무녀와 검사 꼭두각시는 차가운 피가 흐르는 이인 자매로, 영원한 도읍에서 원해서 꼭두각시가 된 희귀한 존재야.
그리고 밤 무녀의 쌍관에 따르면 밤무녀는 최고위 성직이야. 그렇다면 밤 무녀는 적어도 무지렁이는 아닐 것이며, 정약이 무엇인지 확실히 인지하고서 그 수호자인 검사와 함께 꼭두각시가 된거야. 그렇다면, 얘네가 무슨 쌍으로 마조펨섭노예녀라서 자진해서 육노예가 되기 위해 꼭두각시가 됐을까? 그게 아니라 무언가 자신의 자유의지와 맞바꿀 필요가 있는 중대한 사명을 위해서 꼭두각시가 되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불씨의 사명을 지닌 멜리나 역시 그것을 위해 꼭두각시가 되었을 개연성이 있는 거야.
또한, 멜리나는 거인의 불가마에서 자신의 사명은 어머니에게 받은 것이지만, 지금은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것이라고 얘기해. 이건 반대로 생각하면 본래 그 사명은 자신이 원해서 한 게 아니야, 즉 자유의지를 허락받지 못한 거야. 멜리나의 사명은 꼭두각시가 되며 부여받은 것이고, 다만 삧과 여행을 하며 그것을 동시에 자신의 의지로 여기게 된 것이지.
- 거인의 불가마에서의 멜리나와의 대화
말하고 싶은게 한 가지 있어. 내 사명은 어머니에게 받은 것이야. 하지만 지금은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지. 나는 이 세계에서 무슨 일을 할지 이미 마음을 정했어 어머니가 나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상관 없어.
멜리나가 다른 꼭두각시와 달리 어느정도 의지가 있는듯하고 대화가 가능한건 영원한 도읍의 비술 덕분이 아닐까 싶어. 어쨋건 걔네가 꼭두각시 원조고, 그 정도 기술은 있지 않을까 믿는다.
이걸로 멜리나가 꼭두각시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정리해봤어. 하지만 다른 한 문제는, 그 주인이 누구냐인거야. 삧이 죽은 셀브스(피디)에게로부터 꼭두각시의 소유권을 양도받았듯, 최초의 주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문제되진 않지만, 그래도 꼭두각시가 주인도 없이 혼자 돌아다니는게 가능하다고 생각하긴 어렵잖아? 그렇다면 멜리나 역시 누군가 주인이 있었을 거야. 근데, 지성 없는 축생인 토렌트가 멜리나의 주인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워. 그렇다면 게임 본편에서 현재 누가 과연 멜리나의 주인일까? 그건 아마도 다음의 조건을 충족하는 자일 거야.
1. 충분한 지성이 있는 존재
당연히 짐승이라면 꼭두각시를 다루기 어려울 거야. 반대로 인간이라면 넉넉할 것이고. 아마 그 지성의 최저한도는 혼종이나 아인 정도가 되지 않을까?
2. 삧의 행적을 가까이에서 따르는 사람
인형사는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꼭두각시를 부리는 것이 가능할테지만, 그렇다고 기지국도 없는 틈새의 땅에서 아주 먼 곳에서 원격으로 꼭두각시를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긴 어려워.
3. 멜리나와 일부 교감이 있는 사람
셀브스가 자신의 꼭두각시를 아끼는 형태에서 알 수 있듯이, 인형사는 기본적으로 꼭두각시와의 교감이 중요해. 더 나아가, 어느정도 말을 할 수 있는 멜리나가 인형사와 교감하는 장면이 존재한다면 보다 결정적인 증거라 볼 수 있어.
특히, 세 번째 조건을 좀 더 자세히 보자. 멜리나는 삧과 여행하며, 그 축복 중 일부에서 삧과 교감해. 그리고, 또한 그 과정에서 다른 존재를 언급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게 바로 토렌트야. 그런데 단 하나, 예외적인 경우에서 삧도 토렌트도 아닌 존재를 언급해. 그리고 그 존재는 위의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아마 이쯤됐으면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내가 누구를 얘기하는지 대강 짐작했을 거야. 그래 맞아. 믿기 어렵지만, 네가 생각하는 바로 그 사람이 현재 멜리나의 주인이야.
그건 바로 아인 보크야.
아인 보크는 비록 억센 스코틀랜드 억양을 가지고 있지만 빛바랜 자와 어려움 없이 회화가 가능한 언어능력과 지성을 가지고 있어. 나아가, 아인 보크는 림그레이브에서부터 빛바랜자와 합류해, 호수의 리에니에, 알터 고원 등을 같이 따라서 이동하지. 또한, 이벤트와 대화 뉘앙스를 보면 게임상에서는 한 곳에서 대기하나, 실제로는 빛바랜자를 따라 다닌다고 봐야 할 거야. 그리고, 알터 가도 세갈래길에서 멜리나는 아인 보크에 대해서 빛바랜 자에게 귀띔해주는 이벤트가 있고. 이 모든 것이 과연 우연일까?
그리고 아인 보크는 빛바랜 자에게 자신을 재봉사라고 소개해. 근데 재봉사란 결국 여러 종류의 천에 자신이 가진 침을 여러차례 찔러넣어 박음질 하는 행위를 업으로 삼는 자야. 즉, 아인 보크가 자신을 재봉사라고 소개한 것 자체가 악질적인 농담인 거지.
다만, 아인보크의 과거사에 대한 증언이 전부 거짓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아마도 그가 아인 중에 약한 자였고, 또한 재봉에 흥미가 있었으며 그렇기에 아인들에게로부터 배척받아왔다는 존재임은 진실일 거야. 이처럼 아인 보크는 힘은 약했으나 남들에겐 밝히지 않은 다른 뛰어난 재주가 있었어. 그건 바로 그가 절륜한 정력의 소유자였다는 거야.
아인 사회는 철저한 여성상위 사회야. 아인 여왕의 지팡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비록 바보취급에 가깝긴 했으나, 여왕은 외교적 수반의 지위에서 조공물을 받는 자격이 있었어. 그리고 아인이 힘을 숭상하는 풍습과 생각하면, 힘은 약하지만 절륜할 뿐인 보크는 오로지 여왕의 종마로 취급되는 비참한 삶 밖에 기다리지 않았을 거야. 사실 아인 중에는 겔미어에서 나오듯 작지만 재빠른 귀찮은 닌자형 아인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힘이 약하다는 것만으로 추방당하거나 떠날 필요는 없었을 거야. 그러나, 보크는 그 특성상 종마 육노예로 부려질 가능성이 있었기에, 그것이 두려워 떠난거야.
그러나 틈새의 땅을 여행하는 과정에서 아인 보크는 자신이 가진 저주받은 재능의 진가를 깨닫게 된 거야. 틈새의 땅에 존재하는 수많은 암컷들, 그들과 마주치며 처음에는 스스로를 나약한 아인일 뿐이라 생각하며 피할 뿐이었지만, 이윽고 그들이 얼마나 강대하고, 고고하고, 긍지높은 자일지라도 사실은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기는 천박하고 음탕한 암컷에 불과하다는 진실을 만천하에 드러내게 만들 수 있는 재능, 즉 절륜함을 자신이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지.
그리고 아인 보크, 아니 귀축 보크는 틈새의 땅의 수많은 암컷을 범했어. 동침의 처녀, 여자 귀인, 여자 빛바랜 자, 밤무녀, 손가락의 무녀, 손가락 벌레, 무녀 할매, 선조령의 사제, 암컷 비룡, 트롤, 백금의 사람(2세대 포함), 룬베어, 죽음의 새, 흉조의 아이 등등.
그리고 그 희고 탁한 인도의 끝에서 보크는 멜리나와 만나 그 주인이 되었고, 이윽고 빛바랜 자를 만나게 된 거야.
(아무것도 모른 채 밤을 지새우는 빛 바랜자)
멜리나의 주인은 비록 아인 보크였지만, 그 첫주인이 주입한 사명에 의해 멜리나는 손가락 피리를 삧에게 건네고, 삧과 동행하게 되었어. 아인 보크 역시 처음에는 흥미 본위로 적당히 나약한 아인을 연출하며, 삧을 따르는 척 그를 속이며 동행하게 되었지. 그리고 삧은 전혀 몰랐겠지만 그간 보크는 멜리나를 계속 노리개처럼 희롱하였을 테고.
그래, 삧이 룬을 힘으로 삼기 위해 멜리나와 쬐금만, 손만 닿는 사이 보크는 멜리나와 조옷나게 안쪽까지 닿고 있었을 테고, 삧이 모르고트의 경고에 따라 밤의 어둠을 경계하는 사이 보크는 멜리나와 밤의 어둠을 틈타 쾌락을 자아내고 있었을 테고, 삧이 방울사냥꾼과 땀내나는 혈투를 벌이기 위해 축복에서 멍때리며 밤까지 대기타는 사이 보크는 밤까지 참지못하고 야한 냄새 풍기는 멜리나를 범했을거야.
하지만 아인 보크가 멜리나의 주인으로 같이 여행한 것처럼, 보크는 삧 역시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 행적을 지켜본 자야. 보크의 삧에 대한 감정은 처음에는 비웃음과 조소였으나 이윽고 질투로 이어졌고, 마침내 자괴감과 자학으로 자리매김했어. 왜냐면, 삧은 진정으로 틈새의 땅의 왕이 될 수 있는 재목이었으나, 아인 보크는 비록 암컷의 주인, 귀축이라고 하나, 결국 아인으로서는 어떠한 가치도 가지지 못한 나약한 존재에 불과했으며 당연히 왕의 재목 또한 아니었으니. 그리고 삧이 거대한 룬을 두 개 이상 모으고, 알터 고원에 진입하였을 때, 아인 보크는 자신의 상충되는 감정속에서 고통스러워 하며, 혼미함 속에서 잊고 있었던 엄마를 다시 찾게 된 거야.
여기서부턴 아마 대부분 알고 있을 아인 보크의 이벤트야. 보크의 중얼거림을 듣고 있었던 멜리나는 어째서인지 그 사실을 빛바랜 자에게 알려줘. 그것이, 보크가 주인일지라도 첫 번째 주인으로부터 받은 사명을 수행하기엔 방해되기에 보크를 배제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멜리나가 그 주인인 보크가 어린 시절의 주박에서 해방되어, 구원을 찾기를 바란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 우리는 알 수 없어. 하지만 나는 후자가 정답이라고 믿고 싶어.
그래, 아인 보크가 귀축으로 타락한 것은, 아인으로서 본인을 추악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 자기비하는 빛바랜 자를 만나 더욱 커져만 갔고 이윽고 자신의 절륜함을 버리더라도 인간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지.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듯이 아인 보크는 결국 구원받았어. 그것은 자신이 기만해온 빛바랜 자, 그리고 능욕해 온 멜리나로부터 어머니의 대가 없는 사랑, 무조건적인 긍정을 전달받았기 덕분이야.
게임 후반부에 아인 보크는 도읍 로데일에 머무르게 돼. 그리고, 멜리나는 로데일을 떠나 거인들의 산령으로 여행하게 되고. 이것은, 아인 보크가 자신의 이벤트가 끝난 이후 꼭두각시 멜리나의 소유권을 삧에게 넘겨주었기 때문이야. 그것에는 자신이 귀축으로 살아온 것에 대한 속죄와, 왕에 대한 충성의 마음 그리고 멜리나의 사명에 대한 안녕의 기원이 담겨 있었겠지.
이렇듯, 엘든링의 서사는 불행한 삶을 살아왔던 귀축 보크가 빛바랜 자와 멜리나에 의해 구원받는 것을 다루고 있어. 그리고 나는 이러한 서사를 가진 이야기를 하나 더 알고 있어.
맞아. 엘든링의 시나리오는, 취작의 오마주야.
세줄요약
1. 멜리나는 꼭두각시 육단지다.
2. 삧은 둔감하다.
3. 아인 보크는 슈사쿠다.
ㅋㅋㅋㅋㅋㅋ
파름 아즈라 = 저승, 죽음에 사는 자 = 영혼이 빠져나가고 남은 육체만 일어나 돌아다니는 자들, 멜리나 = 꼭두각시 설까진 그럴듯하네. 보크 거르고 생각하면 마리카의 꼭두각시일 듯. 라다곤+엘짐에게 감금당해서 분신 관리를 제대로 못하니까 자기 목적 달성=황금나무 불태우기를 위해 자율적으로 움직이도록. 마리카는 희인이니까 영원한 도읍 기술 좀 알아도 이상할 거 없고, 분신은 데미갓들 다 쓰고 다니는 거니까 마리카라고 못 쓸 것도 없을 것 같고. 카리아 성관 뻐꾸기 병사처럼 작은 디테일 신경써서 근거 보강하는 게 좋다.
다음번엔 니 글 모음집 링크 위나 아래에 달아주면 안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