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소울 서버 언제 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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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관 라이커드와 그가 기거하는 화산관, 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신을 먹는 큰 뱀은 엘든링 세계관 내에서는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존재들이지만, 게임 내에서는 어디까지나 서브루트에 불과하며, 개발과정에 서사가 잘려나갔는지는 몰라도 그렇게 큰 존재감이나 이야깃거리를 찾기 어려운 존재들이야. 그렇기 때문에 오늘 얘기할 내용도 라이커드에 대한 것이긴 하나, 언제나 그렇듯이 세세한 아이템 내용을 대강 따지면서 뇌피셜만 지껄일 예정이야.
라이커드는 과거 로데일의 법무관이었으나, 파쇄전쟁 이후 모독의 길에 빠져 신을 먹는 큰뱀에게 잡아먹힌 이후 스스로를 모독의 군주라 칭하게 된 남자야. 라이커드가 모독의 길에 빠지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 그리고 신을 먹는 큰 뱀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이러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라이커드의 일생에 대해서 짚어보는게 우선이겠지.
라이커드는 레아 루카리아의 학장이자 카리아 왕가의 군주인 레날라와 적발의 영웅인 라다곤 사이에서 태어난 삼남매의 일원이야. 8편에서 얘기했듯 나는 라이커드가 장남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별 근거는 없고 그냥 느낌상 그래.
암튼 라이커드의 수하인 겔미어 기사들은 영웅 라다곤의 붉은 머리칼을 상징으로 삼은 것 뿐만 아니라 실제로 정복전쟁에 참여했을 거라고 추측돼. 보다시피 겔미어 기사 갑옷의 텍스트에 따르면 라이커드는 모독의 군주가 되기 이전에는 패왕이라 불렸어. 틈새의 땅에는 로데일만 있는 것이 아니며 카리아 왕가 등 다른 국가가 있으며, 게임 내에서도 네펠리 루가 스스로를 왕이라 칭하면서도 빛바랜 자가 왕이 된다면 그 일익으로서 충성하겠다고 말하는 등 로데일 외에도 왕이 여럿 있는 것은 어색한 일이 아니야. 문제는, 라이커드가 법무관으로 로데일의 가신이라는 점이지.
남이장군이 시 하나 잘못 썻다가 역도로 몰려서 처형당한걸 생각해보면, 암만 라이커드가 국서의 아들이라도 로데일의 가신된 자가 감히 본인 스스로를 패왕이라 쉬이 칭할 수 있었을까? 만약 라이커드가 그랬다면, 그것은 그가 정말로 역심을 품고 있었고 그러한 칭호를 심복인 겔미어 기사들과만 공유했었거나, 아니면 적어도 정말로 패왕이라 불려도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을 만큼의 업적을 세워야만 했을 거야. 그리고 그 업적이야 말로 고드프리의 뒤를 이은 정복전쟁이었겠지.
(케일리드 검비석)
로데일 건국 이후 고드프리는 림그레이브까지는 패배없이 정복해나갔으나, 케일리드에 이르러서는 축복을 잃고 말았어. 아마 그 이후 마리카에 의하여 틈새의 땅 밖으로 추방당하고, 라다곤이 국서가 되었겠지. 그리고 고드프리의 뒤를 이어 험난한 미개의 땅인 케일리드를 정복한 것이 바로 라이커드였던 거야. 반면 라단의 경우 별부수기의 추억에서 알 수 있듯이 젊은 시절 케일리드에 있는 사리아에서 수행했다고 하는 바, 아마 그 시절에는 젊어서 아직 관직에 없었겠지.
라이커드가 정복전쟁에 참여했다는 점은 겔미어 기사의 문장에서도 유추해볼 수 있어.
(겔미어 기사의 문장)
우선 겔미어 기사의 문장에 대해서 알아보기 전에, 기사 서코트에도 무언가 문양이 그려져 있었지만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어. 아마 무슨 짐승의 정면 얼굴 같기도 한데 내가 모델링을 뜯어볼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니. 반면 문장은 빛바랜 부분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그 형태를 알 수 있어.
보다시피, 문장의 최상단은 아마 겔미어 기사의 투구에 있는 적발장식과 마찬가지로 라다곤의 적발을 묘사한 것일 거야. 그리고 최하단은 분명 칼날이나 창날로 보이고. 중간의 봉은 뭔가 장식이 붙어있긴 하지만 장식에 별 의미는 없을 것 같아. 결국 겔미어 기사의 문장은 겔미어 기사단이 단지 라다곤의 붉은 머리칼 장식을 따온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영웅으로서의 무력또한 창날의 형태로 따온 것이라 할 수 있어. 그렇다면 그들이 그런 호전적인 문장을 갑옷에 그려넣었음에도 겔미어 기사들을 겔미어 화산에만 처박아놓고 국토방위용도로만 썻을까? 겔미어 기사들이 직접적인 정복 활동에 나섰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
그러나 라이커드는 케일리드를 정복했음에도, 케일리드를 다스리는 것은 적사자성에 기거하는 라단이며, 라이커드는 정작 멀리 떨어진 겔미어 화산이야. 물론 겔미어 화산은 알터 고원에 바로 붙어있는 지역인 만큼 케일리드에 비하면 한직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더라도 무언가 연고가 있어서 라이커드가 결국 화산관에 기거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돼. 그리고 그걸 알아보기 위해서는 결국 겔미어 화산에 도사리고 있었던 불사의 큰 뱀에 대해서 살펴볼 수 밖에 없지.
(신을 먹는 큰 뱀)
불사의 큰 뱀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 일단 그냥 큰 뱀에 대한 언급이 있는 아이템에 대해서 알아보자고. 대강 나열해봐도 라이커드 관련 아이템, 큰 뱀 사냥꾼, 뱀신의 곡도, 뱀인간 관련 아이템이 있어. 그리고 엘든링에는 큰 뱀 말고 그냥 뱀에 대한 아이템도 있는데, 바로 투사 방어구, 독사의 이빨, 똬리 방패, 뱀활, 독화살이 그것이야.
큰 뱀에 대해서는 아이템들이 직접 설명하는 바와 같아. 겔미어 화산에는 신을 먹는 큰뱀이 있었고(모독의 군주의 추억), 오래전부터 데미갓을 먹어 뱀인간들을 낳았어(뱀인간의 뼛가루). 그리고 뱀인간들은 용암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용암무구들), 라이커드는 겔미어의 용암주술을 용암마술로써 부활시켰지(용암마술들). 그리고 옛 시대에는 큰 뱀 사냥꾼을 사용해 불사의 큰 뱀들을 사냥했고(큰 뱀 사냥꾼), 뱀신을 신으로 모시는 겔미어의 신앙은 현재에는 사라져버렸어(뱀신의 곡도).
문제는 그냥 뱀들이야. 왜냐면 이들은 큰 뱀과는 뱀과는 키워드 외에는 그다지 공유하는 특징이 없거든. 큰뱀은 용암과 뱀인간들로 한데 묶을 수 있어. 하지만 뱀들은 그렇지 않아. 왜냐면 이들 아이템은 용암관련이 없고, 오히려 독과 연관이 있거든. 또한 이들은 아마 원래는 황금 나무에 충성하던 자였을 거야.
묘지기의 망토의 텍스트에 따르면 뱀은 황금 나무의 반역자야. 처음부터 황금나무와 대치하던 자였다면 굳이 반역자라 불릴 이유가 없었을 테니, 뱀과 관련된 세력은 본래 황금나무에 충성하거나, 적어도 협력하던 자였으나 모종의 이유로 황금나무에 반역하게 되었고, 그 결과 투사가 되어 투기장에서 쫓기게 된 것이지. 독사의 이빨이나 똬리 방패는 이들이 투기장에서 사용하던 무기야.
또한 뱀활의 텍스트에 따르면 그 사용자는 모습 없는 뱀이고, 화살에 독성을 부여하는 것은 이교의 주술이야. 그런데 같은 주술로 분류되긴 하나, 독성을 부여하는 것과 용암의 주술은 차이가 크지. 같은 권능에서 비롯된 것이 맞는지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어.
또한, 뱀활에 매길 수 있는 독화살은 나는 뱀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모습 없는 뱀의 권속이라고 해. 한국어판에서는 이걸 어째 번역을 그냥 독화살로 해놔서 이름에서 뱀과의 연관성을 배제해놨는데, 일어 원문은 毒飛蛇, 즉 나는 독뱀이고 영어로도 Serpent arrow야. 또한 독화살의 꼬리 부분은 이중나선의 형태를 하고 있어. 교차수 방패 문양과도 유사하긴 한데, 아마 별 관계는 없을 거야. 문제는 이 이중나선의 형태가 큰뱀과 관련된 아이템에서도 나타난다는 점이지.
큰뱀 사냥꾼의 검날 뿌리부분에는 독화살의 꼬리와 동일한 형태의 이중 나선이 그려져 있어. 단순히 우연이라고 하기엔, 두 아이템 모두 뱀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그냥 넘기기엔 미심쩍지. 그렇다면 큰 뱀 사냥꾼은 모습 없는 뱀이나 그 세력들이 황금나무를 위해 제작한 것일까? 아니면 단지 다른 적대세력이 그들을 조롱하기 위해서 뱀을 상징하는 나선을 그려넣은 것에 불과할까?
(라이커드 보스룸 차원문 앞의 나는 뱀 석상)
또한 뱀과 큰 뱀이 아무 관계도 없다고 보기에는 라이커드 보스방 바로 앞 차원문 근처에 날개 달린 뱀 석상이 줄지어 있다는 점에서 어려워. 앞서 봤듯이 나는 뱀은 모습 없는 뱀의 권속이고, 석상과 독화살의 모습이 일치하지는 않으나 날개 달려 있는 뱀이 날아다니는 뱀이 아니라면 뭐겠어? 결국 모습 없는 뱀과 큰 뱀과의 정확한 관계가 어떤지는 아이템 설명만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려워.
그걸 알기 위해서 모습 없는 뱀에 대해서 더 많은 정보가 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정보가 거의 없어. 굳이 따지자면, 방랑상인 정보에서 검은칼날은 모습 없는 자객(姿なき刺客)이라고 불리는데, 뱀활의 사용자 역시 모습없는 뱀(姿なき蛇)이야. 수식어가 姿なき로 완전히 동일한 셈인데, 이 둘은 이것 외에는 별 다른 공통성이 없어서 동일한 집단이라 단정짓기는 무리지. 더욱이, 블러드 본의 형태없는 오에돈 역시 일본어 원문은 姿なきオドン라서 그냥 프롬이 그런 단어를 좋아해서 자주 써먹는 것에 불과한 것일지도 몰라. 그래서 일단 모습 없는 뱀에서는 멀어져서, 다른 부분에서 연관성을 탐색해보기로 했어.
(화산관 비밀통로의 달팽이)
틈새의 땅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짐승형 잡몹들 중 하나로 달팽이가 존재하는데, 사실 이들은 자세히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뱀이 달팽이 껍질을 매고 있는 거야. 이들은 틈새의 땅 전역에 퍼져있으며, 그 유형도 다양해서 휘석달팽이, 해골달팽이, 그냥뱀달팽이, 환혼달팽이 등 종류가 많아.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독화살을 드랍해. 엘든링 위키에 따르면 그냥뱀달팽이, 해골달팽이가 독화살을 가끔씩 드랍하는데, 아마 다른 휘석달팽이나 환혼달팽이도 뱀화살은 안 뱉지만 형태가 유사하다는 점에서 같은 부류로 보여. 이들이 뱀인데도 왜 등껍질을 메고 있는지는 불명이나, 중요한 건 이들 중 하나인 그냥뱀달팽이는 화산관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등장하는데, 그곳은 바로 녹스텔라야.
(녹스텔라의 달팽이 무리)
녹스텔라 진행 중 건물 근처로 가면 별 아이템도 없는데 달팽이만 무더기로 떨어지지. 그리고 이들 역시 독화살을 드랍한다는 점에서 모습없는 뱀과 연관성이 있어. 그런데 검은 칼날이 희인들로 이루어진 집단이고, 그 유래가 영원한 도읍이라면, 마찬가지로 녹스텔라에서 달팽이가 등장하는 이상 모습없는 뱀과 정말로 모종의 관계가 존재하는 것일까? 더 나아가, 영원한 도읍을 비롯한 지하강과 화산관의 연관성을 큰 뱀의 관점에서 한 가지 더 찾을 수 있었어.
(녹스텔라 용인병 보스룸의 시체더미)
에인세르 강을 진행하다보면 우르왕조에 도달하게 되며, 여기서 우리는 녹스텔라의 용인병을 맞이하게 돼. 그리고 그 보스룸을 자세히 보면 마치 절규하는 시체를 한데 뭉쳐서 굳힌 듯한 구조물을 발견할 수 있어. 이러한 시체더미는 우르 왕조 만큼 대량으로 있는 것은 아니나, 녹스텔라나 노크론 밤의 성역에서도 일부 발견할 수 있지. 그런데 이와 유사한 사체들이 다른 장소에서도 발견돼.
(라이커드 보스룸의 시체더미)
라이커드 보스룸에서도 우리는 마치 절규하거나 도망치려는 듯이 손을 뻗는 형태로 한데 뭉쳐서 굳어버린 시체를 다수 발견할 수 있어. 비록 그 개개 크기가 녹스텔라보다는 작고 뱀이 얽혀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나, 형태면에서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에서 같은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 추측할 수 있지. 그리고 이들이 라이커드, 즉 신을 먹는 큰 뱀의 소굴에서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체는 큰 뱀에 의한 것이라 생각돼. 더욱이 이들은 절규하는 모습 그대로 굳어버렸다는 점에서 마치 폼페이의 화산재에 생전 모습 그대로 묻힌 사체와 유사한데, 공교롭게도 큰 뱀은 바로 화산의 용암을 다루는 존재야. 그렇다면 큰 뱀이 우르 왕조를 포함한 영원한 도읍을 공격해 멸망시킨 것일까?
(화산관 에이그레이 대성당 큰뱀의 사체 후면. 가죽이 벗겨져 죽어있다.)
어쩌면 에이그레이 대성당에 있는 큰 뱀 시체는 우르 왕조를 비롯한 영원한 도읍을 공격한 업보에 의해 죽게된 것일지도 몰라. 밤빛 눈의 여왕은 영원한 도읍 출신으로 여겨지며, 암월을 섬기지는 않고 다만 황금률에 운명의 죽음을 포함시키고자 하는 입장이지만, 어쨌든 출신지인 영원한 도읍 및 동맹관계의 왕조가 큰 뱀에 의해 공격당한 것을 좌시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래서 운명의 죽음을 이용해 보복으로 큰 뱀을 죽인 거지. 실제로 큰 뱀들은 불사이고, 라이커드는 큰 뱀 사냥꾼에 의해 패배했음에도 무언가 붉은 뱀같은 것이 사체에서 꿈틀대는 등 완전히 죽었다고 하기 어려운 모양새지만, 에이그레이 대성당에 나오는 큰 뱀은 라이커드와는 달리 어떠한 움직임도 없어 완전히 죽은 것처럼 보여. 이 또한, 그 큰 뱀이 운명의 죽음에 의해 살해당했기 때문이야.
실제로 끓는 강 동굴 인근에서는 바실리스크가 나오는데, 이러한 바실리스크는 고드윈이 묻힌 곳인 깊은 뿌리 밑바닥이나, 부패의 여신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패의 호수에서 등장하는 등 신성한 존재의 죽음과 연관이 있어. 즉 에이그레이 대성당의 큰 뱀은 뱀신의 곡도에서 말하는 뱀신이었고 큰 뱀은 끓는 강 동굴 인근에서 밤빛 눈의 여왕에게 운명의 죽음에 의해 살해당해, 그 인근에서 바실리스크가 출몰하게 된 것이지. 또한 지형상 끓는 강 동굴은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높은 곳에 위치한 땅 밑 책문소에서 협곡을 지나 윈덤폐허로 이어지는데, 어쩌면 끓는 강은 본래 큰 뱀이 화산에서 나다니던 길목이었을지도 몰라.
큰뱀과 밤빛 눈의 여왕의 연관성은 그 사도인 신의 살갗의 사도에게서도 찾을 수 있어. 보다시피, 신의 살갗의 사도는 2페이즈에 도달하면 허리를 길게 늘이며 공격하는 패턴을 가지고 있는데, 화산관의 뱀 아인 역시 동일하게 허리를 늘리는 패턴을 갖고 있지.
(허리가 늘어나는 뱀인간)
신의 살갗의 귀인도 마찬가지야. 우선 에이그레이 대성당엔 신의 살갗의 귀인이 보스로 등장해. 그리고 신의 살갗의 귀인 방어구에 따르면 귀인들은 도가니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아닌 형상을 몸에 품었는데, 실제로 보스 귀인들은 뱀과 유사한 꼬랑지를 가지고 있어. 귀인들이 몸을 부풀리거나 굴러다니는 패턴은 큰 뱀하고는 크게 상관이 없어 보이긴 하지만, 뱀이 큰 먹이를 삼키면 몸이 늘어나는 걸 보면 그런 점에서 한데 엮을 수도 있겠지.
(신의 살갗의 귀인의 꼬리)
결론적으로 밤빛 눈의 여왕은 사냥한 큰 뱀의 가죽, 즉 피부를 벗겨내 그 피부로부터 신의 살갗의 귀인과 사도들을 창조했고, 그 결과 큰 뱀은 머리만이 남았고, 이걸 회수한 큰뱀의 신도나 뱀 아인들이 에이그레이 대성당에 사체를 걸어놨을 거야.
그런데, 큰 뱀이 도대체 왜 영원한 도읍을 습격했을까? 겔미어 화산과 영원한 도읍은 녹스텔라나 노크론이나 꽤 거리가 있는 편이야. 큰 뱀이 화산 깊숙이 파고들어 깊은 강을 통해 접근한다면 녹스텔라는 그다지 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큰 뱀이 아무 이유도 없이 우르 왕조를 습격했을 것 같지 않아. 그 이유가 대체 뭐였을까?
잠깐 본 이야기에서 벗어나 우르 왕조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진흙인간은 본래 옛 왕조의 신관이었으나, 몰락해 진흙인간이 되어버렸어. 그리고 비눗방울 마술인 신탁의 비눗방울에 따르면 진흙인간들은 거품 안에서 잃어버린 신탁을 찾고 있어.
그런데, 마찬가지로 신탁의 사자 또한 마술은 아니지만 비눗방울을 사용하고 그 이름에도 신탁과의 관계성이 드러나 있어. 그리고 이러한 신탁의 사자들은 새로운 신 또는 시대의 징조로 나타나.
그렇다면 진흙인간은 옛왕조, 즉 우르왕조의 신관이었고, 아마 이들이 신관으로서 활동하던 당시에 우르 왕조에도 신탁의 사자들이 나타났을 거야. 그리고 그 이유는 아마도 우르 왕조가 융성하여,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 만한 역량을 가질만큼 성장했기 때문이겠지. 실제로, 우르 왕조는 지하 뿐만 아니라, 이름은 약간 다르지만 바로 지상인 리에니에에 우르드 왕조가 있어서 지하와 지상 양쪽에서 번영했음을 확인할 수 있어. 또한, 멀리 있는 노크론의 피의 왕조 역시도 그 건축양식 중 거대 석상 등은 우르 왕조와 상당히 유사해. 아마 우르 왕조는 녹스텔라가 아스테르에 의해 멸망한 이후, 잔존 세력을 어느정도 흡수하면서 크게 성장한 것이 아닐까 생각돼.
우르 왕조가 성장한 것은 녹스텔라의 유민을 흡수한 것만이 원인이 아닐 것이야. 진흙인간이 쓰는 작살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이것은 운석 조각을 끄트머리에 단 무기야. 그리고 알다시피, 이러한 운석, 즉 내리는 별은 중력과 연관이 큰 아이템이고, 별의 부산물 아스테르 역시도 중력번개와 같은 중력마술을 사용하지. 녹스텔라 초입에 등장하는 아스테르 닮은 꼴 역시도 진흙인간을 공격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아마 우르왕조는 아스테르를 비롯한 중력의 힘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자신의 힘으로 삼았을 거야.
또한 진흙인간은 그 몸이 진흙, 즉 무기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은 몸이 돌로 이루어진 돌피부의 백왕 및 흑왕과 유사해. 휘석마술에서도 원류에 통달하게 될 경우 루사트처럼 몸이 휘석이 되는데, 진흙인간 역시도 중력의 힘에 노출된 끝에 진흙과 같은 몸을 가지게 된 것 아닐까?
하지만 우르왕조의 급격한 성장은 황금나무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았을 거야. 노크론 역시도 손가락 죽임의 칼날을 성역 깊은 곳에 꽁꽁 숨기고 있어 대역의 증거를 잡을 수는 없었지만, 위대한 의지는 의심을 거둘 수 없었겠지. 그러나 별 명분도 없이 군대를 보낼 수는 없었기에, 위대한 의지는 큰뱀을 자신의 수족처럼 부려 우르왕조를 공격해 멸망시키고, 겸사겸사 노크론의 밤의 성역도 타격했어. 그 결과 우르 왕조는 멸망하고, 신탁 역시 잃어버리게 되었으며 신관들은 진흙인간이 되어서까지 거품 속에서 잃어버린 신탁을 찾게 된 거야.
그렇다면 큰 뱀은 뱀과 마찬가지로 황금나무, 더 나아가 위대한 의지에 충성하는 입장이었을까? 하지만 큰 뱀 사냥꾼이나, 이교의 주술 같은 것을 보면 큰 뱀과 뱀이 완전히 동일한 존재였을지도 의문스러운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어느정도 상상(뇌피셜)을 동원해서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을 거야.
큰 뱀은 본래 뱀신으로서 겔미어 신앙의 필두였어. 아마 모습 없는 뱀이나 그 권속들도 강대한 뱀신을 섬기는 존재였으며, 자객일을 한 것도 뱀신에게 제물을 바치기 위해서였겠지. 하지만 큰 뱀은 본래 모독의 약탈자로 자신의 자손인 뱀인간이라면 모를까, 인간인 모습 없는 뱀등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을 거야. 일부 용암주술 등을 내려줬을지는 모르겠으나, 인간들은 스스로 독의 힘을 이용해 뱀 신을 두려워하면서도 섬겨나갔겠지.
그런데 어느날 위대한 의지가 틈새의 땅에 내려왔고 틈새의 땅 전역과 전쟁을 하기 시작했어. 정확한 시기가 언제인지는 알 수 없으나 뱀 신을 섬기는 이교도들도 뱀 신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었기에 황금나무에 의해 쉽게 토벌되어 복속하게 되었고, 단순히 복종하는 것을 넘어서 불사의 큰 뱀을 사냥하는 큰 뱀 사냥꾼을 만들어 바쳤겠지. 물론 이것은 뱀신이 그들을 버렸기 때문이야.
그리고 황금나무는 큰 뱀 사냥꾼의 힘을 이용해 큰 뱀들을 토벌해나갔어. 큰 뱀들은 비록 불사였지만, 큰 뱀 사냥꾼에 의해 토막나 무력화되고 봉인되어 세력이 와해되어 나갔고, 결국 뱀 신 역시도 황금나무에 항복해 그 휘하에 들어가 황금나무의 명에 따라 우르 왕조와 노크론을 공격한 것이야. 그리고 그 뱀 신도 밤빛 눈의 여왕에 의하여 살해당하고 만 것이고.
하지만 뱀 신을 섬기던 이교도들은 힘에 의해 굴복했을 뿐 황금나무의 질서에 제대로 순응하지 못했어. 그리고 황금나무의 질서를 견디지 못해 몰래 겔미어에서 음모를 꾸몄고, 그것이 로데일에 의하여 발각되어, 결국 라이커드가 그들을 토벌하였으며 이후 감시를 위해 라이커드가 화산관의 주인이 된 것이겠지. 헌데 이교도들이 황금나무에 반역하고자 결심하게 된 뒷배가 뭐였을까? 이미 한 차례 황금나무에 의해 토벌당했으니, 그 기세가 더 강대해진 로데일한테는 승산이 없었을텐데. 이것은 아마 큰뱀, 더 나아가 뱀들이 가지는 특성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었을 거야.
(뱀에게 먹히는 라이커드)
보다시피, 라이커드는 스스로의 몸을 신을 먹는 큰 뱀에게 바쳐 모독의 군주가 되었어. 그런데 오프닝 신에서 볼 수 있는 일러스트에 따르면 라이커드를 먹고 있는 뱀은 그다지 커 보이지 않아. 라이커드의 생전 정확한 체격은 모르지만 규격 외의 거인이 아닌 이상 저 뱀은 잘 쳐봐야 구렁이 수준밖에는 안 되어 보여. 우리가 만나는 신을 먹는 큰 뱀과는 체격 차이가 현저하지. 이것은 한 가지 가능성을 시사해. 즉, 뱀과 큰 뱀은 원래 동일한 종족이며, 광란의 수족관처럼 먹을수록 점점 강해지며 커져가는 종족이라는 거야. 신을 먹는 큰 뱀 역시 본래는 작은 뱀이었으나, 데미갓 라이커드의 몸과 거대한 룬을 먹으며 순식간에 성장해 비대해진 것이지.
라이커드가 잡아먹혔음에도 그 의식을 유지하고 몸의 주도권을 잡고있는 것도 본래 큰 뱀이 아닌 별다른 신성도 없는 작은 뱀이 자신을 먹었기에 쉽게 주도권을 강탈할 수 있었던 거야.
달팽이 뱀들도 이러한 특성의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어. 이들이 다양한 모습을 가진 것은 다양한 것들을 먹으며 그것을 자신의 힘으로 삼았기 때문이야. 휘석을 먹은 휘석 달팽이, 해골바가지를 먹은 해골달팽이 등. 환혼달팽이는 환혼의 종이라도 먹었나보지. 그 모양새 역시도, 마치 어린왕자의 코끼리를 먹은 보아뱀처럼 자신이 먹은 존재가 패각의 형태로 외부에 드러난 것일지도 몰라.
이교도들도 뱀의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여러 먹이를 먹이며 뱀을 큰 뱀으로 키워서 황금나무에 대항하고자 마음 먹었을 거야. 어쩌면 이 과정에서 황금일족 등 왕족도 몇몇 잡아먹혔을지도 모르고, 또한 본래 화산관을 다루던 왕 역시도 이들에게 암살당했을지도 모르지. 어쩌면 그 왕은 기드온 오프닐이었을지도 몰라.
현재는 빛바랜 자로 원탁의 수장인 기드온 오프닐이지만, 그가 들고 다니던 무기가 왕홀이라는 점에서 축복을 잃기전에는 왕이었음을 알 수 있어. 그리고 겔미어 화산은 보통을 한 지역에 하나 있는 아인 여왕이 두 개체나 있고,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작고 잽싼 유형의 아인도 있는 등 척박한 환경에 비해 아인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야. 그리고 기드온 오프닐 역시 아인과 일정1부분 연관이 있는 인물이지.
(사망한 기드온 오프닐)
엘든 링 오프닝에 등장하는 기드온 오프닐의 무덤을 보면, 그가 묻힌 바로 곁에는 그의 왕홀을 들고있는 아인으로 추정되는 이가 있어. 무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마 석상일테고, 그 키나 얼굴의 형태를 보면 보크와 같은 아인을 묘사한 것일 거야. 자기 무덤에 굳이 임프가 아닌 아인 석상을 세웠다는 점에서 기드온 오프닐의 왕국에서는 아인이 큰 비중을 지니고 있었을 것인데, 겔미어에 아인이 많은 것도 과거 기드온 오프닐이 아인을 적극 등용했던 흔적이 아닐까?
또한 온 지혜의 기드온 오프닐의 수하들이 입던 온 지혜의 서코트는 라이커드 보스룸에서 루팅이 가능해. 이 역시 기드온 오프닐과 겔미어가 모종의 관계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돼. 결국 기드온 오프닐은 라이커드 이전에 겔미어 화산을 다스리던 왕이었으나, 황금나무에 반역한 이교도들에 의해 암살되어 축복을 잃은채 매장되었고, 세월이 지나 다시 축복의 일부를 받고 빛바랜자가 되어 되살아난 것이지.
이걸로 라이커드가 화산관에 머무르게 된 배경이 설명되었을거야. 그런데, 라이커드가 왜 결국 모독의 길을 택하기로 했는지는 불명확해. 위대한 의지가 사실 찬탈자였으며, 파쇄전쟁으로 고통받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버렸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설명되지만, 사실 그 이유 뿐이었을까? 어쩌면 라이커드가 모독의 길을 택하게 된 것엔 다른 원인이 있었고, 그것은 형재자매와 마찬가지로 가족애가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어. 그렇다면 그 원인은 바로 게임 내에서는 등장하지 않은 라이커드의 정실일 거야.
현재 화산관의 주인은 측비 타니스야. 그런데, 측비란 결국 다른 말로는 후궁이란 말로 타니스는 정실이 아냐. 그런데 정작 정실을 제쳐놓고 화산관의 주인 행세는 측비인 타니스가 하고 있으며, 정실이라면 초상화 한 점 정도는 있을 만한데 화산관 내엔 그런게 전혀 없어. 라이커드가 정실을 갖다 버리고 그 흔적을 다 지웠다기엔 정실의 딸로 생각되는 조라야스가 화산관에서 한자리하면서 살고 있고, 또한 이건 가족적인 화산관의 분위기와도 어울리지 않아.
어떠한 의식의 부산물로 탄생한 조라야스는 죽거나 떠나면 디디카의 화를 드랍한다는 점에서 그 정실은 아마 디디카일 거로 생각돼. 그런데 디디카의 화는 디디카를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지 않아. 같은 부류의 탈리스만인 샤브리리의 화가 샤브리리의 죄목과 그가 받은 형벌을 묘사하고 있는 것을 보면, 디디카 역시 온갖 불의와 간통을 저질러 무수히 많은 이형의 아이를 낳고 그 결과 피부가 벗겨지는 형벌을 받아 죽은 것으로 보여. 어쩌면 디디카가 조라야스를 임신한 채 죽었고, 그래서 라이커드가 금지된 의식을 이용해 뱀의 양막을 통하여 조라야스를 뱀의 아인의 형태로 태어나게 한 것일지도 모르지. 더 나아가, 라이커드는 디디카가 불명예스럽게 처형당해 화산관에서 그 흔적을 지워야 했지만, 디디카를 완전히 잊지 않은 것으로 생각돼.
(납치하는 소녀 인형)
화산관 지역 명물로 유명한 납치하는 소녀 인형은 아기를 안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새겨 놓은 자동인형이야. 그리고 이들의 무기가 책문관 기자의 수레바퀴에서 따온 것을 보면, 납치하는 소녀 인형은 개발된지 비교적 오래되지 않으며, 어쩌면 디디카가 사망한 이후에 만들어진 것일지도 몰라. 말하자면, 인형에 새겨진 소녀는 디디카이고, 그 아기는 조라야스를 나타내는 것이지. 그런데 라이커드가 이런 흉흉한 고문 인형에 자신의 정실과 아이를 새긴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그것은 소녀 인형에 의해 납치되어 화산관에서 영원히 고문당하는 자에게 이것이 라이커드가 디디카와 그 딸을 잃어버린 원한 때문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것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라이커드는 디디카가 억울하게 살해당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것은 바로 황금나무와 그 백성들의 편협한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고 위대한 의지에 원한을 품게 되었을 거야. 그렇기에 라이커드는 자신의 기사들조차 버리고 모독의 길에 몸을 던지게 된 것이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마찬가지로 위대한 의지에 의해 자신의 무녀를 잃은 베르나르와 의기투합해 함께 모독의 길을 걷게된 것이지. 어쩌면, 베르나르 역시 축복을 잃기 전 영웅으로서 라이커드와 친분이 있었을지도 몰라.
그런데 이것만으로 화산관에서 비롯된 모든 아이템의 존재 이유가 설명되진 않아. 그 중 하나가 바로 망각의 비약이야. 라이커드는 자신이 모독의 군주가 되어 뱀의 형태로 변모하게 되면 측비인 타니스가 정신적인 충격을 받게될까봐 귀중한 망각의 비약을 나눠줬어. 그런데, 애초에 망각의 비약을 왜 화산관에서 가지고 있었을까? 화산관은 책문과 심문의 공간이야. 심문을 위해 고문을 하던, 고통을 위해 고문을 주던, 진실의 비약이라면 모를까 망각의 비약이 사용될 구석을 없을 거야. 더욱이 측비 타니스를 아꼇더라도 라이커드가 모독의 군주가 된 것은 파쇄전쟁때인데, 그 시기에 망각의 비약을 구할 수 있을 만한 구석이 있었을까? 모르고트의 공격을 막아내기도 어려웠을텐데. 그렇다면 망각의 비약은 라이커드가 모독의 군주가 되거나, 그렇가 되기로 결심하기 이전인 오래전부터 화산관에 있었으며 그 목적 역시 타니스를 위한 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위한 것이었을 거야. 그건 아마도 디디카였으며, 디디카가 망각의 비약을 확보한 이유도 다음과 같아.
그건 바로 디디카는 정말로 온갖 불의와 간통을 저지른 탕녀였으며, 망각의 비약 역시 그걸 위한 수단이었다는 거야.
솔직히 말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안난다고, 어디 잡부도 아니고 법무관 라이커드의 정실인 디디카가 잡혀가서 피부가 벗겨졌을 정도라면 일처리를 그렇게 하는데 아무 근거도 없었을까? 물론 라이커드가 두 눈 뜨고 있는 상황에서 일이 진행되진 않았을 것이고 아마 라이커드가 로데일 원정 등으로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디디카가 처형당했을테지만, 겔미어 백성이나 가신들이 그렇게 급히 일을 처리했어야할만한 급박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그것이 바로 법무관의 아내에 어울리지 않는 디디카의 천박한 행동거지 때문이었을거야.
더욱이 디디카는 간통뿐만 아니라 이형의 아이 역시 출산했어. 이것이 바로 처형의 결정적인 증거 아니었을까? 게다가 겔미어에는 유독 아인이 많은 곳이야. 어쩌면 이 아인이 사실 기드온 오프닐 때문이 융성한 것이 아니라 디디카 때문에 융성한 것이라면? 유독 크기가 작은 닌자형 아인들이 바로 그 이형의 아이였다면? 이 모든 것이 과연 우연일까?
디디카가 정말 탕녀였다고 본다면 많은 것들이 설명 가능해.
(화산관 비밀통로)
화산관의 객실에는 유독 비밀통로가 많아. 이것은 귀족들을 몰래 납치해서 고문하려는 목적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화산관의 여주인이었던 디디카가 몰래 비밀통로를 이용해 손님들의 침실에 들어가 간통을 하기 위한 목적이었을지도 몰라. 비밀통로 안쪽에 사냥개 기사가 있는 것도 마찬가지야. 이 사냥개 기사는 디디카에게 복종하며, 혹시 디디카의 비밀을 캐려는 자가 들어오거든 그를 처단하도록 명을 받은 것이지.
망각의 비약 역시 디디카의 간통을 위한 수단이야. 디디카가 간통을 하는 대상 중에는 입이 무겁지 않고 가벼운 상대나, 어쩌면 간통을 거부하는데도 불구하고 디디카가 약물 같은 것으로 억지로 겁탈한 케이스도 있었을 거야. 그런 때에 디디카는 모든 범행을 숨기기 위해 망각의 비약을 사용해 그들의 기억을 지운 것이지. 그리고 마찬가지로 라이커드가 자신의 정절을 의심하는 때에는 언제나 망각의 비약을 먹이며 그의 의심을 지워왔을 거야.
베르나르 역시 어쩌면 그 간통의 대상이었을지도 몰라. 베르나르가 축복을 잃기 전, 라이커드와 친분을 쌓는 한편, 뒷구멍으로는 친구의 아내와 몰래몰래 잠자리를 함께 했던 거지. 하지만 세월이 지나 베르나르가 되살아나고 축복을 잃은 후에는 디디카도 임신한 상황이었고, 본인에게는 손가락의 무녀가 있었기에 그때에는 디디카와의 잠자리를 거부했을 거야.
하지만 디디카는 그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어. 라이커드가 로데일 원정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혼자 화산관을 지키던 디디카는 평소처럼 방탕하게 놀려고 했지만, 디디카도 나이 먹어 늙었고 파쇄전쟁 때문에 찾아오는 손님도 없었던지라 가랑이만 근질근질 했던 상황에 오랜만에 찾아온 내연남을 놔줄 수 없었겠지. 그래서 디디카는 베르나르를 강간했어.
하지만 이번엔 평소와 달리 전개됐겠지. 바로 베르나르의 손가락 무녀가 그 광경을 목격하고 만 거야. 베르나르의 손가락 무녀는 모든 사정을 알고 지 친구랑 구멍동서 먹은 이딴 놈 왕 만들려고 내가 무녀노릇 했나 현타가 와서 홧김에 겔미어 화산에 몸을 던졌고, 당연히 망각의 비약 따위로는 상황을 덮을 수 없게된 디디카는 분노한 겔미어의 백성과 가신들에 의해 피부가 벗겨져서 사망했어.
아마 그 전까지 라이커드는 어떻게든 결혼생활을 유지하려 노력했을거야. 왜냐면 라이커드는 라다곤에게 허구한날 영웅적인 구타를 당하며 뒤틀린 가족애를 가지게 되었고, 그 때문에 자신의 아내가 어떠한 간통을 저지더라도 오로지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참아왔으며 마침내 가지게 된 자신의 딸 조라야스를 희망처럼 여기고 있었을 테니까.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이 한방에 의해 모두 뒤틀리고 말았어.
뒤늦게 전쟁에서 돌아온 라이커드는 지 아내는 임신한 채로 피부가 벗겨져서 죽었지, 지 친구란 놈은 넋이 나가 멍 때리고 있는 거 추궁해서 사실 자기 몰래 구멍동서였단 걸 알고 엄청 충격을 받았을 거야. 라이커드는 베르나르를 질책할 힘도 없었고, 결국 그 충격에 기억을 잊고자 디디카가 쟁여놨던 망각의 비약을 꺼내서 베르나르와 각자 한샷씩 해버렸지.
하지만 기억은 잊을 수 있지만 디디카와 손가락의 무녀가 죽었다는 팩트는 변하지 않았어. 그들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인지부조화를 일으키게 되었고, 결국 라이커드는 디디카는 결백함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의지의 그릇된 황금률 때문에 살해당했다는 잘못된 믿음을, 베르나르는 위대한 의지 때문에 자신의 무녀가 불에 몸을 던졌다는 망상을 가지게 되어 함께 위대한 의지에 대한 원한을 가지게 된 거야. 위대한 의지야 당연히 억울하겠지만 어쩌겠어? 이미 벌어진 일을.
결국 디디카의 방탕함은 그 자신의 죽음 뿐만 아니라, 남편인 법무관이 모독의 길을 걷게 되어 모독의 군주로 전락하게 만들었으며, 화산관과 그 마을이 용암에 잠겨 가신과 백성들이 떼죽음을 당하게 만들며, 어쩌면 왕이 될 재목이었을 베르나르를 그 길에서 벗어나 방황하게 만들며 파쇄전쟁 이후 틈새의 땅에 더 큰 혼란을 가져오게 된 것이지. 그러나 동시에, 어쩌면 그것은 라다곤의 그림자를 극복하지 못하였던 라이커드의 비극이기도 했을거야.
세줄 요약
1. 디디카는 걸레다
2. 라이커드와 베르나르는 구멍동서다
3. 조라야스만 불쌍하지 ㅉㅉ
늦었지만 꽤나 재밌게 읽음 ㄱ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