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그는

생각이란것을 할 수 있게되었다.


그리고 몸에 스며든 온갖 저주받은 이들의

상념과 원혼이 그의 핏줄을 타고 돌며

수십 수백의 원한어린 이야기들을

늘어놓는것을 귀기울여 듣다보니

어느덧 그들의 말 또한 익힐 수 있었다.


하지만 몸 곳곳에 종양처럼 돋아나

하루종일 울부짖고 고통스러워하는

원한서린 그들의 귀기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가만히 앉아 쉬는 길을 택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그의 곁으로

누더기 옷을 걸친 인간들이 모였다.

바짝 말라 뼛골만 남은 이들은

그의 곁에 모여 무어라 웅얼거리곤 했고

별다른 해코지를 한 적은 없기에

그 또한 그곳에 가만히 앉아

그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 그는

넝마주이같은 인간들이 자신곁에 둘러모여

웅얼거리는 말들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의 몸에 얽힌 이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는 정말 미안했습니다.'

'난 그때, 그때. . .'

'내 죄를 용서해주어요. . .'


분명 그가 보았을때 자신을 찾아오는 이들은

이성을 잃은 이들이 분명했을진데

이상하게도 자신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때면

그들은 눈가로 진득한 고름섞인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사죄를 하고는 했다.


그렇기에 그는 그곳을 떠날 수 없었다.















그리고 먼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 그를 찾아와 죄를 빌며

눈물짓던 몆몇 이들은 번뇌에서 벗어나

낡고 곪은 육체를 벗고 바닥에 쓰러져

거름이 되었다.

그럴때마다 그의 몸에 고인 종양또한

하나가 터져나가며 그의 곁을 떠났다.

그리고 그 자리엔 어둑어둑한 세계와는

대조되는, 색색의 꽃이 피어올랐다.

그는 거기서 행복을 느꼈다.

물론 종양이 터져나가면 어떻게 알았는진

몰라도 또다른 원혼이 다가와

그 빈자리에 둥지를 틀어 그를 아프게 했지만

시간이 모든것을 해결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 또한 몸에 품었다.


그러나 비극은 머지않아 찾아왔다.

















한손에 불을 머금은 날붙이를 들고

어느덧 참회의 공간이 된 이곳에 난입해

들어온 이름모를 사내는 무릎꿇고

죄를 고하던 이들의 사지를 찢어냈고,

머지않아 몸에 저주를 달고있는

나무의 몸끝 응어리들을 칼끝으로 찢었다.


'안 돼, 안 돼!'


나무는 허우적대며 팔을 휘둘러

불붙은 칼을 쓰는 사내를 저지하려 했다.

허나 소용이 없었다.

그의 몸에 붙어있던 원혼들은 칼질 한번마다

불에 타오르며 죽는듯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저 먼 어둠속으로 흩어져갔고

나무앞에서 죄를 고하던 이들 또한

온몸이 토막나 바닥을 뒹굴며

그곳에 핀 희디 흰 꽃 위로 새카만 피를 흩뿌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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