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사내는 무미건조한 말투로 대답하곤

손끝으로 자신이 지나쳐온

허공의 투명다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곳을 통해 이곳까지 왔다"

". . . . . .!"

"네가 말하는 용들은 모조리 찢겨 죽었고

네 아비와 형제자매들은 모두 네가 이곳에 앉아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이물에게 사로잡혀 흡수되는 등

여하튼 모조리 끔찍한 말로를 겪었지.

저기 저쪽에서 반만 남은 그윈돌린을

토막낸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듯 한데

그에 비하면 네 신수는 제법 훤해보이는구나"


사내의 폭언에 요르시카의 눈 언저리에

물기가 아른아른 맺히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사내는 자신의 가방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가방 속에서

수십, 수백 은기사들의 장비들이 쩔그렁거리는

소리가 적막한 탑 꼭대기를 맴돌았다.

한참을 가방을 뒤지던 사내는 이윽고

채 피가 말라붙지 않은 싱싱한 귀 30개를

요르시카의 앞에 후두둑 쏟아내더니,

그녀의 목줄기를 잡아채며 말했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서약을 마쳐라.

그럼 네년도 네 가족들 곁으로 보내줄테니."

'아버지, 오라버니. . .'


기어코 요르시카의 볼을타고 그녀의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재촉하듯 그녀의 목을 틀어쥔

사내의 손아귀힘은 점차 강해지고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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